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3년 반이 지난 현재 한반도 안보와 남북관계는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의 추가도발로 인한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북한은 핵 실전능력 보유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북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 외교의 고립, 북한의 핵 능력 묵인, 미국의 대북 군사제재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남북경협은 위축되고 북한의 대중 예속이 심회되고 있으며 북한 주민의 고초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통일기반 조성사업은 중단되었다. 한국과 유라시아 대륙과의 단절도 심해지고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과 한반도 안보불안정으로 우리의 국가 신인도 역시 저하되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위기에 처한 것은 정책이 합리적인 국가전략에 입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부적절한 정책 목표 설정에 이어 목표의 혼재로 인한 방향성 상실, 정책의 우선순위 역전, 정책의 실현 가능성 경시, 정책의 합목적성 결여, 정책의 결과 평가 미흡, 도덕과 정치의 혼동 등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그 결과로 대북정책은 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지난 민주당 10년의 정책은 남북 간 화해와 경협을 진흥시켰으나 북한의 핵실험은 막지 못했다. 그러나 그 주요 원인은 안보딜레마에 처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월등한 국력을 가진 부시 행정부가 북한 체제 전복을 위협하는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펼치자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취한 데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 탓을 민주당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으로 돌리고 북한을 무시하며 대화를 경시하는 압박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북한은 적절하게 관리.통제되지 않고 있고 한반도 정세는 발칸반도화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불안해졌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북한에 대해 압박.대화.경협을 전방위적이고 동시병행적으로 구사해나가되, 특히 우리가 비교 우위를 가진 경제 분야에서의 호혜적인 협력을 활용하여 북한을 통제하고 관리하여 북한이 우리 정부와 국민을 존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내심 두려움을 가지면서도 경협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그 결과로 초래되는 체제 불안을 스스로 감당하면서 우리의 지원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