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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현황과 2009년 독일 총선 분석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현황과 2009년 독일 총선 분석

 

1. 유럽 사민주의정당의 현황

❍ 유럽 사민당의 연속된 패배

- 2000년 유럽연합 15개국 중 11개국이 중도좌파정당 집권. 현재는 영국 노동당, 스페인 사회당, 포르투갈 사회당, 그리스 사회당을 제외하고 보수정당이 집권 중. 특히 놀라운 것은 만년 사민당 집권국가였던 노르딕 유럽연합 국가에서 모두 보수정당이 집권함(비유럽연합국가인 노르웨이만이 사민당이 집권)

- 독일 사민당의 대참패는 ‘유럽 사민주의의 위기’를 증명 ▸ 영국 노동당의 경우, 현재 여론조사 상 보수당, 자민당에 뒤진 3위이고, 올해 유럽의회선거에서도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과 같은 13석밖에 못 얻는 참패. 내년 선거에서 보수당이 집권할 것으로 예측

▸ 스페인 사회당도 여론조사 상 보수정당에 뒤지고 있음

▸ 포르투갈 사회당은 단독과반이었지만 올해 선거에서 단독 과반수를 못 얻음

▸ 올해 그리스 총선에서 사회당의 승리는 ‘산불사태’라는 예외적 상황

❍ 유럽 사민당의 위기의 원인

- 유럽 사민당은 자신의 성공의 희생자가 되었음. 복지국가, 지식기반경제와 함께 전통적 지지기반인 블루칼라 계층, 노조가입이 사멸하고 신중산층, 지식노동자가 다수(가령, 프랑스의 민간기업 노조가입율은 3%에 불과)

- 보수정당의 중도화. 2000년 부시의 기적같은 승리이후 전세계 보수정당은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 Centrist conservatism, Caring conservatism)’ 채택

▸ 보수정당은 립서비스일지라도 서민을 기생충으로 보는 신우파의 정당이 아니라 ‘서민의 정당(party for the vulnerable)’으로 자처하고, 사민당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서 더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을 공약

▸ “정부가 해결책이 아니라 그 자체가 문제이다”라는 레이건의 신자유주의적 공식은 비판의 대상이 됨. 부시는 보수주의자들도 정부와 시장, 모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 “너무나 자주 우리 당은 제한된 정부의 필요와 정부 자체에 대한 혐오를 혼동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많은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지는 못했다. 우리는 억센 개인들의 나라이다. 그러나 우정, 공동체, 연대에 의해 연결된 재기의 기회(second chance)가 보장된 나라이다. 우리의 정의에는 호의가 있어야한다. 우리의 판단에는 자비가 있어야한다. 우리의 열정 뒤에는 사랑이 있어야한다.”

- 사민당의 미흡한 현대화. 충분히 그리고 현명하게 현대화하지 못함으로써 전통적 지지기반인 실업자와 블루칼라가 극우∙극좌 포퓰리즘을 지지하고(독일을 제외하고 극우파가 득세하고 있음), 사민당의 분열을 유발 ▸ 미흡한 현대화 때문에 메시지를 만들지 못함. 어정쩡한 자세는 결국 이슈 선점에 실패하고 제기된 핵심이슈에서 무능을 나타냄. 사민당의 개별적인 사회정책들은 강력했지만 별개로 제시되어 전략적 전체의 일부가 될 수 없었음. 그것들을 함께 묶고 전략적 일관성을 부여하는 테마가 결여되어 있음

❍ 위기타개 방향

- 제3의 길의 두 번째 물결(the second wave of third way)

▸ 더 심층적인 지지를 창출해야. 열정 없는 실용주의는 심층적 지지를 유지할 수 없음. 심층적 지지는 실용적 이해관계에 호소하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의 감정적 심금을 울리는 것을 의미. 이는 단지 우리가 무엇을 거부하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위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치를 가져야. 우리가 창조하려는 사회 유형, 세계 유형의 이상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

▸ 이데올로기적 돌파가 필요함. 이데올로기적 돌파는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정책적 전망을 요구. 계속해서 근본적(radically)으로 사고해야. 그러나 근본주의(radicalism)는 과거의 전통적 좌파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들(refresh ideas)에 개방적인 것을 의미

▸ 터프하면서 스마트해야. 유럽에서 핵심 선거이슈는 대체로 범죄와 이민문제임. 법과 질서의 문제라는 터프한 정책(tough policy)은 전통적으로 우파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음. 전통적으로 좌파는 마음씨는 따듯하나 무능하고 우파는 냉혹하나 유능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음. 즉 좌파는 어머니에 비유되고 우파는 아버지에 비유되었고 이러한 이미지가 작동하는 순간, 국가의 리더십은 우파가 장악할 수밖에 없었음. 따라서 전통적으로 우파가 지배해왔던 이슈들에서 좌파가 신뢰를 얻어야 함. 그렇지 못할 경우 좌파가 우세한 영역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짐

▸ 중도를 재장악해야. 성장을 우선시하고, 자유주의와 연합하는 광범한 중도개혁연합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

※ “노동당은 영국정치에서 자연스런 중도정당(natural Party of the Centre)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진보적 중도(Progressive Centre)로부터 노동당은 분명한 가치에 근거한 정치(value-based politics)를 공약해야 한다. 노동당 비전의 핵심에 사회이동(social mobility), 기회균등(equality of opportunity), 시민자활(citizen empowerment)의 공약이 있다. ... 개인의 자활, 생활기회의 향상, 궁극적으로 사회이동의 향상에 대한 분명한 공약은 우리의 모든 개혁을 관통하는 공통의 핵심이다.”

2. 2009년 독일 총선 분석

❍ 독일 총선 결과

- 사민당이 전후 최대참패를 당함으로써 기민∙기사련과 사민당의 연립내각에서 기민∙기사련과 자민당의 중도우파집권

▸ 사민당은 23%의 득표율로 146석 밖에 못 얻는 전후 최대참패를 당함. 이는 이전 선거보다 11.2%, 76석이나 상실한 것임

▸ 기민∙기사련은 현상유지. 자민당은 4.8%, 32석을 더 얻는 최대승자. 좌파당과 녹색당도 각각 22석, 17석을 더 얻음

❍ 사민당의 참패 원인

- 독일선거를 중도가 결정한다는 것은 상식

▸ 독일정치모델이 사회의 다수인 중산층, 능동적인 고학력층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필연

▸ 슈뢰더는 ‘신중도’를 ‘과학기술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 문화엘리트, 중소기업가’로 규정. 신중도의 기안자 홈바흐(Bodo Hombach)에 의하면 “신중도 토대(New Centre Ground)는 어떤 사회적, 정치적 준거와 무관하게 정치적 기대를 공유한다. 대부분은 특정 이데올로기 또는 특정 사회적, 정치적 조직에 애착심을 갖고 있지 않는 미결정의 중산층 유권자의 60%에 속한다. 그들은 실천적이고 비교조적이고 현실적인 문제해결책과 거대정치가 아니라 실용적이며 적합한 사고의 리더십을 찾고 있다.”

▸ 신중도 프로그램: “아데나워 기민련 정부의 경제장관인 에르하르트는 사민당에 그의 아이디어들을 유증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사민당의 기본가치와 자유주의 원리의 효과적인 종합을 창조하려면 그의 실용주의와 반(反)통제정책의 가치들에 의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종합의 중심에 사회적 시장경제의 재구성이 있다. 시장의 힘들을 자유롭게 하고 동시에 그들 간의 조심스런 균형을 유지할 적극적 역할을 하는 국가의 그의 원리가 1981-1998년의 독일우파연립정부에서 후퇴했다. 오늘날 에르하르트의 ‘만인의 복지’는 ‘만인의 일자리’이다.”

▸ 슈뢰더의 ‘신중도 프로그램’은 현실화되지 못했음. 1999년의 ‘블레어-슈뢰더 선언’은 사민당 구좌파의 반발로 사실상 거부되었고, 즉각적인 개혁을 단행하지 않음으로써 어젠더 2010과 같은 뒤늦은 개혁조치는 더 큰 저항에 직면했음

- 사민당의 중도장악 실패

▸ 사민당은 10%이상 뒤진 상황에서 연립내각 유지라는 수세적 입장과 사민당의 분열을 봉합하기 위한 현상유지에 급급함

▸ 1998년 슈뢰더의 집권 때, 사민당은 ‘경제

․사회적 변화의 정당’이었고 사민당에 투표하는 것이 유행이었음. 2009년의 사민당은 변화의 희망이 없는 정당이 됨

▸ 신중도인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기민∙기사련에 4% 우위였던 것이 16%라는 최대 지지상실로 12%나 뒤짐. 18-24세, 25-34세의 젊은 유권자 집단에서도 각각 13%, 16%의 지지를 상실함. 전통적 지지기반인 블루칼라 계층에서도 13%나 지지를 상실함

▸ 사민당 이탈표 중 절반인 213만 명이 투표포기집단임. 좌파당에 1110만 명, 녹색당에 860만 명이 이탈했지만, 기민∙기사련에 870만 명, 자민당에 532만 명이나 이탈했음

▸ 경제이슈에서 30%만이 사민당을 신뢰했음. 이에 반해 자민당은 55%로 가장 신뢰받는 집단이었고, 기민∙기사련도 54%에 달했음. 사민당은 인기 없는 아프간전쟁 파병에 동의함으로써 외교정책에서 14%나 신뢰가 추락한 9%였음

- 기민∙기사련의 중도장악

▸ 메르켈은 2000년 당수가 된 직후부터 ‘중도의 위대한 국민정당(a great people's party of the middle)’을 자임하는 ‘신신중도(the new new middle)’를 선언, 슈뢰더의 신중도가 가짜중도임을 공격

▸ 이번 총선에서 메르켈은 ‘대립을 피하는 비이데올로기적 중도주의자’로 자처하는 초당파적 전략을 채택. “우리는 노동자의 편이다. 우리는 우리사회의 중도를 진정으로 대변하는 유일한 정당이다.”(메르켈의 총선승리연설)

▸ 메르켈은 슈뢰더 정부의 붕괴를 야기했던 인기없는 노동시장개혁 정책인 ‘어젠더 2010’의 급진적 도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금융위기를 잘 대처했다는 유능한 수상 이미지

▸ 기민∙기사련은 화이트칼라 계층과 블루칼라 계층에서 현상유지를 함으로써 사민당에 모두 승리함. 자민당도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6%를 더 얻어 16%의 지지를 획득했고 블루칼라 계층에서도 5%를 더 얻었음. 젊은 유권자 집단에서도 기민∙기사련은 현상유지를 함으로써 사민당에 10%이상 앞섰고, 자민당도 5-6% 더 얻어 사민당과 동일한 지지를 얻었음. 더욱이 메르켈은 동독여성출신으로 구동독지역과 여성유권자집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림

❍ 사민당의 향후 진로 - 중도파와 좌파의 노선 갈등 심화 예상

- 사민당의 원리를 배신하거나 좌파당을 모방하지 않으면서 중도우파 기민련과 더 강하게 차별화할 수 있는 메시지를 형성해야

- 유망한 차기 당대표 가브리엘(Sigma Gabriel)은 명백한 좌경화 노선을 채택하지 않을 것임. 가장 광범한 유권자에게 계속 호소력 있기를 원함

▸ “우리는 중산층에게 중요한 것을 지지해야(가브리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