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의 정치적 함의
- 미래권력의 태동기에 전개되고 있는 논쟁의 정책적 시사점 -
최근 세계적 금융위기를 둘러싼 논쟁이 케인즈주의자나 진보성향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폭넓게 진행되고 있는데, 대불황은 곧 정치적인 대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기 때문에 그 논쟁의 함의에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음. 그 시사점으로는, 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뉴딜에 올인해야 할 시점이므로, 필요하다면 의무병제를 직업군인제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점, ② 금융개혁이 가장 중요한 개혁 포인트인데, 그 전제로서 부실금융을 해소하기 위해 악성 가계부채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 ③ ‘좌클릭’과 ‘우클릭’을 넘어서는 노동구조의 대개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그 대안을 소통시키는 사회적 대타협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수적이라는 점, ④ 세계경제의 성장축인 동아시아 경제권에서의 생산력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북한의 경제개방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 |
I. 세계금융위기 : 미래권력의 태동기
□ 세계금융위기의 진단
○ 2008년부터 본격화된 세계금융위기가 2012~13년 이후에는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을 능가하는 심각한 양상(더블딥)으로 전개되리라는 예상은 미국 연준이나 재무성에서도 공유하고 있는 상황.
-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5대 투자은행의 금융과두 지배체제 와해. 루비니교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재정위기 + 일본의 경기침체 + 중국의 경착륙(과잉투자,은행부실)으로 인해 2013년까지 세계경제의 ‘퍼펙트스톰’(더블딥)이 도래할 수 있고, 도중에 증시붕괴나 은행위기의 촉발 예측.
- 국내에서도 저축은행사태 이후 가계부채부실이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3%대 아래의 저성장구조 고착과 핵심 생산인력의 감소, 수출구조의 악화 등이 불황을 구조적으로 장기화한다는 전망이 지배적.
○ 과거의 경제위기가 경기변동에 따라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순환적 위기(임금상승이 주요원인으로 작용)였다면, 금번의 위기는 구조적 위기(자본투자의 증대에 수반하는 기술구조의 고도화가 초래하는 일반이윤율의 저하로 인해 일어나는 경제전반의 교란)라는 차이가 있음. 1930년대초 은행권 위기는 주로 미국의 소규모 또는 중간규모 은행들의 위기였지만, 이번 위기에는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 다수의 대형은행들이 위기에 빠졌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는 지난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보다도 더 심각한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전망.
□ 경제불황의 정치적 함의 : 미래권력의 태동기
○ 경제위기론은 진보성향의 경제학계에서 진전시켜 온 연구성과인 반면, 미국의 주류 신고전파 경제학에는 불황이나 공황이라는 경제위기론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 따라서 진보학계의 경제위기 진단은 정치변혁이라는 실천적 과제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그 반대편의 보수언론에서 경제불황을 언급할 때는, 보수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기 위해서 그들의 위기의식을 환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었음.
○ 경제위기론의 고전적 함축
- 경제불황 국면에서는 지배계층간(정치권의 각 정파간,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산업부문간, 생산과 유통간, 도농간) 이해관계에서 대립이 격화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경제위기를 공론화하게 되면 보수세력의 결집이 아니라, 거꾸로 그들의 패닉과 분열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게 됨. 반면, 경제호황 국면에서는 지배계층간 대립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통일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시기에 경제위기를 공론화하게 되면, 보수세력의 결집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게 됨.
○ 경제위기론의 현대적 함축
- 2008년 이후의 세계금융위기를 진단하는 최근의 주목할만한 연구성과도 파생금융상품을 둘러싼 금융자본 내부의 분배투쟁에 의해 최근의 금융위기가 격발되었음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음. 1930년대 이후 80년만의 최악의 세계경제위기는 금융위기이며, 금융자본과 금융회사의 부패가 그 주범으로 지목되었음.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이 1980년대 중반부터 고객을 갈취하기 시작했고, 이 사태가 1990대부터 만연된 것은 금융 규제완화로 인해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한 사기행각이 전면화된 결과라는 것.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에커로프와 폴 로머(1993)도 이들 금융자본의 파생금융상품 확산이 범죄행위라고 규정.
○ 현 세계금융위기의 국면에서는 경제위기가 매우 중대한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그와 같은 정치적 대변동이 유럽이나 중동 등에서 세계적인 추세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향후 우리 정치권에서도 미래권력을 태동시키는 변화요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런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음.
- 진보적인 정치경제학계에서는 세계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8년 무렵부터 극단적 좌파 사회주의의 잘못을 비판하고, 미래권력이 지향하는 사회를 새로운 노동형태(associated labour)에 입각한 새로운 사회(associated production)로 파악하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
- 그러한 의미에서 금번 세계금융위기는 미래권력 태동기로 파악하고, 그 정치적 시사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만 국민의 표심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 이는 종래와 같은 ‘좌클릭’과 ‘우클릭’의 이분법적 발상이 향후의 정치지형을 전망하는 데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
Ⅱ. 대안논쟁의 새 국면
□ 경제력 집중과 사회양극화로 인한 악순환구조의 고착화
○ 경제력 집중이 초래한 사회양극화로 인해 시장구매력(투자수요와 소비수요)이 대거 감소하여 저성장구조가 도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사회양극화는 높은 성장에 의해서만 해소될 수 있음. 그러나 독점지배가 강력한 경제구조에서는 고성장이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화의 폐해를 더욱 심화시켜 사회양극화를 더욱 확대하기 때문에, 구매력 감소와 경제위기가 빈발하는 악순환 고리에 갇히게 됨. 이런 악순환 구조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분배정책으로 사회양극화를 해소할 수 밖에 없음.
- 분배정책은 국민의 정부,참여정부에서 각각 생산적 복지,참여복지로 복지일변도로 추진되었으나, 그마저도 MB정부 하에서는 성장지상주의로 인해 실종상태.
○ 우리경제가 저성장 구조로 고착화한다는 전망 하에서는 복지일변도의 분배정책은 성장잠재력을 잠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회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분배정책은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로 추진되어야 하며, 그것이 다음 정부의 최우선 과제.
□ 현재의 논쟁국면
○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논쟁
- 신자유주의(또는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의 경제위기는 경제력 집중과 재벌경제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그 근본적 치유를 위해서 경제력 집중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또는 재벌개혁의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전문가들 간 논쟁이 진행중.
- 한편에서는 한국경제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재벌경제가 갖는 경쟁력을 인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기업집단의 비교우위는 살리되, 경제민주화를 저해하는 재벌은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음.
- 이들 두 입장의 공통점은 재벌의 사회적 책무를 제도화하는 기업집단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
○ 부패한 경제학에 대한 전면적 비판의 대두
- 저성장과 경제위기의 원인과 대책을 둘러싸고 과학적 분석을 추구하는 연구자들과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관변어용 경제학이 서로 대립하는 치열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음.
- 최근 미국의 금융전문가 이브 스미스가 부패한 금융경제학을 비판하면서, 1980년대 글라스-스티걸법 폐지로 은행업과 증권업의 겸업화가 허용되고, 그 결과 파생금융상품이 증시붕괴와 은행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음.
○ 주택소유자 대부공사(HOLC)의 부활 논의
- 루비니교수는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한 긴급경제안정화법안에 대해 재건금융공사를 결합할 필요성을 역설하여 수정된 구제금융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는데, 그 핵심은 은행에 의한 증권회사의 인수합병이었고, 은행지분에 대한 기업의 소유한도 인상이었음.
- 그 루비니교수가 주택소유자 대부공사(HOLC)의 부활을 주장했는데, 이는 가계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하여 모기지론의 원리금을 탕감해 주자는 것
- 주택가격이 앞으로 계속 대폭 하락할 전망이 거의 확실시되고, 가계부채가 1,100조의 초대형 규모에 달하여 그로 인한 신빈곤층이 늘어나고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루비니교수의 대책을 받아들여 주택소유자 대부공사(HOLC)의 운용방식에 의한 공적자금 투하가 필요.
○ 북한 경제개방이 야기할 동북아 경제권의 대변화
- 미국은 자국의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의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음(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 소장)
- 북한은 농민과 공장,기업소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신경제개혁안을 추진중이며, 이는 개방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남북한관계의 전개를 알리는 변화 신호탄
- 북한에서 공급되는 현행 물자교류방식은 반입․반출로 분류되어 수입․수출하는 상품거래와 구별되었지만, 앞으로 개방화가 급속 진행되면, 제3국을 경유하는 상품거래 때문에 수입․수출관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 아울러 세계화폐 달러화의 사용이 대거 확대되면서 달러화를 통한 금융거래도 활성화할 전망. 따라서 남북한 경제관계의 프레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전망이며, 과거 사회주의국가(중국,러시아 등)와 동일한 경제관계가 전개되면서 동아시아 경제권의 성격변화가 예상됨.
Ⅲ. 정책적 시사점
○ 일자리 창출을 위한 뉴딜에 올인해야 할 시점이므로, 필요하다면 의무병제를 직업군인제로 전환하는 발상의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는 점
- 평화체제 정착을 전제로, 직업군인제로의 전환을 통해 청년일자리와 여성일자리를 대대적으로 창출
○ 금융개혁이 가장 중요한 개혁 포인트인데, 그 전제로서 부실금융을 해소하기 위해 악성 가계부채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
- 미국의 주택소유자 대부공사(HOLC)와 같은 조직을 구성하여 공적자금 투하 필요
○ ‘좌클릭’과 ‘우클릭’을 넘어서는 노동구조의 대개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그 대안을 소통시키는 사회적 대타협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수적임
- 기업집단법 제정으로 재벌의 사회적 책무 유도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검토할 필요
○ 세계경제의 성장축인 동아시아 경제권에서의 생산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북한의 경제개방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음
- 남북한 평화체제의 조속한 구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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