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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편향과 민주주의의 위기 : ‘조중동’ 종편 허용의 정치학

정연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세명대 교수)


1. 보수 정치세력과 언론 야합의 사생아, '조중동' 방송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서 '조중동'에게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종합 선물을 안겼다. 이는 단순히 지금까지 정권창출과 운영에 기여한 보은의 차원만이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의 정치지형에서 그들 간의 동맹을 단단히 얽어 매기 위한 장치다. 보수 세력은 '조중동' 방송을 허용하여 보수적 여론을 만들고 확산하는 전진 기지로 삼고 '조중동'은 이들과 함께 자신의 기득권과 미디어 산업에서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야합이다. 조중동이 여론 장악력을 높이고 여론 독점력을 강화하는 것은 보수 세력들의 장기집권과 정치지배력을 확장하는 길이다.

정확히 이해관계가 일치한 그들은 한편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국민을 호도하면서 이들의 방송진출 논리를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법을 밀어붙였다. 물론 각자들의 잇속 차리기였다. 재투표, 대리투표 등 온갖 불법을 동원하여서라도 기어이 미디어법 개정을 강행한 것은 이들의 정치적 사활이 걸려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 대표가 미디어법은 한나라당에 도움이 된다고 털어 놓았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여론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언론의 다양성은 한사회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건강한 여론시장을 형성해준다.

다양한 정보와 시각을 통한 건강한 여론 형성은 민주주의의 뿌리다. 한나라당마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국민들의 상식이다. 그래서 이들은 현재 지상파가 방송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니 신문에게 방송진출의 길을 터주면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궤변을 늘어놓기까지 했다. '조중동'처럼 한국여론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 언론들이 신문을 넘어 방송까지 장악하도록 하는 것을 여론다양성이 높아진다고 우긴 것이다. 스스로도 몹시 궁색했을 것이다. 그들은 방송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면 경쟁으로 인해 더 다양한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제공될 것이며, 시청자 선택권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사 수가 늘어난다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 경쟁으로 인해 돈 되는 비슷비슷한 수준 낮은 프로그램들만 범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한된 광고시장을 새로운 사업자들과 또 나누어 가져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 제작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저비용으로 손쉽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선택, 곧 선정적 방송 제작 압박으로 방송사들이 내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성장이라는 것은 화려한 거짓말이다. 그동안 의제를 왜곡하고 보수적인 정치 지형을 만들어온 보수언론에게 다시 방송 진출의 길을 터준 것은 한국사회의 건강한 여론형성과 민주주의의 기반을 뿌리부터 흔들어 놓을 것으로 우려된다. 보수적인 시각과 목소리만 전달되고 그들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는 수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상적인 언론 역할을 하지 못하면 사회적 토론과 여론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싹조차 자랄 수 없게 된다.


2. 민주주의의 교란자, 이탈리아 언론과 폭스뉴스

언론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에게 장악되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부패와 부정, 세금포탈, 횡령, 마피아와의 거래설, 각종 성추문에 시달리면서도 베를루스코니가 세 차례나 총리직에 오르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던 것은 거대 상업 TV방송사인 미디어셋을 통해 자국의 방송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탈리아의 4개 지상파 민영 텔레비전 방송 중 3개를 소유하고 있고, 인터넷 미디어 그룹인 '뉴미디어'도 가졌다.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민영방송 3사와 그가 통제할 수 있는 국영 방송을 합하면 이탈리아 TV방송 시장의 90%를 개인 통제 하에 둔 것이다.

주류 미디어가 권력자를 위한 여론조작과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가 소유한 언론은 언제나 그를 두둔하고 정치적 비판자들을 공격한다. 재판과정에서 베를루스코니는 언론을 앞세워 자신이 연루된 사건을 유리하게 보도하고 판검사의 행동을 견제하여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한다. 덕분에 온갖 비리로 얼룩진 그가 아직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은 없다. 해외언론에서는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데도 이탈리아 언론에서는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총리의 성추문 등을 보도했던 레푸블리카 등 일부 신문에 대해선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으로 압박해왔다. 이처럼 베를루스코니는 국내 언론을 사유화해 비판 언로를 틀어막으면서 각종 실정과 추문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언론 보도로 인한 왜곡된 여론이 이탈리아의 민주주의를 붕괴시키고 있다.

이탈리아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럽에서 낙후된 나라의 하나로 남아있다. 사회적 안전망은 취약하고 치안도 불안하며 경제수준은 뒤쳐졌다.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사회적 문제들은 제대로 의제화 되지도 못하였다. 경제적 낙후, 실업, 사회보장 제도의 취약 등 이탈리아가 안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진지한 해법은 고사하고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다양한 시각과 의견들이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여론 다양성은 아예 기대조차 하기 힘든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모든 것을 타락한 언론과 민주주의의 수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겠지만 민주주의가 좀 더 성숙했더라면 훨씬 나은 사회를 만들었을 것임은 틀림없다. 언론이 부정과 부패를 몰아내고 사회를 감시하고 고발하여 투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범죄도 줄어들 것이다.언론으로 위장된 선전매체들이 여론 지형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왜곡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미국의 폭스 뉴스다. 폭스는 공정하고 진실한 보도를 하는 언론이 아니라 이익을 위한 도구이며 선동매체다.

폭스뉴스는 미국 국민의 의식을 바꾸어놓고 보수적 가치와 정치적 성향을 퍼뜨리는 전도사 구실을 한다. 그러한 보도가 보수적 정당의 기반을 강화하고 넓힌다. 정치편향과 불공정·왜곡보도로 ‘미국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적 정권을 창출할 뿐 아니라 의회에 보수적인 정치인들을 대거 진출시키고 진보적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건다. 폭스뉴스는 보수적 의제를 부각시키고 보수적 시각을 확산시킨다. 사실 원론적인 의미에서 보수적인 언론보도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언론은 보수적 논조를 보일수도 있고 진보적인 색채를 띨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진보와 보수의 시각들과 견해가 다양한 여론을 만들어가는 민주적인 사회의 힘이다. 문제는 정도를 걷는 언론이라면 최소한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언론을 위장한 선동매체일 뿐이다. 이는 진보나 보수 가릴 것 없이 모든 언론은 사실에 토대를 주고 진실을 지향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폭스뉴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요한 사실을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사실 자체를 교묘히 조작하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분명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사실에 충실하지 않다면 사이비 언론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폭스뉴스는 사이비언론에 가깝다.

폭스뉴스는 사실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2009년 11월 세라 페일린이 자신의 자서전 출판 연설회를 갖는 장면을 보도할 때엔 엄청난 인파가 페일린을 향해 손을 흔드는 화면을 내보냈다. 뉴스 앵커는 “연설회에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화면은 2008년 존 매케인과 페일린의 대선 유세 장면이었다. 보수적 정치인인 페일린을 부각시키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몰린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적 왜곡이었다. 보도를 통해 보수여론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폭스는 현실 정치에 직접 개입을 하기도 한다. 뉴스진행자들이 대규모 보수 정치집회를 이끌고,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전달하는 등 공화당을 지지하는 정치 단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폭스뉴스는 미국 보수바람의 진원지이다. 현재 폭스뉴스에는 세라 페일린, 뉴트 깅그리치를 비롯한 2012년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고정 패널로 등장한다. 공화당 집권을 위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돕는 것이다. 보수적 유권자 운동을 지지하고 세력화하는 구심점이 바로 폭스뉴스다. 지난해 보수주의 풀뿌리 운동인 티파티가 바람을 몰아오고,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 밑바탕에는 폭스뉴스가 있었다.

대중들은 폭스의 거칠고 공격적인 보도와 토론에 속 시원함을 느끼고 미국 유권자들은 급속도로 보수화하고 있다. 반면 폭스뉴스가 오바마 정부에 대해 날선 공격을 해대면서 민주당의 지지 세력은 약화되었다. 중간 선거를 앞두고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종교, 혈통 등 신상문제까지 거론하며 근거 없는 공세를 펴는 등 극우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보수적 유권자를 결집시키고 이들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친 공화당 유권자 모임 ‘티파티’의 득세와 이민규제 강화 움직임, 반이슬람주의 확산 같은 미국 사회의 극우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폭스뉴스다. 폭스가 미국의 건강한 여론 형성을 교란하는데 대해 언론학자들과 양식 있는 민주인사들의 우려가 높다.



3. '조중동' 방송, 민주주의를 위협할 진앙지


공정한 보도를 지향하고 진실을 추구해야 할 언론이 자신들의 이익추구 수단으로 보도를 이용하게 되면 이미 언론이라고 볼 수 없다. 미디어법 강행과정이나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조중동'의 보도행태는 진실을 보도하고 건강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을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 온갖 왜곡된 논리와 자료로서 신문이 방송을 겸영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며 글로벌 미디어 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이라고 강변했다. 사업자로 선정되고 난 다음에는 글로벌 미디어기업은커녕 오히려 생존기반을 마련해달라고 온갖 특혜를 요구한다. 수신료 인상에 관한 보도도 오로지 광고를 줄이거나 폐지할 것이냐 아니냐에만 맞춘다. 한마디로 KBS가 광고를 폐지하거나 대폭 줄여서 그 물량이 '조중동' 종편으로 흘러 들어가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들이 광고를 하느냐 여부를 놓고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재단하는 이유는 그 광고에 군침이 돌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을 주장하면서 잇속을 추구하는 도구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들은 언론을 위장한 타락한 사적 기업에 불과하다. 사이비 언론은 언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부패시키고 파괴한다.

한국의 '조중동' 방송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력과 유착하고 보수적인 세력의 지지를 받으려 할 것이다. 이미 태생적으로 보수정치세력과 한 몸이 되어 있다. 물론 이들이 늘 보수적인 정당의 엄호세력으로 남는다고 예단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언제나 논조와 보도를 바꾸어 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민주화 요구가 거세다 싶으면 그들은 재빨리 논조를 바꾸는 척한다. 그만큼 약삭빠르고 이익에 밝다. 민주정부 10년의 시기를 빼놓고는 그들은 언제나 정권의 편이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는 허울일 뿐이었다. 비판과 감시 견제라는 언론본연의 사회적 역할은 자신들의 사적 이익 앞에 무력했다. 이런 그들이 방송을 한다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진실을 보도해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조중동'은 속성상 보수 세력의 편일 수밖에 없다.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재벌의 이익을 챙겨주는 보수정치세력은 특혜를 베풀어 줄 것이 있는 반면 민주진영은 그들에게 어떤 특혜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대기업과 그들을 이익을 챙겨주는 보수정치세력 그리고 한통속이 된 보수 언론 집단은 이해를 같이 한다.


일부에서는 이제 전통적인 미디어는 날이 저물었다고 한다. 아랍 민주화 혁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패이스북이나 트위터, 휴대폰 같은 소셜 미디어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소셜 미디어가 권력의 ‘언로 독점’을 견제하는 대안 언론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제도언론이 침묵을 지키니까 소셜 미디어가 여론의 소통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제도언론이 권력의 입노릇만 하고 국민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소셜 미디어가 그것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쇼셜미디어 시대가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큰 기대를 건다.

아무리 '조중동'이 신문과 방송을 장악하더라도 시민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권력의 독주와 횡포를 감시하고 그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성급하고 과장되었다. 기존매체의 의제 설정능력을 가벼이 보는 견해다. 이는 미국사회만 봐도 알 수 있다. 폭스뉴스 하나만으로도 보수적인 정치 기반이 확산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원조라고 할 수 있고 인터넷과 스마트 폰이 가장 잘 보급되어있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여전히 신문과 방송은 사람들의 의식과 판단을 만들어가는 중심매체이다. 이들이 완전히 불신을 받으면 다른 대안매체가 여론소통의 중심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려면 기존매체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 져야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완전히 붕괴될 때에나 가능하다.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을 때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조중동' 방송은 민주주의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중동'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의제를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해왔다.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아 왔다. 보수 세력에 유리한 의제를 만들어 내고 이를 확산시켰다. 시대적 요구인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포퓰리즘과 복지 망국, 세금 폭탄 등으로 부정적 여론 만들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이들이 방송에까지 진출하면 민주적 진보 진영의 모든 의제를 왜곡하고 공격할 것이 뻔하다. 지금까지도 그들은 그렇게 해왔는데 무슨 큰일이야 나겠는가하고 안이하게 여기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방송은 신문과 차원이 다른 선동매체이다. 방송은 태생적으로 오락적이고, 자극적이며, 일방향이다. 또한 방송은 본질적으로 사고의 매체가 아니라 감정의 매체이다. 그 영향과 폐해는 훨씬 크고 깊을 것이다.


4. 언론 생태계 파괴로 여론 형성기반 붕괴 우려

'조중동' 방송은 다른 지상파 방송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조중동'의 영향으로 모든 방송들이 재미와 자극을 추구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희생시킬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시청자는 모든 방송사 채널에서 더욱 선정적인 뉴스만을 접하게 되고, 실제 그들의 실생활에 중요한 정치·경제·사회적 의제에 대해서는 피상적 정보만을 흘려듣게 된다.
미국은 폭스뉴스가 아무리 극우적인 보도로 여론시장을 왜곡해도 그나마 건강한 사회적 소통을 지켜주는 매체들이 있다.

저널리즘 기본을 지키려는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언론이 여전히 여론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다른 수많은 다양한 언론들이 한쪽으로 여론이 편향되지 않도록 하는 균형추 역할을 나름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폭스뉴스의 폐해가 크기는 하지만 여론 교란효과는 어느 정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종편에 진출하는 '조중동'과 매경 그리고 연합뉴스는 한국 여론을 지배하는 언론이다. 이들은 의제를 만들고 여론을 이끌어가는 주도세력이며 신문 시장의 절대 강자이다. 이들이 방송까지 동원하여 여론을 왜곡하고 정치적 편향을 보인다면 정상적인 여론 형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몇몇 소수언론의 목소리는 의제를 만들어 낼 수도 없을뿐더러 보도를 해도 일반 국민들에게 전달조차 잘 되지 않는다. '조중동' 방송은 기존의 다양한 언론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미디어계의 포식자로 거대몸집을 만들어 갈 것으로 우려된다.

시간이 지나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그 위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여론 다양성은 사라지고 이들의 여론 지배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 뻔하다. 지상파방송도 이들 등쌀에 공공성이 약화될 것이다. 종합 편성 채널이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하면 지상파도 바로 그 영향으로 급속히 빨려 갈 수밖에 없다. 종합 편성은 뉴스, 드라마, 다큐멘터리, 오락 등 모든 장르의 방송을 다 편성하고 제작할 수 있어서 전송만 케이블로 될 뿐이지 지상파 방송과 다를 바가 없다. 지상파 방송의 직접적 경쟁 상대라는 것이다. 모든 방송사들은 시청률이라는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돈은 적게 들이면서 시청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는 바로 선정성이다. '조중동' 방송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붙잡으려 들것임에 틀림없다. 이들이 제한된 광고시장을 잠식해오면 지상파도 이들과 맞서기 위해 더욱 상업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편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린다. 결국 방송 환경 전반에서 방송의 공공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상업적 돈벌이 경쟁으로만 치닫게 한다. 국민주권이나 사회적 현실에는 사람들이 무관심해지고 참여민주주의의 뿌리는 흔들린다.

 방송에 진출하지 못한 신문사들은 더욱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미 신문 산업은 독자층과 광고주의 이탈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방송에 진출한 신문사들은 방송보도까지 무기로 내세워 신문광고시장의 포식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광고주에게는 신문과 방송 매체를 결합한 광고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다른 신문사들 간의 시장 경쟁력은 더욱 큰 격차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지역 언론도 황폐화시킬 것이다. 지역 언론의 재정기반인 광고는 이들에 의해 말라버릴 것이다. 전국 신문시장을 석권하고도 무차별 판촉 등으로 지역신문시장을 교란해 온 '조중동'의 그늘에 가려 판매와 광고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전국 70여 개 일간신문들은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종합 편성채널의 등장으로 지역 언론의 기반이 되는 지역광고도 그들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종편이 반드시 극우적 성향을 띤다고 단정하기 어렵지 않는가라고 반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이들은 극우적 편향을 띨 수밖에 없다. 우선 이들은 공영방송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공영방송은 공정성을 추구하지만 이들에게 공정성은 별 관심이 없다. 오로지 이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는가이다. 그러려면 선정적, 폭력적, 자극적인 행태를 띨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거칠고 공격적인 표현을 쏟아 내기 마련이다. 민주 사회에서 언론은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알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언론은 국민이 토론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한다. 문제는 진보언론은 언론 윤리를 지키려고 하고 사적 이익을 위하여 특정집단이나 개인을 지지하거나 정치적인 선전을 삼간다. 언론 보도의 원칙과 윤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언론은 정보와 의견이 교환되는 여론의 경기장이고 토론장이다. 그러려면 모두 지켜야 할 규범과 금도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언론윤리이고 저널리즘 원칙이다. 보수 언론들이 언론윤리를 무시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언론의 기능과 특권을 남용, 악용하는 행태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특히 대자본이나 정치권력을 두둔하고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왜곡한다. 미디어를 정권 쟁취와 이념 전파의 도구로 이용해왔기 때문이다.


5. 민주적인 시민들의 행동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킨다


'조중동' 방송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 한국 민주주의 기반은 심각히 훼손된다. 이를 막기 위해 깨어 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200년에 걸친 미국의 ‘열린사회’ 전통이 독재 민주주의로 향하는 기로에 섰다”며 루퍼트 머독과 폭스뉴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최근 폭스뉴스에 비판적인 공영라디오방송에 180만 달러를, 진보 성향의 비영리 미디어 감시단체인 미디어 매터스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교란자이며 파괴자인 폭스 뉴스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또 폭스 어택스 닷컴과 폭스 뉴스 보이콧 닷컴 같은 언론소비자운동단체들은 폭스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여론왜곡과 독점 민주주의 기반의 붕괴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응하는 범국민적 운동이 필요하다.

지난 9일 40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조중동방송 저지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이 네트워크는 “편파·불공정·특혜 시비를 낳고 있는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국정 조사를 요구하고 '조중동'방송의 토대가 된 언론악법을 재개정하는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종편 취소를 공약으로 채택하도록 하는 유권자 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신문이 방송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막은 사람은 양식 있는 시민들이었다. 2003년과 2007년 연방통신위원회가 미디어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신문방송의 겸영 금지를 푸는 결정을 내리자 200만 명의 국민이 상하 양원 의원들에게 항의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내 연방통신위원회의 결정을 무효화하게 했다. 국민운동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정치인은 언론의 압력과 후원금에도 약하지만 또한 당락을 결정하는 유권자의 압력에는 더 약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정신이 세상을 바로세우는 힘이 된다.


6. 민주적 정치 진영이 문제의 심각성 인식해야...


 물론 시민들의 노력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를 신뢰하는 정당들이 더욱 진지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조중동' 방송을 막아내지 못하면 민주세력의 미래는 어둡다. 정치선전의 도구가 된 보수 언론이 언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방치하면 정상적인 민주토론이나 선거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보수언론의 독주와 대기업의 미디어 독과점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여론의 다양화가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조성을 요구하는 언론개혁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보수언론은 사회를 보수화시키고 사회개혁을 방해한다.

보수매체는 수용자들에게 자기들의 주장을 주입시키기 위해 사실의 과장과 왜곡을 서슴지 않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기들과 이념이 다른 매체는 경쟁대상이 아니라 파괴와 타도의 대상으로 적대시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의 도덕성을 가리지 않는 레닌주의를 언론에 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국가의 언론을 자처하면서 사실과 의견을 뒤섞어 독자와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의견인지 분간할 수 없게 한다. 미국에서는 보수 언론들이 이미 정상적인 뉴스매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공화당과 보수층의 이념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선전하는 도구로 변신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에 현재 미국의 언론 시장이 소수의 거대 미디어 그룹에 의해 장악되어 독과점화 됐다고 비판하고, 이로 인해 여론의 독과점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하고 있다.

거대 미디어 그룹들이 중소도시에 있는 지역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국, 그리고 신문사들을 사들이면서 지속적으로 몸집을 불려온 결과, 미국 언론시장은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소수의 미디어 재벌그룹들에 의해 장악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여론과 정보는 소수의 미디어그룹에 의해 독점화되었고, 지역 언론사들이 거대 미디어 그룹에 팔리면서 지역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미국 언론시장의 독과점화에 대해 오바마는 두 차례에 걸쳐 미 연방 통신 위원회 위원장에게 공개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공개서한에서 오바마는 소수 거대 언론기업들에 의한 언론사의 소유 집중이 여론의 다양성과 언론의 공영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FCC가 각종 언론 관련 규제를 풀어주어 대기업 언론사들이 언론시장을 장악하게 도와줌으로써 언론의 다양성과 지역 방송사의 활성화 등 언론의 공영성을 저해해왔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소외된 계층을 대변하는 언론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론을 시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여론 다양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언론들이 유지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런 노력들을 모색하는데 비해 한국에서 여론 독과점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약하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 진보정치세력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다양한 정치현안들이 있고 챙겨야 하는 민생사안도 많다. 양극화나 비정규직, 인권, 남북문제 등 각 정당들 앞에는 다양한 현실이 놓여 있다. 당장의 시급한 현안에 밀려 '조중동' 방송 출현으로 인한 언론지형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지난 2009년 뜨거웠던 정치쟁점이었던 미디어법이 보수 정치세력의 의도대로 현실화되어 나타나고 있는데도 야당들의 대응과 문제의식은 그다지 심각해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나서서 해결해주기만을 뒷짐 지고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이젠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단지 의석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스스로 치열한 문제의식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 정당일지라도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쟁점화하고 여론을 만들어 가면 분명 해법은 있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판단을 하는 시민들의 편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언론은 모든 사회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으면 사안이 잘 알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은 엉뚱한 곳을 향한다. 여론이 가장 중요한 사회에서 여론형성이 왜곡된다면 어떠한 것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7. 언론악법을 개정하고 '조중동' 방송의 특혜를 막아야


근본적으로는 위법적으로 강행되어 정상적인 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법의 개정에 온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의 괴물, '조중동' 방송을 이 땅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 의석분포나 정세로는 법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로 하여 끈질기게 쟁점화하고 여론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현 국면에서 종편 허가 취소가 어렵다면 당장 서둘러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우선 종편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드러난 사전 내락설, 심사 불공정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방통위 종편 심사 항목에도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 공적 책임의 배점이 높았지만, 국민들로부터 불공정 보도를 한다고 비판받는 조선일보가 오히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불공정하기로 악명 높은 폭스 뉴스의 슬로건이 ‘공정과 균형’인 것과도 묘한 일치다. 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정과 균형을 내세운다. 위장인 것이다. 공정사회를 외치는 현 정권과도 겹친다. 이들은 공정이라고 쓰고 불공정, 특혜와 편법이라고 읽는다. 종합편성채널에 선정될 수 있도록 동아일보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청문회를 통한 의혹 조사와 함께 '조중동' 방송에 주어져 있는 다양한 특혜를 없애고 지상파방송과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

종편 방송은 의무전송, 광고 직접 판매, 중간광고, 편성 비율, 심의기준 등에서 다양한 특혜가 주어져 있다. 이들에게 주어져 있는 특혜를 바로잡고 추가적 특혜를 막아야 한다. 종편은 사실상 시청자입장에서 보면 지상파와 다를 바가 없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국민모두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공공영역을 보호해야 한다. 방송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조중동' 방송과의 경쟁에서 지상파방송들은 그들이 수행해야 하는 공적인 의무 때문에 상업적인 경쟁에만 몰입할 수가 없다. 경쟁에서 손발이 묶이는 것이다. 때로는 시청률이 낮더라도 공공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내보내야 하며 시청률이 높아서 돈벌이가 될 것 같은 장르도 공익성이 낮다면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지상파 방송에게 주어진 공적 책무이다. 그런 책무가 주어져 있는 만큼 이들이 종편과의 경쟁에서 쳐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다. 공적인 책무가 적은 종편방송이 활개를 칠 수 있도록 지상파방송은 묶어 놓고 종편은 풀어주어 훨씬 유리한 경쟁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낮은 채널 번호를 부여하려는 이른바 황금 채널 배정을 비롯하여 광고품목 확대 등까지 준비하고 있다. 억지로 종편사업자들을 부양하기 위한 이 같은 각종 특혜는 언론 생태계의 파괴를 재촉할 것이다. 언론 산업 전반에 걸친 재앙이 예고된 것이다. 이를 막아내는 것이 그나마 미디어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민주진보진영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올 연말부터 '조중동' 방송이 본격화되면 여론은 급속히 그들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그때면 이미 늦는다. '조중동' 방송이 국민의식을 사로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기반이 약해져 민주적인 진영이 정치적인 힘을 잃게 되면 '조중동'의 여론왜곡도 막을 수 없고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것을 어찌 할 도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그래왔지만 이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나서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만의 장기집권을 꿈꾼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자신들에게 주어진 특혜가 거두어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붕괴의 위험이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물론 민생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현안들이 민주진영에 쌓여있다. 그러나 언론구조의 정상화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풀릴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이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과 정치세력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독재의 망령을 뚫고 민주화의 기반을 만든 모든 민주인사 그리고 앞으로 민주주의를 누려야 할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큰 빚을 지게 된다.

정책논단-언론편향과 민주주의의 위기.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