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상황인식
□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추가 도발을 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됨
○ 2월 12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이전과는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함
-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북핵실험 자축 군중대회’를 개최하고 무려 29년만에 ‘전국 3대혁명소조원 열성자대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 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김정은의 리더십을 제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임
○ 또한 북한은 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강력한 2, 3차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움직임과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이유로 “정전협정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군사적 위협 가능성을 제기함
□ 1993년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공식화된 이후 20여년이 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온 북핵문제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됨
○ 현재의 위기상황은 지난 5년동안 추진된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 실패를 의미함
- 한미 양국이 ‘전략적 인내’와 ‘기다리는 전략’으로 방관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오히려 향상됨
- 아울러 2008년말 6자회담이 중단된 이후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집중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에 기초한 상황관리 차원의 대북전략에 머물러 있었음
○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논의 중이며, 제재 강도를 대폭 강화한 결의안 채택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짐
- 유엔 안보리가 채택 예정인 대북제재 결의안의 핵심내용은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및 선박검색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행 의무화’이며, 회원국들에 의무적으로 제재 이행을 부과한 것은 기존 결의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평가됨
□ 대북정책 구상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표방한 박근혜정부는 출범초기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됨
○ 일각에서는 선제타격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인 핵무장을 통해 대북 핵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됨
- 다른 한편으로, 포용과 협상에서 강경과 제재까지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실패했다는 자괴감마저 팽배해진 상황임
○ 상황이 어려워진만큼 새정부의 초기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5년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기임
- 남북관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때 보다 능동적이고 정교한 대북정책의 마련이 요구됨
II. 북한의 3차 핵실험 특징
□ 북한은 3차 핵실험의 특징으로 소형화, 경량화를 언급하면서 3차 핵실험의 위력을 과시함
○ 북한은 2006년이후 두차례 실시한 플루토늄 핵실험과 2009년 이후 추진한 우라늄 농축 및 핵융합 기술을 통해 핵과 관련한 기술 축적이 일정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됨
○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2월 12일 오전 풍계리에서 실시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7kt 안팎의 폭발력을 지녔으며, 이는 1차때 1kt, 2차 핵실험당시 2~6kt에 비해 폭발력이 향상된 것임
- 한편,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BGR)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의 폭발력이 40kt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제기하였으며, 이는 한국정부 발표의 5배가 넘는 위력임
□ 3차 핵실험은 북핵문제의 본질이 1,2차 핵실험과는 다른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의미를 지님
○ 과거 북한의 핵실험이 자위적 핵 억지력(defensive deterrence)의 개념이었다면 3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공세적 핵능력(offensive nuclear power) 국가로 진전된 것임
- 1월 28일 조선신보는 “적들이 원자탄으로 우리를 위협 공갈하던 시대는 지나갔으며 조선반도의력학적 구도가 공화국을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힘
- 이러한 핵문제의 전환은 북한이 2012년 4월 개정헌법에 ‘핵보유국’을 공식적으로 명시하면서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음
○ 또한 1,2차 핵실험이 김정일 개인의 결정이었다면 3차 핵실험은 공식적 절차를 거친 제도적이고 집단적 결정이었다는 특징을 지음
- 북한은 3차 핵실험 이전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를 소집해 국가적 중대조치를 밝히고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통해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음
○ 3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북한은 각종 매체를 통해 ‘핵 보유국’이란 용어를 집중 사용함
- 이는 핵보유국 지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대외적 핵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분석됨
III. 주변국 반응
□ 미국
○ 오마바 2기 행정부는 외교안보팀에 대한 협상파 인선을 두고 일정정도 대북정책의 변화가 예측되었으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미관계 악화 양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됨
- 부시 행정부 당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수 없는 핵무기의 폐기(CVID)‘로 요약되는 미국의 북핵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정책목표가 되어왔음
- 북한의 3차 핵실험이후 미국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미 의회 차원에서 ‘북한 핵확산 금지법’이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하고 대북정책을 점검하는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대응책을 마련 중임
○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대북제재와 별도로 협상을 통해서 북핵문제를 풀어가고자 할 것으로 보임
- 현실적으로 미국은 북한이 미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는 핵무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케리 국무장관은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음
○ 북핵문제는 오바마 2기의 미중 관계가 협력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 갈등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임
- 2012년 발표된 미국의 '신 국방전략지침'은 아·태지역에 비중을 둔 "전략적 재균형(strategic rebalance)"을 통해 이 지역에서의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음
□ 중국
○ 중국정부의 지속적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중국사회 내부에서 대북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제기됨
- 북핵 반대 시위가 발생하는 등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중국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
○ 그러나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전후하여 강력한 대북 압박을 보였던 중국정부는 이후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면서도 ‘관련국들의 냉정 유지’를 강조하는 입장을 취함
- 현재 유엔 안보리에서 추진 중인 보다 강화된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중국도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경우에도 중국은 실질적 영향력에 있어 그 수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됨
○ 중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북한을 '안정적인 완충국(buffer state)'으로 관리하려는 지정학적 접근에 기초하고 있는 바, 시진핑 체제는 대북정책에 있어 ‘과거와는 다른 방식’에 대한 고민이 가중되겠지만 북중관계의 기본 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임
□ 일본
○ 일본의 아베총리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단호하게 비난했음
- 지난 2월 22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 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별도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등을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짐
○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을 노리는 일본의 아베신조 정권의 군사적 우경화 행보도 빨라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존재함
□ 러시아
○ 2월 21일 개최된 중 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에 대해 추가적 제재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러한 추가 대북 결의안이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의 범위를 넘어서서는 안된다’고 강조함
○ 따라서 북한의 3차 핵실험이후 추진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은 강경 제재를 요구하는 미·일의 입장과 적절한 제재 및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방점을 두는 중 러의 입장을 조율하는 문제로 결의안 채택이 지연되었음
IV. 전략적 고려사항
□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그동안 각종 대북제재를 추진해 왔지만, 이 같은 제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함
○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북미간 적대관계가 심화될수록 핵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북한의 의지는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은 그동안 입증된 바 있음
- 대북제재 가운데 북한은 우라늄농축을 공개하고 핵보유를 헌법화했으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결국 3차 핵실험을 강행했음
○ 압력과 제재가 북한의 핵위협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핵 미사일능력을 강화시킨 것이라면 ‘대화를 통한 해결’의 원칙은 작동되어야 함
□ 북한은 비핵화 논의를 거부하는 가운데도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으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고자 함
○ 북한은 3차 핵실험 직전 유엔의 대북제재에 대응하는 성명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가능하다’며 출구를 열어놓은 바 있음
- ‘비핵화 논의의 거부 및 평화체제 논의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북한은 향후 회담의 핵심 주제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함을 강조
○ 아울러 북한은 박근혜정부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있음
- 2월 27일 조선신보는 ‘남조선의 새 집권자는 민족단결을 격화시킨 전임자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결조건은 대화와 접촉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함
□ 북핵문제가 북 미간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때를 대비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능동적역할이 있어야 함
○ 대북 제재 국면이 일정정도 지속된 이후 북미간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음을 주지해야 함
- 돌이켜보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그리고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국면 전환을 모색, 몇개월만에 북 미간 대화가 재개되었음
○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며, 1994년 북핵위기 이후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페리보고서를 복기(復棋)할 필요가 있음
○ 특히 주목할 것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미 양국간 ’북핵문제에 대한 정책 목표가 불일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함
- 한국은 북핵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케리 국무장관이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핵확산과 관련된 문제”라고 언급하는 등 기존의 ‘비핵화’ 입장에서 ‘비확산’으로 전환하려는 조짐을 보임
□ 북한 핵실험 이후 우리사회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무장론 등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함
○ 북핵문제는 사안이 갖는 심각성도 문제지만 갈등 주체들이 서로 상대에 대해 냉전적인 ‘거울영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위험함
- ‘거울영상 효과’(mirror image effect)란 적대적인 일방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대칭적인 반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며, 일방의 군비증강이 상대방의 군비증강을 자극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함
○ 북핵실험 이후 정부당국자와 여당 핵심인사 등이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를 언급하고 핵무장론까지 공공연하게 제기하고 있음
- 한국의 전술핵 보유는 일본 등 동북아 핵도미노 현상을 야기할 것이며, 무엇보다 ‘핵없는 세상’을 주창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용인할 가능성이 희박한 비현실적 주장임
V.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방향
□ 박근혜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제재와 협상의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야 함
○ 정부는 유엔안보리 등 국제사회에 협조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과 위협 등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해야 할 것
- 북한에 대해 추가 도발 및 위협적 행동을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 철저한 군 대비태세를 갖춰야 함
○ 다른 한편으로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지난 5년간 추진된 대북정책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설득해야 함
□ 한국이 주도적으로 미, 중과 협의한 후 북한에 ‘담대한 제안’을 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함
○ 협상의 기본틀은 ‘포괄적 접근에 기초한 일괄타결 방식’이 되어야 함
- 즉 의제에서는 북미간 서로 요구하는 모든 이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하는 ‘포괄적 접근방식(comprehensive approach)’과 이를 통한 일괄타결이 되어야 함
- 2차 북핵위기 이후 2005년 합의된 9.19 공동성명도 북미간 포괄적 일괄타결의 산물이었음
○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이를 단계적 동시 행동으로 진행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
- 북미 양측의 근본적인 이익이 교차하는 지점을 읽어내고 그 지점을 통해 북미가 합의 가능한 안을 마련해야 하며,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하는 차원의 큰 틀에서 북핵문제의 근원적·포괄적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
□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 추진’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함
○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은 “선 북핵문제 해결, 후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했던 이명박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을 추진하는 한편 남북간 대화 채널을 복원하여 ‘신뢰의 토대’를 만들어 나가야 함
-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 평화체제 증진이 ‘상호 선순환’의 관계로 진전되도록 해야 함
○ 아울러 정부가 대북지원 등 인도주의 문제는 남북간 정치상황과 구분하여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서 현 상황을 타개할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함
- 박근혜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인도주의 문제는 정치상황과 분리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음
□ 북핵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상황인식을 토대로 ‘이념을 떠나 철저히 국익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함
○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강경노선으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됨
-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일수록 박대통령이 대선기간 중 밝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공약이 진정성있게 실천되어야 할 것임
○ 이를 위해 통일부와 국방부, 외교부가 상호 조율된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제적(擬製的) 역할 분담을 해야 하며, 무엇보다 남북관계 주무부처로서 ‘통일부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함
○ 아울러 성공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남갈등 구조의 해소와 국민적 합의기반 형성이 필요함
- 대북정책 거버넌스 체계의 확립 등을 통해 대북정책, 통일문제에 대한 동력이 확보되어야 함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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