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내용 바로가기

[이슈브리핑] 국제비교를 통해 본 국회의원 정수와 세비 혁신 방향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의원 정수 축소와 세비 감축을‘새정치’또는‘정치혁신’의 방법으로 경쟁적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방안들이 합리적인 연구 및 토론, 그리고 한국 정치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숙고의 결과가 아니라 정치불신에 미봉적으로 대응하는 선거 전략이나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제기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건전한 논의를 저해하는 효과를 낳은 면이 있다.
국제 비교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의원 정수는 오히려 적정 규모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세비 역시 국민 1인당 부담액이 평균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일방적 축소 논의가 결코 합리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사안들은 좀 더 합리적인 토론과 숙고를 통해 한국 정치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I. 문제의 배경과 검토의 필요성

□ 2012년 대선에서 이른바 ‘새정치’와 ‘정치혁신’의 의제로 의원정수 축소와 세비 감축이 제기
○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새정치’의 주요 의제로 의원정수 축소를 제기하고 기성 정당이 수용
- 19대 300명인 의원정수를 200명으로 축소하자는 것이 안철수 후보 제안의 골자
- 선거일을 앞둔 12월 6일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도 의원정수 축소를 제안하였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의원정수 축소에 대한 의견이 합의되면 실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
- 그러나 대선 이후 국회의원에 당선된 안철수 후보를 포함, 어떠한 정당과 후보도 현재 의원정수 축소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음.

○ 세비 축소는 정치 혁신의 방법으로 제기
- 국회의원 특권 축소 차원에서 세비 감축 또는 불출석시 세비 반납 등이 2012년 중반 제기
- 선거운동 기간인 12월 3일 민주당 의원들은 세비 30% 삭감을 결의하고 법안을 제출
- 상반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세비 규모가 의제가 되었기는 하지만, 대선 이후 어떤 정당과 정치인도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는 않음.
- 이런 현재의 상황은 상기 의제들이 선거 전략 또는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제기되었음을 보여줌.


□ ‘의원 정수’와 ‘세비 수준’의 적절성을 제대로 의제로 다루기 위해서는 합리적 근거 위에서 한국 정치의 장기 발전 방향에 부합시키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음.
○ ‘왜 양자의 축소가 한국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법인가?’라는 기본적 문제의식에 대한 검토와 토론이 생략된 것이 정치 혁신 의제로서의 의미를 반감.
- 국민의 정치 불신에 편승하여 상대방과의 ‘차이’를 부각하는 선거 전략이나 일시적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혁신 방향을 찾아야 함.

○ 의원 정수의 문제는 민주적 대표성과 효율성의 문제이며 세비 문제는 국민 부담의 문제
- 충분한 토론과 검토 및 한국 정치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함.
- 이를 위해 국제 비교를 통해 한국 의원 정수와 세비 규모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문제 해결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이후 토론의 기초를 제공하려 함.

 

II. 국제 비교를 통한 의원 정수의 적정성 검토

1. 의원 정수 결정의 중요성
□ 의원 정수는 민주적 대표성의 확보,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과 함께 효과적인 의정운영 및 국민의 정치비용 부담 수준 등과 관련된 문제
○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적정 규모의 의회를 유지하는 것은 민주적 대표성과 함께 의회 효과성에 직결
- 국가 규모에 비해 의원 정수가 적으면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대표성이 감소되고 의원 개개인의 권력이 강화되어 국민과 유리된 특권층이 될 가능성이 높음.
- 의원 정수가 작을수록 득표와 의석 간의 불비례성이 증대(Arend Lijphart, 1994)
- 반대로 의원 정수가 너무 많으면 의회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국민의 비용 부담이 증대됨.

○ 문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의원 정수의 산출에 대한 이론적 합의는 존재하지 않음.
- 이는 적정 정수가 각 국의 역사, 인구 규모, 사회경제적 상황, 정치문화, 정치체제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
-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성격이 기업이나 단체의 경영과는 다르기 때문에 효율성을 측정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하나의 이유
- 인구 규모와 의석수는 비례하는 경향이 있고, 사회주의 국가일수록 의회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예외가 많기 때문에 특정한 규칙성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런 이유로 귀납적이거나 비교적인 관점에서 주로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음.


□ 적정한 의원 정수 산출에서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인구 및 사회경제적 요소를 활용하여 적정 규모를 제시한 Taagepera와 Shugart의 공식(Rein Taagepera & Mattew Shugart, 1989)
○ 타게페라와 슈가트는 미국 하원 및 여러 국가의 의원 정수를 검토, “의원 정수는 인구의 세제곱근에 비례한다.”는 공식(S=∛P : S는 의회의석규모, P는 인구)을 제시
- 이 공식은 연역적 논리가 아닌 주로 발전된 민주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귀납적으로 도출된것으로 이 자체가 적정한 의원 정수를 산출하는 규범적 공식은 아님.
- 공식에 따르면 인구가 많은 제3세계 국가의 의원 정수가 너무 커지기 때문에 타게페라와 슈가트는 문맹률(L)과 노동연령인구비율(W)을 적용, S=∛2PLW를 제시하기도 했으나 역시 규범적인 것은 아님.


2. 한국 의원 정수의 적정성 검토
□ 제헌 이후 한국 의원 정수는 지속적으로 변동해 왔으나 일관된 규칙은 찾을 수 없음.
○ 이는 의원정수가 객관적 근거보다는 정치상황(5.16 쿠데타 이후 군사독재에 따른 의회 약화)이나 경제상황(IMF 외환위기) 같은 외적 상황에 따라 변동했기 때문
- 국민의 국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의원정수 논의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어려웠던 것도 한 원인

 

○ 한국 의원 정수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정수가 국가 규모와 상황에 비해 적다는 것에 동의
- 앞의 타게페라와 슈가트 공식 위에서 24개 민주국가의 의원 1인당 평균 인구를 계산하여 적용하거나(강원택, 2002), 총인구/GDP/중앙정부예산/공무원수 등의 변수를 활용하기도 하고(김도종·김형준, 2003), 인구/1인당GDP/노동연령인구비율/문맹률/공산체제여부/양원제 등의 변수로 적정수를 도출(김태일·임채홍, 2008)하려는 노력이 있었음.
- 연구결과 한국의 의원 정수는 인구나 경제 규모 등에 비해 작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 연구자들은 각기 306명 또는 360명(강원택), 379명(김도종·김형준), 348명(김태일·임채홍) 등의 적정수를 제시


□ 실제로 인구가 비슷하고 경제 부문에서 OECD 국가에 포함되며 발전된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들과 비교했을때 한국의 의회 규모는 매우 작은 편.
○ 한국과 인구 규모를 비교할만한 7개국(2천만~8천만명)과 인구와 경제력 기준으로 비교하면 현재 한국 의원 정수는 각 기준에서 산출된 규모의 60~70% 수준

 

- 7개국 평균을 한국에 적용할 때, 인구 기준으로는 493석, PPP 기준으로는 437석이 산출됨.
- 인구 2천만 이하 OECD 국가들은 대부분 의원 1인당 인구가 5~6만 수준으로 한국의 광역의원과 비슷하고 인구 1억명 이상 2개국중 일본은 참의원을 포함할 때 17만 7천여명으로 한국과 비슷하며 미국만 58만 2천여명으로 예외적으로 1인당 인구가 매우 크며, 이런 흐름은 PPP 기준에서도 마찬가지임.

○ 인구 및 경제력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 Taagepera와 Shugart의 공식을 적용했을 때의 약 368명보다도 크며 각 연구자가 제시한 적정수보다도 많음.
- 국제 비교를 통해 볼 때, 한국의 의원 정수는 평균보다 매우 작은 수준으로 보는 것이 정확
- 국가 업무 및 국민 이해관계 복잡성의 증대, 경제력의 향상 등에 대응하고 권력의 분산을 통해 의원의 특권 및 위신을 조정하여 기득권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의원 정수 확대가 국제적 흐름에 부합함.


III. 국제 비교를 통한 의원 보수(세비)의 적정성 검토

□ 의원 보수의 수준은 각국의 문화, 제도적 구성 등에 따라 다르며, 보수 결정 체제도 차이가 있음.
○ 의원 보수 수준의 결정 요인에 대해서는 각국의 정치 문화, 제도적 특성, 의원과 유권자간 합리적 선택 등 다양한 시각이 있으나 적정선을 알려주는 기준은 없음.
- 의원에 대한 사회적 위신 평가, 정치 문화, 보수 결정 제도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느수준이 적정선인가에 대해 단언할 수는 없으며 비교를 통해 유추하는 정도가 현재로서는 최선임.

○ 보수 결정 체제 역시 다양하지만(출석 수당제, 의원이 되기 전 직장의 보수 등) 비교대상 국가들은 보통 3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음.
- 외부 기관 결정 : 영국(의회윤리감사기구(IPSA)), 스웨덴/노르웨이/호주(보수산정위원회), 캐나다(인적자원부)
- 다른 직종 보수와 연동 : 프랑스/덴마크/네덜란드(고위공무원), 이태리(고위법관) 미국(민간고용비용 지수), 일본 (총리~정무차관)
- 의회가 결정 : 독일, 한국
- 의회가 결정한다고 해서 보수가 높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의회가 결정하는 독일보다 독립기관이 결정하는 스웨덴의 보수 상승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음(류현영, 2013)


□ OECD 소속 민주국가를 대상으로 했을 때, 의원 보수는 최소 52,386달러(스페인)에서 204,868달러(일본)까지 다양함.
○ 전반적으로 의원 1인당 인구가 많을수록 보수가 커지는 경향이 있음.
- 의원 1인당 인구가 10만 이하인 경우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10만달러 미만
- 의원 1인당 인구가 가장 많은 한, 미, 일 3국의 보수 수준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함.

○ 각 국의 경제력과 인구 대비 의원 수, 정치 문화 및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의원의 보수 총액만을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
- 의원 연금 제도를 가지고 있는 국가(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도 있고, 비용 보전을 위한 수당의 종류와 폭도 각기 다르므로 전체 실수령액을 비교할 수는 없음.
- 아울러 정치문화에 따라 다른데, 예컨대 한국에서 의원은 당비나 품위유지를 위한 지출이 큰 경향이 있으나 정당이 발달한 유럽 국가들의 의원은 이런 지출이 상대적으로 작음.


□ 보수 총액이 아닌, 국민이 얼마나 의원의 보수를 부담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때, 국민 1인당 부담 수준은 민주 국가들을 대상으로 할 때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
○ 인구 및 경제력을 감안한 비교대상 7개국의 국민 1인당 부담액과 비교하면 평균에 근접.
- 한국은 국민 1인당 1.03달러씩 국회의원의 보수를 부담.


- 인구 2천만명 이하 소국들은 국민 1인당 의원 보수액으로 평균 2.44달러(PPP 기준)를 부담하고, 일본은 1.16달러로 한국과 비슷하며 미국은 0.3달러로 최하위.
- 이에 비해 인구 기준 2천만~8천만의 중규모 국가들은 약 1.18달러를 부담하여 한국과 비슷함.

 

○ 비교대상 국가들 중 한국 국회의원의 연보수 총액은 가장 높지만, 국민 1인당 보수 부담액은 평균보다 조금 낮은 수준임.
- 다만 보수가 의원 1인당 대표 인구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탈리아와 매우 낮은 스페인을 제외한 5개국 평균으로 하는 경우 한국이 0.02달러 더 높음.
- 유사한 규모 국가의 국민 1인당 부담액으로 보았을 때, 한국 의원의 보수는 평균이라 할 수 있음.

 

IV. 제언ㆍ의원 정수와 보수 수준을 함께 감안한 합리적 혁신안 도출이 필요

□ 의원 정수와 국회의원의 보수 문제는 합리적이고 발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
○ 정치 불신을 미봉하는 비합리적이고 자학적인 포퓰리즘은 타개의 대상이지 정치혁신의 방법은 아님.
- 의원 1인당 인구 규모가 작은 국가일수록 의원들의 특권과 기득권 수준이 낮고 국민과의 소통이 활발
- 의원들의 보수도 생활비와 정치 활동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다양한 계층에서 의원들이 충원되고 부패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됨.
- 국회의원 특권 및 기득권 축소, 국민과의 소통 강화, 의원의 기득권층화 방지 등을 고려할때, 현재의 국회의원 정수 논란 및 보수 논란의 방향이 올바른 정치혁신의 논의 구조는 아님.

○ 혁신 방향은 가급적 한국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
- 정수와 보수 문제 해결이라는 단일한 목표도 유의미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른 혁신 과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안일 것임.


□ 의원 보수 총량제하에서 대표성 균형 확보와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정수 증원 및 이를 활용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실시 같은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
○ 현재 지역구 246석, 비례 54석에서 지역구 감축 및 비례 정수 증원을 통해 비례대표를 적정규모로 증원하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되 전체 보수 총량은 유지하는 방안도 가능
- 권역별 인구에 따라 권역별 비례대표를 배정, 대표성 불균형을 완화하고 사표 감소 및 지역주의 완화의 효과를 꾀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발전을 추진
- 예컨대 의원 정수를 46석 증원하되 현재의 보수총량은 고정시키는 경우 개별 의원 보수가 13.3% 감축되고 국민 1인당 의원 보수 부담액은 0.89달러가 되어 독일 및 프랑스의 보수 부담 수준에 근접하게 됨.

○ 이처럼 국민 부담은 증대시키지 않으면서, 한국 정치의 발전을 고려하는 방안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필요
- 법률 사안인 비례대표 확대부터 헌법 개정 사항인 양원제까지 다양한 대안을 두고 한국정치 발전을 위한 혁신 아이디어를 모아야 함.

○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토론하는 것.
- 이런 토론 방식을 통해 합의된 방안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만이 한국 정치와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정치혁신의 길일 것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 원문은 하단에 첨부되어있습니다.

     이슈브리핑 11호_국제비교를 통해 본 국회의원 정수와 세비 혁신 방향.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