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대한민국 정부 중에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집권한 정부가 여럿 있지만 MB처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도 아마 없을 것이다. 747공약을 통해 국민들에게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설득했고 그것은 어느 정도 먹히는 전략이 되었다. 감세와 규제완화 등으로 기업가 정신을 되살린다면 경제도 성장하고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게 MB노믹스의 골자였다. 그러나 집권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MB노믹스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대기업 투자신화’의 붕괴이다. MB노믹스는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돼 우리 모두의 소득이 올라간 성공경험이 핵심인데, 이런 메카니즘은 작동하지 않은 지 오래이다. 정부가 대기업을 통해 성장과 고용을 모두 해결하기 불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보수진영의 경제설계도인 MB노믹스는 성장과 분배, 일자리 창출 등 모든 경제영역에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10년 만에 집권한 보수정권이 바깥세상은 물론이고 우리 자신의 변화도 인식하지 못한 과거의 성공방정식만 답습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보수의 성장에 대한 신뢰가 사실상 깨졌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증명한 사람이 바로 MB일 것이다. 2010년 하반기 이래 친서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공생발전 등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의존한 경제정책 기조로는 결코 성공한 경제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폭발한 무상급식 논쟁 이후 보수·진보 진영은 앞다투어 복지 공약을 쏟아내며 대중들의 환심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보수가 성장이라는 본업을 팽개치고 복지라는 부업에서 점수를 따려고 나섰으니 유권자 눈엔 양쪽이 다 엇비슷해서 차별화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복지를 아무리 잘해도 경제가 어려우면 빛을 잃는다는 것이다. 복지는 성장과 함께 굴러가야 할 한쪽 바퀴이다.
보수의 성장 신화가 깨어진 지금 경제적 활력을 제고해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부분은 사실상 공백지대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진보가 경제적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담론을 만들고 그 부분을 끊임없이 복지처럼 홍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는 원래 성장친화적이다. 즉, 성장과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진보의 가치다. 단 성장을 위한 성장, 성장지상주의는 배격한다. 미국은 루즈벨트, 클린턴 등 진보적인 민주당 정권 하에서 성장을 잘했다. 진보가 경제적 활력을 높여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결과적으로 성장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야 하는데 너무 복지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국민들에게 ‘무엇을 먹일 것이냐’와 함께 ‘어떻게 먹일 것이냐’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 세계화 시대의 경제성장 전략 : 해외사례
1) 리스본전략
2000년 3월 유럽은 2010년까지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 장기발전전략을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리스본전략이다. 리스본 전략의 목표는 일자리창출과 사회통합을 기본으로 하여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역동적인 지식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개혁, 고용증대, 사회통합이라는 3대 분야를 설정했는데, 경제개혁 분야에서는 정보화 진전, 연구·혁신 촉진, 유럽시장 통합 가속화, 거시경제정책 조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고용증대 분야에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바탕으로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것을 주축으로 한다. 사회통합분야에서는 고용, 의료, 사회보장 등을 강화하여 전통적 유럽 사회통합 모형을 발전시키는 실천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2) 해밀턴 프로젝트
해밀턴 프로젝트는 리스본전략의 미국편이라고 보면 된다. '기회와 번영, 성장을 위한 경제전략'(An Economic Strategy to Advance Opportunity, Prosperity, and Growth)이라는 부제는 성장전략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해밀턴 프로젝트의 3대 원칙은 첫째, 폭넓은 계층의 국민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성장은 더 견고하고 지속가능하다. 둘째, 경제적 안정성과 성장은 상호 상승작용에 의해 강화된다. 셋째, 효율적인 정부는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4가지 중요한 정책기조를 제안하고 있는데, 1) 교육과 근로, 2) 혁신과 인프라, 3) 저축 및 사회보험, 4) 효율적인 정부가 그것이다. 지식정보화사회에서 인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가가 사람의 경쟁력을 높여 성장을 촉진한다는 전략적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3) 유럽 2020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지식기반 경제를 실현코자 했던 과거 10년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고,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유럽경제의 여러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인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EU는 2010년 3월 작금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향후 10년간 EU 경제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으로 ‘Europe 2020'을 발표하였다. 3대 핵심 성장 방향으로 지식과 기술혁신, 교육, 디지털 사회에 기반을 둔 “스마트 성장(smart growth)”,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이고 자원 효율성을 제고하는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 고용증대와 기술습득, 빈곤퇴치를 통해 사회결속을 높이는 “포용적인 성장(inclusive growth)”을 제시하였다.
3. 경제패러다임의 전환
1) GDP가 전부가 아니다
모든 경제성장이 우리를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다. 경제성장은 이러한 경우에만 유효하다고 본다. 성장이 고용을 창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 이런 목표가 아니라면 경제성장을 할 필요가 무엇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기존 자본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프랑스는 스트글리츠 등을 초빙해 ‘경제성과와 사회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위원회가 내놓은 결론은 “더 이상 GDP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GDP가 아니라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가행복지수)를 높이는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지금까지의 측정지표가 오로지 생산지표에만 얽매임으로써 ‘무한경쟁’의 정글자본주의를 잉태했다는 반성을 내놓은 것이다.
2) 국민들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
최근 여론 동향(2011.5.18. 미디어리서치)을 보면,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소득분배가 55.2%, 경제성장이 38.5%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3년간 국가경제가 성장한 만큼 내 살림살이도 좋아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가 82.1%, 그렇다가 16.2%로 나타났다. 이제는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보통사람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낙수효과의 허상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경제정책의 기본은 대기업의 선도적 성장에 의존하는 환상에서 탈피해서 중소기업과 서민을 보다 직접 타겟팅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복지논쟁은 성장이냐 복지냐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문제로 바뀌어야 하고, 그 핵심은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국민소득은 고용률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생산가능 인구 중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인 고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낮고 또한 임금을 결정하는 생산성도 낮다. 따라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은 고용률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맞춰져야 한다.
생산성 향상 :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성장전략
리스본전략, 해밀턴프로젝트, 유럽 2020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경제성장 전략의 핵심은 인적 자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지식기반 경제 하에서 요소생산성을 높이려는 혁신형 성장전략의 핵심은 복지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다. 과거에는 복지를 문자 그대로 잔여주의(residualism)적으로, 시혜로, 소비로 인식했기 때문에 복지를 통해 경제를 키운다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교육ㆍ보육ㆍ보건 등 인적자원 개발에 쓰이는 재원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인간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혁신형 성장전략이다. 또한 복지는 성장정책, 일자리 창출정책으로 경제 선순환의 출발점이 된다. 교육, 보육, 의료, 주거 등 인간적 생활을 보장해 줌으로써 중산서민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소비증가→내수확충 및 투자촉진→성장률 제고→국가 재정확충→보편적 복지 증대 등으로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지속가능한 성장정책이다.
90년대 일본과 북유럽 국가들은 유사한 부동산 위기에 직면했으나, 일본은 토목건설형 경기부양에 집중한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확충과 교육개혁에 집중하는 등 인적 자본 양성에 투자하였다. 그 결과 1994년-2006년 일본의 일자리는 0.6% 감소했으나, 북유럽 국가들은 평균 20%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1994-2006년, 북유럽과 일본의 일자리 증가율
또한 보다 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훈련투자는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게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고용을 통한 구매력 증가를 가져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정부가 적극적 투자와 제반 지원정책을 통해 노동의 숙련도와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고용을 늘려 고용친화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고용률을 높여야 한다
박정희 정권 이후 대부분의 정권은 ‘성장률’과 같은 거시경제지표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된 시대상황에 맞게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성장에서 일자리 창출로 전환해야 한다. 거시경제정책, 산업정책, 교육정책, 사회복지정책 등 모든 정책이 일자리 중심으로 기획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얼마 전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도 자신이 집권할 경우 국민들의 실제 생활과 보다 더 밀접한 ‘고용률’이라는 지표를 중심으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도 마침내 탈성장과 개인 복지를 국가운영의 중심 화두로 올려놓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현재 63.3% 수준인 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인 70%대로 높여야 한다. 63.3%의 고용률은 OECD 국가 중 21위이다. 그리스(59.6%), 이탈리아(56.9%) 등이 우리보다 고용률이 낮고, 호주(72.4%), 캐나다(71.5%), 영국(70.3%), 프랑스(71.2%), 독일(71.2%) 등은 모두 70%대다.
OECD 주요 국가의 고용률 (%, 2010년 기준)
중소기업이 ‘고용의 밭’이다. 대기업은 세계화될수록 해외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내수 및 서비스산업형 중소기업이 고용창출의 주역이 돼야 한다. 2009년 기준 중소기업 고용인원은 1,175만 1,022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87.7%에 이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1년도 중소기업 위상지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1999-2009) 중소기업은 약 346만개의 일자리를 늘린 반면 대기업은 49만 여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이들 모두 고용확대 측면에서 본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일자리창출의 희망임을 보여준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을 활성화시켜 성장과 고용창출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둘러싼 고용시장 현실은 암담하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인 이율배반적인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첫째, 중소기업 환경개선이다. 규제완화보다 중소기업의 사회적 위상과 연봉, 복리후생 수준을 구직자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 일자리창출에 더 효과적이다. 둘째,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에 보조금이나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자 수 500인 이하 중소기업이 신규 채용을 할 경우 1년간 36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고용촉진장려금과 같은 현행 제도가 더 확대돼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의 R&D(연구개발)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R&D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발굴하고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투자해 이를 상업화함으로써 기업의 지속성장과 고용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핵심 씨앗이다. 따라서 자생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 R&D 자금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이야말로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을 일터로 불러들일 수 있는 시급한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도 독일처럼 강소기업 1000개 만들자. 중산층이 두꺼워질 수 있는 지름길은 ‘든든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는 것이다. 강소기업 1000여개가 중산층을 받쳐주는 독일처럼 우리도 강소기업을 1000개정도 키워야 한다. 강소기업 1000개를 키우면 약 200만명의 괜찮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셈인 것이다.
우리는 서구사회와 달리 앞으로 고임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 산업이다. 청년을 위한 최고의 일자리 창출 방법이 서비스산업 규제혁파라는 데 이견을 다는 전문가는 없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 이야기만 나오면 대기업에 특혜 주자는 것 아니냐? 등 진보진영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 하에서 우리 산업구조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대안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서비스산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 신규투자에 대한 취업자수)는 서비스업 30.8명, 제조업 16명, 전산업이 24.1명으로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월등히 높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한국의 제조업은 세계 일류지만 서비스업은 제3세계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한국경제에서 고용의 68.5%, 부가가치의 58.2%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의 낮은 생산성을 꼬집은 것인데 실제로 서비스산업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본질적 요인은 집단이기주의에 있다. 규제를 하나 개혁하려 해도 기득권을 누려온 온갖 이익단체들이 들고 일어나고, 소관 부처들은 자기 밥그릇이 줄어들까 이를 이용하고 있다. 글로벌 체제에 맞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전사회가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세금이 들더라도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문가 설문조사를 보면 ‘향후 일자리가 가장 많이 창출될 산업’에 사회복지와 의료보건 분야가 56.7%로 가장 높고, 이어 콘텐츠·문화 24.4%, 관광 7.3%, 제조업 6.1% 등의 순이었다. 복지가 ‘고용 없는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2009년 산업연관표를 보면 사회복지 분야의 취업유발계수는 38.7명으로 자동차산업(9.3명)보다 4배가량 크고 고용창출력이 가장 크다고 알려진 건설업(14.2명)에 비해서도 2.5배 이상으로 많았다. 한국에서 보건·복지 분야의 일자리 창출 여지는 매우 크다. 2007년 OECD 국가의 전체 산업 대비 보건·복지 분야 취업자 비율은 노르웨이 19.4%, 프랑스 12.2%, 영국 11.7%, 미국 10.8%, 독일 10.4%, 일본 8.5% 등인데 한국은 5.5%이다. 미국 수준만 돼도 130만 8000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문과 500인 이상 대기업에 2015년까지 한시적으로 청년 채용을 의무화하는 청년층 의무고용할당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고졸자들의 의무 채용 비중을 늘려 불필요하게 대학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4. 마치며
MB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대기업·수출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 고용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과거 경험에 기반을 둔 정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성장-고용 간 선순환 고리가 끊기면서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고 결국 민심 이반을 불러 왔다. 올드보이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경제브레인들이 바뀐 현실을 모르고 과거의 허상에 매달리면서 이런 현상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보수의 성장에 대한 신뢰가 사실상 깨졌다고 보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지금 경제적 활력을 제고해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부분은 공백지대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진보가 경제적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담론을 만들고 그 부분을 끊임없이 복지처럼 어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복지논쟁은 성장이냐 복지냐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문제로 바뀌어야 하고, 그 핵심은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국민소득은 고용률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고용률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보수가 길을 잃은 채 헤매고 성장친화적인 진보가 등장한다면 민심은 상당기간 보수를 떠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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