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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변하고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변하고 있는가?



지난 재보궐선거의 승리가 민주당의 ‘자력에 의한 승리’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주위에 많지 않다.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말하자면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패배이고, 그 저변에는 MB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주요한 기제로 작동하였다는 점에는 기본적으로 시각이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의 확실한 승리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포함한 범 민주진보진영의 ‘변화’와 ‘혁신’이 요구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듯 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소 유보적인 표현을 쓴 것은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2011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존 코터(John P. Kotter)가 제시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조직내부에서 위기의식을 얼마만큼 공유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시점을 과거로 돌려 살펴보자.


2004년 총선패배의 충격을 한나라당은 집권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이대로 가면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5년 2월, 한나라당은 ‘공동체 자유주의’ 이념과 ‘중도실용주의’ 노선, ‘나라 선진화’의 비전을 내용으로 하는 2007년 승리를 위한 당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혁신방안의 모두(冒頭)는 「위기의 한나라당 “우리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자”」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였다.


그렇다면 민주정부 10년간 집권여당을 자임하는 민주당은 어떠할까? 민주당 특대위, 열린우리당 혁신위, 민주당 쇄신특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시도가 있었다. 과연 그 결과와 성과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연이은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총선의 참패 당시 느꼈던 위기의식의 강도는 얼마만큼 지속되었던 것일까? 혹시나 지금 이 시점에도 우리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의 승리에 젖어 막연한 총선승리의 전망에 기대어 ‘변화와 쇄신’의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그러한 노력을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질문은 최근의 통합과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혹시나 다가오는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교체하여 법과 제도의 정비가 가능할 정도의 압도적 승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승리의 전망도 담보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이 재집권하게 되면 그들은 자신의 집권을 영속화하기 위한 온갖 도발을 거리낌 없이 할 것이며, 향후 민주진보세력의 집권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절박감을 민주진보진영은 과연 제대로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통합의 경로와 방식에 대한 지루한 공방, 상대방에 대한 양보와 굴종의 강요, 구원(舊怨)에만 집착하면서 자신의 생**을 도모하거나 자기 영토만을 확장하려는 양태를 보여주면서 민주진보진영은 과연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위기의식의 공유야 말로 변화와 혁신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변화와 혁신을 향한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 한 채 기득권에 집착하거나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거나 말의 성찬으로만 끝날 때 국민들은 더 이상 우리를 믿지 않게 된다. 총선과 대선 승리라는 우리 앞에 놓인 절체절명의 지상과제는 달성하지 못하게 되고, 이 경우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과연 우리는 변화와 혁신을 할 각오를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이 느꼈던 위기의식과 변화와 쇄신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제 우리 모두가 답할 때다.


 



박일환(민주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