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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를 위하여

신광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1. 복지란 무엇인가?

복지국가란 사회정책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일정 수준에서 보장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복지국가의 출현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인류 역사에서 보자면, 대단히 최근에서야 실현된 인류의 발명품이다. 국민의 삶의 질이 단순히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논의될 수 없다는 점은 비스마르크 시대 프러시아에서 자명하게 드러난다. 1880년대 비스마르크의 프러시아에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회보험이 도입되었지만, 기본적인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스마르크시대의 프러시아 국가를 복지국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일찍이 영국의 사회학자 마샬(T. H. Marshall)도 시민권의 역사적 발전에 관해 강의하면서 사회적 시민권의 보장은 사회발전 단계에서 가장 진전된 단계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는 1950년 런던경제대학 강연에서 근대 권리의 발전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그는 18세기는 재산권이나 법 앞의 평등과 같은 시민적 권리(civil rights)가 확장되는 시대, 19세기는 참정권과 비밀투표와 같은 남성의 정치적 권리(political rights)가 확장되는 시대, 그리고 20세기는 사회 보장권과 같은 사회적 권리(social rights)가 확장되는 시대로 구분했다. 시민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복지국가가 가장 최후에 발전된 국가형태라고 보았던 이유도 바로 복지가 단순히 물질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서구의 복지 개념은 1930년대 대공황과 1940년대 초반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확립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또한 정치적으로 안정된 시기에 복지가 발전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렵고 또 전쟁을 치루는 상황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복지제도가 도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적인 복지이념으로 제시된 비버리지의 복지이념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실업과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영국인들 사이에 연대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제시되었다. 비버리지는 그가 5대 사회적 질병이라고 부른 가난, 질병, 무지, 불결, 나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이유라고 주장하고, 바로 사회보장제도가 그러한 해결수단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비버리지는 보다 구체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의 목적은 이전 세계보다 더 나은 세계에서 사는 것, 정부가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는 다면, 시민들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는 것, 이러한 계획이 제 때에 준비된다면, 지금이 바로 그러한 때”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비스마르크와 비버리지는 공통적으로 복지국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둘 다 진보주의자는 아니었다. 비스마르크는 보수주의자였고 그리고 비버리지는 자유주의자였다. 비스마르크는 단순히 사회보험을 도입했다. 비버리지는 복지국가라는 용어가 당시에 사용되고 있었지만, 복지국가 대신에 사회 서비스 국가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복지국가라는 용어는 1941년 경 영국의 개혁적인 성공회 대주교 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히틀러의 독일은 국민을 전쟁으로 내모는 전쟁국가(warfare state)인데 반하여, 영국은 국민의 생활을 보살피는 복지국가(welfare state)라는 대조를 통해서 영국이 목숨을 걸고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복지국가라고 주장하였다.

즉, 복지국가는 시민적 자유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인간적인 국가라는 의미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복지국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정의는 복지제도가 도입된 지 십여 년이 지난 후에 제시되었다. 1961년 영국의 역사학자 아사 브릭스(Asa Briggs)는 복지국가를 “적어도 세 가지 방향에서 시장력을 수정하기 위해 조직적 권력이 의도적으로 사용되는 국가”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에서 세 가지는 일정수준 소득보장, 사회적 위험에 대비한 불평등 완화, 최상의 서비스 제공으로 이러한 세 가지를 수행하는 국가를 복지국가라고 요약하였다. 이러한 브릭스의 논의는 복지국가를 논의하는데 여전히 유효하다.


2. 보편적 복지란 무엇인가?


지금으로부터 69년 전인 1942년 영국 비버리지보고서는 복지국가의 원칙을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 번째 원칙은 보편성의 원칙으로 경제위기와 전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보장을 실시하는 것이다.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복지는 노동자, 자영업자, 고용주, 주부, 아동, 실업자, 장애인 등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였다. 두 번째 원칙은 단일성의 원칙으로 사회보장을 단일하게 조직한다는 것이다. 소득불평등이 복지수혜의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게 사회보장을 재분배 차원에서 조직한다. 세 번째 원칙은 통합성 원칙으로 다양한 사회복지제도를 단일한 행정조직 하에 통합한다는 것이다. 복지행정 조직의 통합과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하여 다양한 조직을 단일한 조직으로 통합하고자 하였다. 비버리지 복지이념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주의 이념을 제시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편주의는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계급의 걱정과 긴장을 덜어주는 것이 적절한 정부의 기능이다”라는 복지국가에 대한 티트머스(Titmuss)의 논의에서 잘 드러난다. 1974년 티트머스는 복지와 관련된 국가의 역할과 관련하여, 세 가지 유형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잔여적 복지정책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는 시장과 가족을 통해서 복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에만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지에 개입하는 국가가 불필요하게 되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본다. 둘째는 산업성취-성과 복지정책 모형으로 산업성취나 업적에 기초하여 욕구충족이 이루어지는 것을 강조하는 국가정책이다. 셋째는 제도적 재분배 복지정책 모형으로 시장이 아닌 국가의 정책을 통해서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편주의는 티트머스가 제시한 마지막 사회정책 모형의 정책 원리이다. 첫 번째는 개인이나 가족 스스로 복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문제의 사람들만이 복지 정책의 대상이 된다. 두 번째는 직업이나 산업에 따라서 복지 정책의 대상이 달라진다. 이들에 비해서, 세 번째는 개인이나 가족에 대한 가치 평가와 무관하게 필요한 사회적 욕구를 국가가 충족시키기 때문에 복지는 병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사회서비스 차원에서 다루어진다.

보편주의 복지는 개인과 가족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동일하게 국민 혹은 시민으로 보는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 문제있는 집단을 찾아내고 그것을 병리적인 것으로 전제하는 잔여적 복지 정책과는 달리, 사회 구성원을 동등하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복지정책을 병리적인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국민 혹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든 국민/시민이 특정한 정치 공동체에서 1표의 투표권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국민/시민은 복지에 대한 요구/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만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인들이 동등하게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3. 보편주의 복지정책의 실제


보편주의에 기초하여 실시되는 복지제도의 내용과 복지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은 매우 다양하다. 보편주의 원리가 적용되는 복지의 내용도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편적 복지정책은 역사적으로 여러 과정을 거쳐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보편주의 복지정책의 실제는 경제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크게 다르게 나타났다.

보편주의 복지는 특정한 사회집단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상의 보편성을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하고 있지만, 재정조달 방법과 복지혜택의 수준과 내용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적으로 세금을 통해서 재정을 조달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수익자가 상당 부분의 재정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복지혜택이 균등하게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소득에 비례하여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보편주의 복지정책이 영국과 같이 의료보장만을 포함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주택이나 교육까지를 포괄하는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같은 경우도 있다.
 
역사적으로 복지제도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부터 보편주의 복지제도가 등장했던 것은 아니었다. 보편주의 복지제도는 서구 여러 나라들에서 각기 다른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대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945년 프랑스나 독일은 절반 정도의 인구만이 공적연금의 대상이 되었지만, 점차 확대되어서 1970년대에 이르러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연금과 관련하여 보편주의가 실현되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이다.
또한 보편주의 복지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차 확대되어 교육복지와 가족복지까지 포함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대학교육까지 복지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대학교육도 무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반면에,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교육복지에 대학교육을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하여 이들 나라에서 교육비의 가족부담은 대단히 큰 차이를 보인다. 그 결과, 교육을 통한 사회이동의 가능성도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의 보편주의 복지정책입법은 1946년의 국민연금보험법과 국민의료보험법(NHS)으로 나타났다. 1948년에 실시된 국민연금과 국민의료보험은 모든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편주의를 반영하고 있다. 연금은 초기 모두 동일한 비율로 월급의 일부를 보험료로 부담하고, 65세 이상(남)이나 60세(여성)가 되었을 때 노령연금을 지급받는 보편주의에 기초한 제도였다. 또한 1948년 도입된 국민의료보험제도도 한 조직에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세금을 통해서 국민의료보험이 제공되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그러나 안과, 치과, 처방전 등은 국민의료보험에서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

스웨덴의 경우도 보편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등장하였다. 1913년에 도입된 노령연금제도는 자산조사를 거쳐서 경제생활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에만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보편주의는 전후 노령연금에 먼저 적용되었고, 점차적으로 여러 사회보장 정책에 확대되었다. 가장 먼저 1948년 노령연금제도에 보편주의 원리가 적용되었고, 이후 1954년 산재보험과 1955년 건강보험에도 차례로 적용되었다. 오늘날 보편주의적 복지국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스웨덴의 경우도 보편주의 복지가 일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의료보험과 노령연금보험은 상대적으로 적용범위가 넓다는 의미에서 다른 보험보다 보편주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실업보험이나 산재보험은 피고용자나 경제활동인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적용범위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보험이 특정한 직업집단이나 일정한 규모의 기업에 종사하는 피고용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면 제한적인 의미에서 보편주의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편주의 복지정책은 대상에서 뿐만 아니라 복지재정의 부담과 복지혜택의 수준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였다. 보편주의 복지정책의 특징은 재정 조달을 조세를 통해서 한다는 점이다.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 재정조달은 소득에 비례하여 이루어지는 과세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복지제도 초기 도입과정에서 재정은 조세를 통하여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형태로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복지혜택 수준도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실업보험의 경우 실업 이후에 받게 되는 혜택의 임금대체율과 기간은 극단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실업보험의 대상은 상대적으로 보편주의적인 속성을 지니지만, 실업수당은 한국의 경우, 6개월 간 실업 전 임금의 31%를 받지만, 노르웨이의 경우 실업 전 임금의 72%를 5년 간 받는다.

보편주의 복지제도와 거리가 먼 미국의 경우, 연금과 의료는 모두 공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의해서 다루어진다. 미국 의료의 경우, 1935년 대공황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복지개혁을 도모하여 전국민의료보험 도입을 시도하였으나, 미국의사협회(AMA)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도입이 좌절되었다. 그리하여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각종 보험회사의 보험을 구매하여 자신들의 질병에 대비하기 때문에, 지불능력이 없는 빈민층들은 질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가 없었다. 그 대신, 미국의 복지는 빈민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빈곤가족자녀보조(AFDC)와 같은 잔여적 복지제도만이 도입되었다.

요약하면, 보편주의 복지는 그 내용이 다양하고 또한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보여서 하나의 형태로 논의하는 것은 어렵다. 보편주의 복지제도의 발달 정도는 복지제도가 적용되는 대상 범위, 재정조달 방식, 복지수혜 수준 등에 따라서 크게 달라졌다. 이러한 사실은 보편주의 복지국가 이념을 추구한다고 할지라도 제도적인 논의는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4. 보다 생산적인 보편주의 복지 논의를 위하여


보편주의 복지국가와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보편주의는 정도의 문제이지 보편주의 복지국가와 특수주의 복지국가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통해서 다루어질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체로 보편주의 복지이념이 상대적으로 발전한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복지의 대상, 복지의 내용과 복지수혜 수준이 상대적으로 모두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선택적 복지 혹은 특수주의 복지이념이 지배적인 미국과 같은 경우 시장에서 개인이나 가족이 사적으로 복지를 해결하여 복지는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다. 그 결과, 미국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OECD 국가들 가운데 불평등 정도가 가장 심하고 빈곤률이 가장 높은 극심한 빈부격차 사회가 되었다. 반면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불평등 정도도 매우 낮고, 빈곤률도 낮아서 풍요롭고 안정된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도 시장적인 요소로 보편주의적 복지를 보완하는 제도가 오래 전부터 도입되었다. 공적-사적 혼합 접근이라고 불리는 복지제도는 공적으로 보장되는 복지를 사적인 복지를 통해서 보완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공적인 건강보험이 골간을 이루지만,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인 건강보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들이 도입된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에 고용주가 피고용자에게 질병으로 인하여 일을 할 수 없는 다음 날부터 2주간 임금의 80% 수준을 제공해야 한다. 2주 이상 질병으로 인하여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는 정부가 질병수당을 제공해야 한다. 덴마크의 경우도 유사하여, 고용주가 아픈 피고용자에게 임금의 100%를 2주 동안 지급한다. 이후부터 상실된 소득을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한다. 이러한 질병보험제도는 사적인 방식과 공적인 방식을 결합시킨 공사혼합 방식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보편주의 요소(공공복지)와 특수주의 요소(시장적 요소)를 결합시킨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도 공적인 건강보험과 사적인 건강보험이 공존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사적인 건강보험이 90년대 허용되어 건강보험의 시장화가 이루어졌다. 물론 공적인 건강보험이 지배적이어서 사적인 건강보험은 3% 정도에 불과하지만, 보편적인 공적 건강보험과 선택적인 사적 건강보험이 스웨덴에서도 병존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실은 보편적 복지인가 아니면 선택적 복지인가는 이분법적인 논의의 대상이라기보다 정도의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분법적인 논의는 지나치게 이념적 논의로 나아가 불필요한 갈등을 낳고 복지제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보편주의 복지로 나아가는 것이 복지가 발전한 나라들에서 관찰된 현상이지만, 보편주의 복지국가에서도 부분적으로 시장적인 요소를 받아들이는 공사 혼합 복지도 도입되었다는 점은 보편주의는 정도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복지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21세기에 들어서야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복지에 대한 논의가 불필요한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생산적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5,000불 미만인 1940년대 복지 개혁을 시도하였고, 1만 불 시대인 1960년대 후반에 복지국가를 완성하였다. 한국은 현재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에 달하였지만, 복지에 관한 논의가 이제야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 국가에서 복지는 새로운 의미의 국방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국방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토와 국민을 방어하는 것이지만, 새로운 의미의 국방은 내부의 위협(실업, 질병, 빈곤, 장애, 차별)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특별기획-보편적 복지를 위하여.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