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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5기 지방자치 1년, 현장을 가다

민선5기 지방자치 1년, 현장을 가다


 


선거, 그리고 선거


“이거 봐유. 이게 군수얼굴이유? 괴수얼굴이지!”


2007년 개봉했던 영화 에 나오는 대사이다. 영화는 초등학교 동창생인 두 주인공이 행정조직의 근간인 이장과“지방자치의 꽃”이라는 군수로 등장하여 지역현안을 놓고 다투는 두 친구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내용이다. 영화에서 군수를 ‘괴수’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자치단체장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자치단체장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당해 지방자치단체를대표하는 권한을 가진다. 행정에 대한 사무통할 및 관할집행권, 하부기관 등에 관한 지도감독권, 소속직원에 대한 지휘감독권및 임면권, 재정에 관한 예산 편성권, 지방채발행권, 지방의회에 관한 의회출석진술권, 재의 요구권, 조례안 공포권 및 거부권, 선결처분권, 규칙제정권, 주민투표부의권 등 자치행정 전반에 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자치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은 지방자치제의 가장 큰 한계와 문제점으로 인식된다. 지역사회 특유의 ‘연줄’과 연결되어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자치단체장의 위치가 ‘개인적인 지위’로 축소되기도 한다.


“밀양사람이라 캅니더”


청도군청 앞에서 만난 50대 아주머니의 이야기다. 부정선거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청도 주민들의 자조적 표현이다. 경북 청도군은 김상순 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 이원동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그리고 정한태 군수가 유권자에게 돈을 뿌리다 적발되어구속되었다. 현 이중근 군수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다.


2007년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정한태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선거과정에서 군내 4만 5천명 내외(약 2만 가구) 인구 중에서 5,700여명에게 6억 3천만 원을 뿌리는 부정선거를 하였다. 선거운동원이 현장에서 체포되고 불법선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자수과정에서 734명이 집단적으로 자수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2명이 자살하고 52명이 구속, 1,418명이 입건되는 ‘사상 최악의 선거’라는 오명을 얻었다.



경북 청도군청 앞 다방골목. 청도는 2007년 재선거에서 최악의 선거라는 오명을 얻었다.



“전에는 버스타고 관광갔는데 자수하러 갔다카데예” ‘주민들이 전세버스 타고 단체로 자수하러 갔다’는 것이다. 범죄에 대한 자기고백 또한 지역사회 특유의 집단성을 발휘한 것이다. 청도가 산으로 둘러싸여 ‘지역색이 공고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청도군청 앞에는 10여 곳에 이르는 다방이 즐비했다. “영업이 잘되냐?”는 물음에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잘 된다”고 했다. 이른 아침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커피 한잔 하면서 ‘일을 본다’는 것이다.


“형님, 동생. 그 카는데 안될 것은 또 뭔교?”


“다방에서 차 한잔 하면서 민원 얘기 한다 아임니꺼”


“뭐라케도 청도는 (군청)과장이 군수임니더”


“관행적으로다가 돈받고 표 주던 것이 곪아 터져뿌따”


경남 양산시는 시장이 뇌물수수로 자살을 한 경우이다. 초대 민선시장 손유섭씨가 재임중 폐기물사업 인허가 관련 뇌물을 받아 구속되고, 2대 민선시장 안종길씨는 재임에 성공했지만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수수로 시장직을 박탈당했다. 4~5대 오근섭 시장은 선거과정에서 빚 진 60억 원을 갚기 위해 부동산업자에게 24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수사가 진행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남 화순. 지난 10년 동안 군수자리를 놓고 재·보선을 3번이나 치렀다. 화순에는 ‘부부군수’와 ‘형제군수’가 있다. 임호경, 이영남이 ‘부부군수’이고 전형준, 전완준이 ‘형제군수’이다. 모두 선거법위반으로 재선거를 경험했다. 두 집안이 군수 자리를 놓고 경쟁,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임씨 집안과 전씨 집안의 힘겨루기 양상이 전개되었다. 지역에서는 두 집안의 감정싸움에 빗대어서 ‘임전무퇴’라고 조롱하고 있다. 지역민심은 두 집안을 지지하는 쪽과 두 집안을 비판하는 쪽으로 나뉜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히고설킨 지역사회의 실타래가 선거 이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두 집안을 지지하는 쪽은 상대편 집안을 비방하고, 두 집안을 비판하는 쪽은 ‘군수다툼에 동네창피하다’고 했다.


“염병, 동네 부끄럽게 뭐하는 짓거린지 모르겠단 말이시”


“군수가 즈그덜 해쳐먹으라고 만들어 논 것도 아니고, 해도 너무들 한당께”


**럴, 군수는 그렇다 치고 군청공무원이나 똑바로 해야 쓴 디, 거 참”


‘임전무퇴’가 계속되는 동안 군청 공무원들 또한 두 집안의 눈치를 보거나 줄서기가 팽배해 ‘군정이 실종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20년이 되었다. 지방자치 선거에 비리와 불법, 탈법이 난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자치라는 공적영역이 혈연, 지연, 학연 등 한국사회 특유의 사적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지역사회를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또한, 지방자치가 해당 자치단체에 봉사하는 개념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명예’로 인식하는 경향또한 간과할 수 없다. 자치단체에 대한 전문성과 행정능력 보다는 정치적인 파워에 의해 좌우되는 선거결과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민선5기 출범 1년이 흘렀다. 여기저기에서 ‘정치인의 색깔을 빼고 행정전문가가 되려는 몸부림’이 느껴진다. 20년 세월이 남긴 또 다른 변화의 흐름이리라.


 


예산, 그리고 예산


작년 7월 12일, 경기도 성남시 이재명 시장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취·등록세가 줄어들고 호화청사 건립과 같은 방만 경영으로 5,400억 원에 이르는 채무를 단기간에 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세입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007~2008년 각 1,000억 원, 2009년 2,900억 원, 2010년 상반기에 500억 원 등 판교특별회계에서 5,400억 원을 사용했다. 성남시는 이 돈으로 신청사 건립, 주거환경정비, 공원로 확장공사 등에 사용했다. 일반회계 부족분을 판교특별회계에서 부당 전입하여 부실을 키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과 그 일가친척은 부동산업자 등에게서 뇌물을 받았다. 관리 감독해야 할 자치단체장이 부실을 키우고 뇌물을 수수하고 불법을 일삼은 것이다. . , 와 같은 60년대 한국영화 불후의 명작에 출연하여 이 인기를 배경으로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하고 성남시를 8년 동안 이끈 한나라당 이대엽 시장. 결국, 일가친척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고 이대엽 전 시장은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송도 청약 불패’라는 부동산 신화를 만들었던 인천광역시 또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광역시의 부채 규모는 작년 말 7조 8천억 원에서 금년에 9조원을, 2012년에는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의 연간 예산 규모는 6조원대로 가용예산은 5천억 원 남짓이다. 2014년 아시안 게임과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부채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전임시장의 방만 경영과 대형사업 추진으로 지출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지방세 수입의 40%를 차지하던 부동산 취·등록세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급격히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송영길 시장은 중소기업 지원과 구도심 재정비 등을 공약으로 당선되었으나 한나라당 안상수 전 시장의 방만경영에 대한 수습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송영길 시장이 주장했던 예산절감을 위한 아시안 게임 주경기장 건립 백지화는 인천 서구 지역 주민과 지역 정치권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었다. 각종 개발사업 또한 시민들의 재산권과 연결되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인천광역시 재정파탄의 이유를 들어 ‘아시안게임 개최권을 반납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지하철 2호선의 완공을 2018년으로 늦추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일부의 재산권과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전체 구성원이 재정파탄의 시한폭탄을 떠안고 가는 것이다.


 


찌는 듯 불볕더위가 텅 빈 서킷의 트랙을 달군다. 수천 억 원이 들어간 경기장이 황량하다. 창공을 찢어버리던 엔진의 굉음 또한 들리지 않는다. 허허벌판에 들어선 200만 도민의 꿈. 최근 500억 원에 달하는 추경지원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면서 ‘개최냐 포기냐’의 갈등이 중단되었지만 성공은 난망이다. ‘세계 3대 스포츠이고, 5억 명이 시청한다’는 (포뮬러 원) 이야기이다.


전라남도의 최대 현안은  이다. 서남해안관광레저기업도시 건설이 핵심인 는 농어촌공사와의 간척지양도양수문제로, 은 불투명한 밀실행정에 따른 파행이 드러나면서 성공적인 대회진행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민선5기가 들어서면서 민주당 일색이던 전라남도 의회에도 ‘반론이 제기되고 새로운 변화의 모습’이 감지된다. 전라남도 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에 대한 문제점을 공론화하였다. 지역개발이라는 염원에 침묵하던 여론이 불투명한 사업진행에 의혹을 보냈고, 감사를 통해 을 둘러싼 정책책임론과 재정파탄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 돈 들어갔응께 들어간 돈 아깝다고 더 하자고 안하요? 지(자기) 사업이라면 망해 가는디 계속 꼬라박고 있것소(붙들고 있겠습니까)? 환장해불제(환장하지요)."


“관련산업이 발전한다고 누가 그럽디요(그러던가요)?, 거기(경기장) 가보쑈(가보세요). 카센터 하나 있능가(있는가)?"


자치단체가 국책사업이나 대규모 이벤트성 사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만성적으로 부족한 예산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 한정된 예산에서 지역발전이라는 절대명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벤트’가 필요한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지방자치제도는 재정자치권이 없는 반쪽짜리 지방자치라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지방교부세라는 명목으로 지방재정을 장악하고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 지방세가 20%에 불과해서 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지원에 끌려 다니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종속되어 지방행정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고 지방정부의 예산 편성권에 제약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갈등, 그리고 갈등


민선5기 체제의 특징 중 하나가 갈등이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갈등, 자치단체와 자치단체간의 갈등,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갈등을 들 수 있다. 자치단체장의 당적과 의회권력을 장악한 다수당의 당적이 다른 자치단체가 속출하면서 이에 따른 갈등 또한 확대되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의회의 힘겨루기가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경상남도가 대표적이다.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놓고 의회와 오세훈 시장의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김문수 지사의 경기도 의회는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지만, 4대강 사업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자치단체장과 의회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12월 무상급식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자 6개월 이상 시의회 출석을 거부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민 80여 만 명의 서명을 받아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고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으로 충돌을 일으켰다. 감사원은 최근 양화대교 구조개선사업, 서해뱃길 사업, 세빛 둥둥섬 사업과 같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수익성 및 타당성 검토가 부실하고 민간 업체에 특혜를 주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행정사무조사를 추진 중이다.


전체 47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22석을 차지한 강원도의회도 무상급식과 고교 평준화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최문순 도지사는 무상급식 전면시행을 공약으로 당선되었지만 도의회는 ‘무상급식 단계적 시행’ 입장을 밝혀 갈등이 잠복해 있다.


 


경상남도는 무소속 김두관 지사 홀로 경상남도의회/중앙정부/기초단체의 연합군에 대항하고 있는 양상이다. 경남도내 18개 시·군 중 14개 시·군 단체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도의회는 59석 중 38석을 한나라당이 장악했다. 4대강 사업이 가장 큰 갈등요인이다. 경상남도의 4대강 관할구역은 합천군 덕곡면에서 김해시 대동면까지 약 106km이다. 이 구간에 함안보와 합천보가 들어서고 18개 공구에 2조1,883억이 소요된다. 핵심은 보 건설과 준설에 따른 환경과 생태에 대한 영향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와 4대강 사업 완공 이후의 관리에 따른 막대한 예산 문제이다. 김두관 지사는 ‘4대강사업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중앙정부를 압박했고 중앙정부는 4대강 사업권을 회수해갔다. 이 와중에 경북 구미시에 단수사태가 발생하고 6.25때 낙동강전선을 사수했던 왜관의 가 붕괴되면서 인접한 경남지역 민심이 소란스럽다. 동부경남은 물에 상당히 민감하다. 90년대 ‘페놀사태’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하는 부산과 경남의 ‘광역상수도사업’ 또한 표류하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이 ‘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 관리도 못하는 기 무신 정부입니꺼?”


“낙동강 페놀물 먹고 살던 우리가 고인 물 먹고 살아야 됩니까?”


'어르신 틀니 보급사업'을 둘러싼 갈등 또한 계속되고 있다. 전면 무료화 요구와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무료 시행으로 인한 형평성 논란으로 6개월이 넘도록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고 한쪽에서는 “세금과 재원을 고려해서 시행하는 복지를 일방적으로 매도한다”고 반박한다. 경상남도는 정치적인 영향력이 큰 이전 단체장의 힘을 극복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남은 김태호가 왕입니데이”


“공무원들 보소, 다 김태호 눈치본다카이”


‘박연차 게이트’와 거짓말로 총리인준 과정에서 낙마하고 4.27 재보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태호 의원(경남 김해을)의 ‘경남도지사 시절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대형국책사업을 두고 자치단체간의 갈등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를 놓고 전라북도와 경상남도가 갈등을 겪었고 신공항을 놓고는 대구광역시와 부산광역시가 갈등하고 있다.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는 부산광역시와 밀양 유치를 주장하는 대구광역시가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또한 대전광역시와 대구광역시가 갈등을 겪다가 대전광역시로 확정되었다. 기피 또는 혐오시설을 둘러싼 갈등 또한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쳐 먹고 서울시가 싼 것은 서울시가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울시가 고양시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 입구.


 


고양시는 관내에 있는 서울시 소유 난지물재생센터 13개 불법시설에 대한 철거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서울시는 고양시의 불법시설물 철거 강제집행에 대한 행정대집행취소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양시가 문제 삼고 있는 서울시 소유 기피시설은 △서울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 △서울시립묘지 △추모의 집 △난지물재생센터 내 하수처리시설과 분뇨처리시설 △마포구 폐기물처리시설 △서대문구 음식물폐기물처리시설 등이다. 고양시가 서울시의 불법건축물에 대한 철거 강제집행을 할 경우 서울시는 하루 100만t에 이르는 생활하수를, 마포구에서 발생하는 하루 40t의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후 자치단체간, 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분쟁은 모두 259건으로 2009년 12건, 2010년 16건으로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 발생한 분쟁을 유형별로 구분해보면 물 관련 분쟁이 5건으로 가장 많고, 기피시설 관련이 3건이다. 이들 지자체간 분쟁과 지자체와 정부의 분쟁을 조정하는 곳이 중앙분쟁조정위와 행정협의조정위이다.


개인 간의 갈등 또한 증가하고 있다. 광역도로망이 구축되고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지역상권이 분화되고 소득수준에 따른 소비계층의 분화가 촉발되어 ‘백화점 손님’과 ‘재래시장 손님’이 구분되고 있다.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인 박탈감이 지역까지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천안에서 만난 전직 시의원은 “백화점 손님과 재래시장 손님이 구분되면서 이제는 중소도시도 돈 없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도시 발전이 살기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소득격차가 ‘낡은 주택과 아파트’에서 ‘백화점과 재래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실험, 그리고 실험


민선 5기의 핵심은 ‘복지’이다. 2008년 18대 총선을 휩쓴 뉴타운 개발공약을 극복하고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복지패러다임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는 2008년 말 금융위기라는 외부적인 요인에서 기인하여 국내 부동산 불패신화의 붕괴가 가져온 측면이 존재하지만 ‘지방자치정부의 힘’이 광역시·도와 중앙정부의 반대를 극복하고 구현시킨 ‘국가적인 정책’이라는 의미가 있다. ‘민주적인 하극상’이 발생한 것이다. 무상급식은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선도하여 완성시킨 측면이 강하다. 민선4기까지는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갇힌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민선5기 체제에서 의회권력을 장악하고 교육감 선거까지 승리하면서 이루어 낸 값진 성과물인 것이다.


“급식비라도 걱정이 줄어서 다행입니다”


“ 잘 먹고 잘 살게 해준다더니 있는 놈들만 잘 먹고 잘 살게 해준 것이 이 놈
의 정권이다”


“4대강에다 쏟아 붓는 것보다야 애들 밥 먹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수도권을 벗어난 기초단체에서는 명확하게 온도차이가 느껴진다. 여전히 건설과 지역개발이라는 열망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적인 정책과 개발공약에 부동산이 꿈틀거리고 SOC투자를 갈망하는 염원이 강하다.


“서울만 사람살고 표 있습니까? 내도 한 표 있습니다”


“사람도 동물도 전부 서울로 가면 대한민국입니까? 서울공화국이제”


“ 힘 있는 정치인이 자기 고향 챙기면 이것이 민주주의입니까? 이것도 독재입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열망이 지역개발에 대한 염원으로 투영된다. ‘서울 중심’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도 보인다. 참여정부시절의 국토균형발전론이 중단되고 중앙정부 중심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세종신도시가 우여곡절 끝에 ‘반쪽짜리’로 전락하고 공기업 이전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휘둘리는 것을 국민이 지켜본 것이다.


중앙정부의 ‘실험적’ 국정방향에 대한 ‘현장의 비판’도 들린다. 지난 참여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정책방향으로 삼아 각 지자체의 현실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현 정부는 지역특성화 사업에 대해 공모사업으로 정책방향을 바꾸었다. 공모사업의 경우 각 자치단체에 대한 평가체계가 해당 자치단체의 인프라 위주로 이루어지다보니 ‘인프라가 부족한 자치단체는 예산편성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특성화 사업이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구조이다 보니 “하드웨어가 부족한 자치단체가 예산을 받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전남 지역의 담당 공무원은 “현 정부의 공모 사업은 인프라가 없는 자치단체는 죽으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일방주도의 ‘힘 있는 정치’를 경험했기 때문일까? 야권 승리의 또 다른 성과는 ‘공동지방정부’ 구성이다. 선거 승리라는 당면 과제를 위해서 급조된 측면이 강하지만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전체가 단일전선을 형성하여 거대여당을 견제하는 정치적 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지난 97년 대선에서의 DJP연합은 인물중심의 연합체였다면 작년 6.2 지방선거는 미진하지만 철학과 가치를 기반으로 “정책연대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의 핵으로 인식되는 예산에 대해서도 운영방식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와 같은 ‘소통과 참여’에 의해 민심의 변화를 읽어내려는 자치단체장의 변화된 시각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변화’ 또한 꿈틀거리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잦은 선거를 통해 교체됨으로써 전임 자치단체장의 추진사업의 연속성이 사라지거나 공무원 인사권에 대해서 업무추진 능력보다는 인간관계를 우선하는 경향에 대한 반발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 부정과 비리로 자치단체장의 업무연속성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결여되면서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복지부동하는 자치단체 또한 존재한다.



많은 지자체가 다양한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사람’이다.


 


자치제도의 핵심은 사람이다. ‘소통과 참여’가 실험되고 예산에 대한 주민참여가 정착되어도 ‘사람’이 사라지면 의미 없는 실험일 뿐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소통과 참여’에 지역의 힘 있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스멀거리고 있다. ‘권력분산에 의한 지역공동체 발전의 방향성’이 ‘권력분점을 통한 사적인 네트워크 공동체의 발전’을 모색한다면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민 중심으로 움직이는 방향성을 상실한다면 또 다른 지배구조의 다른 방식일 뿐이다. 지방자치는 스스로에게 해법과 결과가 존재한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고민하고 고민해야 할 민주주의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