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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대응과 우리의 전략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대응과

우리의 전략

 

김 은 옥 |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요약

유엔인권레짐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서 북한은 체제안보적 관점에서 인식하고 반발하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인권협약 가입, 국가보고서 제출, 국내법 개정 등 선택적으로 협조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해오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북한이 최근까지 유엔인권레짐에 대해 취해 온 ‘선택적 수용’ 행위를 분석 및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을유도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 단계에서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선택적 수용’ 행위가 단기적으로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북한의 ‘선택적 수용’ 행위는 적어도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인식하는 가운데 제한적이나마 유엔인권레짐에 순응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당국의 인식과 정책변화를 불러일으킬 단초로 작용할개연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유엔인권레짐에 선택적으로나마 참여하고 있는 북한의 행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그에 따른 정책적 고려 없이 일방적인 비난과 압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인권개선에 실효성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이 취하고 있는 ‘선택적 수용’ 전략의 맥락을 통해 국제사회와 북한간 건설적 협력이 가능한 지점을 모색하고 우리의 대응방안을 수립해나가야한다.

 

본 보고서는 북한인권 개선전략의 기본방향을 국제사회 차원과 남북관계 차원으로 대별하여 제시하였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인권문제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문제를 북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류보편적 가치로서의 당위적 측면과 한반도 평화라는 현실적 측면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창조적 전략이 필요하며, 북한인권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념적 차원의 접근을 지양하고, 포괄적·단계적 접근 및 행위자들 간의 다차원적 협력 등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궁극적 목표를 둔 대북 인권개선 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

 

Ⅰ 문제제기

. 199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극심한 식량난은 북한의 ‘부족 경제(shortage economy)’의 가속화·일상화를 가져왔으며, 아사자가 속출하고 탈북자가 급증하면서 북한인권문제는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게 됨

 

- 아울러 국제인권 NGO들의 조사작업 및 인권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북한 인권상황의 심각성이 다양한 영역에 걸쳐 주목받기 시작함

.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한 국제적 노력은 다양한 주체에 의해 전개되고 있으며, 특히 유엔인권레짐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자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

 

- 유엔인권레짐의 대북 인권정책은 1997년 유엔 인권소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유엔 차원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함

 

- 이후 유엔 인권위원회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회에 걸쳐, 유엔 인권이사회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회에 걸쳐, 유엔 총회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회에 걸쳐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북한당국의 시정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였음

. 유엔인권레짐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북한은 이중적 태도로 대응하고 있음

 

- 국제사회의 인권압력에 대해 기본적으로 북한은 체제를 붕괴하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규정하고 강력하게 반발함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가입한 인권규약위원회에 대해 국가보고서를 제출·심의에 참여하는가 하면, 국내법을 개정하는 등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대응 태도를 보이고 있음

. 물론 북한의 ‘선택적 수용’ 행위가 인권문제에 관한 북한 당국의 본질적인 인식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움

 

- 북한은 여전히 보편적 기준과는 상이한 인권관을 주장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국제인권체제에 대한 부분적 참여가 북한주민 인권의 실질적 개선조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움

. 그렇지만 국제인권규범에 관한 대응에 있어 ‘전면적 수용’과 ‘선택적 수용’ 태도를 각각 ‘최대 조치’와 ‘최소 조치’로 구분한다면 북한의 태도는 국제인권레짐에 부분적으로 순응하는 ‘최소 조치’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와 북한간 건설적 협력의 지점이 될 수 있음

 

- 무엇보다 북한이 유엔회원국이고 4대 국제인권협약의 가입 당사자라는 점에서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대응 태도 분석은 대북 인권개선 전략 마련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임

. 본 연구는 유엔인권레짐의 인권압력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단순히 ‘거부나 반발’이 아닌 ‘선택적 협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북한이 최근까지 유엔인권레짐에 대해 취해 온 ‘선택적 수용’ 행위를 분석·평가하고, 북한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함

 


II 유엔인권레짐의 대북 인권정책

. 크라스너(Krasner)의 정의에 따르면, 국제인권레짐이란 특정이슈(인권) 영역에서 국제사회의 각 행위자(국제기구, 국가, NGO)들의 기대가 수렴된 일련의 규범·원칙 및 실행절차를 의미함

 

- 구체적으로는 인권선언(1948), 두 개의 국제인권규약 비준(1966) 그리고 80여개에 달하는 인권관련 국제협약 등이 국제인권레짐을 구성함

 

- 문서화된 규범 이외에도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여러 가지 사회적·문화적·종교적 관행 등도 포함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유엔인권레짐이 국제인권레짐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음

. 유엔인권레짐 차원에서 진행된 대북 인권정책의 대표적 사례로는 유엔 인권소위원회, 유엔 인권이사회 및 총회에서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들 수 있음

 

- 1997년 8월 유엔 인권소위원회는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으며, 당시 북한은 동 결의안이 주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으로부터 탈퇴를 전격 선언함

 

- 그러나 유엔이 ‘국제법과 인권규약 규정에 의하면 북한의 인권규약 탈퇴는 인정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북한은 결국 태도를 번복하여 2000년 B규약 2차 보고서를 제출함

 

- 이후 유엔 인권위원회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유엔인권위원회가 격상·대체된 유엔인권이사회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함

 

- 2004년 채택된 결의안에 따라 비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 교수가 북한인권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에 임명되어 2010년 6월까지 임무를 수행하였으며, 2010년 이후 마르주끼 다루스만(Marzuki Darusman) 전 인도네시아 국가인권위원장이 신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 임명되어 활동 중임

 

- 국가별 특별보고관인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이외에 식량권 특별보고관 등 주제별 특별보고관이 대북 인권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OHCHR)가 북한당국과 인권분야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음

 

- 한편, 유엔 총회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차례에 걸쳐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였음. 유엔 총회의 결의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으나 192개 회원국이 참여하여 표결을 통해 국제사회의 총의를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님

. 물론 현존하는 국제인권

레짐이 국제사회의 인권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해왔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음

- 유엔인권레짐이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는 점, 사법적 실행기구 결여로 실질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미흡하다는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UN이 중심이 된 국제인권레짐의 인권개선 노력 자체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음

 

- 느슨한 구속력에도 불구하고 UN 인권선언 및 국제인권규약들은 다양한 국제협력을 통해 인권탄압 국가에 도덕적 압력을 가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북한도 그 대상에 있어 예외가 아님

 

III 북한의 인권관과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대응

1. 북한의 인권관 : ‘우리식 인권’

. 북한은 기본적으로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하는 집단주의 원칙과 계급적 시각을 중심으로 인권을 인식함으로써 보편적 인권개념과는 상이한 인권관을 가지고 있음

 

- 북한의 공식문헌은 인권을 “사람이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 곧 사람의 자주적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음

 

- 2009년 4월 개정된 헌법 제63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공민의 권리와 의무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집단주의 가치를 강조함

. 또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관할권’이라고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 자체가 국가주권의 침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

 

- 북한은 “인권은 국권이며 국권은 민족의 생명선”으로서 국가주권, 즉 자주권을 상실한 인민은 그 어떤 인권도 향유할 수 없다고 주장함

 

- 아울러 문화 상대주의적 시각에서 각 국가의 실정에 따라 인권의 기준과 보장방안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가 인권을 내세워 북한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패권주의·제국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함

. 1990년대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대응하여 주체사상에 입각한 ‘우리식 인권론’을 정립

 

-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 아래에서 모든 인민은 참다운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선전하며 인권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함

 

-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우리식 인권’은 주민들의 사상 동요 방지 및 체제유지를 위한 대내결속 논리로 연결되고 있으며, 지도자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

 

 

2.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대응 : 선택적 수용

. 유엔인권레짐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북한은 기본적으로는 거부전략을 채택해 옴

 

- 북한은 유엔인권위원회와 유엔총회 등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을 ‘대조선 고립압살책동의 일환’으로 규정하며 전면적으로 거부해 옴

 

- 결의안을 거부하는 논거로 북한은 유엔인권위원회의 ‘정치화’를 지적하고 있으며, 유엔인권위원회가 서방국가들의 이해를 반영하여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비판함

 

- 또한 북한인권결의안의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는 이유로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및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의 인권분야 기술협력도 수용하지 않고 있음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선택적으로 국제인권규범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옴

 

1) 국제인권협약 가입

 . 북한은 현재 4대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한 당사자임

 

 - 북한은 남한보다 10년 앞서 1981년 9월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B규약)」 및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A규약)」 에 가입한 바 있음

 

 - 당시 북한의 국제규약 가입은 권위주의 정부하에 있던 남한에 비해 ‘인권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얻기 위한 의도였음

 

 - 이후 북한은 1990년 8월에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CRC)에 가입하였으며, 2001년 2월에는 「여성차별철폐협약」 (CEDAW)에 가입하였음

. 그러나 북한은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ICERD),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OP-CAT),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ICRMW),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CRPD)에는 가입하지 않은 상태임

 

- 유엔은 유엔인권위원회가 인권이사회로 격상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보편적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를 비롯한 여러 회의를 통해 북한이 위 조약들을 비준할 것을 요청하고 있음

 

 

2) 국가보고서 제출

. 북한은 가입한 4대 국제인권협약에 따라 협약의 이행결과를 담은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대표단을 파견·심의를 받아오고 있음

 

- 2003년 유엔 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하자 북한은 그동안 유엔 규약위원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왔음을 거론하면서 반발하기도 함
. 북한의 국가보고서 제출은 인권 보장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국제사회의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음

 

- 에서와 같이 북한은 1996년(1차)과 2002년(2차) ‘아동권리협약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2007년 12월 3, 4차 통합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의에 참여하는 등 「아동권리협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오고 있음

 

- 따라서 국가보고서 제출이라는 ‘선택적 수용’ 행위 내에서도 북한이 규약위원회가 갖는 성격에 따라 일정부분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3) 보편적정례검토(UPR: Universal Periodic Review) 참여

. 앞서 지적하였듯이 유엔이 그동안 보여준 인권활동은 기준의 이중성 및 선별적 대응이라는 한계를 보여 왔음. 이러한 측면에서 모든 유엔 가입국이 의무적으로 인권상황을 검토 받는 보편적정례검토(UPR)은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

 

- UPR에 따라 유엔 192개 회원국들은 매 4년마다 정기적으로 인권 의무 이행상황을 점검·평가받아야 함

. 북한에 대한 UPR는 2009년 12월 7일 실시되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0년 3월 북한에 대한 UPR 최종보고서를 채택하였음

 

-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보편적정례검토(UPR) 실무보고서는 총 167개항의 권고사항을 제시하였으며, 북한은 주요 인권협약의 비준 및 이행, 국제인권 메커니즘과의 협력, 국가인권기구 설립 등 117개 권고사항에 대해 검토의견을 표명하였으나,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허용, 연좌제·공개처형·고문의 중지 등 50개 사항에 대해서는 거절함

 

- 다만, 북한이 UPR을 통해 자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공개처형에 대해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사항임

 


4) 인권분야 기술협력 (Technical Cooperation)

(1) 인권대화 및 훈련프로그램 참여

. 인권분야에서의 기술협력은 유엔인권기구와의 포괄적 인권대화, 전문훈련프로그램의 참여, 북한 내부로의 접근허용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음

. 인권대화에 있어 북한은 이중적 태도를 취해 왔음. 즉 인권결의안의 정치적 성격을 문제삼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의 대화에는 소극적 자세로 임하면서도, 유럽연합과의 인권대화에는 상대적으로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음

 

- 북한과 유럽연합은 1998년 12월 브뤼셀에서 첫 정치대화를 갖고 인권문제 등을 논의하였으며, 2001년 양자간 수교를 발표하고 스웨덴에서 인권대화를 개최함

 

- 이후 북한은 2002년 인권교육프로그램(스웨덴, 2월), 인권규약 이행과 보고방법 세미나(영국, 3월) 등 유럽연합과의 기술협력에 참여하였음

. 2003년 유럽연합 주도로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자 북한은 유럽연합과의 대화를 중단하였으나, 2007년 3월 EU 대표단의 평양 방문으로 정치대화가 재개되자 다시 유럽연합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


(2) 북한으로의 접근 허용

. 유엔인권기구 관계자를 선별적으로 초청함

 

- 북한은 2004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 2명 및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였으며, 2005년 11월 북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엔의 각종 협약에 관한 교육을 위해 유엔 법률가 2명을 초청함

 

- 또한 북한은 2010년 2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특사자격으로 린 파스코(Lynn Pascoe)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 일행의 방북을 허용하였으며, 린 파스코 사무차장은 방북기간 중 박희춘 외무상 등 북측 고위 인사들과 만나 북한과 유엔간 협력 등에 관해 폭넓게 논의한 바 있음

 

- 이외에도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다수의 유엔기구들이 지원을 위해 북한내에서 활동하고 있음

. 세계적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의 방북조사를 두 차례 허용함

 

- 국제엠네스티는 l983년 49명의 북한 정치범 명단을 공개한 이후 해당 정치범들에 대한 자료 제출을 북한 당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북한은 결국 1991년과 1995년 두 차례에 걸쳐 국제엠네스티 조사방문단의 방북을 허용하였음


5) 국내법 개정

. 북한은 국제사회 요구와 국제 인권규범에 부응하여 국내법을 일부 제·개정해 오고 있음

 

- 1998년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면서 ‘거주이전의 자유’ 조항을 신설하고, 2003년 장애자보호법을 제정함

 

- 2004년 개정 형법의 경우, 범죄조항을 118개 조항에서 245개 조항으로 대폭 확대함으로써 범죄에 대한 규정요건을 세분화하였으며, 유추해석 조항을 삭제하고 사실상 죄형법정주의를 수용함

 

- 2004년 개정 형사소송법의 경우, 체포와 구속절차, 고문 및 비인도적 행위 금지 등 형사관련 법률체계를 정비하였으며, 특히 국제인권단체들의 관심 대상이었던 범죄인 체포시 가족에 대한 고지의무를 명문화(제183조)함

 

- 2009년 4월 개정 헌법에서 주목할 점은 제8조에서 “국가는 로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테리를 비롯한 근로인민의 리익을 옹호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고 규정하여 처음으로 인권을 명문화했다는 사실임



. 북한의 인권관련 법령의 최근 동향을 보면, 2010년 7월 노동보호법을 제정하였으며, 2010년 12월 아동권리보장법과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하고 2011년 6월 구체적 내용을 공개함

. 이와 같이 북한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반영하여 국내법을 제·개정하는 과정에서 법률상으로 제한적이나마 인권과 관련한 긍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음

 

- 물론 북한 국내 법률은 여전히 국제인권규범의 기준에 미흡한 수준이며, 개정된 법 조항이 집행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의 여부는 별도의 검토가 요구되는 사항임

 


IV 평가 : 북한의 ‘선택적 수용’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앞서 살펴본 바대로 북한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보고서의 제출, 국내법 개정 등 선택적으로 협조하는 전략을 취해오고 있음. 즉 언론매체 등을 통한 공개적 주장과는 다르게 내용적으로는 ‘거부와 협조’의 이중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음

 

- 북한의 이러한 행위는 국제인권규범의 적극적 인정이라기보다는 식량원조 등 국제사회의 지원 수단 또는 국가이미지 개선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실리 외교’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음

 

- 즉 국제인권레짐에 대해 ‘최대 조치’로 대응하기 보다는 ‘최소 조치’를 통해 경제적 실리를 취하려는 전략으로 보임

. 무엇보다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선택적 수용’ 행위가 당장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임

 

- 오히려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김정은 후계구도의 안정화 차원에서 내부 통제 및 처벌을 강화하면서 북한주민들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침해가 보다 악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음

 

-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010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6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는 최종보고서를 통해 ‘북한당국의 인권침해가 고유한 특성처럼 자리잡았으며, 공개처형, 고문, 집단적 처벌, 여성 및 아동에 대한 학대를 포함하여 주민들 사이에 공포심을 주입하려는 관행들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선택적 수용’ 태도는 적어도 북한당국이 국제사회의 관심과 우려를 인식하는 가운데 제한적이나마 순응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임

 

- 이와 관련 2009년 URP 과정에서 북한 대표단의 언급 내용은 주목할 필요가 있음. 당시 북한대표단은 ‘공화국은 유엔헌장과 국제인권협약들을 존중하는 정책을 견지해오고 있다’면서 ‘특히 사상과 제도, 문화와 전통이 각이한 모든 유엔회원국들을 공평하게 대하는 UPR 제도를 중시한다’고 밝힌 바 있음

 

- 비록 제한적 참여이지만,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통계자료 등을 포함한 정기보고서를 제출하고, 대표단을 파견·심의에 참여하여 인권이사회 심사위원들과 토론을 전개한 것은 과거와 비교해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될 수 있음

. 북한의 대응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북한이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주체와 개입동기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임

 

- 첫째, 북한인권법 채택 등을 통한 미국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북한은 체제전복 의도라고 반발하며 거부전략으로 대응하는 반면,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인권대화를 성사시키는 등 상대적으로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왔음

 

- 2009년 10월 유럽연합 의장국 자격으로 스웨덴이 북한과 인권대화를 가졌을 당시 라르스 바리외(Lars Vargo) 주한 스웨덴 대사는 “스웨덴은 북한 정권의 교체가 아닌 구체적인 인권상황의 개선을 추구하므로 북한에 위협감이 없어 인권개선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해올 수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음

 

- 결국 유럽연합은 ‘접촉과 대화를 통한 인권정책의 변화 유도’를 기준으로 인도적 지원과 인권개선을 병행하는 포용전략을 추진함으로써 북한과 인권대화가 가능했던 것임

 . 둘째, 북한은 유엔인권레짐 내에서도 기구의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방식을 보여주고 있음

 

- 북한은 유엔총회 및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안 채택 등 ‘헌장에 기반한 기구(Charter-based Bodies)’에 대해서는 정치적 설격을 지닌다는 인식하에 거부 전략을 취하는 반면, 국제인권협약 가입 및 국가보고서 제출 등 ‘규약에 기반한 기구(Treaty-based Bodies)’기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오고 있음

 

- 다만, 2009년 유엔인권이사회에 기반한 URP에 참여함으로써 북한이 헌장에 기반한 기구 내에서도 개입동기와 근거 등을 고려하여 선별적으로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됨

. 인권규범의 내재화(internalization)와 관련하여 리세와 시킹크(Risse and Sikkink) 등은 11개 인권침해국가에 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일련의 국제규범이 서로 상이한 문화와 제도를 지닌 국가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를 이론화함

 

- 이들은 인권침해국가가 국제사회 압력에 대해 취하는 조치는 인식의 전환을 동반하지 않고 단지 국제여론의 비판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권협약 비준 등 국제규범의 수용 행위가 갖는 함의는 사소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전술적 양보’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함

 

- 즉 외부 압력을 모면하고자 단지 전술적으로 취한 양보행위의 반복 과정을 통해 해당국가의 인권규범 내재화가 진행되는 부메랑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는 것임

. 비록 현 단계에서는 분명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국제인권압력에 대한 북한의 ‘선택적 수용’ 태도는 중장기적으로 북한 인권상황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임

 

- 유사한 맥락에서 국제사회의 인권 논의가 북한 지배엘리트에 일정 정도의 ‘학습효과와 사회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 바도 있음

 

- 물론 북한의 경우 초국가적 인권네트워크와 연계하여 인권개선을 촉구할 수 있는 국내 시민사회나 저항세력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단계별 인권개선 가능성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님

. 북한인권에 대한 유엔인권레짐의 관심과 개선요구는 앞으로도 지속·강화될 전망이며, 아울러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선택적 수용’ 태도도 체제유지에 도전적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

 

- 따라서 유엔인권레짐의 대북 인권정책과 이에 대한 북한의 ‘선택적 수용’이라는 관계 동학(relational dynamics)의 맥락에 따라 국제사회와 북한간 협력 가능한 지점을 모색하고, 긍정적인 정책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함

 

V 우리의 대응방안

1. 기본방향

1) 국제사회 차원

 

. 첫째,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개선에 기여하도록 대응해 나가야 함

- 유엔인권레짐 차원에서 취해지고 있는 일련의 북한 인권문제 관련 대응조치들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북한에게 ‘최소 조치’를 강제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

 

- 북한의 실질적 인권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북한 당국의 참여와 의지를 유도해야 하므로, 그 방식에 있어 북한정권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나 창피주기(naming and shaming) 전략은 효과를 거두는데 한계가 있음

 

- 이러한 점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정책은 북한당국에 대한 인권개선 요구와 더불어 북한의 이중적 대응 태도를 고려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함

 

- 가령 북한인권결의안 논의과정에서 생존권·발전권 등을 포함한 총체적 차원의 접근방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으며, 기술협력 활성화 등 보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모색되어야 함

 

. 둘째, 국제사회는 북한이 부분적이나마 국제인권규범을 수용하는 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가운데 인권친화적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함

- 북한이 상대적으로 거부감 없이 호응할 수 있는 인권개선 방안을 발굴하고, 이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와 북한간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북한당국의 인식과 정책변화를 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함

 

- 일례로 2009년 실시된 URP에서 북한 대표단이 ‘독자적인 인권기구 수립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속 연구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참고하여, 실천 영역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원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음

 

. 셋째, 북한인권문제가 갖는 복잡성을 고려할 때 대북 인권정책은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방식으로 추진해야 함

- 1993년 비엔나 선언 및 행동계획(Vienna Declaration and Programme of Action)에서 밝히고 있는 “모든 인권의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과 상호관련성”이라는 원칙에 입각하여 자유권과 사회권, 평화권, 발전권 등 제반 인권사항들에 대해 특정 사안 중심의 접근을 넘어 포괄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

 

- 아울러 현 단계에서 북한당국에 국제인권규범의 전면적인 수용을 강요하는 접근방법은 실현가능성이 낮으므로,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국제기준에 맞는 인권변화를 유도하는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바람직한 방안임

 

-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북한이 가입한 국제인권협약과 북한 국내법 등을 기준으로 인권문제에 접근함으로써 북한의 반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음

 

. 넷째, 중·장기적으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인권인식이 형성·확산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함

- 북한은 계급의 원칙과 집단주의로 인해 개인의 자아형성이 어려운 사회구조를 갖고 있으며, 인권이나 권리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매우 미흡함

 

- 북한 내에서 인권개선 요구를 표출할 수 있는 시민사회 형성이 쉽지 않지만, 최근 들어 비공식부문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일탈행위들은 북한주민들의 인권의식을 제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

 

- 북한주민의 인권의식 제고를 위해서는 교류·협력을 통한 외부접촉의 확대 등이 필요하며, 최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권리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인권문제를 개발과정에 통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빈곤퇴치 및 사회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을 것임

 

 

2) 남북관계 차원

. 첫째, 북한 인권문제를 접근함에 있어 “인류보편적 가치로서의 보편성과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성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창조적 전략”이 필요하며, 북한인권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이 병행 추진되어야 함

- 이를 위해 우리 정부의 ‘투 트랙(Two-track) 전략’이 필요함

 

- 인권이 보편적 가치이고 북한이 일정부분 유엔인권레짐에 협조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 등을 감안하여 유엔의 대북 인권활동에 능동적으로 협력해 나가되, 남북 당국 간에는 지원과 대화를 통한 단계적인 추진전략이 바람직함

 

- 즉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논의과정에서 실질적 개선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한편, 남한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은 호혜적 차원에서 경제지원과 인도적 사안 해결, 국제인권규범의 수용 설득 등을 병행하는 전략이 추진되어야 함

 

- 무엇보다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과 조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북한인권과 한반도 평화가 ‘상호 교환관계(trade-off)’가 아닌 ‘선순환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함

 

. 둘째, 북한 인권문제에 관한 현실적 대안 모색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북한정권을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함

- 북한인권문제가 지니고 있는 현실적 딜레마는 ‘인권규범을 위반하는 국가를 통해 인권규범을 내재화시켜야’ 하는 것임을 주지해야 함

 

- 헬싱키 프로세스(Helsinki Process)가 시사하는 바는, 인적 접촉(human contact)과 인권(human rights)을 분리하여 인도적 문제 등 인적 접촉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상호신뢰를 조성한 후에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임

 

- 따라서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간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가운데 비공개 협상 등을 통해 해결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해 점차 인권 전반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함

 

. 셋째,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당국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동참하여 스스로 인권상황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함

- 한반도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는 것이 구조적으로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향상시키는 일이므로 남북한 교류협력 등을 통해 북한사회의 변화를 유도해야 함

 

- 아울러 경제개발과 인권개선이 상호강화(mutually reinforcing)하는 효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권고에 북한이 전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함.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함

 

 

2. 북한인권법 관련

. 이명박 정부는 북한인권과 관련하여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조용한 외교’를 비판하면서, 북한을 압박해 태도변화를 유도하겠다는 강력한 대북 인권정책을 추진해 왔음

- 그러나 현 정부의 대북 인권정책은 ‘대안은 없고 비판만 있는 말잔치’ 일뿐 실질적인 성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음

- ‘국민의 정부’ 및 ‘참여정부’가 남북대화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확대, 국군 포로 및 납북자문제 논의 등과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반면, 현 정부는 남북 당국간 대화 단절을 야기함으로써 이전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인권관련 사안마저 중단되는 한계를 보여줌

. 이러한 점에서 현재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음

- 첫째, 입법 의도가 정략적 목적에 따른 것으로 인권문제 제기의 ‘진정성’이 의심됨. 동 법안은 대북 압박을 통한 인권개선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그 목표가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효과에 있지 않고 북한체제에 대한 비판과 위협에 있다는 데 근본적 문제가 있음

- 둘째,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이를 통한 북한인권단체 재정 지원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는 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행위 등의 반북 활동을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문제점을 지님

- 셋째, 남북대화를 주 업무로 하고 있는 통일부를 인권정책의 주무부서로 상정하고 있는 점은 대북 교섭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기본적으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보다는 조건과 기준을 강조하면서 지원 제한에 방점을 두는 등 북한인권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없음

. 이에 반해 2011년 6월 민주당이 발의한 「북한민생인권법안」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활성화하고 인권증진 방안을 규정’한다는 내용을 입법취지에 분명히 하고 있음

- 「북한민생인권법안」은 북한주민의 실질적인 인권증진과 남북관계의 긍정적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히 제시되고 있으며, 현실적이고 실효성있는 접근에 입각해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님

.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독일 사례를 들어 과거 서독이 동독에 대한 지원 시 인권문제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음

- 그러나 과거 서독이 취한 전반적인 대동독 정책의 근간은 ‘접근을 통한 변화’였으며, 서독이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서 공개적으로 인권을 거론할 수 있었던 것은 동방정책을 배경으로 상호교류를 통해 신뢰의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임

- 브란트의 신동방정책은 일방적 비난과 압박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경제적 수단 등을 활용하는 ‘조용한 교섭’을 통해 동독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방식을 취했음

- 또한 서독정부는 동독정권에 대한 도덕적 압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동독이 가입해 있는 유엔인권협약, 헬싱키 최종의정서 등 국제규범을 기준으로 동독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취하였음

. 결론적으로 현 정부 들어 남북간 대립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권개선을 위한 대화의 노력 없이 비난과 압박으로 일관하는 북한인권법 제정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 기여하지 못함은 물론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임

-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남한에서 제정하려는 북한인권법은 북한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대화 상대방의 존재를 부인하는 격‘이라면서’강력한 경고에도 북인권법을 조작해낸다면 북남관계는 격폐(隔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음31)

 

 

3. 구체적 정책방안

. 주제별, 사안별 접근방안

- 북한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권대화를 확대하고 인권개선을 유도하는 접근이 바람직함

 

- 북한은 아동권리위원회 위원 및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에 대해 아동, 여성 및 보건 분야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

 

- 최근 유엔에서도 주제별로 인권을 증진하는 활동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는 바, 유엔의 주제별 위임사항(Thematic Mandate)을 수행하는 주제별 보고관의 역할을 적극 활용하고, 민간차원에서 남북 여성간 교류와 같은 부문별 인권협력 프로그램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

 

- 또한 남북 당국간에는 이산가족 상봉문제, 납북자 문제, 북한주민의 생존권 문제 등 협상이 가능한 사안 등을 우선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함

. 북한과 국제사회의 인권대화 지원

 

- 북한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OHCHR)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으므로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실시하는 인권분야 기술협력에 북한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함

 

- 2003년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이 위안부문제 관련 보고서를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바 있으며 북한이 2007년 서울에서 개최된 「일본군 위안부문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남북공동결의문을 내놓는 등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으므로,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유엔과 북한간 인권대화 추진도 고려될 수 있을 것임

 

- 아울러 유럽연합 등 북한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국가와의 다양한 인권대화 및 기술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최된 제3차 ASEM 회의에서 정부가 유럽연합 국가들에게 대북수교를 적극 권유함으로써 EU-북한간 인권대화가 이루어졌음은 좋은 사례임

. 법치의 지원

 

- 북한이 국제규범에 맞게 인권관련 법령들을 제·개정하고 있지만 개정 법 조항들이 얼마나 실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음

 

- 북한은 정치 우위의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자의적 판단이 지배할 수밖에 없으며 법치가 확립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님

 

- 그러나 북한 당국이 유엔인권규약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관련 법·제도적 측면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이는 북한의 법·제도를 국제인권규약에 일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음. 따라서 실질적으로 법률에 기반한 지배가 이루어지도록 요구하고, 기술적 문제 등 법치를 지원해야 함

 

- 아울러 북한의 사법기관 종사자들이 법 집행과정에서 주요한 인권원칙들을 숙지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함

.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최소 합의를 통한 연대

 

- 북한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는 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북한인권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논점으로 보수와 진보진영간 대립과 논쟁이 심화되고 있음

 

- ‘실질적인 인권개선’에 궁극적 목표를 두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최소한의 공통분모에 합의하고 이를 발전시켜 북한인권문제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좋은 벗들’과 같은 중도적 성향의 북한인권단체들의 역할이 고려될 수 있을 것임

 

-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북한인권문제에 관한 진보진영 내의 시각차를 극복하고, 한국사회가 북한인권의 개선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보개혁진영 내의 적극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함

 

- 2005년 초당적 합의로 마련된 바 있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구체적 방안으로는 합의 가능한 주제를 중심으로 진보·보수진영 공동의 ‘북한인권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음.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 분담

 

- 북한 인권문제를 남북 당국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와 시민사회간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며, 각 인권개선 주체들이 다양한 전략수단을 활용하는 다층적·다차원적 접근방법이 유용함

 

- 시민사회는 국제인권단체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북한인권의 정확한 실태조사 및 북한이 가입한 유엔협약 중심의 대안보고서 제출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함

 

- 특히 북한주민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시민사회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바, 1997년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북한동포를 위한 옥수수보내기 범국민캠페인’을 통해 북한주민의 생존권에 기여하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빙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던 사실은 좋은 선례임

.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인권포럼」 (가칭) 추진

 

- 북한 인권문제를 다자적 지역협력의 틀을 통해 논의함으로써 양자 간의 대립을 방지하고 지역차원의 다자간 인권대화 구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

 

- 이는 동아시아 인권문제의 일부이자 핵심으로서 북한 인권문제를 인식하고 접근함으로써 북한 인권문제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인권증진에 기여하는 인권외교 정책을 구상하는 것임

 

- 「동아시아 지역인권포럼」 (가칭) 형성을 위한 행위자로 국가뿐 아니라 비정부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며, 초국가적 인권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국제인권규범이 확산이 필요함

 

- 또한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인권포럼을 통해 인권문제를 포괄안보 및 협력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음

 

 

VI 결론

. 북한인권문제는 ‘인권이라는 보편적 문제를 북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문제이며, 따라서 인류보편적 가치로서의 당위적 측면과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적 측면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함

 

- 인권은 분명 인류 보편적인 가치임. 그러나 인권의 역사를 통해 볼 때, 현재 승인되고 있는 인권의 보편 성은 시대적 환경 속에서 획득되고 진화해 온 가치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 다양한 지역과 문화 간의 상호이해와 인정을 통해 실현되어야 하는 보편성이라고 할 수 있음

 

- 따라서 인권의 보편성을 인정하되, 인권 현실의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적, 역사적 배경 등 특수상황을 고려해 인권개선 전략을 도출해야 할 것임

 

. 유엔인권레짐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 비록 더디지만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하고, 이러한 측면을 정책변화로 활용하는 실천적 전략이 요구되고 있음

 

- 유엔인권레짐에 대해 북한이 취해 온 ‘선택적 수용’ 행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북한이 국제인권규범의 수용을 보다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함

 

-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제사회, 또는 국내 시민사회 등과의 긴밀한 협력 및 역할 분담을 추진해야 함

. 무엇보다 국가전략(Grand Strategy)의 거시적 틀 속에서 외교정책과 대북 인권정책의 분명한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양자 간의 균형과 조화를 모색해야 함

 

-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 등에 맞게 인권, 평화 등 보편적 가치에 있어 국제사회에 능동적으로 협력해 나가되, 남북 당국 간에 공개적인 압박보다는 신뢰에 기반한 대화를 통해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임

 

- 결국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사회와 인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국제인권규범의 원리에 기초하여 포괄적·단계적·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무엇보다 북한인권이 한반도 평화와 궁극적으로 남북한 통합에 있어 갖는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