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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왕 아산시장 인터뷰


 


교육도시를 꿈꾸다


 


본 인터뷰는 4.11 총선 선거운동 이틀째인 3월 30일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인터뷰 진행은 김영필 편집위원이 맡았다.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 주신 복기왕 아산시장님께 감사드린다. – 편집자 주


   



김영필 :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많이 탄생하였고, 여러 곳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아산시는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도시로 알려져 있어 오늘 시장님을 찾아뵙고 그 비결을 듣고자 합니다. 먼저 자치단체장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복기왕 : 사실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단체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불과 1년 정도 국회의원을 했었지만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들어오는 지역정보가 부족하고, 지역에서의 역할도 별로 없고, 여의도의 정치논리 쪽으로 자꾸 치중하게 되다 보니 점차 지역과는 괴리가 되었지요. 지역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지역정치를 바꿔나가는데 있어서 여의도 국회의원 숫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주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기초자치단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두 가지 정치적 이유가 제가 단체장에 도전하게 된 이유입니다. 사실 우리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두 번의 정권을 운영했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해 붕 떠 있지 않았습니까?


 


김영필 : 결국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지역이라는 말씀이군요. 아산시는 일반적으로 역사, 문화 그리고 온천 중심의 휴양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산업도시로서의 성격도 조금씩 강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청권에서는 인구가 매년 거의 만 명 이상씩 늘어나고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도 한데요. 30만 인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아산시 발전을 위한 구상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복기왕 : 자치단체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제 고향인 아산을 어떻게 변화시킬까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준비하고 시장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분명했던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시민들이 행복하고 시민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도시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장 중심으로 도시 발전을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다를지 모르겠습니다. 아산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아산시는 변화의 한 지점에 놓여 있고, 저는 그 책임을 져야합니다. 저는 10년 쯤 뒤에 아산시장으로 시정을 잘 운영했다는 평가보다 아산시의 미래발전을 위한 징검다리를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시장이 되고 싶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을 공직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로지 성장, 50만 도시를 대상으로 도시계획을 하는 식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산시에는 송악면, 선장면에 소중한 생태자원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저의 구상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수도권과는 다르게 시민사회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을 해내는 것이 젊은 시장의 몫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김영필 :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동안의 아산시의 변화, 내세울 만한 실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복기왕 : 성장하고 있는 도시의 성장을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아산시가 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아직도 시설 유치나 도로 개통과 같은 일들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실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 전국체전 유치도 실적이 될 수 있겠군요.


 



김영필 : 전국체전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시민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시민과 하나 되어 전국체전을 운영한다면 그것도 질 좋은 성장이 될 것입니다. 아산시민, 시민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인데,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장님을 도와서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단위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있겠습니까?


 


복기왕 : 저의 구상을 실무적으로 뒷받침을 할 수 있는 단위가 저와 함께 시정에 참여한 정책보좌관들이고, 아산시의 공무원들입니다. 그런데 단체장의 업무가 너무 많습니다. 국회의원은 일정을 자기 스스로 계획하는 데에 반해 단체장은 주어진 일정에 끌려 다니지요. 주어진 일정을 소화하기 바쁘다 보니 일을 주도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들과는 서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공직자들이 업무 해결 면에서는 대단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주어진 과제만 수행하는 습관들이 있어서 과제를 끊임없이 생산해 줘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창의적인 제안을 해주시는 분들께는 칭찬을 많이 해드립니다. 모범사례로 간부회의에서 얘기도 하지요. 그러나 사실 기대만큼 그러한 사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공직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김영필 : 아산시의 인구가 매년 1만 명씩 늘어나는 것은 젊은 층의 인구유입이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젊은이들이 아산시에 정착하여 주민으로서의 동질감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님께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입니까?


 


복기왕 : 아산시의 도시경쟁력 중에서 제일 부족한 부분이 교육분야입니다. 중등교육 분야의 경쟁력을 보고 젊은 세대들이 주거지를 결정하지 않습니까? 천안, 아산, 당진이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엘리트 연구개발 인력들은 지역에 정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또한 아산시에는 규모가 두 배정도 더 큰 천안시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자녀교육 등의 문제로 천안시로 이전을 많이 합니다. 이것이 아산시의 현실적인 걱정거리입니다.


 



김영필 : 아침에 온양온천역 주변을 돌아보다 평일 출근시간인데도 인적이 드물어 근처 식당주인께 여쭤봤더니 천안에서 출근하는 사람들은 꽤 있는데 반대로 아산에서 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하더라고요. 시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실질적으로 아산시에 거주하면서 생활해야 될 사람들이 교육환경 등의 이유로 천안에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복기왕 : 그렇습니다. 아산시 서쪽 끝에 있는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의 사무직원들과 일부 생산직에 계신 분들도 천안에 거주를 하다 보니 출근버스도 천안까지 운행을 하는 낭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산시 입장에서는 아산에서 돈을 벌어 아산에서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인 거지요.


교육인프라가 없다 보니 문화와 같은 부분도 시장의 한쪽 측면에 치중되고 있습니다. 아산시에 어떤 문화시설을 갖추려고 해도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실 이 점이 아산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거죠. 산업적으로는 아마 일자리가 인구대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 중의 하나일 텐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결국 아산시의 교육여건을 향상시키는 것이 모든 도시문제 해결의 원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산시를 명품 교육도시로 만들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김영필 : 시장으로서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실현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겠습니다.


 


복기왕 : 아산시가 교육 분야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 가장 많이 하는 지역 중 하나일 것입니다. 내고장학교보내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마을회관까지 찾아가는 방과 후 학교 같은 경우도 어찌 보면 아산시에서 최초로 운영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섯 개 마을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아산시의 교육환경이 서천군과 비슷합니다. 서천군은 군산시가 인접해 있어 중고등학교 때부터 군산으로 인구가 빠져나갑니다. 지난번 나소열 군수님과 만나 얘기하다 보니 그 부분에 대해서 잘 통하더라고요. 그런데 서천군에 비해 아산시는 완전히 생활권이 연결되어 있어 그런 문제들이 더 절실한 것입니다. 교육자족도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교육문제에 접근하다보면 전교조나 선생님들한테 불만도 많이 듣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 아산시의 미래에 관한 문제이니 다소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교육환경 개선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김영필 : 방과 후 학교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 운영하시는지요?


 


복기왕 : 아산시가 성장을 하고 있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다 시골입니다. 그 곳의 아이들은 사교육을 접하기 힘듭니다. 등하교 수단으로 학원차를 이용하기 위해 학원을 다닙니다. 공부하기 위해 학원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마을을 대상으로 오후에 방과 후 교사를 보내서 아이들을 교육시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용자들께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내주시고 있고, 더 확대되길 바라십니다.


방과 후 교사들은 시에서 능력 있는 분들로 선정합니다. 신도시 지역에 능력이 있지만 일을 쉬고 있는 여성인력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 분들을 활용할 수 있고, 아이들 교육수준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어 말하자면 일석이조의 사업이기도 합니다.


 


김영필 : 시가 직접 방과 후 학교를 관리함으로써 사교육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공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프로그램을 제공받는 사람들이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성공을 거두고 확대되면 명실상부하게 아산시가 교육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복기왕 : 저는 제 자신을 교육시장이라고 소문내고 있습니다. 제가 이 지역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왔기 때문에 지역의 현실과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방자치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아산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시장이나 국회의원도 되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산 증인이니까요. 이러한 논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교육에 대한 캠페인과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아산시의 교육여건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로개통처럼 표면적으로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 단체장으로서는 모험이기도 합니다. 사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산시민들께서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교육문제가 지역주민들에게는 가장 가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김영필 : 시장님께서는 주민들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분이시기 때문에 행정가이면서 동시에 정치인으로서의 역할도 있습니다. 특히 시장을 하시다 보면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들이 있고 그 갈등을 조정하고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시장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복기왕 : 민선 단체장을 행정가라 구분하는 것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역할을 하라고 직접선거로 시장을 선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행정은 부단체장을 통해서 운영 하면 될 것입니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 민심을 어떻게 살펴볼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과 역할을 하라고 저를 선출해 놓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시장의 권한이 행정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백 퍼센트 정치인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정치가 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어려운 자리를 피하지 않습니다. 불편한 자리에 직접 가기도 하고 무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저의 논리로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공무원들에게 대민업무를 미뤄놓고 자리를 피하지 않습니다. 장단점이 있을 텐지만, 저는 주민들과 소통하는데 있어 우회하지 않고 직접 대면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 청사 주변에 상여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민선 3기 즈음에 주민동의가 완료된 27홀 골프장 공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18홀 공사가 끝나고 9홀 공사를 시작하면서 추가 보상금 요구가 있는 것이지요. 법적인 문제도 처리가 끝났고 시에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역할도 마무리가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미 절차나 합의가 끝난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노점상 문제로 인해 30명 정도가 항의 방문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골치 아픈 문제들은 보통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만남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직접 만나서 대화를 했습니다. 결국 풀어지더군요. 자치단체장이 만나주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김영필 : 얼마 전 강원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그 곳에서는 골프장 건설 반대 농성이 있었습니다. 당사에도 자주 자신들의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농성하시는 분들께서 오십니다. 시장님께서 좀 전에 말씀하셨듯이 피하지 않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성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도 큰 위안을 삼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문제들을 대처하는데 있어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께 귀감이 될 만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장 임기 2년 정도가 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으로서 본격적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 텐데요. 아산시민들께 저희 『사람과 정책』 지면을 통하여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복기왕 : 아산에는 수도권에서 온 젊은 세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다 온 주거환경과 아산을 대등하게 비교합니다.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렇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사랑을 기본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시정에 참여하시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많은 것이 갖춰진 안정된 도시와는 다르게 이 도시에 초창기에 들어온 사람들은 일종의 개척자들이 때문에 그만큼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도시의 미래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해주시면 생각 자체가 바뀌실 겁니다. 젊은 시민 분들께 “함께 살기 좋은 아산시를 한번 만들어 봅시다”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산시의 산업경제 발전 속도에 비추어 볼 때,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인프라는 갖춰지게 되어 있습니다.


아산시는 온천도시로서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유서 깊은 현충사가 있고, 많은 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들어오는 젊은 시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제가 단체장으로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제 생각보다는 시민들께서 시정에 많이 참여를 해주셔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아산시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시민여러분들께서 시청에 오셔서 잔소리도 해 주시고, 의견도 내 주시면서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해 주실 때, 다양한 아산시의 발전구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영필 : 오늘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장님의 생생한 현장의 말씀이 당의 정책과 전략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