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내용 바로가기

학생친화적 정부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나간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친화적인 정부를 표방했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 이명박 정부의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연평균 성장률은 2.8%에 불과했다. 공약이었던 7%의 절반인 3.5% 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십조원의 재정을 편익이 거의 없는 사업에 투자해버린 만큼 잠재성장률조차 4%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하는 국면이다.   
 주권자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국회와 정부를 선택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승리한다면, 차기 국회와 정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기업친화를 또다시 가장 앞에 내세우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섣부른 전망일지는 모르지만 인간친화적 정부, 사람을 가장 앞세우는 정당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선진국 그룹 가운데에서 가장 출산률이 낮아진지 오래다. 그 원인으로 교육과 보육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공립어린이집, 공립유치원에 가서 대기번호를 받아야 한다. 연령별 두뇌 발달 단계와 관계없이 옆집 아줌마들로부터의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한글교육을 시작한다. 동화책이나 장난감보다 외국어학원비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학교에 입학하면 자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도 어렵다. 학원 순방을 하는 자녀가 제 때에 먹는 것은 삼각김밥, 떡볶이 정도다. 밤 10시쯤에야 집에 온 자녀는 라면 한 그릇 먹자마자 잠자리에 든다.


 


 사회가 인정하는 인기대학으로의 진학이 최우선적인 목표가 된다. 학생과 부모는 다른 대부분의 것들을 희생한다. 그러나 또래 40만 명 가운데 소위 SKY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언제나 만 명뿐이다. 40 대 1의 난관에 도전하는 현실이 학생과 부모를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필자가 조사한 결과 서울의 중고교생 32.5%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 둘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학교를 그만 두는 비율은 무려 13.2%(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하는 학업중단율은 1년에 0.86%이다. 그러나 초중고 시기에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은 1년 동안의 중단율에 12를 곱하고, 졸업 후 중학교와 고교 미진학률을 더해야 한다.)에 이른다. 2009학년도와 같은 교육 여건을 지속시킨다면, 초등학교에 입학한 8명 가운데 1명이 고교 졸업 이전에 학교를 그만둔다.
 심리적 부담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다.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 두 번째로 비싼 대학등록금이 가계를 어렵게 한다. 얼마나 다급한 상황인지, 올해 들어서야 겨우 특성화고 무상교육을 시작했는데도, 일반계고 무상교육을 건너뛰고 반값등록금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저출산을 걱정하기 전에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하는 현실이다. 서른 지나서 결혼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큰 축복이어야 할 단 하나의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데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주권자들은 내년에 선택할 정부와 다수당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다음 정부와 다수당은 4~5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25%로 조정



 다음 다수당은 국회 개원 즉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2005년 19.4%이던 국세의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은 6년이 지난 현재도 불과 20.27%에 머무르고 있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시도교육감들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친환경 무상급식,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학습준비물 비용 공공 부담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특성화고 무상교육에 3년간에 한정하여 재정을 분담하고 있으며, 만5세 유아교육비 20만원 보조를 계획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써야할 돈이 많아진 만큼 세입을 늘려주어야 한다.
 학급 규모 25명 이하, 법정 정원 미달 교원 6만 명 충원,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사, 이것은 모두 같은 얘기다. 교부율을 25%로 조정하면 교사를 충원할 수 있고, 자연히 학급 규모가 감소되고, 어지간한 교사라면 학급의 학생 모두를 배려할 수 있게 된다. 고교와 유치원 무상교육, 유초중고교 친환경 무상급식도 가능하다.
 이미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이런 내용의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집권 직후 72시간 법안 패키지를 정해서, 의회를 통과시키며 공약 이행을 시작했다. 다음 다수당이 학생친화적인 다수당을 지향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교육자치의 본격화



 주권자들은 작년 지방선거를 통해 16개시도 모두에서 직선 교육감을 뽑았다. 교육감들은 진보든, 보수든 독자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집행하기 시작했다. 세상 대부분의 나라가 교육자치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국 평균의 학생은 없기 때문이다.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이 평균인 학생, 키와 몸무게가 평균인 학생, 100미터 달리기와 던지기가 평균인 학생, 부모의 소득, 재산, 학력
이 평균인 학생, 내향적 태도와 외향적 태도가 평균인 학생, 논리, 연산, 공간, 자연친화 지능이 평균인 학생은 없다. 학생들은 모두 고유하다.
 자치를 하지 않는다면 일부 저소득층 지원 분야와 영재교육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육정책은 전국 평균을 상정하고 설계하게 된다. 이런 정책을 아무리 잘 만들고 집행해도 그 정책이 겨냥할 전국 평균의 학생은 없다는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평균을 가정한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학생 저마다의 소양과 자질에 따른 개별화교육을 교사가 자주적으로 해야 한다. 교사와 교장의 책무성을 동시에 강화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여건을 만드는 교육정책은 전국 공통이 아니라 시도마다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하루 빨리 교육자치를 내실화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중요한 몇 가지만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립학교 교원, 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의 정원결정권을 예산 범위내에서 교육감에게 이양. 교원과 지방공무원의 자격과 처우는 현재처럼 법률과 대통령령으로 결정한다.



둘째, 교부금의 배분 기초인 시도별 기준재정수요의 계산 방식을 학령인구, 학교 수, 시도의 면적 등 최대 5가지 이내로 단순화하고, 교과부가 제시하는 부대조건을 폐지하여 보통교부금을 교과부의 태도와 관계없이 중립적으로 배분한다. 특별교부금 비율을 현행 4%에서 1%로 축소하여 국회, 시도의회가 통제할 수 없는 재정집행을 최소화한다.


셋째, 특성화 중학교,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의 지정 및 지정취소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한다.



넷째, 교육과정 결정권, 교과서 선택권을 교육감에게 이양한다.



다섯째, 학교 소속 비정규직 15만 명 가운데 영속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직군은 교육감 소속 지방공사를 설치하여 정규직으로 임용한다.



국립대 육성과 사립대 개혁



 우리는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의 비율이 유별나게 높은 나라다. 국공립대생은 전체의 25%로 OECD 평균인 78%에 비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기록하는 입학생을 받지만 세계적인 일자리로 배출시키지 못하는 것을 보면 우리 대학교육은 고칠 점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립대들은 입학생을 선별하는데 관심이 크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노력을 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사립대 개혁을 위해서 역대정부는 재정을 투입하며 변화를 요구했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다. 사립대를 운영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횡령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현실에서의 작동가능성을 고려할 때, 임기가 정해진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국공립대 육성에 집중하고, 일정 기준 이상으로 가시적인 개혁을 하는 사립대학에 상응하는 지원을 하는 방법 외에는 찾기 어렵다.
 강원대, 충북대, 부산교대 같은 국립대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은 이런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대학개혁안으로 이미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공약했던 국립교양대학안을 비롯해 여러 가지 방안이 나와 있다. 모두 만만치 않은 길이다.



서울시립대부터 바꾸자



 마침 서울시장선거가 있다. 문제를 좁혀서 서울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서울시립대를 어떻게 발전시킬까를 살펴보면, 전국 대학의 발전방안도 찾을 수 있다.
 반값등록금을 넘어 무상교육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학교(물론 지금도 카이스트, 사관학교처럼 처음부터 전면 무상교육을 하는 대학들이 있다.) 가 서울시립대이다. 시립대 학부의 법정 정원은 7천명, 장학금을 제외한 1인당 등록금 부담액은 연간 380만원 정도이다. 266억 원(시립대 재학생은 1만 명이지만 추가학기 등록생, 대학원생의 등록금은 빼고 계산해야 한다.) 을 투입하면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서울시 예산 20조원의 0.13% 정도이다. 정부와 다수당이 대학 무상교육을 하려면 200조원의 예산 가운데 3.5%인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서울시장의 결단은 재정 부담만 따지자면 서른 배 정도 쉬운 결정이다. 시립대 하나만 책임지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은 책임질 방법도 없다. 2천억 원 쯤 대학의 교육연구비를 더 투자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키우는 것도 의지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무상교육이라는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여기에 따르는 책무성 부과다.
 대학 서열 유지를 위해 입학생 선별하기를 그만두게 하자. 서울의 고교 310곳 모두에 동등한 입학기회를 보장하자. 내신 성적 상위 10% 정도의 학생이 원서를 내면 자동으로 받아주자.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 하나는 대학입시가 초중고 교육을 압박하는 것이다. 수능 등 대학입시에 맞춰 고교는 어쩔 수 없이 3년 과정을 2년에 마쳐야 한다. 선행학습, 사교육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청년실업, 학교 밖 청소년을 외면하면서 반값등록금, 무상교육을 하려면 그에 못지않은 책무성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입시폐지다. 입시 압박을 제거하여 초중고교
육을 정상화시킨다면 그 의미는 크다.
 서울의 어느 고교를 다니든 일정한 성적만 올리면 서울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때, 점진적이지만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고교를 고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다. 땅값 비싼 특정지역으로 몰려갈 이유가 없어진다. 오히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적은 학교가 유리하다. 학비를 세 배나 내야 하는 자율형사립고에 갈 이유가 사라진다.
 우리 현실과는 너무 먼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사례는 많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고교졸업자격 취득자는 대학에 의해서 선발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는 근거리 대학에 배정한다. 독일은 학생이 다니고 싶은 대학을 선택한다. 심지어 다니는 대학을 바꾸고 싶을 때는 전학도 보장한다. 세계 100대 대학 가운데 미국 37곳, 유럽 35곳으로 유럽 대학의 경쟁력이 뒤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도 많은 주립대학들이 지역의 고교 성적 일정비율 이내 학생들에게 자동적으로 진학 기회를 부여한다.
 큰 혜택을 주는 만큼 학생들에게도 상응하는 책무성을 요구할 수 있다. 성실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우리 대학들은 입학하기가 어렵지 등록금 꼬박꼬박 내고, 출석하면 졸업 안하기도 어렵다. 학업성취도 세계 최고 수준의 입학생들이 그 역량을 취직을 위한 스펙 만들기에 낭비한다. 대학의 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하지는 않는다. 이래서야 세계적인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립대 개혁이 효과를 나타내면 강원도립대를 비롯한 다른 국공립대학이 뒤따르는 것은 훨씬 쉬운 결정이다.


 




학생 선택 교과의 보장 - 외국어고 폐지의 대안



 외국어고는 뜨거운 감자다. 외고 입학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을 받으며 준비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집안이 가난한 학생에게는 기회가 없다. 졸업생들은 엉뚱한 학과로 진학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외고를 없애자고 한다. 그러나 없어지지 않는다. 문제 인식은 충분했지만 대안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문제는 분명하지만 그냥 없애기에는 꺼림칙한 무엇이 있지 않을까?
 외국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적절한지를 떠나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정치인들로서는 발언은 하지만 결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모든 고교생에게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자. 영어를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실용 영어회화, 심화 영어회화, 영어 독해와 작문, 심화 영어 독해와 작문 수업을 듣게 하자. 어느 학교를 다니든, 공부를 잘 하든 못 하든 외고에서 배울 수 있는 과목을 듣게 하자. 이러면 외고를 폐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이것은 외고 폐지의 대안만이 아니다. 고교교육 정상화의 길이다.
 경제학과로 진학하려는 학생은 미적분과 통계 기본, 생활경제, 국제경제 Ⅰ, 국제경제 Ⅱ, 인류의 미래사회, 진로 체험을 이수하게 하자. 조리사가 되려는 학생은 한국조리, 동양조리, 서양조리, 제과제빵, 관광영어, 관광중국어, 관광일본어, 중국문화 Ⅰ, 일본문화Ⅰ, 직업체험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
 이 모든 과목은 현행 2009 교육과정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교과목들이다. 이런 교과목이 무려 448가지나 된다. 일반계고교생은 이들 중에서 64단위까지, 특성화고교생은 80단위까지를 배울 수 있다.
 현 교육과정에서 고교를 졸업하려면 180단위(1주일에 30시간의 수업을 한 학기 동안 공부하면 30단위를 이수하는 것이다. 6학기를 채우면 180단위를 이수하게 된다.) 를 이수해야 한다. 국어, 영어, 수학을 모두 합쳐 필수이수단위는 45단위에 불과하다. 즉 국영수를 1년에 15단위, 그러니까 1학기에는 7시간 배운다면, 2학기에는 8시간 배우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에서 국영수를 두 배 정도 가르친다.
 획일적인 국영수 편중을 모든 학생에게 강요하는 일을 중지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교원 법정 정원을 채우면 할 수 있다.
 인기대학 몇 곳의 입시에 맞춘 교육과정은 90%의 학생에게 학습동기를 감소시킨다. 40% 넘는 학생이 학교 중단을 고민하게 만든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다.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 80%가 수업에서 소외된다. 우리 청소년들을 인기대 입시 준비라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시급히 구출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도 분모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진학률이 80%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언론은 물론이고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조차 이런 표현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다. 80%는 고교 졸업생을 분모, 대학입학생을 분자로 산출한 수치다. 국제기구나 다른 나라들은 이런 식으로 진학률을 계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학진학률은 해당 연령 인구를 분모, 대학입학생을 분자로 계산하는 것이 세계표준이다.
학교 밖 청소년 가운데도 검정고시, 미인가 대안학교 등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연히 분모에 들어가야 한다. 왜 우리만 유독 희한한 방식으로 계산하는 걸까?
 현재 중고생 연령층의 13%, (유학, 이민을 제외한 통계이다.)  무려 30만 명이 학교 밖 청소년이다. OECD회원국 가운데 인구가 많은 13개국 가운데 우리보다 학교 밖 청소년의 비율이 낮은 나라는 폴란드 7%, 네덜란드 10%, 독일 11% 정도다. 비율로만 보면 아직까지는 낮은 편이나, 문제는 점진적으로 증가한다는 것, 특히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배려하기는커녕 아직 관심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30만 명 가운데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전국을 통틀어 채 만 명이 되지 않는다. 대다수가 청소년 아르바이트, 칩거, 가출을 반복한다. 이들이 제도권 사회와 접촉하는 경우는 주로 배달 중 오토바이 사고 날 때, 범죄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때이다.
 우리 현실에서 고교 졸업 이전에 학교를 그만두면 당사자는 저학력, 일자리 접근 기회 제한, 저소득, 빈곤, 노후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온가족을 심각하게 만드는 일이지만, 가족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사회로서는 고용률 저하, 성장률 감소, 사회복지 및 안전비용 증가를 초래한다. 역으로 학교중단을 예방하거나 학교복귀 또는 대안학교 진학을 지원하는데 재정을 투입한다면 어떤 사업보다도 경제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떤 정당도 이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기 위해선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가출한지 오래되었지만 가족의 학대 등으로 귀가할 형편이 아닌 청소년에겐 문자 그대로 의식주를 지원해야 한다. 쉼터와 그룹 홈의 확대, 찾아다니면서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이들은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부당노동행위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학교 밖 청소년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청소년 지원 기관들과 연결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교 밖 초중등 교육과정 이수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도 고교졸업장의 필요를 느끼면 검정고시 학원을 듣거나 EBS를 수강한다. 학교에 다녔다면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무상교육, 고교도 교육비의 80%를 재정이 부담하지만 이들은 가장 어려운 처지에서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공영방송인 EBS조차 검정고시과정을 사기업에 위탁하여 교재비, 수강료로 200만 원 정도를 받는 실정이다. 방송통신교육 기회와 대안교육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검정고시 접수 비용을 면제하며, 최소한의 교재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직영하는 평생학습시설은 우선적으로 검정고시 과정을 개설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음식점, 주점,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편의점, PC방, 주유소, 배달, 유흥업소 등에 한정된 이들의 일자리를 노동부가 나서서 최소한의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노동력 착취를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지도 감독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접근하도록 직업훈련을 지원해야 한다.
 우울증, 노이로제, 무기력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담과 멘토링,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지원이 제대로 되려면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과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처럼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이들을 통합 지원하는 위원회, 또는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예산도 별로 마련하지 못하면서 특정 기관이 중심 역할을 자처해서는 협력체계가 작동되기 어렵다.
 현재 이들을 지원하는 활동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의 대부분은 이런 지원이 있다는 정보도 접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친화, 청소년 친화적인 정부, 다수당이라면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친화적이어야 할 것이다.


 


 


* 본문은 하단에 첨부되어있습니다.


  학생친화적 정부가 필요하다.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