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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외교/안보

[2012 아젠다 점검] 한미동맹, 국익이 우선이다

1. 들어가며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한 한미동맹은 냉전시기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를 위한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였으나, 탈냉전 이후 한미동맹은 국제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재조정의 국면을 맞게 되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발전에 따른 민족적 자신감의 고조와 남북관계의 개선 등으로, 대외적으로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해외주둔미군재배치) 추진 등 대외안보정책의 변화에 따라 냉전형 한미동맹의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 같은 환경변화의 중심에서 출범한 참여정부는 냉전적 외교안보 패러다임을 탈피하고, 한미동맹관계를 의존적 관계에서 보다 대등한 동맹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참여정부는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쟁점사항들을 타결하고 새로운 동맹의 틀과 지향점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8차례에 걸친 정상회담과 다차원적 실무협의 등을 거치면서 한미동맹은 미래지향적 방향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일방적인 대미 의존적 외교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한미동맹은 과거의 냉전적 한미동맹으로 퇴행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한미동맹 강화’라는 이름하에 국익조차도 외면하는 현 정부의 한미관계는 남북관계의 파탄과 함께 다음 정부에게 무거운 시대적 과제를 남기고 있다고 하겠다.

본 글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미래 한미동맹의 재정의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탈냉전과 남북화해 그리고 동북아협력이라는 시대적 가치에 걸맞는 미래 한미동맹의 방향과제를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한미동맹의 정책적 기조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그 성과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함의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진보진영이 지향하는 미래 한미동맹의 발전방향을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평가

1) 참여정부의 한미동맹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과 촛불시위 가운데 출범한 참여정부의 집권기간 동안 한미동맹은 중대한 전환의 과정을 거쳤다. 참여정부는 용산기지 이전, 미 육군 2사단 감축 및 재배치 등 전반적 기지체계조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한편, 미래 한미동맹 비전연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전략적 유연성 등 동맹운영과 관련된 이슈

에 합의하는 등 한미동맹의 재조정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협의․타결하였다.

특히 참여정부는 1994년 평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이어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이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노무현대통령은 “협력적 자주국방”을 통해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를 달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평화번영을 여는데 있어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참여정부의 일관된 노력의 결과 2005년 11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포괄적․역동적․호혜적 동맹관계’로의 발전을 골자로 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게 되었다.

참여정부 동안 추진되었던 한미동맹의 변화와 조정은 탈냉전 이후 유보되거나 논의의 수준에 머물러 왔던 쟁점사항들을 타결하고 미래 한미동맹의 비전을 구상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한미동맹이 붕괴 직전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비판되는가 하면, ‘이혼을 앞둔 부부 사이와 같다’고 평가되는 등 “자주냐 동맹이냐” 라는 극단적인 이념논쟁 가운데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한미동맹의 목표나 정책적 성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2)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 기간의 한미동맹을 ‘동맹위기의 5년’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전통적인 한미관계를 복원하고 한미동맹을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본목표를 설정하였다. ‘21세기 전략동맹’은 한반도 중심의 냉전형 동맹을 넘어 21세기 안보환경 변화와 미래안보 수요를 반영하여 글로벌한 시야에 입각한 포괄적 협력관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상에 있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동맹은 냉전형 군사동맹으로의 회귀 내지 심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이전 정부에서 합의되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연기되었으며, 국민들의 분노를 외면한 채 미국측 이익을 반영한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되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한미동맹 강화를 명분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는 참여정부가 한미동맹에 존재했던 비대칭성의 문제를 극복하고 ‘호혜적 동맹’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에 입각해 접근했고, 미국이 이에 동의함으로써 합의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기존의 합의를 뒤집고 2012년 4월로 예정되었던 전작권 환수 일정을 2015년 12월말로 연기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한미동맹은 절대불변의 목표가 아닌 국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게 한미동맹의 강화는 모든 것에 우선하는, 심지어 국가이익에도 우선하는 목표이자 가치인 것이다.

 

3. 어떠한 한미동맹을 지향하는가? 

미래 한미동맹을 설계함에 있어 한국외교가 지향하는 전반적인 국가전략의 기조와 조응하는 동맹을 구상해야 한다. 진보진영이 지향하는 외교적 가치는 무엇인가? 필자는 21세기 우리외교가 “평화에 기반한 연성균형전략”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연성균형전략(soft balancing strategy)’은 국제제도를 활용하거나 경제적 측면에서의 정치력 발휘, 외교적 협상력 등 비군사적 수단들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직접적 대립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강대국의 권력사용을 지연시키거나 혹은 권력사용의 비용을 증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평화’와 ‘균형외교’를 우리외교의 기본으로 삼고, ‘무력을 통한 평화’보다는 ‘대화와 협력 및 균형과 조화를 통한 평화’로의 접근을 추구해야 하며, 이러한 외교전략의 토대 위에서 미래 한미동맹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미래 한미동맹은 ‘위협’이나 ‘지역’보다는 ‘가치’ 공유의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북 억지에 초점을 두어온 기존의 한미동맹을 빈곤과 소외문제, 환경, 에너지 등 세계화시대의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한 차원의 동맹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협력은 이념 위주의 협력에 비해 그 생명력이 높아질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견제나 반발의 명분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동맹재조정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토대로, 그 성과를 계승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참여정부의 한미동맹 재조정정책은 “미시적 차원의 합의 이행과 거시적 차원의 정치적 타협”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즉 ‘미시적 동맹조정’ 차원에서 한미 양국은 원만한 합의하에 동맹재조정을 추진할 수 있었으나, ‘거시적 동맹조정’ 차원에서는 당시 한미 양국의 국가안보전략과 동맹정책의 상이함으로 인해 정치적 타협을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부분적 성과를 부여하고 미완의 과제에 그쳤던 참여정부의 한미동맹 재조정정책을 2012년 진보진영의 집권을 통해 완수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에서 논의된 기존 합의와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다만, 전략적 유연성 등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를 해소하지 못하고 봉합수준에 그친 문제들에 있어서는 보다 분명한 개념과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완의 과제인 거시적 차원의 ‘한미동맹 재조정’이 종국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 동맹의 조율된 비전이나 전략목표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 참여정부 초기의 한미동맹 조정과정은 조율된 공통전략에 입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GPR로 대변되는 세계전략에 입각한 주한미군의 재편에 중심을 두었고, 한국은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 구축에 중점을 둔 협력적 자주라는 각자의 어젠다에 따라 추진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진보개혁진영이 구상하는 한미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당면한 특정 현안에 대한 협의와 타결을 목표로 접근하기보다는 정책목표와 방향 등 기본적 인식에 대한 한미 양국간 합의를 도출하고 공감대를 확장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결국 미래 한미동맹이 목표하는 바는 "한미동맹의 질적 강화"를 통해 '역동적․호혜적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양국관계의 생명력을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대칭동맹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진정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며, ‘쌍방향적 동맹’의 지향으로 양국 간 이익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자율성 확장에 비례하여 미래 안보협력 체제 내에서 한국의 기여와 공동이익을 확장할 때 한미동맹의 생명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다.

 

4.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을 위한 정책과제

첫째, 한미동맹과 한중협력관계의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가 신(新)남방 3각협력체 구축으로 해석되어 중국의 우려와 부정적 반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미동맹과 한중협력관계와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 경제발전에 중국시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으며, 한국외교에 있어 중국의 중요성은 북핵문제 해결과도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일방적인 대미의존으로 한중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래 한반도 평화 및 동북아의 공영은 특정 국가에 대한 편향이 아니라 관련 국가들과의 협력 속에서 ‘창조적이고 유연한 외교전략’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현존하는 미중 경쟁관계를 제로-섬(zero-sum) 관계로 인식하기보다는 양 국가와 사안별로 협력을 강화하는 ‘균형외교’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과 다자협력의 상호보완적 발전방안이 필요하다.

양자동맹과 지역다자협력 간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역내안보와 세계평화를 침해하는 다양한 잠재적 위협요인을 제거․억제하기 위한 공동안보․협력안보를 구현하는 협력의 축으로 동맹을 활용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동북아 다자협력이 조화되도록 하기 위해서 현재의 세력균형체제에서 보다 협력적인 다자주의 체제로, 더 나아가 지역통합의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설득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셋째,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하여 제도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2006년 1월 ‘한미전략대화’를 통해 한국은 미국의 세계전략 재구성의 일환이라는 관점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한국측은 주한미군이 한국의 동의 없이 지역분쟁에 연루되는 일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주한미군 출동에 대한 제도적 통제장치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미일동맹의 경우 주일미군의 작전출동시 양국간 사전협의를 제도화하는 사례 등을 고려하여, 한반도 영역 밖에서의 주한미군 작전출동에 대한 포괄적인 통제기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국민적 컨센서스를 형성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동맹의 해체’를 원한다기보다는 ‘보다 대등한 관계’를 원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새로운 한미동맹의 비전은 공론화과정을 통한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야 하며, 무엇보다 한미 협력관계가 한국과 미국 모두의 번영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양국 내에 확산될 때 동맹은 더욱 결속되고 확장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안보․정치․경제라는 광범위한 분야에 있어서 21세기 양국 협력의 청사진과 그것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보여주어야 한다.

 

5. 맺는 말 

2012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승리하기 위해 국민들 앞에 증명해보여야 할 것은 진보세력이 비판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탁월한 정책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무엇보다 민주정부 10년의 국정경험을 정책적 자산으로 계승하고 발전시켜 과거보다 더 나은 정부를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미래지향적 한미동맹을 구상함에 있어 참여정부 시기의 한미동맹 재조정정책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평가를 토대로 그 성과를 발전시키고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이라크 파병,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한미동맹 조정과정에서 정작 미국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하였다는 비판으로 진보진영에서 조차 동의와 지지를 얻지 못했던 한계는 깊이 성찰해야 한다. 아울러 통일․외교 분야에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데 미흡했던 점 역시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미동맹의 문제는 탈냉전기 동북아 역학구도와 한반도 정세 등을 고려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하고 국익을 최적화할 수 있는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약소국 현실주의에 입각해 다분히 강대국 의존적인 기존의 한국외교를 벗어나서, 상호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추구하는 미래의 공동이익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변화된 안보환경에 부합할 수 있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정립하기 위한 거시적 차원의 동맹조정을 시대적 소명으로 준비하고 완수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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