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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법은 누구의 편인가
육아휴직서와 사직서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성들을 위하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박주선(국회의원/민주당)


나는 지난 1월 26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내용은 현재 ‘만6세’로 되어있는 육아휴직 대상자녀의 범위를 초등학교 1~2학년까지인 ‘만8세’로 확대하고, ‘1년’인 육아휴직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이후 날마다 법안 통과를 염원하는 어머니들의 절절한 목소리가 전화기에 흐른다.


한국은 인구감소로 소멸하는 국가 1호가 된다?

우리나라는 ‘출산파업’ 중이다. 2009년 기준 합계출산률은 1.15명으로 세계 평균 출산율 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이자, 지구촌 186개 국가 중 184위로 사실상 꼴찌다.

반면 2009년 현재 한국의 고령화율은 10.3%다. 지난 2000년 이미 ‘고령화사회’가 된 우리나라는 2018년에는 노령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2009)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노령화지수(14세 미만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68%로 선진국(97%)보다 낮으나 2020년에는 126%로 급증하여 선진국(117%)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수행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7%가 저출산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사회의 시각 역시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심각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현재 5%대에서 2045년에는 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0.7%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교수(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연구소)는 미래 예측에서 ‘한국이 현재의 최저출산율을 지속한다면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국가 1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유명무실’

저출산 문제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OECD 정의에 따르면 저출산 대책이란 부모와 예비부모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거나 자녀들을 보육해야 하는 선택 사이의 갈등을 완화해 서로 양립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출산 및 양육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 등 재정적 유인책, 보육을 위한 휴가제도, 탄력적 고용, 실직 부모를 위한 고용 지원 등이 모두 포함된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9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발표했다. 1차 계획안이 사회적 취약계층,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계획안은 중산층까지 대상을 확대해 특히 맞벌이 부부, 일하는 여성들의 부담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2차 계획의 대표적 정책은 △육아휴직 40% 정률제,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 3일, △유연근로시간제 확산,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 등이 꼽혔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워킹맘(Working Mom, 일하는 엄마)’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오로지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정책에 불과했다.

정부의 일ㆍ가족 양립정책으로 제시한 저출산 대책은 육아휴직의 경우 50만원 정액제에서 휴직 전 급여의 40%를 지급하는 정률제로 확대했다고 하지만 일하는 여성의 7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으며, 도리어 일하는 여성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또한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은 보육서비스의 시장화를 가속화하여 부모들의 양육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무급3일에서 유급3일로 전환했지만 3일의 휴가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현시키려고 하는 것은 억지정책에 불과하며, 특히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 3일 전환’은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공약한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 5일’보다 오히려 축소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국이다. 속초청호 초등학교 어린이들.


저출산 예산은 세계 최저 수준!

저출산의 원인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의식’의 세 가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국임에도 예산비중이 너무 낮다. 2005~2007년 OECD회원국 중 출산율이 평균(2.54명) 이상인 회원국의 경우 저출산 예산이 GDP의 2.6%를 차지했다. 출산율이 평균 이하인 회원국도 이 비중이 1.3%에 달했다. 반면 한국의 저출산 예산은 0.4%에 그쳐 최하위를 기록했다. 실제 200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녀 한 명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2억 6,200여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를 적기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경제ㆍ사회적으로 큰 충격에 맞닥뜨릴 전망이다. 노동력 질과 양 저하 및 소비 위축으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미래 재정부담이 급격히 증가됨으로써, 후세대의 부양부담이 급증하여 세대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또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게 될 것이고, 부양인구의 증가로 인하여 미래의 재정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통계청(2009)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의 노년부양비(15~65세미만 인구100명당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15%로 선진국(24%)보다 낮으나 2035년에는 47%로 높아져 선진국 평균(45%)을 웃돌 전망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통한 세수증가와 노년부양비 감소로 인한 재정지출 감소를 통해 국가부채부담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저출산 정책은 단기적으로 재정부담 증가로 이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부채부담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부자감세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이와는 독립적으로 저출산 예산을 대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본격적인 고령화가 시작되지 않아 사회적 총부양율이 가장 낮은 지금,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할 적기다. 출산ㆍ양육 등으로 인한 부담은 부모 개인이 부담하는 반면, 성인이 된 후 이들이 만들어내는 편익은 사회가 공유하는 것이 옳다. 개별주체 자율에 맡겨서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출산ㆍ양육 부담을 사회가 분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 자녀양육에 소요되는 경제와 시간의 부담을 줄여주고, 출산 및 양육의 소중함을 공감할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적 기반이 대대적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


‘슈퍼우먼’, ‘사내눈치법’의 현실을 개선해야!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하는 ‘워킹맘’의 부담 역시 덜어줘야 한다. 남성의 육아 참여 없이는 남녀 모두 일과 가족을 양립을 할 수가 없다. 양육에 유리한 환경은 육아의 부담이 어느 한편에게 집중되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하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육아휴직율은 2009년 기준 1.4%(총 35,400명 중 502명)밖에 되지 않는다. 2010년의 경우 총 41,736명 중 819명으로 약간 늘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1.96%로 100명 중 2명꼴이다. 어찌 보면 OECD 가입이후 15년째 세계 최장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육아는 여성의 일이라는 전제가 팽배한 사회분위기에서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가 낮은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일명 ‘사내눈치법’이다.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 내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육아휴직과 관련한 적극적 홍보는 물론이요, 기업에 지급하는 대체인력고용장려금도 실효성 있게 조정해야 한다.


내가 들은 워킹맘들의 이야기

“태어나서 국회라는 곳에 처음으로 들어와 봅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 엄마입니다. 전 3교대로 일하는 직장맘이고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3월부터 오전 수업이 끝납니다. 끝나면 바로 여기 저기 학원, 공부방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네요.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엄마까지 없으니까 아이 혼자 감당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픕니다.제 생각일지 모르지만 어린이집보다 초등학교가 신경이 더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남편까지 일을 하느라 봐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가끔씩 둘째 아이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지금 아이 한명도 힘든데 둘짼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얼마 전 의원님께서 육아휴직관련 법안 발의 하셨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또 공무원뿐 아니라 저같이 일하는 워킹맘에게 희망을 주셨으면 합니다. 얼른 시행이 되어 3월부터는 육아휴직을 들어가 아이한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내 홈페이지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둔 ‘직장맘’님이 올린 글이다. 이와 같은 글이 내 홈페이지에는 부지기수로 올라와있다. 이러한 직장맘들의 현실이 내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이유다.


육아휴직 만8세까지 3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지난 1월 내가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 ‘만6세’로 되어있는 육아휴직 대상 자녀범위를 ‘만8세’로 확대하고, 육아휴직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함으로써 직장과 육아를 병행가능한 환경으로 개선시키고 나아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을 하자는 것이다.

초등학교 1ㆍ2학년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 노출됨으로써 취학 전 아동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육아휴직 신청이 불가능하여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많은 실정이고, 이는 워킹맘들의 출산의욕을 저하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행 제도상 여성공무원은 3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작년 7월 정부는 공무원에 한해 육아휴직 대상 자녀범위를 ‘만8세’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무원이 아닌 경우에는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육아의 부담은 공무원이나 일반 근로자에게나 동등한 부담임에도, 공무원의 경우 대상연령이나 기간을 확대하면서 공무원이 아닌 워킹맘을 차별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프랑스는 3년간 육아휴직이 가능하며, 스웨덴, 네덜란드, 이탈리아의 경우 육아휴직대상 자녀연령을 만8세로 하고 있다. 「2009년 결혼 및 출산 동향조사」에 의하면 취업 기혼여성이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 중 14.3%가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환경을 꼽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을 통한 환경 조성이 시급히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실질적으로 ‘워킹맘’들이 원하는 제도가 도입되는 효과가 있다. 우선적으로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는 초등학교 1-2학년생을 둔 부모님들의 육아휴직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존의 일자리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아이들을 돌본 이후, 직장 복귀가 가능해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우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64.9개월로 매우 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들이 경력단절 이전에 가졌던 일자리는 62.9%가 정규직이었으나, 새로 얻게 된 일자리는 정규직이 28.5%에 불과했다. 새 일자리에서 소득이 더 낮아졌다는 응답도 53.2%에 달했다.

더구나 이같은 제도 개선에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지도 않는다. 나는 ‘만8세, 3년’으로 육아휴직 제도를 개선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육아휴직 급여지급기간’은 현행과 같이 12개월로 한다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따라서 이번 법률안이 통과되면 육아휴직 대상 자녀연령이나 휴직기간 등 제도의 활용 폭은 늘어나는 반면, 육아휴직 급여지급기간은 현재와 같이 12개월로 유지되므로 추가적인 재정소요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분석 결과다.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돼야!

“2월 초에 퇴사예정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아이 육아문제 때문입니다. 퇴직서 내기 직전에 이런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지난 2월 중순에 내 홈페이지에 실린 또다른 ‘직장맘’의 글이다. 하지만 필자가 대표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은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동안 ‘직장맘’들은 사직서를 쓰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 해법 역시 단순한 정책 하나만 가지고는 극복될 수 없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안다. 대폭적인 국가재정 투입이나 사회문화를 단숨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은 국가재정이 추가로 소요되지도 않는다. 엄마아빠의 손길이 꼭 필요한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사직서’가 아니라 ‘육아휴직서'를 내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이른바 ‘사내눈치법’은 서서히 옅어진다.

나는 3월 개학 이전인 지난 2월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육아휴직 대상/기간을 늘린 이번 법률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은 통과되지 못했다. 지금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법안의 진행상황을 묻는 전화가 매일 걸려온다.
“지금은 병가를 내어 2개월의 시간이나마 아이를 돌볼 수 있어요. 법이 언제 통과될까요?”


법안 통과를 간절히 기다리는 ‘워킹맘’의 간절한 목소리다. 이제 4월 국회가 곧 열린다. 4월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기를 원하는 많은 엄마아빠들의 목소리가 현실화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