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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고용

[2012 아젠다 점검] 기업은 노동자의 생활보장에 우선책임이 있다

왜 사회보험료의 조세지원 방안인가?

고용형태의 다양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불안정한 고용형태의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저임금에 각종 사회보험제도에도 가입해 있지 않은 불안정 고용층은 정작 니즈(needs)는 갖고 있지만 사회보험제도에 가입해 있지 않아 급여를 받을 수 없는 이른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저임금노동자의 사회보험의 미가입 문제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먼저,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최대한 인건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적용사업소 신고를 하지 않는다. 한편, 저임금 노동자는 저임금이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를 부담으로 느껴 사회보험에 가입하기를 꺼린다. 사업주나 노동자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어느 정도 배려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방면에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요구들을 일부 수용한 입법안들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성식 의원이 발의한 ‘보험료징수법 일부개정 법률안’, 이주영 의원이 발의한 ‘보험료징수법 일부개정 법률안’, 그리고 이미경 의원이 발의한 ‘저임금 근로자 등 사회보험료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먼저, 김성식 의원 안은 상시근로자수가 3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무하고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36시간 이상이면서 최저임금의 130%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와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료의 50% 범위에서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 2항의 4를 신설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주영 의원 안은 지원대상이 고용보험에 한정되어 지원요건도 최저임금의 120%미만의 상시근로자 5인 미만으로 축소하자는 법률안이다. 이 두 법안은 기본적으로 노동보험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저임금노동자들의 사회보험 적용의 ‘사각지대’를 축소하자고 제안한다.

이에 반해, 노동보험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과 국민연금보험 등 사회보험까지를 포괄하고 사회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자는 것이 이미경 의원안으로 가장 포괄적인 법률안이다. 현재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2012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사회보험료의 지원범위를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으로 한정하였고 이에 대한 시범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노동보험이든 사회보험이든 보험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조세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법인지, 그리고 사회보험료가 아닌 조세를 통해 저임금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와 노동자를 지원하는 것이 사회보험의 역할, 현행 다른 법제도와의 우선순위 및 정합성을 고려했을 때, 의구심이 생긴다. 여기서는 자세한 검토는 지면상의 제약으로 생략하고 간단히 사회보험료 조세지원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을 중심으로 약간의 검토의견만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보험료 조세지원의 문제점 

현행의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연금법은 월 60시간(주당 15시간)을 기준으로 사업장 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뉘고(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10조, 국민연금보험법 시행령 제2조), 고용보험법의 적용제외 기준 역시 월 60시간이다(고용보험법 시행령 제3조). 주당 15시간 적용기준은 법 규정만 놓고 보면 상당히 엄격한 기준으로 외국의 적용기준과 거의 동일하다.

〈그림 1〉은 사업주가 직면하는 노무비용과 노동자가 직면하는 노동가처분소득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w는 임금율). 주당 15시간 미만(0D)까지는 사회보험료 부담이 발생하지 않지만 D점부터 갑자기 사업주 부담분(DEB)과 노동자 부담분(DCA)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일단 발생한 사업주 부담분과 노동자 부담분은 임금상승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사업주는 D점부터 DEB만큼의 노무비용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노동자는 DCA만큼의 가처분소득의 감소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직장가입자의 사회보험적용을 회피시켰던 ‘굴절점’이다.

그런데,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상시 근로하는 주당 15시간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소에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보험료 부담분을 각각 1/3씩 지원하게 되면, 주당15시간 이상의 적용사업소였던 사업소의 사업주는 사업소를 분할하여 노동자수를 줄이거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파트타임노동자로 대체하거나 부족분을 위탁이나 도급 등의 형태로 외주를 늘리려는 유인이 생긴다. 최저임금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인상협상에 상대적으로 강한 부하가 걸릴지도 모른다. 만일, 사업주가 부담한 1/3보험료를 복리후생으로 생각하고 노동자가 임금삭감이나 동결에 찬성하게 되면, 기업의 노동총비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조세로 사회보험료를 1/3 지원하여 미가입사업소의 사업주와 노동자가 새롭게 부담해야 할 사회보험료 부담을 경감시킨다고 해도 여전히 사업주부담을 회피하려는 유인이 남아 있다면, 1/3 중 일부를 임금에 전가하고픈 유인이 발생하여 사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정규직을 늘리려 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주의 사회보험료 부담회피 유인은 사업주부담분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그림 1〉노동시간에 따른 ‘굴절점’의 개념도

 

프랑스와 독일의 사회보험료 지원 

해외사례를 검토하기에 앞서 간단한 국제비교를 통한 사업주부담의 크기를 가늠해 보자. 〈그림 2〉는 사회보장비를 부담하고 있는 부담자를 노동자, 자영업자, 사업주로 구분하여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순서로 나열한 것이다. 한국은 노사절반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어 사업주부담과 노동자부담이 거의 같으나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사업주부담이 노동자보다 높은 OECD가맹국들도 적지 않다(2008년 시점). 

                    출처: OECD “Revenue Statistics”.

〈그림 2〉사회보장비의 국제비교

  

프랑스의 사회보험료 지원정책을 참고로 저임금 노동자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전산업·전지역에 일률적인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프랑스의 경우, 정규직노동자의 임금(중앙치)에서 차지하는 최저임금의 수준이 60%를 넘는다. 또한, 노사절반 원칙이 아닌 사업주가 더 많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가 많기 때문에 1%의 임금상승이 1% 이상의 사회보험료 부담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주부담이 무거운 국가, 사업주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시되는 국가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 초부터 저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 보험료 중 사업주부담분에 대한 경감조치를 도입하여 사업주의 노동비용을 절감해 줄 목적으로 조세를 통한 사회보험료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보험이 기본적으로 종전소득의 보장임으로 노동자에게는 세후임금소득을 감소시키지 않으며 동시에 노후의 소득보장이 실질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주에게는 높은 사업주부담에 따른 비숙련노동자의 노동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는 사회보험료 경감조치로 사업주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가벼워졌으나 오히려 저임금노동자가 저임금상태에서 탈출하는데 부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독일은 주당 노동시간이 15시간 미만의 ‘근소(僅少)노동’에 종사하는 저소득노동자들에게 낮은 보험료율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고 보험료를 면제하는 조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 임금노동자가 낮은 사회보험료나 면제조치를 받았다고 해도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사업주부담분의 경감을 위한 특별조치는 없다. 소득이 낮더라도 사업주는 사회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진다.

정리하면, 프랑스는 ‘사회적 연대’의 전통 하에 임금연동성을 일부 수정하면서 노동자보다 많이 부담하는 사업주부담을 경감하고 있고, 독일은 노동자의 부담분은 경감하되 사업주부담분에 대한 경감조치를 두지 않고 사업주의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책임과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경감대상자만 보면,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 다르지만 두 나라의 공통점은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의 지출 증대가 예상됨에 따라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사회보험료의 증가압력을 차단하여 사회보험료와 임금과의 연관성을 단절시키려는 개혁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응방안  

첫째, 지원대상이다.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국민연금제도는 자영업자와 근로자가 단일제도의 피보험자로 가입하고 있어 소득파악의 문제로 인해 조세를 통한 사회보험료를 지원하기에는 형평성의 관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노동보험 중 노사의 공동기여방식을 채용하고 있는 고용보험(실업수당)에 한정하여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보험관계가 성립하지 않았거나 장기간 납부예외자로 남아 있는 저임금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임금에서 사회보험료를 원천징수할 수 있도록 한다. 사업주가 직접 원천징수한 사회보험료의 액수에 비례하여 조세특례제한법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지도 및 현장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사업주에게는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지불한다는 것에는 반드시 사회보험료의 납부부담이 뒤따른다는 법적용의 엄격성을 환기시키고 노동자에게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회보험의 재원을 부담하고 급여를 받는 책임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 이것이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 부과’란 원칙에 부합하며 근로시기의 소득상태를 노후까지 그대로 연장하지 않도록 설계된 연금제도의 역할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며 사업주의 사회보험료를 부담하는 의의이기도 하다.

셋째, 연금보험료의 납부예외(법 제91조)사유 중 실업 및 사업 중단을 입증할 만한 기준을 만들어 이들에게 연금보험료의 50%를 지원하거나 크레디트(credit)를 인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 가능하면 최소가입기간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여 연금수급권을 보장하여 영세자영업자와의 형평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세로 사회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한다고 해도 사회보험의 틀은 유지하게 되므로 과거에 어느 정도 기여해왔는가의 납부이력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 동일한 저임금 상황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연대의 틀에 남으려고 노력했던 기납부자의 납부이력을 평가할 수는 보완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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