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저성장 늪에 빠져있는 우리 경제, 문제는 저성장이 일시적이지 않다는데 있음. 경제성장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대기업과 보수진영에서는 다시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는 화두를 꺼내들었음. 특히 경제민주화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성장담론을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 민주당도경제성장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 지금은 성장이냐 분배냐 보다는 어떤 성장인가, 그리고 어떤 성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함. 민주당의 경제성장 방향은 (1) 경제민주화의 틀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성장론을 펴야 함 (2) 성장률보다는 국민들의 소득을 높여야 함 (3) 소득불평등 해소 (4) 사회적 대타협 등의 기반 하에 추진되어야 할 것임. 향후 생활정책으로녹여내는 담론화의 과정이 성장정책의 방향이 될 터인데, 이 담론화를 위한 장을 활짝 열어놓는 방향으로 정책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임. |
I. 現경제상황 진단
■ 한국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함. 몇 년째 진행중인 유로존 위기와 중국 경착륙 가능성, 보호무역주의 공세 등에 최근 불거지고 있는 환율 전쟁까지 다양한 대외적 위협요인이 존재함
○ 내부적으로는 부동산경기 침체, 내수부진이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맞물려 경제위기로 이어지는 뇌관이 될 수 있음
- 가처분소득의 150%가 넘을 정도로 커진 가계부채 1000조원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약할 뿐 아니라 현재 통화와 금리정책, 부동산 정책 등 모든 정책 수단들을 제약하고 있음
○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구조적 저성장’으로 고착화 될 위험성을 안고 있음
- 2012년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분기 연속 0%대에 그친 결과로 2.0%로 추락했으며,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전망되고 있음
II. 박근혜 정부의 경제운용 기조
■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대기업과 보수진영에서는 다시 경제성장이 중요하다는 화두를 꺼내들었음. 특히 경제민주화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성장담론을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
○ 박근혜 정부는 한국경제의 저성장 추세에 대한 대안으로 ‘경제부흥’을 제시
-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들었음. 경제민주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경제부흥과 창조경제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음
- 지난 총선․대선 때부터 강조해 왔던 경제민주화는 국정목표에 빠졌고, ‘창조경제’를 위한 부분전략으로 배치 됐음. 이는 경제민주화가 빠진 자리에 성장만능주의의 낡은 경제가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함
- 또한 새 정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내정자 등 경제 수장들이 성장론자로 채워지면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에 기반한 대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음
■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 시장개방 등 신자유주의 성장 방식의 종말을 보여준 것이 2008년 금융위기이고 지금의 장기침체임
○ 급속한 대외개방과 자유화, 무리한 구조조정과 노동시장의 양적 유연화, 공기업과 은행의 민영화 등 성장의 과실이 외국 자본과 우량수출대기업의 주주와 경영자들에게만 돌아가는 지금과 같은 경제운용 방식으로는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고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다 해도 보통사람의 삶은 향상될 수 없고 결국에는 성장 동력 자체가 위축됨
III. 민주당의 경제성장 추진방향
■ 민주당도 경제성장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
○ 지금은 성장이냐 분배냐 보다는 어떤 성장인가, 그리고 어떤 성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함
1. 불균형성장의 문제점
■ 대기업에 편중된 정책을 펴오던 MB정부가 늘 주장하던 낙수효과가 허구라는 분석이 나왔음
○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경제의 가계․기업 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2013)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기업소득은 급격히 성장했지만 가계소득은 침체한 것으로 나타났음
-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벌어지기 시작한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증가율 격차가 갈수록 커져 MB정부 들어서는 해마다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
- 2000 ~ 2010년 기업소득은 연평균 16.4%씩 증가한데 반해, 가계소득은 연평균 2.4% 늘어났음. MB정부가 출범한 2006년 이후 기업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18.6%로 가계소득 증가율 1.7%의 10배를 넘어섰음
○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성장 불균형이 내수부진과 가계부채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
- 이 같은 요인들은 MB 정부 출범 이후 친기업적 정책이 강화되고 가계․자영․노동 부문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임
○ 가계와 기업 간의 현저한 성장 불균형은 최근 한국 경제 주요 현안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성장의 중요성을 시사함
2. 민주당의 경제성장 추진방향
■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한국경제는 내우외환 속에서 새 판짜기를 해야 함
○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수출과 내수가 조화를 이루는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성장-일자리-복지가 연계되는 균형경제가 정착되는 것을 경제정책의 기본으로 설정해야 함
* 이 틀 안에서 중산층 복원과 청년취업 활성화, 경제적 약자보호 등 시대가 요구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함 |
1) 경제민주화의 틀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성장론을 펴야 함
■ 일각에서 경제민주화가 마치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성장과 배치되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임
○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안정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임. 경제력 집중과 마구잡이 규제완화는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함
* 경제민주화가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주장은 오해(김종인): “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느 하나의 경제 세력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막기 위한 것” |
■ 산업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지금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서 성장하는 모델은 결국 ‘공멸’을 초래할 것임
○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정책의 중점을 재벌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전환하고,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이 각자의 영역에서 상생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
○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 모델로 협동조합을 주목하고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
- 대기업과 영세상인으로 나뉜 사업생태계 양극화를 협동조합이 완화할 수 있을 것임
2) 성장률보다는 국민들의 소득을 높여야 함
■ 현재의 복지논쟁은 성장이냐 복지냐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문제로 바뀌어야 하고, 그 핵심은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것임
○ 국민소득은 고용률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됨. 우리나라는 생산가능 인구 중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인 고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낮고 또한 임금을 결정하는 생산성도 낮음. 따라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은 고용률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맞춰져야 함
① 고용률 제고: 경제성장이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일자리 확충이 경제성장을 이룸
■ 박근혜 정부도 국민들의 실제 생활과 보다 더 밀접한 ‘고용률’이라는 지표를 중심으로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음
○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 목표로,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창조경제를 내놨음. 하지만 창조경제만으로는 일자리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음. 5년간 연 50만명씩을 취업시켜야 고용률 70%를 맞출 수 있지만 거의 불가능한 일임
- 과학기술과 문화중심의 창조경제가 그 기반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거니와, 정보통신이나 문화콘텐츠 부문의 일자리는 상위 몇 퍼센트를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이거나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일자리가 대부분임
■ 고용률 제고의 핵심은 양질의 중소기업을 만들고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것임
○ 우선 전체 고용의 88%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을 살려야 함.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이라는 기업성장의 사다리를 만들고 창업과 벤처를 활성화해야 함
- 중소기업 고용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환경개선이 필요함. 즉, 중소기업의 사회적 위상과 연봉, 복리후생 수준을 높여 구직자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적임
- 벤처기업이 패자부활의 기회를 갖는 소위 ‘Second-Chanace Program’을 마련
*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가의 평균 창업 횟수는 2.8회에 달함 |
○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일자리창출의 핵심임. 이는 수출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임
- 사회서비스업의 산업화: 우선적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보육, 간병, 의료 등 사회․
복지서비스 부문 등 사회정책의 각 서비스 영역을 하나의 산업으로 규정하고 산업정책으로 적극 육성
- 서비스산업 규제개혁: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본질적 요인은 집단이기주의에 있음. 규제를 하나 개혁하려 해도 기득권을 누려온 온갖 이익단체들이 들고 일어나고, 소관 부처들은 자기 밥그릇이 줄어들까 이를 이용하고 있음.
* 글로벌 체제에 맞는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 서비스산업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세부대책을 수립하고 과감한 투자를 준비해야 할 것임 |
② 생산성 향상: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성장전략
■ 리스본전략, 해밀턴프로젝트, 유럽 2020의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성장 전략의 핵심은 인적자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임
○ 지식기반 경제 하에서 요소생산성을 높이려는 혁신형 성장전략의 핵심은 복지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임
- 교육ㆍ보육ㆍ보건 등 인적자원 개발에 쓰이는 재원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인간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혁신형 성장전략임
- 또한 보다 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훈련투자는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게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고용을 통한 구매력 증가를 가져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됨
- 국가는 임금근로자들이 생산성 증가에 상응하는 임금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 노동시정정책(예: 비정규직 억제, 최저임금 상향 등)으로 내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야 함
* 노동소득분배율이 1%p 줄어들수록 0.33%p만큼 경제성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됨(홍태희, 2009) |
3) 소득불평등 해소: 소득불평등 이대로 방치하면 경제성장도 멈춤
■ 현재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는 핵심요인이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수요제약이라는 의견이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음
○ 소득 불평등 완화는 중산층의 소비 및 경제활력을 촉진하여 건전한 경제성장의 촉매제가 되며, 정치발전과 민주주의의 든든한 토대가 됨
- 소득 불평등과 성장에 관한 IMF의 최근 견해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개선과는 밀접한 상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음. 즉, 성장과 불균형 완화정책은 상호보완적이며 소득분배가 잘된 나라에서 보다 지속적 경제성장 패턴이 나타난다고 주장
○ 소득분배 개선이 중산층과 중소기업 보호 육성을 통한 고용창출자(job creater) 역할에 주목할 필요
- 소득분배 개선→소비증가, 투자촉진→총수요 증가→경제성장 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음
- 미국이 중산층 감세,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시스템 강화를 통해 건실한 중산층 육성을 유도한 것이 전후 미국의 번영과 사회적 안정을 가져왔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큼
4) 사회적 대타협
■ 저성장 시대에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재분배를 원활히 하려면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양보와 사회적 대타협이 필수적임
○ 정규직 노조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고, 대기업은 정년연장과 임금격차 해소에 앞장서고,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고용창출 기업에 세제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대타협을 이루어내야 함
- 네덜란드는 특히 서비스부문에서 고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선 국가가 개인의 실업부담을 상당 부분 책임져 주고 정규직의 양보를 받아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렸음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 원문은 하단에 첨부되어있습니다.
이슈브리핑2013-06호(박근혜정부의 성장전략과 민주당의 대응방안).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