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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라'를 아십니까?

 프로야구가 어느덧 출범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프로야구가 지난 30년 동안 국민들에게 어떻게 꿈과 희망을 주었을까?’ 라는 물음에서 출발하여 정치가 스포츠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MBC 야구 해설위원이자 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장인 허구연씨를 만나 물음에 대한 답을 들어보았습니다.


 


☆ ‘야구인’ 허구연


1. 공부는 물론 뭐든지 잘하는 친구들을 ‘엄친아’라고 표현합니다. 1976년 일본 올스타와의 경기에서의 부상 때문에 현역생활을 마치셨지만 고려대에서 법학을 공부하셨고 경기대에서는 법학을 강의 하셨습니다. 이쯤 되면 운동과 공부를 모두 잘한 허위원장님이 '원조 엄친아' 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어릴 때부터 야구를 했지만 특기자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공부하고 시험을 쳐서 중학교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했었고요. 지금도 경남중학교에 참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공부를 병행시킨 운동부 활동입니다. 제가 경남 중학교에 입학할 때 졸업반중 대대장과 학생회장이 야구선수였고 선수들 모두 공부를 잘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운동선수도 공부하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였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국가대표에 대한 꿈으로 야구를 시작 했어요. 고려대 법대에 진학해서는 '운동선수들은 공부를 안한다’라는 편견을 깨고 싶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요. 진짜 꿈은 국가대표를 하면서 사법고시를 합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꿈이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하게 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이 있었는데요.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그래도 나는 야구가 좋아서 야구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무리였어요. 합숙훈련이 많아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저희 때는 ‘프로’가 없었잖아요.


 


언어를 지배당하면 안된다


2. 프로야구 해설을 하시면서 “일본식 야구 용어를 정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야구용어는 영어 또는 한국어로 번역되어야 한다” 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프로야구를 처음으로 중계 하는데 당시 일본의 역사 왜곡사건이 있어서 독립기념관을 짓고, 모금운동을 할 때였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겠느냐?’ 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 문득 들었던 생각이 ‘언어를 지배당하면 안 된다’ 였어요. 야구는 미국에서 온 것이니 영어식 야구용어를 기초로 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어로 안 되면, 제대로 된 우리말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야구중계에는 '포볼'이나 '데드볼' 같은 잘못된 일본식 영어표현이 많이 사용되었거든요. 이는 일제시대 야구를 했던 분들이 지도자였기 때문에 일본식 용어를 썼던 것입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원서를 가지고 MBC 아나운서, PD들한테 보여주면서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언론에서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당시 제 나이가 31살이었는데요. 젊은 놈 하나가 와서 싹 바꾸자 했던 것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 같아요.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 괜찮아졌죠. 아직도 건설 분야나 다른 분야에서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올바른 우리말 사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체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주요정책 수립 때는 체육계의 목소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3. 베이징 올림픽 때 ‘방송사고’가 큰 화제였고, ‘4대강 정비’에 대한 소신발언도 있었습니다. 정작 작심하고 발언했는데 묻혀버린 경우는 없었습니까? 있으셨다면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묻힌 거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국제대회를 할 때 외국에 보여주기 식으로 체육시설을 짓는 게 많습니다. 그리고 과잉투자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들이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장 지을 때, “몇 개는 야구장과 겸용으로 건설해도 된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 후 이해찬 국무총리가 취임한 후 검토해봤지만 겸용으로 변경하려면 설계비용만 약 2천억원이 더 드는데 이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면서 전임자들의 정책결정에 난처해 하더군요.


한 가지 정책을 펼치더라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인 면을 고려해서 했으면 합니다. 체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작 주요정책 수립 때는 체육계의 목소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더군요.


정치계와 지자체는 야구는 매일 많은 관중들이 관전을 해도 선거 때 ‘표가 안 된다’고 거들떠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9구단 창단에 적극적이었던 창원시와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우리 야구계는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선거 전에 김두관 후보와 이달곤 후보를 만나서 얘기를 했었습니다. 지방에서의 ‘문화예술체육은 중요하다’고 강조 했었고요. ‘프로야구단이 있는 도시에서 일년에 70~80게임이 열리는데 프로야구단이 없는 도시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얘길 했었습니다.


김두관 후보는 이를 공약에 넣었습니다. 그 후 ‘창원시에서 프로야구단을 창단 한다’고 하니까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정말 멋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대포장 하기를 좋아하는 정치계 풍토에서 이러한 공약을 소신 있게 지키고 조용히 옆에서 돕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 허구연이 말하는 ‘프로야구’


4.  전주시가 제8구단이었던 쌍방울 레이더스를 유치한 이래 창원시가 20년 만에 새로운 프로야구단을 유치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창원시가 프로야구단을 유치한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축제를 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을 씁니까? 그러나 일부 축제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축제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언급하지만 프로야구 구단 하나는 매년 70~80게임을 홈에서 치르는데, 이것은 곧 그 지역의 축제입니다. 한 게임당 1억의 가치를 가진다고 할 때 70억의 축제를 매년 하는 것이고 2억으로 계산하면 140억 짜리가 됩니다. 시나 지자체장들이 왜 이런 점을 간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지자체에서 야구축제를 열어 주십시오’ 하면서 운동장과 제반시설 등의 축제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지난 월드컵 때 수천억을 들여 완공한 일부 경기장은 관리, 유지비용의 부담으로 해당 지자체들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저희 야구계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미국 뉴욕양키스의 홈구장인 양키스타디움을 예로 들면 1조7천억 상당의 야구장 신축 비용을 뉴욕시에서 전액 부담했지만, 운동장 사용료는 연간 10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는 임차인과 임대인간의 상징적 계약 비용으로만 받는 것입니다. 명문 프로야구팀 프랜차이즈를 통한 뉴욕시민들의 긍지를 갖게 하고 스포츠마케팅으로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 지자체장들도 프로야구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프로야구를 대그룹에서 운영한다고 해서 돈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제는 야구장 운영권과 광고권을 구단에 넘겨주어야 합니다. 좋은 예로 우리나라의 모 구장은 지자체에서 운영할 때 광고수익이 1년에 20억이었만, 프로야구단에 운영권을 넘긴 후 80억으로 올라간 거예요. 구단의 폭 넓은 팬 서비스와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시와 구단이 Win-Win 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권과 정치인들의 체육에 대한 무관심도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체육정책이나 학교체육에 대해서 제대로 관심을 갖고 얘기하는 정치인은 (민주당)안민석 의원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포츠 산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학원 스포츠로 어떻게 청소년들의 심신을 단련시키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느냐 하는 등 체육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학교에서 야구와 같은 단체스포츠를 통해 질서와 규칙을 습득하고 원만한 팀웍을 형성하는 법을 배우게 되면 개인주의와 사교육에 몰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건전한 정서함양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5. 일부에서는 프로야구 출범에 대해 ‘군사정권이 3S정책의 일환으로 기획했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공개된 ‘프로야구 창립계획’ 원문에도 '건전 오락의 다원화로 국민 의식의 탈정치화-정치적 과잉 관심을 스포츠로 전환' 이라는 부분이 있고요. 당시 정권이 프로야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MBC 이진희 사장이 기획했다고도 하는데 어떤 의견이 사실인가요?


문서(문서화된 품의서)로는 누가 아이디어를 내고 창안을 했는지를 모르지 않습니까?. 그 당시 아이디어 제안은 MBC 사장인 이진희씨가 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KBS와 MBC 방송국 간에 경쟁이 있었기 때문에 한 것으로 알고 있고요.


만일 대통령이 지시했다면, 대기업들 모두 창단했어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MBC가 주축이 되어서 그룹의 오너들을 만나 창단을 유도했습니다. 처음에는 롯데, 삼성만 한다고 했고, OB가 나중에 참여한다고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MBC는 자신들이 시작한 일이니까 MBC 청룡 프로야구단을 만들었던 것이고요.


물론 군사정권의 3S 정책의 일환으로 출범한 이유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프로야구는 당시 MBC 이진희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라 봅니다.



6. 프로야구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출범했습니다. 꿈을 심어준 프로야구가 정정당당한 승부와 명예심 같은 스포츠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연봉과 같은 경제적인 성공을 부각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캐치프레이즈와 부합하기 위해서 학원 야구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프로스포츠와 아마추어스포츠를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프로스포츠에서 누군가가 성공하면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종목이 성공하고 또 지망생들이 많아집니다.


우리나라 프로선수들은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미국, 일본 선수과 직접적인 연봉을 비교할 수 없겠지만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MLB의 에이로드(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받는 연봉이 340~350억 되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한 구단의 일년 예산총액보다 많습니다.


중국의 농구선수 야오밍이 NBA에 가서 대성공한 이후 많은 중국 어린이들이 농구를 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양첸밍이 메이저리그에 가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대만의 어린이들도 야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동기부여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스타들의 명예와 고액연봉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학원 스포츠는 공부해야 하는 학생 선수입니다. 이는 그들이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기 때문에 반드시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학생 선수들은 종목에 관계없이 어릴 때부터 ‘프로선수가 되는 것’ 만을 목표로 하고 운동을 하는데요. 예사로 봐서는 안 되겠지요.
이들이 프로에서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야구선수를 예로 들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것은 고교, 대학 졸업생 중 약 10%정도입니다. 1군 그라운드를 밟는 선수는 약 5%정도며 그 중 이대호나 류현진 같은 선수가 되는 경우는 약 1~2%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만 하는 선수들이 아니라 기본적인 학교 교육에 충실하면서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학원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와 예산투자 등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7. 야구단 창단연고지 인구수가 100만명으로 하한선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도시 중심이라 야구수혜 격차(도농격차)라는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어떠한 해결책이 있습니까?


이번에 창원에서 새로운 야구단 유치를 할 때에도 부산이 유치를 원했었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체육이 중앙집권적으로 집중되고 있는 현실에서 마산,진해,창원이 통합되었으니,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창원에 유치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야구가 미국에서는 왜 ‘아메리칸 패스 타임’인가 하면 메이저리그 한 구단이 트리플A, 더블A, 싱글A 2~3팀, 루키 볼로 마이너리그가 구성되어 미국 곳곳에 퍼져있습니다.


1990년, 미국에서 코치를 해봤는데, 조그만 시골 야구장에 가면 어린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운동을 하고 그 지역 주민들 몇 백 명이 가족과 함께 와서 야구를 즐기곤 합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우리나라도 춘천, 천안, 청주 등에 정규야구장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 2군 리그경기를 하면서 지역발전과 저변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왜 '강원도에는 프로야구팀이 없느냐' 합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강원도에 가는걸 힘들어하죠. 강원도민이 160만 정도 밖에 안되니까 일주일에 6번하는 프로야구에 많은 사람들이 관전하기 힘든 현실이니까요. 프로야구에서 소외된 지역 문제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접근해야할 것입니다.


일본의 삿뽀로 같은 경우는 야구단을 유치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서 최근 삿뽀로 돔구장을 만들고 프로야구단 니혼햄을 유치했습니다. 우리 지자체들도 선진국들의 이러한 과정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8. 빙그레 이글스의 창단가입금으로 야구회관을 건립했다고 들었습니다. NC소프트 창단 이후 10, 11, 12구단이 창단될 텐데 가입금 일부분을 ‘선수기금’으로 조성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울러 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창단가입금으로 선수들의 복지, 한국 야구발전을 위해서 사용되는 것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어떤 문제가 있느냐 하면 포스트 시즌까지 합치면 관중들이 650만이 넘게 야구장을 찾고 있습니다만 프로야구는 정부 정책에 있어 큰 관심과 지원을 그 동안 받지 못했습니다.


창단가입금을 모아보아야 얼마 되지 않습니다. 또한, 야구계에는 해야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선수들의 복리후생 문제도 있고, 야구박물관 건립도 해야 합니다. 아마야구와 사회인․동호인야구 등의 저변확대를 위한 지원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현재 체육예산을 살펴보면 체육에 대한 정부지원이 매우 부족합니다. 특히 프로야구는 앞서 언급했듯이 인기가 좋다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예를 들면 사회인 야구단은 미등록 팀까지 계산하면 1만여개의 팀이 있는데 야구장은 전국에 150여개도 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나라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몇 개 따는 것에 목숨 거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시각에서만 스포츠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선수기금을 비롯한 여러 가지 투자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행정당국과 지자체들이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배구장이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해야만 합니다.


선수기금은 프로야구의 경우 게임업체로부터 받는 것과는 별도로 은퇴 후에 대비한 기금조성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시장규모가 커져야 기금조성도 MLB처럼 되겠죠.


그리고 현재 KBO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언로(言路)가 막혀있지만,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선수협회의 활동을 구단의 권위에 반기를 드는 노조활동의 일종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KBO와 선수협회가 소통을 통해서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9. 잠실야구장에 야구박물관이 건립예정입니다. 야구장을 건립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로 야구박물관 유치권을 주는 것은 어떠합니까?


야구박물관은 접근성의 문제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경인지역에 있는게 좋을 것 같고요. 미국 야구박물관은 쿠퍼스타운에 있는데요. 야구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적극성을 띤다면 고려해 봐야겠지요.



☆ 대한민국 ‘야구 인프라’의 현주소


10. 위원장님의 별명이 ‘허프라’입니다. ‘허프라’의 의미는 허구연의 ‘허’와 인프라의 ‘프라’를 따서 만든 합성어입니다. 그만큼 인프라 개선에 힘쓰고 계십니다. 현장에서 보았을 때 야구장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자체 단체장이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표만 쫓아가는 정치를 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대도시에 도심지의 사유지, 국유지가 있으면 재개발을 할 때 공원화 하거나 녹지화 하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파트만 만들거나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면 다시 헐지 못하고 즐겁게 뛰고 놀 장소가 없어지잖아요.


지자체 나름대로 애로가 있겠지만 유소년, 노인들을 위한 체육시설 확충은 국가의 복지정책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직접 참여하는 야구인구의 증가에 따라 턱없이 부족한 야구장의 해결방안 중 하나는 야구와 축구를 같이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예산부족 문제도 좀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접근이 필요 합니다. “스포츠토토”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이 국가 체육예산의 60~7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는 인프라 문제해결은 어렵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스포츠토토 사업이 사행성 산업으로 인식되어 체육 예산으로 편성되지 못 하게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지자체에서 예산을 가져가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현실화 된다면 야구의 경우에는 아마추어 지원을 위한 예산의 60%이상이 없어지게 되고 야구장 인프라 개선 및 유소년 육성사업 같은 저변확대를 위한 사업은 아예 엄두도 못내게 될 것입니다.


11. 남해안 야구벨트를 주창하셨습니다. 4시 4철 접근하기에는 유입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 아닙니까?


프로야구 8개 구단이 해외전지훈련으로 쓰는 돈이 상당히 많습니다. 중∙고∙대학교에서도 겨울에 운동을 할 수 없으니까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돈을 남해안에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에 남해안과 제주도를 묶어서 남해안 야구벨트를 조성한다면 엄청난 경제파급효과를 낼 것입니다.


이미 강진, 남해에는 야구전용캠프가 조성되어 있고 내년에는 통영에 다면의 야구장이 지어질 것입니다. 이 밖에도 익산, 포항야구장이 내년 초까지 완공되고 거제도까지 추가된다면 남해안 벨트의 기본라인이 형성됩니다. 이렇게 남해안 벨트가 조성되면 프로야구단 스프링캠프를 유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소년∙학원∙사회인 야구팀 모두가 남해안을 찾게 되어 남해안 지역경제 활성화와 야구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12. 고척동 돔구장(서남권 야구장)에 대한 논란이 지난 서울시 예산심의 과정에서 있었습니다. 서울시의 재정상태가 어려운데 1407억원이 소요되는 돔구장을 건립하려는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고척동 돔구장 같은 경우에는 근본 취지에서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고척동 돔구장은 프로야구나 국제대회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이 아니에요. 돔구장을 제대로 지으려면 3만석~4만석 이상 규모가 되어야 합니다. 서울이기는 하지만 접근성과 주차시설에도 어려움이 있고요. 아마추어 야구장인 동대문구장을 헐면서 대체 야구장으로 아마야구가 활용할 예정이었습니다. 설계를 변경 하면서 다목적 돔구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지금 의회가 반대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시의회도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2012년에 그 구장에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치르기로 되어있습니다. 그 때까지 완공되지 않으면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됩니다.


☆ 천만관중을 꿈꾸는 한국야구의 ‘개선점’


13. 선수들의 소양과 정신무장, 사회적 기여를 자주 언급하십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선수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작 꽃을 피우지 못한 수많은 ‘젊은 은퇴선수’의 인생2막도 있습니다.


야구계도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예산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면 사회생활에서도 자신감이 생기고, 체력도 따라주게 됩니다. 선수출신들은 체력이 좋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양만 갖춘다면 사회에 나와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시스템, 분위기, 문화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에는 존경받는 스포츠맨들이 많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존경받는 스포츠맨이 많지 않습니다. 연봉이 높은 선수들은 좋은 곳에 돈을 써야 한다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저는 요즘 돈을 많이 버는 후배들에게 자주 얘기합니다. “기부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그래야 후배들이 올바른 길로 따라 온다” 는 말을 해주면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4. 정치가 프로야구에 한발 더 나아가 국민생활체육에 도움을 줘야하는데 요구사항이 있습니까?


정부가 스포츠를 너무 반짝 이벤트로 생각하지 말고, 정책의 주요과제 중 하나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체육정책이 얼마나 중요한가 말씀드렸지만, 스포츠는 체력향상과 심신단련 및 단체활동으로 질서와 규칙을 습득하고 팀웍을 다짐으로써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등 현대인들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등한시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엄청난 의료비 지출은 질병이 발병한 후 지원할게 아니라 예방을 해야겠지요. 예방책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체육활동임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초․중․고의 체육시간이 점점 줄고 있잖아요?  이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체력을 강화시키고 건강을 좋게 한다는 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벽에 막혀 체육수업이 줄어가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최근 직접 경험한 좋은 예가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폐교직전의 원동중학교 야구부를 만들 때 교장을 찾아가서 얘기를 했습니다. 25명 재학 중인 폐교직전의 학교를 특성화 중학교로 만들어 보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이제 특성화 학교가 되겠습니다만 이것이 효시가 되어 폐교 직전의 학교들이, 양궁학교, 국악학교, 발레학교 등으로 파급될 수 있겠지요. 이런 방법으로 시골학교가 폐교가 되는 것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확고한 정책이 무엇인지?’, ‘정체성은 무엇인지?’ 의구감이 들 때가 많아


15. 지난 3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프로야구가 국민들 삶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정치는 매번 국민들의 노여움을 샀던 것 같습니다. 야구인을 대표하여 한국정치와 민주당에 쓴소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스개 소립니다만 정치가 국민들에게 주는 스트레스로 국민들의 건강을 얼마나 많이 해칩니까? 이에 반해 스포츠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과 같은 이벤트로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해주잖아요. 이에 정치권은 반성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에 정통성,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한 것 같아요. 국회의원이 되어 나라보다는 지역구를 위해서 더 노력하고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점들은 국민들이 정치인을 존경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분야별로 전문가를 위한 비례대표제도 실제 그 분야에서 전문성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사를 우선시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 우리나라 현실 정치는 표를 끌어 모아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이들에게 보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야구장 문제 등으로 지자체장들을 만나보면 ‘무엇을 도와주어야 합니까?’ 물으면서 비교적 다른당 분들에 비하면 들으려고 하는 민주당의 40대 젊은 정치인들이 많아 이미지가 참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민주당을 전체적으로 외부에서 보면, ‘민주당의 확고한 정책이 무엇인지?’, ‘정체성은 무엇인지?’ 의구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어느 층을 위한 정당인지도 그렇고요. 정책정당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요. 비전 제시 없이 집권당이나 정부가 하는 일을 계속 비판만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가끔 있습니다.


민주당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제일 못하는 것은 'How To Together'인 것 같습니다. 경쟁을 하더라도 국익에 관련된 것에는 언제든지 뭉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당내에서도 계파간 이해관계 등으로 경쟁과 협력관계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정치권이 안타깝습니다.


16. 프로야구가 출범 30주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프로야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로야구가 지난 30년 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프로야구 관중이 200만, 300만으로 떨어진 사례도 있었던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야구열풍이 지속되기 위해서 야구계가 현재의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프로야구는 각 재벌그룹들이 운영하고 있고, 연간 150억 정도 적자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적자구조를 탈피하지 않으면 프로야구의 안정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삼성이나 LG, 롯데, 한화, SK 등의 대그룹은 자매회사가 많은데, 프로야구단에 어떤 인식을 갖고 대우를 해주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프로야구단은 적자를 탈피할 길이 없습니다. 8개구단이 전경기 관중석을 매진사례로 다 채워도 적자구조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자체이용구장을 보유하면서 네이밍 라이트, 운영권, 광고권 등을 구단이 소유, 확보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구조의 길이 막혀 있습니다.


이러한 적자운영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합니다. 최근에 창원시가 NC소프트에 야구장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사례가 프로야구단이 적자운영을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이라 봅니다.


광주, 대구, 창원 등에 야구장이 지어지는 2015~2016년이 되면, 야구계가 큰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때 즈음 되면, 10개 구단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요. 10개 구단의 구장이 3만석 야구장 운영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도록 해야겠지요.


 


체육계 전체를 위해서라면 진로변화 가능할지도


17. 마지막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허구연에게 ‘야구란 무엇입니까?’


야구는 제 인생 자체로 봐야겠지요. 저에게 야구는 인생의 모든 것을 걸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가족 못지않게 중요한 게 야구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전임강사 되기 직전에 해설을 한것도 그만큼 야구를 사랑했기 때문이겠죠. 사업이나 정계 쪽에서도 제의가 왔는데 야구만 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그쪽으로만 가면 다른 분야와의 균형이 안 맞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에게 ‘야구는 삶 자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제 생각이 좀 바뀌는 것도 있습니다. 밖에서 아무리 체육계 문제를 떠들어도 체육계의 숱한 문제해결은 잘 안되는구나 하는 실망감 누적 때문입니다.


따라서 솔직히 향후엔 진로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체육계 전체를 위한 일이라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겠지요. 야구해설은 언젠가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되겠지만, 그래도 제 인생의 마지막은 해설을 하면서 팬들과 마지막 고별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 보너스 질문!


18. 메이저리그 중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가장 좋아한다” 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국내 구단은 어느 구단에 가장 애정이 가십니까?


특별히 좋아하는 국내 구단은 없습니다. 다만 투자를 많이 하고 야구에 진정성과 애정을 갖는 구단이 좋은 구단으로 호감이 갈 수 있겠지요. 프로야구 출범 후 한결 같이 그런 애정을 가진 팀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요.


최근 구단운영은 SK가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승률도 좋지만, 성적만을 중시하기보다는 야구장을 팬들이 즐기는 장소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SK의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새 구장을 짓는데 300억을 투자한 KIA와 500억을 투자하는 삼성과 같은 구단 모습은 야구인의 입장에서 흐뭇할 수 밖에 없습니다.


19. ‘프로야구 30년 드림팀’을 구상한다면 각 포지션별로 어떤 선수구성을 하시겠습니까?


선발투수 - 최동원, 구원투수-선동렬, 포수 – 박경완, 1루수 - 이승엽, 2루수 - 김성래, 3루수 - 김동주, 유격수 - 박진만, 외야수 - 장효조, 이정훈, 김현수 아니면 박재홍입니다.


20. 역대 프로야구 최고의 감독은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응룡 감독입니다. 자율야구를 처음으로 했던 분이에요. 팀워크를 중요시하고 강한승부사 기질로 우승도 10번이나 했지 않습니까? 최근 최고 성적을 올리고 있는 김성근 감독도 은퇴 후엔 대단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요.


21.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MBC와 삼성戰)은 10회말 이종도(삼성)의 만루홈런으로 승부가 결정되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생각 하실 때 아마, 프로, 국제경기를 통틀어 한국야구의 가장 극적인 장면 3가지는 무엇입니까?


첫 번째는 1982년 잠실에서 열렸던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戰에서 한대화선수의 3점 홈런으로 우승 했던 기억입니다. 그 다음에는 1982년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홈런과 원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김유동의 만루 홈런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인데요. 9회 만루의 위기에서 정대현(SK)이 더블 플레이로 마무리한 것이에요. 상대방 타자 구리엘이라는 대단한 선수를 막아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진행  윤영선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최정은 민주정책연구원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