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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12 아젠다 점검] 보편적 복지의 시작은 재벌개혁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열심히 일하면, 성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이를 여실히 반영하는 통계지표가 얼마 전 발표되었는데, 통계청이 작성한 2011년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나는 하층민이다”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전체 국민의 45.3%에 이르고, 개인의 노력에 따라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58.8%로 절반을 한참 넘어섰다. 또 자식세대로 갈수록 지위상승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국민들이 이제 우리 사회가 가족배경, 거주지역, 일자리, 성별 등에 따라 낙오자를 미리 정해놓고 있는,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경제적 신분의 벽을 넘어서기 힘든 ‘세습사회’가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잔인함은 국민들의 삶에서 희망을 앗아가 버린다는데 있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 가지고는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사회경제적 장벽이 이미 앞을 가로막고 있다면 누가 희망을 꿈꿀 수 있겠는가?


희망을 잃어버린 국민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조응할리 없다. 사회에 대한 불만은 가중되고, 올라갈 사다리를 차버린 기득권층에 대한 적대감이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의 현실인식이 이러하다면, 앞으로의 사회·경제정책은 이러한 장벽을 제거해가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하는 정치권의 배부른 논쟁은 국민들의 이러한 인식 앞에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을 ‘하층민’으로 인식하고 있고, 자식들 세대는 더 어렵고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 이것이 2012년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노동시장의 왜곡, 그 원인은 대기업 블랙홀



복지정책은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을 통해 1차적 재분배가 일어나고, 이후에 2차적으로 이루어지는 재분배 기제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는 노동시장을 통한 1차적 재분배 기제부터 심각하게 고장 나있고, 선별적 복지를 통해 1차적 재분배 기제를 보완하는 것만으로 왜곡된 분배구조를 바로잡겠다는 발상은 현실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


엉터리 실업률, 고용률을 가지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대박”이니 뭐니 하며 헛발질을 하고 있으나, 실제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에 이르고,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이들이 받는 월급도 정규직의 48.6%에 불과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보편적 복지의 출발은 왜곡된 노동시장을 바로잡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 구상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회의 기본 인식도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1차 재분배 기제인 노동시장의 심각한 왜곡을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은 재벌중심의 경제구조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수는 전체 사업체의 0.1%에 불과하지만, 전 산업 매출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전체 사업체의 83.2%를 차지하는 개인 사업체의 전체 매출총액이 대기업 매출의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체근로자의 5.6%에 불과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이 국내 산업매출의 30%이상을 차지하며 배를 불리고 있는 동안, 수많은 영세자영업자들이 남은 파이를 나누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출총제 폐지 이후 이러한 대기업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고, SSM, 편의점, 피자집 등 골목상권까지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는데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줄푸세’, ‘낙수효과’, ‘기업 프렌들리’를 외치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각종 특혜와 세금혜택, 규제완화를 통해 대기업 지원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 등 선거를 통해 민심이반을 확인하고서야, ‘부자증세’니 ‘동반성장’이니 하는 말들을 꺼내지만 그 진정성을 믿어주는 이는 이제 거의 없다.


국가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인 ‘사회통합’의 성패는 현재의 왜곡된 노동·경제구조를 어떻게 바로잡고, 1차, 2차 재분배 기조를 회복하여 국민적 신임을 얻느냐 못 얻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역시 노동, 교육 등 경제·사회정책의 맥락적 이해와 더불어 고착화되고 있는 기득권의 장벽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서부터 그 연결고리를 찾아나가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인기 있는 복지정책의 열거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노동시장의 다양성 회복, 복지와 교육을 통한 패자부활



1차, 2차 재분배 기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계층이동이 가능한 보편적 복지 국가를 위해서는 고용, 교육, 복지 등 사회정책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노동시장의 다양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재벌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제구조를 개혁하여 대기업의 영향력을 줄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의 선회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 ‘경제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 들어 폐기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하여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제한하고, 재벌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순환출자제도’를 금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2008년-2010년)들어 대기업들은 12.6%에 이르는 높은 매출증가율과 함께 현금 자산만 100조에 이를 정도로 많은 부를 축적해 왔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부의 축적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고용증가율은 2.26%에 불과(중소기업이 4.99%)했다. 재벌․대기업들이 기업프랜드리 정부로부터 엄청난 사회·경제정책의 과실은 따먹으면서 사회·경제적 책임에는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에게 지원되던 각종 특혜와 세금감면 등의 정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대신, 대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수 있도록 임금보존이 전제된 근로시간단축과 열악한 조건에 처해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적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또 공공주도형 괜찮은 일자리 만들기 정책의 병행도 필요하다. 기존의 공공근로형 한시적, 단시간 근로가 아닌 보육, 교육, 복지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충하고 민간을 견인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왜곡된 노동시장의 1차적 분배기제를 정상화하고, 더 나은 여건에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교육정책 역시, 계층이동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사학’과 ‘사교육’이 교육의 흐름을 견인하는 상황에서는 계층이동을 막아서는 장벽을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 부모세대의 절망이 자식세대에도 그대로 세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보편적 복지는 형평성이 전제되는 공교육의 강화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 패자부활의 기회 제공, 다양한 노동정책과의 연결을 통해 계층이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교육정책과 맞물려 실현될 수 있다.


 


편적 복지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것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해이다. 현 집권 세력도, 앞으로 집권을 하고자 하는 세력도 국민들의 의사에 관심을 가지고, 반영하고자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기간이 바로 선거기간이다. 그러므로 이 기간이 국민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선택을 통해 우리사회의 사라져 버린 희망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시장만능주의 정부와 불공정한 무한경쟁, 여기에 세계 경제 위기까지,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우리사회의 사회·경제시스템을 회복시킬 수 있는 국가비전을 누가 보여주는가에 따라 국민들의 선택은 갈릴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왜곡된 시장구조 개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 다양성을 인정하는 노동친화적 교육시스템 구축 등을 통하여 1차적 재분배 기제를 회복하고, 근로무능력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2차 재분배 기제를 확대하여 우리사회 자원 재분배의 연계를 구축하는 정책적 비전의 제시가 필요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적극적 재정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간 정직하지 못한 MB정부의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계속된 실망을 경험해 왔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사회가 희망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부자감세의 잘못된 정책을 중단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함을 알려야 한다. 대기업과 시장이 아닌, 정부가 좀 더 크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의 수준인 조세부담률 21-22%를 회복하고,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올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금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고, 세금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금을 통해 사회서비스 분야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운영과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비로소 빈익빈, 부익부의 세대 간 전승을 막고, 기득권을 깨고,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경제적 희망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사회에서 보편적 복지의 비전은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고,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하는 희망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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