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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리더쉽 위기의 MB정부

신뢰와 리더십 위기의 MB 정부


 


이명박 정부 집권 3년 3개월, 대한민국 사회는 불신과 갈등, 분열과 분노, 그리고 집단행동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다. 국책사업의 무원칙한 수정·폐기 또는 선정, 국회에서의 대화와 합의의 부재로 인한 입법·예산 날치기통과, 코드가 맞지 않은 시민사회단체와의 갈등… 그 어느 곳도 소통과 화합 그리고 신바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미 민심과 지역여론을 무시한 채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안이 작년에 국회에서 부결될 때부터 이러한 갈등의 단초는 시작되었다. 올해 들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라는 대선공약의 백지화, LH공사 진주이전 확정,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의 대전 대덕 확정 등으로 현 정부의 좌표 잃은 국정운영은 격랑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 4대 국책사업은 지난 민주정부시기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목표와 실행이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통령후보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들이다. 이를 둘러싼 지역간 대결과 갈등이 격하게 일어나고 있고 정책혼선과 불신이 팽배하고 있음이다.



왜 이러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일까? 정부의 불분명한 원칙과 투명하지 못한 결정과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국책사업이 특정 지역의 민심달래기용으로 악용한 것일게다. 여기에는 타당성·시급성·실행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승리를 위해 무비판적으로 남발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점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지금 지역사회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불균형발전 탓에 지역살림이 매우 피폐화하였다. 또한 현 정부의 부자감세 등으로 녹녹치 않은 지역세수와 감축된 지방교부금 등만으로는 살림살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대형국책사업을 유치하려고 사생결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책사업 하나 더 유치한다고 해서 지역살림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지역갈등도 단지 국책사업 유치하고만 직결되어 있는 게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대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자간 불균형,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불균형, 부자와 서민간 불균형 등등... 이러한 불균형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그 실행가능한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도자의 리더십이란 권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공동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시키기 위해 유도·조정하는 지도자의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리더십은 지도자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도덕성(morality)과 합리성을 기초로 하는 효율성(effectivity)이라는 덕목을 갖추었을 때 정상적으로 발현된다. 무엇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거짓이나 사심이 없어야만 한다.


근본으로 돌아가 보면, 오늘 한국 사회의 갈등과 혼란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말처럼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최우선의 것”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국가 지도자가 약속을 깨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해 지도력을 상실하게 되면 그 대가는 안타깝게도 그 한 개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말하자면 지도자의 실패는 비단 개인의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국민의 실패이자 나라의 실패로 귀결된다.


이럴진대, 이명박 정부는 지난 3년 3개월 동안 양식 있는 국민과 시민단체는 물론 야당이 반대의견을 분명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국책사업을 자신의 실적과 ‘그들만’의 세력들을 위하여 밀어붙였다. 그로 인하여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지역간 치열한 반목이 초래되었다. 그때마다 자신은 뒤로 숨고 이미 터진 갈등과 분열을 가라앉히고자 대리인 국무총리를 내세워 담화문을 발표하게 했다. 지난 16일 발표된 김황식 총리의 담화문을 통해 “과학벨트 입지와 LH공사 이전지역이 결정된 만큼 더 이상의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 두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이제는 서로 자제하고, 더 나아가 국민 모두의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하면서 “주요한 현안 사업이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위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약속을 깨고 신뢰를 잃어버린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의지를 얼마나 기대할까?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약속을 깨고 무너뜨린 신뢰에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약속을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했을 때는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함으로써 진정한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약속을 지키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국가균형발전과 통합이 이루어진 행복한 대한민국을 희망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거짓 없는 솔직함’과 ‘사심 없는 실천력’을 가진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문병주(민주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