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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급등의 원인과 정책대응

신석하(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Ⅰ. 최근 물가동향 및 평가

최근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작년 10월에 채소 값이 폭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높아졌을 때만 해도 기상 이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실제로 11월과 12월에는 물가상승률이 3%대 중반 이하로 낮아지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도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1월과 2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4.1%, 4.5%로 높아지면서, 높은 물가상승률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연 우려할 만큼 지속적인 물가상승의 위험에 우리 경제가 노출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물가급등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의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작년 12월까지는 주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 소비자물가의 높은 상승세를 주도하여 왔다. 농축수산물은 작년 9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20% 내외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특히 배추와 무의 가격은 작년 10월에 200%가 넘는 폭등세를 보인 이후 다소 낮아졌으나 2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50%가 넘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채소류의 가격 폭등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상 한파에 따른 작황 부진에 의한 것이다. 이상 한파와 폭설은 과일류의 가격도 크게 높였을 뿐 아니라, 바닷물 온도 저하 및 출어 감소로 이어져 어류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구제역 피해로 인해 축산품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이상 한파, 폭설, 구제역 등이 미친 피해가 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로 인한 물가상승세도 일시적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농축수산물에 비해 석유류 가격의 상승은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석유류 가격의 상승은 국제 원유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국제 원유가격이 오른 이유로는 전 세계적 이상 한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미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증가, 개발도상국의 견조한 성장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겨울 기온이 이례적으로 낮아 석유류 소비가 늘고 있고, 이것이 국제 원유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농축수산물에 대한 영향과 마찬가지로, 이상 한파는 겨울이 지나면 해소될 수 있다. 한편 지정학적 문제와 유동성 문제는 이상 한파보다 좀 더 긴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동지역에서 오랜 기간 억제되어왔던 민주화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데, 향후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려우나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수준의 경기 부진을 겪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 완화라는 이례적인 정책수단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유동성이 미국 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개발도상국이나 국제원자재 시장에도 유입되면서 개발도상국의 자산 가격이나 국제원자재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증가 문제는 미국 경기가 나아져야 해결될 것이기 때문에 이상 한파보다는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에 비해 견실한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자재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리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성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도 크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물가상승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에만 국한된다면,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이상 한파가 해소되면서 상당히 안정될 가능성이 있고, 석유류의 가격 상승은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되겠지만 상승 요인이 부분적으로 해소되면서 상승세가 점차 둔화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월부터는 물가상승세가 농축수산물과 석유류뿐 아니라 서비스부문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까지 2%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등락하였는데, 2월에는 2.5%로 상승률이 높아졌다. 농축수산물이나 공업제품에 비해서는 상승 폭이 크지 않지만, 서비스물가의 변동은 농축수산물이나 공업제품에 비해 향후 물가상승세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품목별 소비자물가



우선 서비스 부문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로 농축수산물(약10%)과 공업제품(약30%)에 비해 상당히 크다. 또한 서비스가격은 일단 상승하기 시작하면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개인서비스의 경우 정부가 통제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작다. 이러한 점에서 서비스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였다는 것은 향후 소비자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에 힘을 실어준다.

향후 물가상승세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지표는 근원물가이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단기적 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인데, 농산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단기적 가격변동이 작은 곡물은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작년 10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크게 높아졌을 때에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1.8%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2월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3.1%까지 높아졌다. 이는 농산물과 석유류의 단기적 변동을 제외하더라도 물가가 상승하는 추세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와 같은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유력한 요인은 수요측면의 압력이다.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으면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이다.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 발발 직후 성장률이 급락하였으나, 이후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게 회복하였으며, 그 결과 2010년 성장률이 6.1%에 달하였다. 우리경제의 공급측면의 추세적 성장률이 4%대 중반 정도로 추정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위기 이후의 회복국면이라고 하더라도 6%의 성장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직접 관측되지는 않으므로 통계적 기법을 이용하여 추정하는데, 추정결과들은 대체로 2010년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을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1~2월 중 서비스물가의 상승률이 높아진 것도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과 부합한다. 통계적 분석결과에 따르면 공업제품 가격이 국제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서비스물가는 총수요 압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총수요 압력




Ⅱ. 전망 및 정책대응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공급측 물가상승 요인이 해소되기 전까지,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모두 물가상승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므로 단기적으로는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다보면 물가상승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물가상승기대가 확산되면, ‘물가-임금’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가상승이 가속화될 위험이 존재한다. 즉 높은 물가상승률에 직면한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다시 비용 상승을 통해 물가를 높이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명목 총생산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임금상승률은 명목경제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기업수익률과 고용 상황이 악화되자, 임금상승률이 명목성장률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가 최근에야 명목성장률과의 격차를 줄여가는 모습이다.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아도 그동안의 낮은 임금인상률에 대한 보전을 위해 임금인상 요구가 높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 기대까지 확산되는 경우 임금 인상 요구는 크게 증폭될 것이다.










임금상승률과 명목경제성장률




현재 정부는 물가상승세가 주로 공급측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인식하여 가격 통제 및 공급 확대 등 미시적인 정책수단에 중점을 두고 있다. 즉 대학등록금 및 공공요금 등을 동결하고 기업들에게 제품가격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관세 인하를 통한 농산물 수입물량 확대, 재배면적 확대 등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경제성장과 가계부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로 금리 인상은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상 한파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측 물가상승요인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 인상보다는 가격통제나 공급확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가격 통제는 장기간 지속되기 힘들고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초래하거나 공급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가격 통제나 공급 확대가 가능한 부문이 제한적이므로, 전반적인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공급측면의 물가상승이 수요측면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물가상승기대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핵심적인 정책수단은 금리 인상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운용하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의 성패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에 대한 경제주체의 신뢰에 달려있다. 즉 한국은행이 명시적으로 밝힌 물가안정목표를 경제주체들이 신뢰할 때, 물가안정목표를 중심으로 물가상승기대가 형성되고 결과적으로 물가안정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물가안정목표에 대한 강력한 정책의지를 경제주체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사용하는 핵심수단이 금리이다. 금리 인상의 시기와 인상 폭을 통해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을 억제하려는 정책의지를 경제주체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서 물가안정에 대한 정책의지를 전달하기는 매우 어렵다. 경제 성장이나 가계부채에 미칠 지도 모르는 부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해야 물가안정에 대한 정책의지의 진정성이 전달되는 것이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 금리는 성장률 등 경제여건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금리와 명목경제성장률이 비슷한 움직임을 나타내는데, 금융위기 직후 충격을 완화하고자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했던 반면 성장률이 회복됨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3월 현재 정책금리는 3%로서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지연되는 경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에 대한 정책의지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물가수준 전망에 대한 지수와 금리수준 전망에 대한 지수 모두 작년 12월에 비해 금년 2월에 8포인트 상승하였다. 즉 대부분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금리도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금리인상은 정책당국이 물가상승을 용인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정책금리 인상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나, 향후에도 높은 물가상승세가 유지되는 경우 확고한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존재하고는 있으나, 개발도상국 경제가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도 양적 완화 및 조세감면 연장 등의 조치로 경기회복세가 다소 개선되는 등, 대외경제여건이 호전되고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MF 등 국제전망기관들은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OECD 경기선행지수도 하락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주요국의 2011년도 경제성장률 전망 (IMF)


(%)




































전망시점 World 미국 유로 일본 중국 NIEs 1)
2010년 7월 4.3 2.9 1.3 1.8 9.6 4.7
2010년 10월 4.2 2.3 1.5 1.5 9.6 4.5
2011년 1월 4.4 3.0 1.5 1.6 9.6 4.7

주: 1) Newly Industrialized Asian Economies: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자료: IMF, World Economic Outlook, July․October2010, January 2011.


한편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의 상환 부담을 늘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억제함으로써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010년 하반기 이후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을 지연하면 가계부채의 부실 규모도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이 부담된다면,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경우에는 물가상승요인을 상쇄하면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환율 하락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동반하는 경우 국내 유동성을 증가시켜 물가안정 효과가 줄어들 수 있으나, 외국인 채권수익에 대한 과세 등 자본 유입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진행되고 있어, 자본유입에 대한 우려도 상당히 해소된 상황이다.

2011년 정부의 경제운용 목표는 5% 성장과 3% 물가상승률이다. 성장과 물가안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 중반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큰 상황임을 감안할 때, 5% 성장목표를 달성하고자 정책 기조를 경기부양에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높일 수는 있으나, 물가상승이나 향후 경기둔화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3%대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경우, 향후에도 안정적인 경제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을 도외시하고 물가안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 때문에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가 흔들리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뉴질랜드에서는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통화정책이 극단적으로 부적절하게 이루어진 경우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중앙은행 총재의 해임까지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어놓았다. 실제로 시행된 적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높지 않지만, 중앙은행의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를 경제주체들이 신뢰하도록 그러한 법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법적 장치는 없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도입한 물가안정목표제가 성공적으로 운용되어 오면서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어렵게 쌓아올린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통화당국이 물가안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금리 인상을 통해 보여주기 바란다.



정책논단-물가급등의 원인과 대책.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