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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혁의 핵 - 검찰개혁

권력기관 개혁의 핵 - 검찰개혁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변호사)


1. 긴급한 개혁과제로 부상한 검찰개혁


검찰이 한국을 지배한지 오래이다. 검찰은 형사절차상의 권한을 바탕으로 정치를 포함하여 한국을 지배해 왔다. 정치권력과 함께 국가를 통치한 것이다. 정치권력은 정권의 안보를, 검찰은 자신의 권한 확대를 적극적으로 꾀하였다. 검찰의 정치적 편향이 계속 지적되는 이유이다.


정치권력은 정권의 안보를 위하여 과거 일제 때부터 내려온 형사사법시스템을 이용하였다. 해방 이후 우리는 형사사법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때 우리는 첫째,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했어야 했다. 조선인들은 일제시대 모든 권력기관이 총독의 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조선인을 탄압하는 것을 목격했다. 조선인의 자유와 권리가 총독의 이름아래 탄압당한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권력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둘째, 권력기관을 적절하게 분산하고 이들 사이에 견제와 감시시스템을 구축하였어야 했다. 일제시대 권력기관 사이의 권한분산과 견제시스템이 없어 법원조차도 조선인의 인권을 탄압한 역사를 겪었기 때문이다. 셋째, 가장 중요하게 국민을 형사절차상의 주체로 인정하고 방어권을 인정함으로써 권력기관을 견제, 감시하도록 했어야 했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인은 형사절차상 아무런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그 결과 조선인의 인권은 형편없이 유린되었고 수사나 재판에서 권력기관의 위법, 부당한 권한행사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국민이 무권리 상태이면 권력기관은 통제되지 않는다. 권력기관의 통제는 국민이 직접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최초 제도 설계자들은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 해방 당시의 혼란과 민족 분단, 가난, 짧은 지식, 권력투쟁 등이 원인이 되어 일제시대 사법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정치권력이 국민주권주의를 무시하고 국민들을 통치의 객체로만 생각한 것이 원인이다. 법조인들이 일본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제도는 한번 성립하면 계속 유지되는 법, 식민지 사법은 한국사회가 민주화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사법개혁, 검찰개혁의 요구는 겨우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사법개혁은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을 거쳐 참여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되어 상당한 성과를 냈다. 거의 전국가적인 역량을 동원한 결과이다. 최소한 형사절차에서의 일제 잔재는 어느 정도 청산하였고 현대 인권법의 내용을 받아들였다.


참여정부는 사법개혁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검찰개혁을 시도했다. 검찰은 형사절차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따라서 사법개혁은 항상 검찰개혁을 포함하고 있었고 검찰개혁은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인권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검찰권한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면서 검찰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의도하였다. 하지만 검찰 개혁은 부분적으로 성공했을 뿐이고 전체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검찰의 저항과 참여정부에 대한 야당의 반대, 소수파 정권의 한계, 진보세력의 분열 등이 원인이었다.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그 실패 때문에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극적으로 알리게 되었다. 통제받지 않은 권력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한번 국가적 과제로 된 과제는 해결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시도될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이 3개의 정부에서 시도되었듯이 검찰개혁도 참여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물론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단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회의 시도는 여전히 검찰개혁이 국가적 과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검찰개혁은 긴급한 개혁과제로 부상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사회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 검찰의 실태는 어떠하고 왜 개혁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검찰개혁 과제의 세부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2. 검찰의 실태


(1) 정치권력의 행사


검찰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검찰은 국가, 정치권력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즉, 국가 유지의 합법적인 물리력의 핵심인 것이다. 검찰은 경찰과 정보기관 역할을 순화하고 합법화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처럼 군과 경찰, 정보기관을 동원한 무단통치는 현대화된 민주사회에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법치주의 때문에 검찰이 통치의 핵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여기에 더 나아가 검찰이 법률적으로 경찰을 수하에 둔다. 따라서 검찰을 장악하게 되면 사실상 통치기구를 전면적으로 장악하는 것이 된다.


우리가 경험한 바와 같이 군부독재나 권위주의 정부가 통치하기 위해서는 반대 정치인에 대한 탄압이 필요하다. 반대파 정치인을 파렴치한 잡범으로 만들어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수사와 재판이라는 형사절차를 동원하는 것이다. 합법적인 수단을 통한 탄압인 것이다. 이 역할을 검찰이 담당한다. 여기에 더하여 만성적인 권력형 비리나 정경유착 등 부정부패, 정치권의 구조적인 금권선거 풍토는 사정기관으로서의 검찰의 권한을 더욱 확대한다. 정치가 개혁되지 못하면 그 역할을 검찰이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검찰은 민주화운동이나 사상운동을 탄압하면서 정권안보에 적극 기여해 왔다. 민주화 운동이나 사상운동의 발흥은 군부독재나 권위주의 정권에게는 위험요소이다. 정치권력이 이를 탄압하는데 검찰이 동원된다. 민주화 운동의 발흥은 검찰이 사상검찰 시스템을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개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권력을 직접적으로 옹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사상운동에 대한 대응은 일본에서는 사상검찰로, 한국에서는 공안부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검찰은 민중생존권투쟁에 대한 수사를 통하여 정치권력의 안보를 보장해 왔다. 노동자, 농민의 투쟁은 권위주의체제를 항상 위협하였다. 체제를 위협하는 민중생존권투쟁에 대한 대응은 법률을 동원한 가혹한 탄압이다. 구조적으로 약자의 위치를 강요받아온 사회적 약자들이 이를 깨고 떨쳐 일어섰을 때 검찰은 이를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처벌한다. 한국에서 법치주의는 인권보장이나 민주주의와 관련 없는 개념이고 심지어 인권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의 법치주의는 인권친화적 법치주의가 아니라 폭력친화적 법치주의의 성격을 갖는다. 검찰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모두 법률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그 결과는 항상 체계적, 폭력적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특유의 폭력적인 법치주의의 완성에 검찰이 기여한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역할은 이와 같이 반대 정치인, 사상운동, 민중생존권투쟁에 대한 탄압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정치권력은 자신의 안보를 유지했고 검찰은 자신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검찰의 정치적 편향은 이제 만성적이 되어 정치권력을 통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 민주주의 운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는 환경운동에 대한 수사, 미네르바나 PD수첩에 대한 수사, 그리고 용산사태나 쌍용자동차 사태 등이 그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권한은 더 나아가 입법부와 행정부를 조정하는 데까지 발전하였다. 이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검찰이 반대를 하자 검찰출신 국회의원들이 야당과의 약속을 파기하면서까지 반대를 했다. 그리고 청와대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였다. 검찰의 정치적 힘이 한국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2) 형사절차의 주재자, 지배자


검찰은 수사의 주재자, 지배자이다. 검찰은 수사기관으로서 수사의 시작, 수사 방법선택, 구속영장신청여부, 기소여부 선택(기소편의주의), 공판절차에 대한 관여(공소유지), 재판의 집행, 형사재판 이외에서 국가의 대리 등 법률상 권한행사를 통하여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가 없는 막강한 권한의 초집중 현상이다. 여기에 더하여 재판 과정에서의 브리핑, 피의사실 공표, 소환사실의 공표 등 비제도적인 권한을 통하여 수사 및 재판과정을 지배한다.


검찰은 수사의 주재자, 지배자이다. 스스로 수사를 하여 수사를 지배하기도 하지만 경찰에 대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여 수사를 지배한다. 수사지휘권을 통한 경찰의 지배는 사실상 수사의 지배에 그치지 않고 경찰의 전면적인 지배를 의미한다. 그것이 가장 극명한 형태는 1971년에 발생한다. 수도경찰의 총수로 30살의 이건개 검사가 발탁된 것이다. 검찰의 경찰지배는 원래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으로 의도된 것이었다. 경찰의 문제를 검찰의 권한강화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경찰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 검찰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고 지금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은 검찰의 권한강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은 원칙적으로 피의자·피고인의 권한을 강화하고 변호인을 확충하여 해결하여야 한다. 국민은 방어권의 주체이기 때문에 아무리 피의자·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공권력의 위법과 남용을 고발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국민이 감시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나아가 경찰의 감찰기능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재판기관인 법원의 권한을 강화하여 해결했어야 했다. 검찰이 기소기능을 가지고 경찰의 수사를 견제, 감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권마저 갖고 있으면서 경찰을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문제이다.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어 검찰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수사를 지배하는 자는 재판까지 지배한다. 현재 한국의 형사사건의 99%는 유죄이고, 서류재판인 약식명령을 제외한 정식재판사건에서도 97%이상이 유죄이다. 형사재판은 아직까지도 검사의 수사결과를 확인하는 장소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수사를 지배하는 자는 재판도 지배한다.


구속영장 신청권은 검찰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막강한 권한이다. 신체구속은 당사자의 사회활동과 방어권행사에 결정적인 장애를 초래한다. 구속으로 인하여 허위자백에 이른 수많은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검찰은 구속영장 신청권을 독점함으로써 경찰을 직접지배하고 법원을 간접적으로 통제했다. 민주정부 들어서서 구속영장 발부건수가 줄어들기 전까지 검찰은 구속영장을 통하여 형사절차를 지배해 왔다. 민주정부 들어서서 구속영장 발부건수는 급격히 줄었다. 한국의 구속영장 발부건수는 1996년 141,540건에서 2009년 42,732건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영장발부율은 1996년 82.1%에서 2008년 66.6%로 떨어졌다. 사법개혁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의 영향이다. 불구속수사와 재판의 확립은 검찰권한의 견제와 바로 연결된다. 불구속수사와 재판의 확대로 구속에 관한 검찰의 권한은 약해졌다. 구속자수는 계속하여 줄어들어야 한다. 국민의 방어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한편, 여전히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함으로써 경찰에 대한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평등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3) 정치권력 행사와 형사절차 주재자의 결합


검찰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근본적인 힘은 형사절차의 주재자, 지배자로서의 지위에서 나온다. 검찰은 이 양자의 권한을 바탕으로 자신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다. 양자의 권한은 상호 보완, 상승의 관계이다. 그 결과 우리는 검찰권한에 대한 견제와 감시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검찰권한 행사에 대하여 견제와 감시를 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은 축소되기 마련이다. 검찰은 커지지만 국민은 작아진다.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이다. 다른 권력기관에게 검찰의 권한을 주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 아니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보장을 위하여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검찰권한 행사에 대하여 견제와 감시를 하지 못하게 되면 검찰의 권한남용, 위법행위, 비리나 부패를 견제하지 못한다. 검찰의 권한남용이나 위법행위는 이미 많이 확인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 미네르바나 정연주 사장에 대한 재판 등에서 충분히 확인하고 있다. 검찰의 비리도 검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는 그 극단적인 형태이다. 그동안 검찰만큼 깨끗한 공직자가 없다고 검찰이 주장해왔다. 하지만 견제와 감시가 없으면 어떤 조직이라도 부패하기 마련이다. 스폰서 검사나 그랜저 검사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의 비리이면서 검찰조직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죄의식이나 제지 없이 스폰서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고 구체적인 사건에 개입하였다. 내부 감찰기능과 외부의 견제, 감시시스템이 완전히 없거나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4) 정치적 중립과 독립 사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는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검찰은 마음대로 반대파 정치인이나 민주화운동, 민중생존권투쟁에 대하여 탄압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같은 다른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도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검찰의 비리를 수사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검찰의 독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검찰은 행정부의 일부이고 검찰행정은 국가행정, 그 중에서도 법무행정의 일부이다. 따라서 행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구속이나 압수와 같이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업무를 취급하고 법원에 대응하는 조직체계이기 때문에 법률에 대한 구속성이 강조될 뿐이다. 법률구속성이 중요한 조직인 것은 틀림없으나 일반 행정부의 법치주의와 비교하면 그것은 정도의 차이이다.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하여 검찰의 독립을 주장하는 이론이 있다. 사법부의 독립과 같이 검찰에게도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이론이다. 검찰이 행정부인 이상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이지 독립이 아니다. 검찰은 사법부와 다르다. 법관으로 구성된 사법부는 법관의 독립이 가장 중요하다. 사법부의 독립, 법관 개개인의 독립을 위해서는 조직, 인사, 예산의 독립이 필요하다.


검찰은 근본적으로 행정부 소속이다. 다만 다른 행정부에 비하여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그래서 검찰은 다른 행정부에 비하여 정치적 중립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검찰은 조직적으로는 법무부 외청으로 독립되어 있다. 인사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개입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검찰의 완전한 독립으로 확대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즉 정치적 중립→정치적 독립→조직적 독립→인사의 독립→예산의 독립→완전한 독립으로 확대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검찰의 완전한 독립은 검찰총장이 인사권을 독점하고 검찰총장의 지휘만을 받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의 인사권도, 지휘권도 배제하고자 한다. 검사를 위한 검찰조직이 검찰의 독립론이다. 만일 이렇게 되면 엄청난 검찰권한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진다. 검찰이 스스로 착한 마음을 먹고 스스로 권력을 자제하기 바라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런 이론은 노예들이나 주장하는 이론이다. 국민이 주권자인 이상 국민은 권리를 가지고 검찰을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3. 참여정부의 검찰개혁


(1)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


참여정부는 검찰개혁 과제 중 정치적 중립의 과제에 가장 관심을 기울였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은 그 자체로 검찰개혁의 핵심이면서 출발점이다. 정치적 중립이 보장됨으로써 검찰권력은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다. 정치권의 눈치를 더 이상 볼 필요가 없게 되면 그만큼 수사는 공정해진다. 그리고 수사과정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 등 위법한 방법이나 별건으로 수사하여 협박을 가하는 부당한 수사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인권친화적인 수사가 가능하게 된다. 특별히 정치권의 요청에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치권력과 검찰과의 유착관계를 단절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권한의 분산이나 견제와 감시시스템 구축과 같은 본격적인 검찰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다. 검찰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이 법무부장관을 통하여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권력과 검찰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치권력과 검찰의 건강한 관계는 내용적으로 정당한 내용에 대한 지휘, 감독권 행사와 형식적으로 공개적인 방법에 의한 지휘, 감독권 행사로 나타난다. 어두운 밀실에서 정치권력의 사적 이익을 위한 지휘권 행사가 아니라 공개된 장소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지휘권 행사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들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정치적으로 판단, 심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면 검찰의 과다한 권한이 없어지므로 정정당당하게 검찰의 비리나 부패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권력과 검찰은 이러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 서로를 이용하면서 정권의 안보와 검찰의 권한 확대를 나누어 왔다. 정치권력이 강력한 상태에서 항상 정치권력에 의한 검찰 장악이 우려되었다. 이러한 국민들의 우려가 남아 있는 한 검찰개혁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이런 의미에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은 검찰개혁의 핵심이자 출발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겠다고 검사와 국민들 앞에서 약속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정치적 동지들이 구속되고 처벌되는 것도 묵묵히 감수한 것이 그 증거이다. 검찰의 신뢰는 역사상 가장 높아졌다. 현재의 권력을 포함하여 정경유착을 단죄하는 검찰의 모습에 국민들은 검찰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답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의 성공 요소에는 검찰의 노력도 있지만 당시 참여정부의 정치적 중립 보장, 검찰에 대한 불간섭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변화가 우선 필요한 것이다.


참여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찰청법을 개정하여 제도적 과제는 거의 완수하였다. 도입된 제도로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검사직급 일원화, 검사동일체원칙 삭제, 검사보직에 대한 검찰총장 의견개진권, 검찰인사위원회 심의기구화, 검사적격심사제도 도입 등이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로 검찰총장의 민주적 정당성이 간접적으로 보강되고, 검사직급을 검
찰총장과 검사로 일원화함으로써 검사의 관료제도 약화되었다.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유해한 검사동일체 원칙도 삭제되어 다른 공무원과 동일하게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관계로 개정하였다. 검사 보직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개진권을 보장하였고 검찰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화하고 외부인사를 확대함으로써 정치권의 간섭을 줄일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적 과제는 거의 완비되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하여 남은 과제는 정치권력과 검찰의 매개체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공안부를 폐지하는 것 정도이다.


그러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제도적으로 달성되었지만 여전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그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검찰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경우에는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적 과제만으로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어렵다. 정치적 중립을 위한 제도적 과제는 검찰개혁이 필요
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이다. 검찰개혁은 정치적 중립의 보장과 함께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함으로써 가능하다. 즉, 검찰권한을 분산하고 견제와 감시시스템을 구축하여야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2) 인권친화적 수사개혁


참여정부의 검찰개혁 내용 중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인권친화적 수사개혁의 성과이다. 수사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으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소한으로 침해해야 한다. 수사는 국가가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만 목적을 정당화하는 것도 역시 수단이다. 수사의 방법은 사전에 미리 결정되어 있어야 하고 인권친화적이어야 한다.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이 누설되지 않도록 특별히 법으로 피의사실공표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인권친화적 개혁은 검찰권한 행사방법에 대한 사전적인 규제, 감찰 및 징계시스템의 마련, 검찰행정에 대한 외부 개방 등으로 가능하다. 참여정부는 인권친화적 검찰권력 행사기준을 마련하였다. 구체적으로 구속수사기준과 인권보호수사준칙을 마련하였다. 준법서약제를 폐지하여 행형에 대한 검찰의 지배를 약화시켰고, 무죄 시 즉시 석방제도를 도입하였다. 법무부 인권국을 신설하고 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였다. 행형법을 전면 개정하여 인권친화적 행형의 기초를 마련하였다.


참여정부는 감찰 및 징계시스템도 강화하였다. 대검에 감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하였고 법무부에 감찰관실을 설치했다. 검사징계법을 개정하여 외부인사가 검사의 징계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검찰행정에 대한 외부개방도 시도되어 시민모니터링제도, 시민옴부즈만제도, 항고심사회제도 등도 시행하였다.


이러한 인권친화적 개혁은 검찰의 수사문화를 변화시킨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권친화적 개혁은 검찰개혁의 본래적인 과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개혁의 본질적인 과제는 역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이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찰을 그대로 두고 인권친화적 수사관행을 만드는 것은 본질적이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통제 개혁을 기본으로 추진하면서 인권친화적 개혁을 하여야 할 것이다.


(3) 형사소송법의 개정


참여정부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였다. 형사소송법을 개정함으로써 검찰권한에 대한 국민과 법원에 의한 통제장치를 복원하였다. 사법개혁을 통한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의자·피고인의 권리가 획기적으로 강화되었다. 특히 중요한 점은 국선변호가 확대되는 등 변호인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되어 위법수사나 권한남용을 실시간으로 견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판중심주의, 집중심리주의 등을 통하여 수사기록에 의존하는 기존의 재판시스템을 버리고 법정에서의 다툼을 통하여 진실을 가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상대적으로 수사의 중요성이 약화된 것이므로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시스템의 일환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하여 국민과 법원에 의한 검찰통제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이것은 사실 근대 형사소송의 근본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필요한 통제방식이다. 이러한 개혁이 해방 이후 무려 60년이나 지나서야 이루어졌다는 점은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후진성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도개혁은 늦더라도 반가운 법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은 보편적인 검찰권한 통제시스템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국민과 법원에 의하여 검찰 견제시스템은 앞으로 검찰권한에 대한 본격적인 민주적 통제시스템을 마련하는데 기본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법원과 변호사회의 개혁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법원과 변호사는 검찰의 위법부당한 권한 행사를 견제, 감시할 수 있는 고전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기구이다.


4. 향후 검찰개혁 과제


(1) 정치적 중립 과제


참여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적극적으로 보장했다. 검찰은 그 어떤 때보다도 정치적 중립을 누렸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자유로웠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지나자 검찰은 도로 정치화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편향은 완화되지 않았다. 이것은 검찰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검찰은 이미 충분히 정치화되어 있다. 정권과 함께 통치의 주체로서 활동해 왔다. 일제시대부터 통치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이다. 검찰이 통치의 공동주체였기 때문에 정권으로서는 특별대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유착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 사회에 유해한 정검유착이다. 의정부 법조비리, 대전 법조비리,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 비리, 스폰서 검사 비리, 그랜저 검사 비리 등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비리는 특권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특권에 대하여 아무런 견제와 감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력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절대로 검찰 신세를 지지 않겠다”고 작심을 해야 한다. “검찰에 의지하다보면 검찰에게 뭔가 특별한 권력을 주어야 하고 그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노무현 대통령)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검찰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특권거부를 싫어하는 것이다. 참여정부와 검찰의 불편한 관계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검찰이 참여정부의 검찰개혁에 그렇게 저항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은 참여정부가 시도한 제도적 개혁을 정착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보장을 위해서는 특히 검찰의 관료제를 완화하여야 한다. 검찰 조직 구성자체가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상사의 명이라면 아무리 위법, 부당한 것이라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 검사동일체원칙을 뿌리에서부터 추방하여야 한다. 참여정부 개혁과정에서 검사동일체원칙은 수정되었지만 여전히 문화로서 남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가장 큰 목표로 하는 검찰이 검사동일체원칙과 같은 후진적인 문화를 갖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사의 위법부당한 명령에는 당연히 따르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는 일반 공무원보다 못한 문화이다. 나아가 검사 임용의 문을 넓혀 변호사의 경험을 가진 법조인이 검사로 임용되도록 하고 특히 고위직 검사직을 개방하여야 한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서는 정치권력이 통치의 수단으로 검찰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통치의 수단으로 법률과 검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순간 민주주의와 인권친화적인 통치는 하기 어렵게 된다. 한국 법치주의의 현실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민주적인 정부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검찰의 정치지향성을 뿌리에서부터 개혁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조급하게 추진해서는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과제가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제이다.


정치적 중립과 관련하여 남은 제도적 과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공안부를 폐지하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정치권력의 요구를 수용하여 정치적 사건을 수사하는 곳이다. 그리고 검찰이 적극적으로 정치화하는 물리적 기초이다. 정치권력과 공동통치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익히는 곳이다. 대검 중수부는 유일하게 사회의 거악을 처벌할 수 있고 가장 수사를 잘 한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사건이나 정경유착 등 사회 거악의 처벌은 항상 미흡했고 특히 현재의 권력에는 취약했다. 정권변동기에 사라지는 정치권력에 대해서만 수사가 진행된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가장 수사를 잘 한다는 신화는 정식형사재판 사건의 무죄율보다 무려 3-4배 높은 무죄율을 보면 말 그대로 사실이 아닌 신화일 뿐임을 알 수 있다. 검찰의 공안부는 일제시대의 사상검찰을 이어받은 것으로서 검찰의 정치화를 위한 기초이고 법률을 앞세운 검찰 통치의 기반이다. 그리고 공안사건은 가혹한 수사와 기소로 전체 형사사건을 거칠게 만드는 요소이다. 형사사건의 정상화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도 공안부의 폐지는 불가피하다.  


(2)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검찰이 형사절차에서 갖는 초집중권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 수사권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재판을 준비하기 위하여 범죄혐의의 유무 및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확보하기 위하여 갖는 수사기관의 권한이다. 범죄가 발생하면 수사를 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인권이 침해받는다. 구속이나 압수수색과 같은 경우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수사 방법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수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수사가 개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불이익을 받는다. 수사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가도 수사대상자에게 불이익이다.


범인이나 무고한 자나 동일하다. 모두 국민이고 재판확정시까지 무죄추정을 받으므로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수사를 통하여 사회에 일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미네르바 사건과 같이 인터넷에서 정부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 나중에 무죄를 받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이처럼 수사권한은 그 자체로 매우 큰 권한이다. 수사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기소권 역시 국민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기소권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또 처벌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 유죄판결을 청구하는 권한을 말한다. 재판을 청구하는 기소는 수사보다도 더한 불이익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공개재판으로 혐의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소권을 위법, 부당하게 행사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이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서는 각각 견제·감시 장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수사권과 기소권 사이에서도 견제·감시가 필요하다. 수사과정의 위법은 반드시 공소제기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국민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형사절차 진행 중 조금이라도 위법, 부당한 점이 있다면 중간에라도 당연히 중단되어야 한다. 위법한 수사로 얻은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공소제기 되어서는 안 된다. 부족한 증거로 공소제기를 하여 국민을 곤경에 처하게 해서도 안 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되어 있으면 수사가 부족, 부당하거나 위법하더라도 재판까지 그대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영국에서 경험한 일이다. 영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영국은 1985년 기소만을 담당하는 기소청(검찰청)을 신설하였다. 경찰의 수사권에 대한 견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고 구체적으로 이를 행사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로써 수사권과 기소권의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한 국민의 인권보호는 어렵게 된다. 검찰이 경찰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수사지휘권을 통한 것이다. 검찰이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상 기소권을 통하여 수사권을 견제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검찰은 경찰보다 더 수사를 잘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자신이 수사한 사건이나 수사 지휘한 사건을 기소할 때에 다시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대검 중수부의 사례가 보여주는 바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예정된 것으로서 김대중 대통령 및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참여정부 당시 구체적으로 진행한 바 있는 사안이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검경수사권조정협의체 및 조정자문위원회를 통하여 수사지휘권 부분에 대한 합의가 상당히 진전되었다. 참여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합의된 부분은 의외로 많다. 즉, 일부 정형화된 불기소 의견 민생범죄에 대한 사실상의 종결권 부여, 긴급체포 시 검사지휘 배제, 압수물처리에 대한 검사지휘의 배제, 관할 외 수사 시 보고의무 폐지, 사법경찰관의 독자적 변사자 검시권한 개선, 중요범죄 발생보고 범위 축소, 진정·내사중지 및 불입건 지휘 범위 검토, 사건 이송 지휘 폐지, 통신제한 조치 집행통지 유예 후 통지 시 보고의무 폐지, 체포·구속 피의자 건강침해 염려 시 보고의무 폐지, 신병지휘건의 제도 폐지, 고소고발 사건 사법경찰관 수사기간 연장 및 경찰 처리권한 확대, 검사의 체포·구속장소 감찰권의 축소 등이 합의되었다.


다만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법경찰의 독자적 수사주체성 인정 및 상호 대등협력관계, 수사지휘 대상 인적범위 확대방안, 사법경찰 통합 운영방안, 사법경찰에 대한 징계소추권 등 검찰에 의한 통제문제 등은 합의되지 못했다. 합의된 부분이 많다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쉽게 되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합의 내용이 많았다는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증명한다.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와 아무런 관계없는 권한 다툼이나 권한 배분으로 되어서는 된다. 최근의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는 이러한 경향이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하여 얻어야 하는 것은 권한의 배분이 아니라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통한 국민의 인권옹호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
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근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입장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원칙 1. 수사권한의 총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지금도 한국의 수사기관은 막강한 수사권한을 가지고 있다. 소환이라는 한마디말로도 피의자를 꼼짝 못하게 할 정도로 수사권한은 강력하다. 한사람의 인생을 모두 수사의 대상으로도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고 하면서 기존의 수사권을 확대하거나 기존의 견제장치를 없애 수사기관에 자유를 확대한다면 수사권한은 너무나 비대해진다. 수사기관의 권한이 확장되면 국민의 인권이 위험해 진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수사권한의 증가는 피의자·피고인의 권리 강화, 변호인의 확충, 법원에 의한 통제, 경미한 범죄의 비범죄화, 수사의 과학화, 인권친화적 수사개혁 등을 통하여도 견제하여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이와 같이 다른 개혁과제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원칙 2. 수사권과 기소권이 장기적으로 분리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순차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중간단계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보유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갖는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강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과 어긋나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개시권 부여를 이유로 검찰이 경찰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방향과 일치할 수 없다.


원칙 3.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확충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경찰과 검찰 두 기관 사이의 평등을 전제로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면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으로 경찰을 견제, 감시하게 된다. 한편 경찰은 자체적인 수사권한을 가지고 검찰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이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평등한 관계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경의 불평등한 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평등을 통한 상호견제와 감시시스템의 구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원칙 4. 강화되는 경찰의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명백히 경찰권한의 강화를 의미한다. 경찰의 불철저한 개혁 정도나 수사과정의 인권침해적 요소, 경찰이 가지는 엄청난 권한,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생각하면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는 필수이다. 그러나 검찰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 자치경찰제를 실시함으로써 국가경찰이 갖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경찰위원회 등을 통한 문민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 내부의 감찰기능을 강화하고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감사위원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고위직 경찰의 비리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도 필요하다. 수사의 인권친화적 개혁 작업도 강도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경찰개혁과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종합적인 개혁인 것이다.


원칙 5. 검경수사권 조정에는 검찰과 경찰 이외에 여러 기관과 전문가, 국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가적 권력 재편과제이다. 따라서 최종적인 결정은 검찰과 경찰에 이해관계를 갖는 부처와 기관,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과 경찰 양자의 합의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는 검찰과 경찰의 자발적인 합의에만 너무 의존한 것이었다. 이것은 곧 검경수사권 조정이 권력기관 재편문제의 일부임을 명확히 하고 종합적인 개혁작업의 일부로서 추진되어야 함을 말한다.


(3)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고위 공무원들의 뇌물이나 직권남용을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이다. 한국에서 계속되는 권력형 비리사건, 정경유착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고안된 반부패기구인 것이다. 그동안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경유착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여러 번 수사를 해 왔으나 항상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 불철저한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고 또 형사절차상 권한을 모두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반복되는 권력형 비리사건, 정경유착사건에 비추어 볼 때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높다.


반복되는 정경유착과 검찰의 편향된 수사를 극복하기 위하여 특별검사제가 도입되었다. 특검은 검찰로 권력형 비리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깊은 자각에서 나온 방안이다. 검찰의 문제는 구조적이며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만큼 특검은 기존제도와 비교하면 발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특검은 첫째, 그 시작이 국회의 특별법을 거쳐야 하므로 발동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정략적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상시적인 조직이 아니라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므로 시기와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 셋째, 검찰 수사 이후 구성됨으로써 이중수사, 재수사의 문제도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반부패기구로서의 기능을 한다.


나아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검찰권한의 분산과 견제기능을 한다. 검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남용에 대하여 수사를 통하여 견제를 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검찰의 권한을 일부 분산하여 행사한다. 검찰은 전국민을 상대로 일반 범죄를 대상으로 하지만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고위공직자들의 특별한 범죄에 한정하여 수사를 함으로써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
이다. 나아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대검 중수부의 역할을 대체한다. 대검 중수부만이 거악을 처벌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바로 그 역할을 하게 되면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 대검 중수부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의 근거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은 검경수사권 조정과도 관련이 있는 과제이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논의는 참여정부 당시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안으로 구체화되었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까지 했으나 야당의 반대와 검사출신 국회의원의 반대로 제정되지 못했다. 당시 야당과 검사출신 국회의원의 반대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단견이었다. 최근 특별수사청의 신설 논의나 반복되는 권력형 비리사건의 발생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해야 할 필요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논의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형 비리사건의 발생과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맞물릴 것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출발 논의는 참여정부가 마련한 공직부패수사처 신설법안에서 시작될 것이다. 야당에서 제출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법안도 참여정부의 안에 기초하고 있다. 부패기구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다음 정치적 중립 보장장치를 확고하게 마련하는 것이 쟁점이 될 것이다.


(4) 법무부의 문민화


법무부는 검찰행정을 포함한 국가의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기관이다. 검찰개혁과 법무행정 개혁을 위해서는 법무부 자체가 개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법무부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정치권이 검찰을 견제, 감시할 수 있는 공식적이고 제도적으로 유일한 통로이다. 검찰을 견제, 감시하면서 개혁하기 위해서는 법무부를 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전처럼 청와대가 밀실에서 직접 검찰을 지휘할 단계는 지나가 버렸다. 합법적 기구인 법무부를 통해서만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 법무부를 검찰의 통제기구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둘째, 법무부는 검찰과 다른 업무를 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검찰과 완전히 다른 원리와 인원에 의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법무부는 검찰행정을 검찰에 대하여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면서도 검찰을 지휘감독 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법무부는 국가의 법무행정을 담당하므로 법무행정에 맞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국가의 법무행정은 검찰업무와 상관없으므로 검사들로만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법무부는 국가의 법무행정을 담당하는 곳이므로 당연히 법률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 최고의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 관리 등 검찰행정이 아닌 곳까지 모두 고위직 검사가 담당해 왔다. 이로써 법무부 업무가 검찰에 종속되는 현상과 순환보직으로 인한 전문성 약화 현상이 나타났다. 검찰은 법무부를 장악함으로써 정치화 경향을 더욱 노골화했고 타 부서를 지배하는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모두 개혁되어야 할 내용이다.


법무부 개혁의 방향은 검찰의 법무부 장악으로부터 탈피,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정치권의 법무부를 통한 검찰 통제, 검사 아닌 법률전문가에 의한 전문성 제고 등이다. 이를 법무부의 문민화라고 할 수 있다. 법무부의 문민화는 법무부 고위직을 검사 아닌 민간전문가로 임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법무부 간부직을 외부에 대폭 개방하는 것은 이미 제도적으로 완비되어 있다.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개혁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법무부장관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 법무행정 개혁의 확실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 임명되어야 한다.


(5) 과거사의 정리


검찰의 과거사 정리 역시 향후 검찰개혁의 과제이다. 프랑스 지성, 알베르 카뮈의 지적처럼 기억에 근거한 정의를 세우지 않고는 우리의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 국가 자체와 모든 국가기관에 부과된 의무이다. 한국의 권력기관은 치안의 유지를 위하여 노력해 왔으나 그 뒷면에서는 지켜야 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오히려 탄압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거사 사건에서 나타난 권력기관의 부도덕성은 현재도 권력기관에 대한 불신의 뿌리이다. 국가가 도덕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과거사 정리가 불가피하다.


참여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과거사 정리를 하였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제정하여 국가적 차원의 과거사정리를 했을 뿐 아니라 각 기관별로도 과거사 정리를 추진하였다. 국방부, 경찰, 국가정보원 등의 과거사 정리가 그것이었다. 그 영향으로 법원에서 과거사 정리에 관심을 가졌고 이것은 최근의 재심판결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요지부동이다. 검찰은 과거사정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스스로 직접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고문이나 가혹행위, 불법구금 등을 모두 알고 있었고 고문에 의한 자백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하였다. 더구나 검찰 스스로 수사지휘권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검찰은 고문과 가혹행위, 불법구금 등 과거사 사건의 무관한 관계자나 종범이 아니다. 사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은폐한 공범이다. 역할분담에 따라 전체 행위를 기능적으로 지배한 공범이다.


검찰의 과거사 정리의무는 회피하거나 연기한다고 하여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반성은 국가의 의무이고 시간이 지나간다고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국가가 반성하지 않는 한 과거사는 항상 남아 있기 마련이다. 과거사 정리를 통하여 권력기관의 권한이 왜 위법하게 행사되고 또 부당하게 남용되었는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에만 앞으로의 권한행사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게 된다. 이런 면에서 과거사 정리도 향후 검찰개혁의 주요 과제라 할 것이다.


(6) 국민참여제도의 확충


검찰개혁의 주요한 내용 중의 하나이면서 검찰개혁의 유력한 추진방법은 검찰행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국민의 참여는 심리적으로 검찰과 국민의 관계가 역전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된다. 검사들은 주로 국민을 피의자나 피고인으로 만난다. 권력기관으로서 국민을 상대로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불평등한 관계이다. 고소인이나 고발인도 역시 비슷한 처지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생사여탈권을 가진 자가 바로 검사들이다. 검사들도 이러한 관계에 익숙해있다 보니 국민들을 다만 수사나 재판의 객체로만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검찰행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게 되면 검찰과 국민이 평등한 관계가 된다. 국민이 검찰행정을 직접 결정하게 되므로 검찰의 정보를 제공받아야 하고 검사와 동일한 결정권을 갖는다. 이렇게 되면 검사는 국민을 주권을 가진 통치의 주체로 파악하게 되고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불평등한 관계가 평등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국민주권주의를 직접 실현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구성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이것은 지방 검찰청 단위에서 검사장을 국민이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방안을 말한다. 지방분권의 시대에, 검찰권한의 분산을 위해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검찰 권한의 분산과 견제와 감시시스템이 먼저 마련된 다음에 고려해야 한다. 막강한 검찰의 권한에 국민적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면 검찰은 무소불위의 집단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구성에만 한정하지 않고 검찰행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검사인사위원회 외부인사 참여 확대, 항고심사회의 외부인사 참여 확대 등을 통하여 검찰행정의 견제와 감시를 충분히 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민참여제도는 그 한계도 분명하다. 검찰행정과 사법행정은 다른 영역과 같이 고도로 전문화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검찰이 취급하는 정보는 수사와 재판관련 정보로서 전면적인 공개가 어렵다. 그리고 검찰의 결정이나 활동 자체가 워낙 정치적이라는 사실 역시 국민의 직접적인 참여를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나아가 검찰이라는 조직은 시민의 직접참여에 적합한 지방자치 단위가 아니다. 환경이나 복지와 같이 풀뿌리 지방자치에 적합한 단위가 아닌 것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강화에 있다. 국민의 참여는 이를 위한 중요한 방법이지만 국민의 참여만으로는 검찰개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에 힘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5. 검찰개혁위원회 구상


검찰개혁의 구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검찰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검찰개혁위원회와 같은 검찰개혁만을 위한 기구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위원회가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검찰개혁이 단순히 법무부나 검찰청과 같은 한 개 부처의 개혁작업이 아니라 국가적인 권력재편작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가적인 역량이 동원되어야 한다. 국가적인 역량에는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의 역량도 포함되고 관련 부처의 역량도 포함된다. 그리고 민간 전문가, 시민사회나 국민의 참여도 보장되어야 한다.


검찰개혁에서 법무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지만 법무부만으로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기는 어렵다. 검찰개혁과제의 대부분이 법무부 단위를 넘는 것일 뿐 아니라 법무부는 아무래도 검찰과 친한 조직일 수밖에 없다.
잘못하면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개혁을 방해할 가능성조차 있다. 그리고 법무부는 일상 법무행정을 하는데 적합한 조직이지 검찰개혁을 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개혁을 위한 독자적인 조직으로 구상되어야 한다. 검찰개혁 과제의 큰 방향은 이미 마련되었으므로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실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의 구심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위원회 제도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구심력을 마련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따라서 검찰개혁에 관한 학식과 덕망이 있는 인사로 지도부를 구성하여 검찰개혁의 구심력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고 검찰개혁위원회에서는 검찰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내외부의 충분한 홍보를 하여야 한다. 검찰개혁의 추진력도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검찰개혁의 성과도 국민들이 누리기 때문이다. 국민적 참여와 국민적 지지가 없이는 검찰개혁은 힘들다. 검찰개혁위원회는 이러한 국민적 참여와 지지를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권력기관 개혁의 핵-검찰개혁.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