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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사업의 실패구조와 근본적 개편과제

뉴타운사업의 실패구조와 근본적 개편과제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1. 실패가 공식화된 뉴타운 사업


뉴타운사업은 2002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 출범과 동시에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은 법적인 근거가 없이 서울시 균형발전촉진조례를 통해 추진되다가 2006년 도시재정비촉진법이 제정된 이후부터 제도적인 틀을 갖추게되었다. 서울시 26개, 경기도 23개 등 전국에 걸쳐 76개 재정비촉진지구가 지정되어 있으며 모두 719개의 정비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시작한 서울시에서도 241개 촉진구역 중 완공된 구역은 19개 구역에 불과하고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추진 중인 지구도 63개로 26.1%에 불과하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이나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경기도의 경우 평택 안정지구를 비롯하여 안양 만안지구와 군포 금정지구는 이미 지구지정이 해제되었으며 부천, 의정부, 오산 등에서도 주민들의 지구지정 해
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지방대도시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여 사업추진 절차를 거의 밟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 김황식 국무총리는 뉴타운사업은 실패한 사업이라고 밝혔으며, 경기도의 김문수 지사도 뉴타운지구를 과도하게 지정한 점을 사과하고 주민들이 75%이상 찬성하지 않으면 뉴타운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착수한 지 10년째를 맞이한 뉴타운사업은 어떤 주체들도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되고 될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한 실패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 제안된 해법은 여전히 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규제완화를 확대하여 사업성만 보강한다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냉정히 판단해보면 현재의 뉴타운사업은 사업성이 보장되어 과속으로 추진되어도 문제이고,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이 지연되어도 문제인 상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뉴타운사업과 관련된 주체들이 사업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만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객관적이고 전면적인 조사에 기반하여 사업을 평가하고 관련주체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다.


2. 이름 때문에 속고 욕망 때문에 눈이 멀었던 뉴타운 사업


1) 욕망에 눈이 멀었던 뉴타운 사업


서울시에서 민선3기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뉴타운사업,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 개편 등이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사업의 추진과정을 상세히 보도하기 시작하였고 아직 조감도에 불과하였던 구상안들이 주요 지면과 보도화면을 장식하기 시작하였다. 대중교통 개편과 달리 특정지역에서 정비와 개발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뉴타운사업은 해당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게 되었지만, 다른 지역주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주민들은 뉴타운사업 지구의 추가 지정을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구청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들도 뉴타운지구 지정을 위해 경쟁하게 되었다. 2002년 10월 시범사업으로 은평, 길음, 왕십리 등 3개 지구가 지정된 이후 2003년 10월에는 12개 지역이 2차 뉴타운지구, 5개의 균형발전촉진지구가 지정되었으며, 2004년에는 11개의 뉴타운지구와 6개의 균형발전촉진지구가 3차 사업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뉴타운사업지구 지정에 대한 추가지정 요청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어 4차 뉴타운지구 지정을 둘러싸고 2006년 민선4기 지방선거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핵심쟁점이 되었다. 오세훈 후보는 민선4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25개의 뉴타운사업지구를 추가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4차
뉴타운 지구 지정을 약속받았다고 공약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주민들이나 지자체는 재정적으로 부담하지 않은 채 서울시나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각종 규제완화의 혜택을 받게 되는 뉴타운사업은 각종 선거에서 좋은 호재이자 후보들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2) 도심재정비사업에 웬 뉴타운


뉴타운사업에 대한 지자체와 주민들의 열광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지역발전에 대 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뉴타운사업’이라는 이름에 대한 오해도 큰 역할을 하였다. 원래 뉴타운(New Town)은 이름 그대로 신도시를 의미하지만 그 기원은 산업혁명 후 혼잡과 과밀의 문제를 경험했던 대도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도시외곽의 이상도시를 지칭하는 용어에서 찾을 수
있다. 1902년 영국의 속기사였던 하워드(E. Howard)는 내일의 전원도시(Garden Cities of Tomorrow)라는 서적을 출간하면서 시작된 신도시는 전원도시협회를 통해 레치워쓰와 웰윈 신도시를 건설하였고, 마침내 1946년에 신도시법(New Town Act)이 제정되면서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뉴타운은 기존 도시의 과밀과 혼잡,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도시 외곽에 건설하던 신주거지역을 의미하는 용어로 도심지역 내에서 재정비사업에 붙일 수 있는 명칭이 아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생활권 단위의 광역재정비사업지구를 도시내 신도시(New Town in Town)이라는 의미로 뉴타운지구로 이름 붙였다.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은평, 길음, 왕십리 중 진정한 의미에서 뉴타운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은평뉴타운뿐이었다. 은평뉴타운 지구는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 지역으로 서울시가 도시개발사업으로 개발하는 사실상의 나대지개발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지구는 뉴타운사업으로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나대지 개발사업으로 추진되었을 것이다. 서울시는 은평뉴타운을 위해 뉴타운사업의 유형에 주거지형, 중심지형 외에 신시가지개발형을 포함시켰으나, 도시재정비촉진법을 제정하면서 신시가지형은 삭제되었다. 결국 다시는 나대지를 개발하는 은평뉴타운과 유사한 뉴타운사업은 나타날 수 없게 되었으며, 은평뉴타운은 지극히 예외적인 사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길음지역은 뉴타운지구로 지정되기 전부터 7∼8개의 재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지역으로 종전과 달라진 것은 길음뉴타운 계획을 수립하고 학교와 간선도로 등에 대해 서울시가 기반시설을 직접 부담하여 건설한 것뿐이었다. 이 때문에 모든 뉴타운 사업은 은평과 길음처럼 단기간에 엄청난 속도로 추진되는 것으로 오해하게 되었고, 다른 지역의 뉴타운지구의 지정 경쟁에 불을 붙였다.


뉴타운사업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뉴타운사업 자체를 하나의 개발사업으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다. 뉴타운지구는 그 자체가 사업지구가 아니라 기존의 재정비구역을 포함한 광역생활권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계획권역일 뿐이다. 물론 광역생활권 단위로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 수행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뉴타운지구는 계획단위일 뿐이고 재정비사업은 여전히 정비구역 단위로 추진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뉴타운 지구 내에서 정비구역별로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계획 승인, 철거, 준공, 입주 등의 사업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마치 뉴타운사업 전체의 승인과 준공, 입주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도했고, 일반 시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뉴타운지구로 지정되든 되지 않든 재정비사업은 정비구역별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사업들은 그렇게 진행된 것이었을 뿐이었다. 뉴타운사업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와 일반시민들의 오해가 뒤섞여 뉴타운사업은 재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도록 지원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정도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3. 왜 뉴타운사업은 성공할 수 없나?


1) 사업촉진제이자 장애요소로서 부동산 가격 폭등


부동산 가격 폭등은 지자체나 주민들이 뉴타운사업을 선호하고 사업을 촉진하는 촉매역할을 했지만, 다 른 한편으로는 뉴타운사업의 발목을 잡은 장애물이 되었다. 도시재정비촉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뉴타운사업에서는 개발이익을 환수할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범사업지구가 발표된 이후부터 해당 지역과 주변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으며, 2차와 3차 사업지구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는 서울시 전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시기였으므로 부동산 개발사업으로서 뉴타운사업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뉴타운사업을 먼저 착수했던 지역에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뉴타운지구로 지정되면서 급등하기 시작하였던 주택가격은 뉴타운사업이 추진되면서 더욱 폭등하기 시작하였고 철거와 이주가 본격화되면서부터는 전세가격까지 급등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07년 말 이른바 ‘노·도·강’이라 불리는 서울의 노원, 도봉, 강북지역의 단독,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이 폭등하면서 주민들의 주거불안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신규로 뉴타운지구의 지정을 강력하게 요청하였지만, 먼저 지구가 지정되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원주민의 재정착률 부족으로 원주민들의 주거불안정이 심해지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모습은 2006년 민선 4기 지방선거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각 당의 후보들은 뉴타운사업을 통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며 뉴타운지구의 신규지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재정지원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남발하였다.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출신이었으므로 이러한 헛공약은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후보들에게는 ‘뉴타운돌이’라는 신조어를 붙이기도 하였다.


2) 너무 멀쩡한 주거지역의 훼손과 저렴주택의 멸실


도정법에서는 정비사업의 대상이 되는 ‘정비구역’을 “정비사업을 계획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지정·고시된 구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구역은 시장·군수가 정비계획을 수립하여 시·도지사에게 신청하여 시·도지사가 결정한다. 정비구역은 도정법과 시행령을 통해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하는 지역 등으로 개략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구체적인 지정조건은 시·도조례를 통해 정하도
록 위임하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비구역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하면서 정비구역이 과도하게 지정되어 왔다. 특히 도촉법에서는 뉴타운 지구에서는 도정법상의 정비구역보다 20%를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멀쩡한 주거지역도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실제 경기도의 21개 뉴타운 지구 중 부천 고강(26.9%)과 고양 원당(29.2%)은 지구별 평균노후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하였으며, 시흥 은행(33.8%), 고양 능곡(38.4%), 시흥 대야신천(39.1%) 등도 40%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지구 내에 양호한 주거지를 대거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금액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업성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주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다세대 주택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정비사업으로 저렴한 주택이 멸실하면서 가옥주나 세입자 모두 거주기반을 잃게 되었고, 새로 건축된 주택은 구입할 여력이 없었다. 가옥주들은 전세금을 뺀 순자산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 때문에, 세입자들은 멸실된 임대주택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임대주택호수 때문에 새로 정비된 지역에 거주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3) 국가나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정비구역 지정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뉴타운사업 구상을 발표하면서 일반 재정비사업과 차별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은 생활권 단위로 계획을 수립하고 공공이 기반시설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길음 뉴타운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도로와 학교 건립비용을 부담하였으며, 2003년 이후 약 7천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였다. 그러나 2차와 3차에 걸쳐 뉴타운지구가 추가로 지정되면서 서울시는 더 이상 기반시설을 부담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뉴타운법을 제정하여 기반시설 비용을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각종 부담금과 도시계획적인 규제를 완화하도록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앙정부로서도 부담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은 지구가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뉴타운지구가 다른 정비사업에 비해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근거도 명확하지 않았다. 중앙정부가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하는 데 가장 곤란한 점은 지구별로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뉴타운지구별로 동일한 금액을 배정하거나 전체 기반시설 비용의 일정비율을 무조건 지원하지 않는 한 어떤 지구를 얼마만큼 지원해야 하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4. 제안되고 있는 개선방안의 한계와 제도개선을 위한 전제사항


1) 주요 개선 대안과 한계


그동안 발표된 뉴타운사업에 대한 개선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서울시가 중심이 되어 마련한 뉴타운사업 및 재개발사업의 제도개선 방안이다. 서울시는 뉴타운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원주민의 재정착률 부족, 소형 저렴주택의 급격한 멸실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였다. 2008년 5월부터 운영한 ‘서울시주거환경개선정
책자문위원회’가 제안한 정책이 대표적이며 조합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저렴주택의 유지, 주거지 관리방안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둘째, 용산 참사 이후에 제안된 제도개선 방안이다. 이 때 마련된 개선방안은 주로 주택세입자와 상가세입자를 위한 보상대책과 분쟁조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셋째, 부동산 경기침체 이후 재정비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 발표된 개선방안으로,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과 각종 규제완화 등이 핵심내용이었다.


최근 들어 부분적인 제도개선 수준을 넘어 뉴타운사업 및 재정비사업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지자체들도 대외적으로는 기존의 사업구조를 전면 재편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4월 13일 ‘경기도 뉴타운제도개선(안)’을 통해 주민의견 존중, 주민부담 경감, 투명성 확보 및 주민권리 보강, 주민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하였다. 서울시도 4월 14일에 ‘서울시, 무조건 철거하는 주거정비 안 한다’는 제목으로 존치구역과 정비예정구역에서 전면 철거가 아닌 존치방식의 정비방안을 제시하였다. 정치권에서도 각 당이 재정비 사업과 관련된 특별위원회나 기획단을 구성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수십 개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재정비촉진법의 개정안을 입법발의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개선방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제안내용들은 사업성을 보완함으로써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대하거나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부담을 줄여 조합원들의 입주부담금을 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재정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여 입주부담금이 줄고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더라도 재정비사업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다. 전면철거 중심의 사업방식과 조합원 중심의 사업구조, 원주민이 재정착하기 힘든 사업의 결과는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2) 재정비사업의 제도개선을 위한 기본 방향


그동안 도시재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물리적 조건, 토지소유자 등의 동의 요건, 법률적인 근거만 있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고, 공공부문의 역할은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지원하는 데 한정되어 왔다. 재정비사업의 목적은 도시환경개선과 고급주택공급, 나아가 일자리 창출 등에 초점을 맞추어 왔기 때문에 정비구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지역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다.


재정비사업을 물리적 환경의 개선이나 주택의 공급이 아니라 거주자의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으로서의 재개발이 아니라 지역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역적인 맥락과 지역주민, 지역 내 고용창출을 중시하는 새로운 재개발 모형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재정비사업의 추진 목적을 주민의 주거복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원주민의 재정착률 제고와 최저주거계층의 주거수준 향상을 재정비사업의 성과평가 기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5. 재정비사업의 근본적인 개편대안과 뉴타운사업의 출구전략


현행 재정비사업은 정비구역이 과도하게 지정되고 과속으로 진행되어 유발되는 문제와 정비사업의 지연과 중단으로 인한 문제가 결합되어 있다. 따라서 재정비사업의 개선 방안은 한편으로는 재정비사업의 근본적인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과 함께 이미 지구와 구역이 지정되어 있으나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정비구역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여야 한다.


1) 근본적인 제도 개편 전략


재정비사업의 근본적인 개편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행 뉴타운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실패했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재정비사업의 개편을 위해서는 이 사업이 기반하고 있는 법률, 사업추진 주체, 재정지원 체계, 개발방식을 모두 개편해야 한다. 우선, 재생사업과 관련된 법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도시재생관련 법률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정비촉진법, 도시개발법 등 다양한 법률에 산재되어 규정되어 종합적인 정비가 곤란하다. 도시재생과 관련된 제반법률을 통합하여 도시재생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정비촉진법이 지닌 특례조항을 폐지하고 특별한 관리와 우선 집행이 필요한 지구에 대해서는 도시재생법에서 규정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 차원에서 재생사업을 총괄하는 추진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토해양부를 넘어 대통령 직속 혹은 총리실 산하에 도시재생본부를 설치하여 도시재생사업의 기획과 추진지원을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조직설치와 재정투자 확대를 통해 지역균형발전과 도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정비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일자리 창출이 전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과 뚜렷하게 대조되어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발전, 지역경쟁력 강화, 주민 참여 활성화 등의 다양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셋째, 중앙정부의 재정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주택정책은 민간부문이나 공사가 개발이익을 활용하여 재원 조달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 국가의 재정투자가 거의 없었다. 2011년 국토해양부의 주택부문 예산은 2,114억 원에 불과하고 그중 도시재정비사업 지원을 위한 예산은 500억 원에 불과하였다. 국민주택기금도 임대주택 건설과 분양주택 건설 지원, 주택구입 융자 지원 등에 치중하여 재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은 주택개량자금 지원금 50억 원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앞으로 지역재생사업에 대해 연간 2조원 이상의 예산을 반영하여 지역재생 및 도시재생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국민주택기금 중에서 주택건설자금이나 분양지원 자금의 비중을 줄이고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융자금을 연간 1조원 이상 배정하여야 한다.


넷째, 대안적 정비 모형을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기존의 전면 철거형 정비방식은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수익성 위주로 정비구역이 결정되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열악하거나 주민들의 부담능력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정비사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택과 주거지를 활용하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비모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야 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대안적 개발모형으로는 국토해양부의 해피하우스, 서울시의 휴먼타운, 은평구의 두꺼비 하우징 등이 있다. 재개발행정개혁포럼에서 제안하고 있는 주거환경복지사업도 좋은 대안적인 정비방식이 될 수 있다. 공공이 도시기반시설 등을 지원하고 주민들이 직접 자기책임 하에 집을 개량하는 ‘공공지원 주민참여’ 방식의 재개발사업으로 전면 철거위주의 현행 개발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


 2) 뉴타운 사업의 출구 전략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더라도 현재 지구가 지정되어 추진 중인 모든 정비사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기존에 추진 중인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절차를 개선하고 재정비사업의 출구를 원활하게 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업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으로는 그동안 제안되었던 사업의 투명성 제고와 정보 공개, 절차의 공정성 확보, 주민참여 확대, 보상 확대, 주민 간 갈등 해소 등으로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


반면, 재정비사업의 출구 방안은 크게 뉴타운지구(재정비촉진지구)의 해제, 정비사업의 지정 해제와 일몰제, 미시행 구역에 대한 정비 방안 등으로 구성된다. 재정비사업의 출구방안에서 가장 우선 추진해야 할 사항은 재정비사업에 대한 전수조사에 기반한 주민의견 수렴과 지자체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이다. 이 조사에 기초하여 정비사업 완료 후 주민들이 실제 부담해야 할
입주분담금을 공정하게 파악하고 주민의 사업추진 및 참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주민이 동의하는 경우 재정비촉진지구나 정비구역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의 동의이나 지자체의 평가를 통해 지구 지정을 해제하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 이미 소요된 비용의 일부를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해 주어야 뉴타운사업의 출구가 비교적 용이하다. 전체 비용 중 도시환경 및 주택실태조사 비용, 감정평가비용, 사업계획서
작성 비용 등은 공적인 특성을 지니므로 지원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