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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는 전.월세 상한제

다시 생각해보는 전월세 상한제


 


1. 끝없이 치솟는 전월세 값, 정부의 실효성 없는 대책


전․월세 가격의 오름세가 끝이 없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6월 전국의 전세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하여 2003년 5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월세의 경우에는 전년 동월대비 2.8% 상승하여 1996년 10월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더데일리, 7.3일자) 당연히 집 없는 서민들의 설움과 분노도 함께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만 살펴보면 정부는 금년에만도 6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 1.13, 2.11, 3.22, 5.2, 5.30, 6.30 대책들이 바로 그것들인데, 이들 대책에는 두 번의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을 포함하여 정부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매매 활성화 대책들이 들어 있다는 평가다.(머니투데이, 7.1일자) 그러나 전월세 값은 정부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했고 정부가 기대했던 주택거래는 전혀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 전월세 시장에 몰린 수요가 매매로 전환될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이 틀린 셈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명확한 전월세 대책보다는 막연하게 주택거래 활성화와 전월세 시장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상반되는 정책들을 함께 내놓음으로써 활성화와 시장안정 그 어느 것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 민주당의 진단과 해법(민주당정책위 보도자료, 6.6일자)


민주당이 진단한 전월세 폭등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공급측면에서 소형주택과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부족이다. 전월세는 투기수요나 사재기가 없어 조금만 수급 불균형이 생겨도 가격이 급등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임대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물량은 줄이고(‘09년 공공임대 주택 건설은 9.0만호로 ’07년 대비 21% 감소) 분양물량은 늘리는(‘10년 공공분양 건설물량은 7.4만호로 ’07년 대비 42% 증가) 잘못된 주택정책을 펴 온 것이다. 또한, 뉴타운․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재건축 소형 의무비율 폐지 등)로 인한 임대주택 건설의 감소와,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기조와 집값 안정세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임대인들의 대폭적인 전세→월세 전환도 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었다.


둘째, 수요측면에서 여러 원인에 의한 전월세 수요의 급증이다. 우선 무분별하게 지정한 뉴타운(이명박 대통령 서울시장 재임기간 중 35개 지정, 김문수 경기지사 21개 지정),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최근에 동시에 추진되면서 이주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른 주변지역의 전월세난과 가격상승이 초래된 점이다. 또한, 향후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심리, 상대적으로 저가인 보금자리 주택을 기대하며 주택매입을 보류하는 경향 등도 전세 수요를 증가시켰다.


셋째, 정부정책의 실기이다. 2년 전부터 전월세 가격이 계속 상승하여 전문가들과 민주당(이용섭 의원(‘09.9), 박영선 의원(’10.9), 조경태 의원(‘11.1)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 등이 정부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하였으나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가 전월세 가격이 한참 폭등한 금년 초에 이르러서야 허겁지겁 2차례의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매우 의심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당론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박영선 의원 대표발의, ‘11.2.18)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 도입이었다. 즉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계약 갱신 시 증액요구는 약정한 전월세에 대해 연간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한편, 인상률 상한제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후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 등 민간임대시장 안정화 정책과 더불어 공공임대주택 확대(물량 확보, 주택바우처 도입 등), 저렴임대주택 재고 관리(멸실주택 재고 관리, 순환재개발방식 의무화 등), 민간임대주택 대안 육성(원주민 임대주택 금융세제지원, 중소규모 동네 밀착형 임대주택 개발, 전세금보증센터 운영 등) 등 주거복지정책 기본방향도 발표(‘11.6.6)했다.


 




3. 전월세 상한제를 둘러싼 논쟁


그러나 민주당 등 야5당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도입하고자 했던 전월세 상한제는 4월과 6월의 임시국회에서 여야의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입되지 못하였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상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일치된 당론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가 단기적인 큰 폭의 임대료 인상과 중장기적인 민간 임대주택 공급 축소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1989년 전세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전세값이 폭등했던 점과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OECD 평균 11.5%보다 크게 낮은 4.8%에 불과해 민간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상한제의 전제조건이 투명한 가격 공개인데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점도 반대의 이유로 들고 있다. 논의 초기단계에서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임대료상한제를 도입한 나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 제도가 마치 좌파적 정책인 것처럼 호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상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기 시작한 후에는 제도의 전면 도입보다는 상승폭이 특히 큰 지역을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부분적으로 도입하자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제도를 도입하기에 절호의 기회였던 6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은 갑자기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빅딜하자고 주장함으로써 법안 처리를 무산시켰다.


한편, 민주당은 1989년의 경우 정부의 사전 준비 부족으로 부작용이 컸으므로 이번 제도 도입 시 사전에 보완책을 잘 마련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1년 계약갱신 청구기간을 5년으로 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정 당시 우려와는 달리 85% 가량은 보증금이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 예로 들고 있다. 비록 전세 제도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제도이고, 사적인 경제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아무 대안도 없이 천정부지로 솟는 전월세 가격을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5%상한도 이미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이고, 제도도입의 지역적 범위도 전국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관리지역을 지정하면서 도입하는 것보다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과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인위적인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좌파적 정책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4. 선진국의 예와 우리 국민들의 생각
 
서채란 변호사(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와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전월세 상한제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 따르면 독일은 사회주택에는 금액상한제, 민간주택에는 인상률상한제를 도입하고 있고, 영국은 공정임대료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임대료 증가율이 전국건축비지수 상승률의 8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4.8일자)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캐나다의 경우도 분명한 임대료통제(Rent Control) 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 예로 온타리오州는 1975년부터 법률을 통하여 최대 임대료인상률을 설정해주고 있는데, 1975년에 8%이던 최대 인상률이 계속 낮아져서 2010년에는 2.1%, 2011년에는 0.7%에 그치고 있다. 임대료 인상은 1년에 한 번만 할 수 있는데, 인상하는 경우에는 90일전에 서면으로 통보하게 되어 있다. 브리티시콜럼비아州의 시스템도 비슷한데, 2010년 3.2%, 2011년 2.3%의 상한이 설정된 바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점은 전세제도가 비록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여서 다른 나라와 완전한 수평비교는 어렵다 하더라도 어차피 전세 값 인상과 임대료 인상은 논점에 있어서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한편, 우리 국민들의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할까? 금년 2월27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5당과 참여연대가 여론조사 기관인 우리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한 전화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매우 지혜로운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민주당이 내놓은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해 응답자의 73%가 찬성했고, 세입자에게 추가로 계약갱신 권한을 주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8%가 찬성한 것이다.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공정임대료 제도도 80%가 찬성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의 70%가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5. 글을 맺으며


전월세 상한제의 모든 논점을 다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논의가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봐도 전월세 상한제는 대체로 합리적인 제도이다. 그리고 글로벌한 제도이다. 여러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급격한 임대료 인상에 의한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자유시장경제에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홍준표 의원도 4월 국회의 한 토론회에서 “헌법에도 자유시장 경제논리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119조 2항에 명시돼 있다”, “처음에 혼선이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 내 시장주의론자들 때문이었다”, “전월세 상한제를 추진하도록 하겠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이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찬성 여론이 높은 정책은 시행할 경우 국민들의 정책수용도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저런 이유로 머뭇거리고 있는 순간에도 전월세는 계속 상승하여 집 없는 서민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우선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파생되는 문제점들은 법개정을 통해 해소해가면 된다. 주택가격의 하락이 더 걱정이라든가 현재의 전세 값 고공행진이 전세제도가 사라지기 직전의 현상이라든가 하는 지적들은 현재 서민들의 절박함을 생각할 때 상대적으로 한가한 논의일 수밖에 없다. 국회가 열리는 대로 지체 없이 이 제도를 도입하자. 아니 가능하면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해 원포인트 국회라도 소집하자. 새로운 한나라당 지도부의 전향적인 결단과 협력을 기대해 본다.


 


정성표 민주정책연구원 행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