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자유학기제’를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시험을 없애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도록 진로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인수위 국정과제 보고서에서는 후보 당시의 공약을 반복한 수준의 내용을 제시했으며, 시험폐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공약의 후퇴, 준비없는 정책 추진으로 인한 부작용, 시험폐지로 인한 학력저하 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자유학기제의 쟁점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국내외 진로교육 사례를 분석하여 진로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I. 현황
■ 18대 대선 진로교육 공약 현황과 평가
○ 문재인 후보 진로교육 공약
- 2012년 8월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쉼표가 있는 교육 - 행복한 중2 프로젝트’를 교육공약으로 제시함.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1년 동안 혹은 한 학기동안 통상적인 교과공부와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진로를 찾는 시간으로 교육과정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임.
- 이외에 모든 중 고교에 진로상담교사 배치, 일반계 고교 직업적성 교육 강화, 지역별 특성화고-전문대-산업체간 연계 체제 구축 등을 발표함.
○ 박근혜 후보 진로교육 공약
- 2012년 11월 21일 교육공약(2차발표)으로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을 제시함. 중학교 한 학기동안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필기시험 없이 학생의 꿈과 끼를 찾도록 토론 실습 체험 등 다양한 자율적 체험활동 중심으로 학교 교육을 진행하도록 함.
- 이외에 진로상담교사 확충, 고교에서 직업 체험교육 권장,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진로체험 기회제공 의무화, EBS 진로교육 콘텐츠 구축 등을 제시함.
○ 18대 대선 진로교육 공약의 의의
- 민선5기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이 의제화에 성공한 이후 야권은 무상보육, 고교 무상화, 반값등록금 등 교육복지 정책을 주도함.
- 하지만, 2012년 총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야권의 교육복지 정책을 수용하면서 여ㆍ야간 정책적 차별성을 상당 부분 완화됨. 이는 교육비용 부담 경감 중심의 정책 경쟁이 한계 상황에 도달했음을 의미함.
- 입시위주의 경쟁교육, 창의 인성교육의 부재 등 공교육의 문제점 개선과 교육의 본질적 목적 실현의 필요성이 부각됨. 이에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이 민선5기 지방선거부터 공약으로 제시한 혁신학교 확대 외에 ‘행복한 중2 프로젝트’를 통한 진로교육 강화를 추가로 제시함.
-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표방하며 ‘자유학기제’를 제시한 박근혜 후보를 비롯해 안철수 예비후보,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 등도 진로교육 정책과제를 제시함. 이로써 여 야의 교육분야 정책 경쟁 지형은 교육비 부담 경감에서 교육과정 개선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기존 혁신학교 정책외에 진로교육 활성화가 비중있는 정책과제로 대두됨.
II . ‘자유학기제’ 주요 쟁점
■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른 쟁점
○ 중간 기말고사 등 지필고사 폐지의 범위
-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용린 후보는 중학교 1학년 한 학기 또는 1년 동안 지필시험을 폐지를 약속했으나, 한국교총은 2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력저하 및 사교육 증가 등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발표함.
- 시험을 치르지 않아 학생들의 정확한 수준을 파악하기 힘들고, 오히려 사교육 시장에서 학력수준을 측정하는 등 사교육 의존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 우려함.
- 서울시교육청은 2월 7일 2013년 업무계획에서 진로탐색 집중 학년제를 실시하는 11개 연구학교에서 중간고사만 시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여 공약 후퇴 논란이 야기됨.
○ 자유학기제 실시 시기 및 기간의 적절성
-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특정시기에 진로교육을 집중하는 방식의 제도임. 문용린 교육감의 경우 중학교 1학년으로 확정했고,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는 중학교 한 학기로 제안하고 있지만, 적절한 시기와 기간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음.
- 현장 교사들은 진로탐색 집중기간으로 중학교 1학년은 이르다는 의견이 중론임. 유사한 제도인 아일랜드 전환학년의 경우 중학교 3학년과 고교 1학년 사이에 1년 동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함.
○ 직업체험, 외부 강사 초빙 등 단기 행사성 교육 집중 우려
- 직업체험 학습 등은 진로교육의 중요한 영역으로 학교 현장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활동) 등 정규교과 외의 시간을 통해 활용하여 운영될 수 있음.
- 하지만 정규교과교육과의 연계, 지역 산업체 네트워크, 진로교사 등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할경우 단기 행사성 이벤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음.
- 도시-농촌간 산업 종류와 규모의 차이에 따른 체험교육의 격차를 해소할 방안도 마련해야 함.
■ 자유학기제 시행 외부 환경에 따른 쟁점
○ 서열화된 고교체제와 고입제도
- 특목고, 자사고 입시 경쟁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특정 기간 동안 진로탐색 위주의 교육 운영에 대해 일부 학부모와 학생의 반발이 예상됨. 이러한 문제는 자유학기제를 학교 또는 학생의 선택에의해 운영할 것인지와 연관되어 있음.
- 학생 선택에 의해 운영할 경우 고입 준비 학생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을 개설해야 하며, 이는수준별 학급 구성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존재함.
○ 전문 인력, 지역사회 네트워크 등 제반여건 미흡
- 진로교육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13년 1월 현재 4,550명의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중 고교에 배치하고 있음.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830명으로 진학상담 외에 진로교육관련 프로그램을 담당하기에 부족한 실정임.
- 교과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설치한 진로진학정보센터의 인력은 한 곳당 4~5명에 불과함. 이와별도로 지난해부터 서울시교육청은 진로직업체험센터를 개설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25개 자치구마다 1개소씩 설치할 예정이지만 현재 4개소만 운영하고 있음.
- 학교, 지자체, 산업체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한 진로탐색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고 시행하지 않을경우 모든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지속성을 지닌 프로그램보다는 보여주기식 이벤트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 존재함.
III . 국내외 사례와 시사점
■ 해외사례
○ 아일랜드 전환학년제
- 아일랜드 전환학년제는 18대 대선 여 야가 각각 제안한 ‘행복한 중2 프로젝트’, ‘자유학기제’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음.
- 성적 경쟁 위주의 교육을 개선하고 중등교육 학생들에게 폭넓은 교육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1974년 9월 리처드 버크(Richard Burke) 아일랜드 교육부 장관의 제안으로 전환학년제 시범프로젝트를 도입함.
- 중학교 4학년 과정(한국의 고교 1학년에 해당)에 시험에 대한 부담없이 자신을 탐색하는 선택적교육과정을 운영함. 도입 첫 해 전환학년제에 참여한 학교는 3개교에 불과했으나 1994년 이후 정부의 재정 지원과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시작되면서 참여율이 급증하여 2010년 현재 75% 이상의 학교에서 53% 학생이 전환학년제에 참여하고 있음.
- 교육과정은 필수과목 계열, 선택과목 탐색 계열, 자유관심 계열, 체험 활동의 4개 계열로 나뉘며, 이에 대해 아일랜드 교육부는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만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은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 있음. 평가는 학생이 수행했던 과제를 포트폴리오 형태로 보고하며, 성적으로 환산하지 않음.
○ 덴마크의 진로교육
- OECD는 덴마크 진로교육의 특징적 활동으로 ▲교육 직업 노동시장 입문 주제의 교과통합의무화 ▲학습계획서 작성 의무화 ▲직업체험을 들고 있음.
- 교육 직업 노동시장 입문은 1~9학년(한국의 초등1년~중학교3년)에 걸쳐 모든 과목에 통합되어 전달되도록 의무화하고 있음. 특정 과목이나 이수시간 등을 규정하지 않고 국가수준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명확하게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단위학교마다 진로교육을 다양한 교과에 통합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임.
- 학습계획서 작성은 6~9학년 시기 학생 자신의 교육 및 진로에 관련한 목표와 계획을 커리어 포트폴리오의 형태로 작성 축적하는 것을 의미함. 교사, 학생, 학부모, 청소년 진로센터의 상담가가 함께 참여하는 논의를 거쳐, 매년 학생의 학습계획서를 수정 보완해 가는 과정을 거치게 됨.
- 9학년 이후 선택형으로 10학년제(bridge year)를 두고,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탐색하거나 부족한기초역량을 보완하는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음. 현재 40%정도의 학생이 10학년을 선택하고 있음.
■ 국내 사례
○ 진로교육연구학교
-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0년 서울 영동중, 경기 안양 비산중 등 초중고 6곳을 진로교육연구학교로 지정 운영하고 있음. 국어, 사회, 수학 등 5개 교과목에 진로교육을 통합해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해당 학교에 적용함.
- 특정 학년 또는 학기에 진로탐색교육을 집중하는 방식이 아닌 현행 초중등 교과과정 내에서 지속적으로 진로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됨.
○ 경기 성남 이우학교
-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로 지정 운영하고 있는 이우학교는 중학교 진로탐색 교육과정으로 자기탐구보고서, 졸업작품, 철학수업 등을 운영하고 있음.
- 창체활동에 편성된 자기탐구보고서(중1~2과정), 졸업작품(중3과정)은 자신의 관심분야에 대해 스스로 혹은 교사 등의 멘토링으로 체계적인 탐구와 진로 방향을 모색하는 교육과정임.
- 교과통합 진로교육 및 직업체험 위주의 진로교육 방식이 아닌 창체활동을 활용하기 때문에 정규교과 기준시수에 영향을 끼치는 않음. 또한 학생 스스로 선택한 계획서에 따라 관심 분야에 대한자기 주도형 학습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자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됨.
■ 시사점
○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전기중등교육(중학교 과정)과 후기중등교육(고등학교 과정) 중간과정에서 학생의 선택에 의해 시행됨. 이와 유사한 덴마크의 bridge year, 영국의 gap year도 상급학교 진학 직전 시점에서 특정 기간 동안 진로탐색, 학습능력 보완, 휴식을 목적으로 시행됨.
- 박근혜 정부의 ‘자유학기제’ 와 서울시교육청의 ‘진로탐색집중학년제’의 적용시점을 중학교 1학년 과정으로 설정하고 있음. 현재 한국의 중등 교육 구조는 중학교 3학년까지 의무교육과정이며, 고교단계에서 인문-직업계로 분화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음.
- 진로탐색 또는 진로교육을 특정학년 또는 학기에 집중하는 방식을 채택할 경우 중학교 1학년 시기가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됨.
○ 덴마크의 경우 의무교육기간동안 교과통합형 진로교육과정을 의무화하고 있음. 한국의 경우 중학교 선택교과목으로 ‘진로와 직업’을 채택하고 있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진로교육연구학교는 통해 교과통합형 진로교육을 일부 시행하고 있음. 하지만 여전히 진로교육을 정규교과와 별도로 분리된 주변부 교육으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임.
○ 개인 관심분야에 대한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하고 있음. 덴마크의 학습계획서 의무화, 국내의 성남 이우중학교의 자기탐구보고서 및 졸업작품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함. 이는 자아에 대한 이해와 계발을 돕는 측면에서 광의의 진로교육으로 볼 수 있음.
IV . 대안과 과제
■ 자유학기제 단기적 대안
○ 특정 학기 또는 학년에 진로탐색과정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보다는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함.
○ 정규교과 내에서 진로탐색을 모색할 수 있도록 교과통합형 진로교육을 실시해야 함. 현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시범운영하는 ‘진로교육연구학교’의 교육과정을 분석 연구하여 확대할 방안을 모색하고, 이에 따른 교사의 수업 전담 여건, 교사 연구 환경 및 역량 강화 등 제반여건을 조성해야 함.
○ 창체활동, 방과후학교, 토요 휴무일을 활용하여 관심분야 탐구과제 수행, 직업체험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학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지속적인 관찰과 평가를 통해 학생의 진로탐색교육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교사 전문가 등이 연계하는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함.
○ 내실있는 운영을 위해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산업체-지자체-교육청-학교를 연계하여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진로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함.
■ 자유학기제 및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과제
○ 진로탐색과정을 특정 시기에 집중하여 실시할 경우 고교체제, 적용시기, 중등교육 과정 및 학제전면 개편, 학생 평가방법 개선, 고입 및 대입제도 개편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함.
○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로교육은 학교교육의 주변부로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반계 고교와 기능적 측면에서 차별성이 없는 특목고 및 자사고 폐지 또는 전면재검토가 필요함.
○ 중학교 3학년까지의 의무교육 후 고교단계부터 교육과정이 분리 선택되는 한국의 교육체제를 감안하여 중3 또는 고1 기간에 자유학기제 적용하고, 이에 따라 현행 9차 교육과정의 개편과 필요하다면 현행 학제 변경 등 중장기과제를 논의해야 함.
○ 한국 초중등교육에서 진로교육이 부재하게 된 원인은 서열화된 고교체제 및 대학체제에서 비롯됨. 나아가 학력 학벌에 따른 노동시장의 차별, 일자리 감소 등과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음.
- 일과 학습이 연계되지 못하는 현상을 해소하지 않을 경우 진로교육은 초중등교육과정에서 정규교과 외의 부차적인 교육으로 인식될 것임. 따라서 진로교육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구조의 거시적 담론에서 해석해야 할 문제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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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2013-07호(진로교육 활성화 쟁점과 과제).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