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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6월이다. 유난히 혹독했던 지난 겨울. 그 겨울의 혹독함은 사람뿐이 아니었다. 소와 돼지 360만 마리가 생매장 되고 조류독감으로 닭. 오리 600만 마리가 살처분 되었다. 3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피해금액과 방역작업을 하던 공무원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비규환의 겨울은 따뜻한 날씨와 더불어 사라졌다. 사람보다 더한 모성으로 수많은 생명이 스러지는 현장의 비장감을 드러낸 갓 태어난 송아지와 어미소의 눈물겨운 마지막 또한 신문지면에 박제되었다. 정부는 지난 4월 3일 충남 홍성지역에 내려졌던 가축이동제한을 해제하면서 ‘구제역 파동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가축의 이동이 가능해지면 출하 및 재입식, 배설물처리가 가능해진다.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지 126일 만이다. 구제역의 고통은 끝난 것일까?



포천지역의 구제역 매몰지. 두꺼운 비닐커버로 잘 정비되어 있다


구제역. 소, 돼지와 같은 발굽이 두 개인 우제류에서 발생한다는 제1종 법정 전염병으로 치사율이 5~55%에 육박한다. 감염이 되면 고열이 발생하고 입과 발굽에 물집이 생기고 일어서거나 먹지 못하며 다량의 침을 흘리는 증상을 나타낸다. 식욕부진과 움직임이 둔화되고 다리를 질질 끄는 행동을 보이다가 죽게 된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으며 백신을 이용한 예방법이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전염범위는 반경 250Km에 이르며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양해서 동물, 축산물 국제교역 최대의 규제대상이다. 한국에서는 1934년에 첫 발생하였고 66년흘러 2000년 경기도 파주 지역에서 발생, 충청도 일대까지 피해를 입혔다. 국제적으로는 2001년 영국에서 발생하여 1000여 만 마리가 도살되고 1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피해액을 기록하였다.(각종 자료 재구성)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한반도 구제역 킬링필드의 출발점이다. 와룡면 곳곳에는 서현단지의 재입식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서현양돈단지 입구. 경비초소 역할의 컨테이너 박스안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를 하던 아주머니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핏빛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축사는 텅 비어있었다. 인적 또한 없다. 축사에 묶인 개 두 마리가 낯선 이방인을 반겼다. 큰소리로 경계의 목청을 울려야 할 개가 꼬리를 흔들었다. 사람이 반가웠던 것일까? 수 만평에 이르는 양돈단지 끝자락에서 한줄기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초로의 부부가 재입식을 위해 축사를 청소하면서 나온 쓰레기를 태우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이후 40년 넘는 세월을 돼지와 함께 했다"는 그에게서 전반적인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경북 안동 서현양돈단지 내부. 두꺼운 철문에 출입금지 문구가 걸려있다


자신이 "첫 구제역 의심신고를 했다"며 초기방역에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정부가 발표한 구제역 발생 시점은 지난해 11월 29일. 서현양돈단지내 농장주 Y씨가 첫 구제역 의심신고를 한 것은 정부발표보다 6일 빠른 23일이었다. “항체와 항원에 대한 개념을 아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그는 "첫 신고시점에서 방역활동을 강화했더라면 초기에 소멸될 수 있었다"고 했다. 초기대응 실패는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과 2002년 발생한 구제역을 토대로 2003년 농림수산식품부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가 발간한 는 "간이항원키트를 이용한 신속한 진단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서 구제역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확진할 수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보도자료 부분인용)



서현단지 내부의 돈사 일부. 이곳에서 수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된다


8년 세월이 흐른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간이항원키트는 현재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 중이다. 신속하게 구제역 신고에 대처해야 하는 각 지역의 가축위생시험소에는 감염 1~2주가 경과되어야 진단이 가능한 간이항체키트만 배포되어 있을 뿐이다". ‘단지 내 축산업 동료가 베트남 여행을 다녀와서 국내 입국 시 소독 조치를 하지 않아 바이러스가 전파되었다’는 정부의 역학조사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문을 표했다. “구제역 발병이후 철저히 통제된 국립종축장(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국립종축장)구제역 발병에 대해서 그들은 공기감염이라고 주장한다. (안동지역 구제역에 대한)역학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 동료에게 접촉에 의한 구제역 발병이라고 책임을 전가한다”고 비판했다. 통제가 엄격한 국립종축장은 역학조사가 불가능한 공기감염이고 (이번)구제역 발병은 역학조사가 불가능함에도 축산농가의 접촉에 의한 감염으로 몰아가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구제역 원흉으로 지목되어 한사람의 인생이 파탄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정부 발표가 사실이라면 지난해 11월 초 구제역 유입자로 지목된 K씨와 4박5일간 베트남을 다녀 온 또 다른 K씨의 소 또한 ‘살처분의 대상’이 되었어야 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여행을 한 농장주들’에게 ‘선택적’으로 구제역이 발병되었다며 "구제역 발생 원인이 베트남 바이러스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첫 구제역 발생지로 알려진 경북 안동의 서현양돈단지 전경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발생 초기인 지난 11월 30일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 결과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안동 바이러스’와 유전적인 관련성이 높은 바이러스는 2010년(1월~5월) 한국. 홍콩. 일본. 러시아에서 발생했던 바이러스이며 ‘베트남 바이러스’는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립검역원은 역학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베트남 여행을 근거로 ‘베트남 바이러스’라고 확고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강화 바이러스(2010년 상반기 김포, 강화에 구제역 발병)’의 재발일 가능성을 초기에 고려만 했어도 ‘전국적인 방역과 백신접종시기가 앞당겨지는 등 방역정책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보도자료 부분인용)



서현양돈단지 입구에 걸린 재입식 반대 현수막


구제역 예방에 효과가 있는 백신접종을 왜 상용화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구제역 청정지위국’이라는 ‘명예’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백신을 투여하면 보균돼지가 되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돼지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수출하는 것은 지금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축산물 수입이 수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의 경우 백신을 접종해 막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백신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없어지지만 환경이 변하면 다시 발병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축산물 수출에 어려움이 생긴다. 구제역은 근절의 대상이고 청정단계로 가는 것이 목표’ 라고 했다. ‘구제역 청정지위국’의 명예가 멍에가 된 현실이다.


피해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1차 보상은 끝났으나 2차 보상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도 힘들 것”이라며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축산농가에게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갈수록 축산업 하기가 힘들다”며 “주민들의 민원과 축산부지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같은 장소에서 10년 이상 축산업을 하면 발병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축사를 이동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장은 “내년도 출하를 위해서 재입식을 준비해야 하는데 인근 주민들의 재입식 반대민원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정당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냐?"는 질문에는 소이부답(笑而不答). 말이 없었다.



안동지역의 구제역 매몰지. 이곳 또한 잘 관리되고 있었다


시민단체나 일부에서 우려하는 침출수 등 2차 피해가 궁금했다. 구제역 피해농가 상당수가 축사내부에 매몰지를 마련했다. 매몰을 위해 외부이동을 할 필요도 없고 일반인의 통제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현농장도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단지부근에 매립했다’고 했다. 서현농장을 나와 근처에 산재한 매몰지(전국적으로는 4,700여곳)를 둘러 보았다. 접근금지 표식이 바람에 나부꼈다. 매몰지를 알리는 안동군수의 안내표식이 듬직하게 박혀 있었다. 두꺼운 비닐포장이 매몰지 상부를 덮고 있었다. 군데군데 돌이 놓여 바람에 포장이 날아 가는 것을 방지하고 띠를 묶어 2차 방지를 하고 있었다. 밑바닥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확인이 불가능했다. 매몰당시에 밑바닥에 비닐 등으로 바닥 위를 덮어 동물사체와 흙의 직접접촉을 방지하게 되어 있지만 일부에서는 ‘급작스러운 사태에 서둘러 매몰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침출수 유출  매몰지를 찾아 3일 동안 30여 곳의 매몰지를 둘러 보았지만 걱정스러운 현장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담당 공무원들의 사후 관리도 나름 철저했다. 며칠마다 둘러서 현장점검을 하는 지 순찰함에 담당 공무원들의 사인이 적혀있었다.



대규모 양돈장이 있는 영천시 산수골 농장 인근. 이곳 또한 인근주민들의 재입식 반대가 심하다


대규모 양돈업을 하는 영천시의 산수골 농장으로 향했다. 최신형 네비게이션도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근처에서 20여 분을 헤매다가 논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다. 산속으로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마을 끝자락의 동네 뒷산 같은 곳에 길이 있었다. 산을 깎아 만든 길을 지나 한참을 들어가니 1차 검문소를 겸한 방역시설이 있었다. 다시 굽이굽이 길을 따라갔다. 덜컥 겁이 났다. 이런 곳에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사람이 있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았다. 얼마를 지나자 파란 지붕을 한 대규모 시설이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연락을 취해보았지만 관계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 농장 시설을 정비하는 인원이 있을 뿐이었다. 이곳 어딘가에 2만 5천 마리의 돼지가 묻혔다. 사람을 피해 골짜기로 들어 온 돼지도 구제역을 피하지 못했다. 살처분을 피하지 못했다. 농장 초입에서 70대 어르신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농장 자리에)논과 밭이 있었는데 산돼지나 동물들에 의한 피해가 심했다”며 “6~7년 전에 평당 1만 몇 천 원씩 주고 논을 사주기에 너도 나도 처분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돼지농장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3년 공사하고 3년 동안 돼지를 사육하다가 이번에 큰 일이 났다”는 것이다. “며칠 동안 굴착기 몇대가 들어가서 밤새 매몰 작업을 했다”고 구제역 파동 당시를 설명했다.


“재입식을 반대하느냐?”


“잘 모르겠다. 냄새도 나고 엄지 손톱만한 파리가 날아 다녀서 겁이 난다”


엄지손톱만한 파리? 근처 그늘진 곳에서 만난 10여명의 할머니도 같은 말을 했다. 나이가 80이 넘으신 할머니 세분이 과장된 몸짓으로 큼지막한 파리 얘기를 하셨다. 젊은 세대의 반대 의견은 명확했다. “돼지농장 때문에 냄새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 하천이 오염되고 외부 손님이 줄어들어 지역경제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곳곳에 재입식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표현대로라면 돼지가 갈 곳은 없었다.



강원도 인근의 한우 전문 음식점 광고판


강원도는 어떨까? 피해가 덜하다는 한우, 젖소 농장을 찾았다. 백신접종이 상대적으로 빨랐고 돼지에 비해 대규모 축산이 덜한 젖소나 한우는 (구제역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속도가 빨랐다. ‘봄철 우유파동 조짐이 있었지만 큰 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재입식 또한 안정적이어서 전국적으로는 구제역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했다. 현장의 소리는 온도차이가 있었다.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여름이 일찍 찾아와서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가을에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으며 메이저 우유업체들은 건재했지만 마이너업체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농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우유를 가져가는 ‘축유권’이 젖소마다 정해지는데 이 ‘축유권’에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했다. 또한 "젖소는 고온과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여름 날씨와 장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가을 수급불균형이 결정된다(통상적으로 여름에는 우유생산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곳곳에 빈 우사가 있었고 사료값 인상과 한우 소비 위축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송아지 가격 또한 급등하여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횡성 한우 전문 음식점의 텅 빈 판매대. 구제역 이후 한우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한우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 횡성 제2청사 앞의 한우 전문 음식점을 찾았다. 테이블은 20여개. 두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쪽은 냉면을, 다른 한 쪽에서만 고기를 굽고 있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구제역 발생 이전에 비해서 매출이 50~60% 떨어졌다”고 했다. “산지 출하 가격은 떨어졌어도 실제 소비자가 가격하락을 느낄 수 없어서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산농가와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구제역 파동. 구제역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되었을까? 정부는 지난 5월 ‘축산업 허가제와 구제역 매몰보상금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세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안에 의하면 연소득 6,0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전면적인 허가제가 도입되고 농가의 귀책사유에 따라서 최대 80%까지 보상금을 감액하기로 한 것이다. 소의 경우 50마리, 돼지 1,000마리, 닭 3만마리, 오리 5,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축산농가는 의무적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구제역 등으로 인한 매몰처분 시 음성 농장에만 100% 보상을 하고, 양성인 농가는 80%, 신고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축산 농가는 전염병 발생 가능성의 책임을 물어서 보상금을 80%까지 감액한다’는 것이다. 또한,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출입기록을 관리하지 않는 등 방역 의무를 소홀히 한 축산농가도 최대 60%까지 보상금을 감액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책임도 강화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매몰 보상금의 20%를 분담시키기로 했으며 연소득 6,000만원 이상의 전업 축산농가들의 구제역 백신비용의 절반을 부담시키기로 함’에 따라서 돼지 1,000마리를 사육하는 농가의 경우 년간 46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보도자료 재구성)



횡성한우 동상. 강원도 횡성 한우로.


정부의 ‘축산업 선진화’방안에 대해서 축산업계와  축산농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마디로 ‘책임전가용’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하고 구제역 파동의 책임을 축산농가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떠들고 전봇대를 뽑는다더니 축산농가에게 대못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산 현장에서는 '규제를 위한 허가제 도입이 우선이 아니라 검역 및 방역 시스템 정비가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횡성에서 만난 한 축산업자도 “2010년(상반기) 구제역이 종식되면서 간이키트에만 의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간이키트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방역에 태만했다. 축산농가에서 직접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신고해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기간에 대응만 잘했어도 구제역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의 구제역 최초 의심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간이항온키트로 검사만 했어도 '대재앙의 구제역 파동을 조기에 진압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구제역 청정지위국 유지를 위해서 백신투여 시기를 우왕좌왕한 책임 또한 있다”고 했다. 이번 발표가 ‘축산업 선진화 방안이 아니라 축산업 규제방안’이라는 반발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정부의 구제역 파동에 대한 책임소재가 축산농민에게 있다는 인식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 때문에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구제역 바이러스를 농민들이 확산시켰다는 논리이다. 또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해 12월23일 “다방농민이라는 말이 있다. 모럴해저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말을 한 세미나에서 해 농민을 분노하게 했다.


현장의 축산농가들은 밀식사육에 대해서 ‘과학적’이라며 ‘구제역의 원인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공장식 축산업(밀식사육)이 동물을 학대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축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동물들의 복지기준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을 장려하고 있는 아이러니는 역설적으로 ‘공장식 축산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밀식축산’이 구제역의 원인이라면 노무현 정부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노무현 정부는 시장경쟁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주장하며 FTA를 주도, 개방정책을 진두지휘했다.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입안된 ‘농정로드맵 10년’은 ‘한국 농업의 미래는 대규모 기업농, 수출농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시장경제주의자들은 한국 축산시스템을 ‘공장형 축산’으로 설정하여 소규모 자족형태의 축산업을 중앙집중식 기업형 축산으로 방향 전환시켜 특정지역을 ‘축산업 클러스트’化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전국에 산재한 ○○한우, ○○한우 등  한우브랜드들이 이때부터 성장한 것이다. 이에 반대하여 축산시스템을 분산 배치형태의 소형 유기축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은 관계부처 장관에 의해 좌절되었다. (보도자료 부분인용)



경기도 인근의 한우 농장의 소. 바코드에 의해 성장부터 도축, 유통까지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가 ‘50년 이래 최악’이라고 평가한 한국의 구제역. 구제역 파동의 원인을 한국 정부의 잘못된 대응체계로 지적한 사실을 정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360만의 생명이 사라지고 3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실패에서도 배우지 못하고 반성과 비판을 외면하는 정부를 우리 국민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느 초등학생의 그림일기장에 그려진 구제역 삼행시에 그 해답이 있다. "구해주세요. 제발. 역부족이다". 초등학생 눈에도 이번 구제역은 (정부의) 역부족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초등학생의 구제역 삼행시


 


 


사진. 글   윤영선 민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