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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최근 세제개편으로 본 중산층의 문제와 대응방안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중산층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임. 중산층이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계기로 상대적 박탈감에 가중되는 생활비, 불확실한 미래 등이 한꺼번에 증폭되면서 ‘복지 혜택은 받는 것이 없이 부담만 진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음.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에 미치는 중산층의 긍정적 효과를 고려해볼 때 당장 세수가 부족하다고 중산층 주머니를 털기보다는 중산층을 키우고 복원하는 일이 더 중요함. 이들이 소비를 만들고 경제성장을 이끌어 자연스럽게 세수를 늘려주기 때문임. 본고에서는 중산층 복원을 위해 1) ‘한국판 중산층’ 개념 재정립, 2) 현재의 성장 방식에 대한 재검토, 3) 중산층 가구의 재정 건전성 강화 등의 대안을 제시함

 

I. ‘대한민국 중산층’ 논란의 배경

□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가중되는 생활비 압박, 상대적 박탈감으로 위기에 처한 중산층이 증세 논란을 계기로 억눌렸던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

○ 지난 2000년대 이후 소득ㆍ생활수준의 양극화 과정에서 과세 형평성과 복지혜택 부족에 대한 불만이 장기간 누적돼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정부의 신중하지 못한 증세 시도가 중산층을 분노케 한 것으로 보임

- 중산층 봉급생활자들은 말만 중산층이지 뛰는 전셋값과 사교육비, 세금을 내고 나면 저소득층과 다를 바가 없고 복지 혜택은 받는 것 없이 부담만 진다며 불만을 표출

- 성난 여론에 떠밀린 정부가 소득세 부담증가 기준선을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올렸지만 ‘대한민국 중산층’에 대한 논란은 식지 않고 있음


□ 중산층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사실상 ‘고무줄 잣대’에 가까움

○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일련의 파동은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의 개념에 대한 심각한 혼돈을 초래했음

- 현재 정부가 쓰는 공식적인 중산층 기준은 OECD 기준으로 가구 중위소득 50∼150%를 중산층으로 보고 있음. 그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차상위 계층인 연봉 1900만원부터 연봉 5700만원대까지 모두 중산층에 포함될 수 있음

- 이렇게 중산층의 범위가 넓으니 정부가 각종 정책을 펼 때마다 각기 다른 중산층 기준을 들이대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임

ㆍ 예를 들어, 4.1 부동산대책 때는 연소득 6000만원 이하가 중산층이었고 재형저축 가입 자격은 연봉 5000만원 이하였음. MB정부 때인 2008년 세제개편에서는 중산층 기준을 과세표준액 8800만원으로 잡았음

○ 또한 중산층 기준이 정부와 국민 간에 2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이 ‘증세 저항’의 근본 요인 중 하나임

- 국민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소득수준은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음

* 국민일보와 글로벌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2013. 8. 22)에서 연소득 6231만원은 돼야 중산층으로 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중산층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일반 국민과 얼마나 괴리가 큰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데이터임

 

II. 우리나라 중산층의 실태

□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중산층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음

○ 정부의 중산층 분류 기준(OECD 기준)에 따라 지난 2월 분석한 우리나라 중산층 가구 비중은 1990년 75.4%에서 2011년 67.7%로 하락했음(보건사회연구원) 

   

 

□ 더 심각한 문제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적자를 보는 도시의 중산층 가구가 지난 20년 사이 59만 가구에서 125만가구로 2배 이상 급증했다는 사실임

○ 1992년에는 소득상위 20-80%인 2인 이상 도시 중산층 가구 454만 가구 가운데 12.8%(59만 가구)가 적자였음

- 그러나 2012년에는 647만 도시 중산층 가구 중 19.3%(125만가구)가 적자로, 도시 중산층 적자 가구가 20년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임(통계청,“적자 가구 현황 분석”)

- 이는 소득 상위 20% 이상인 고소득 가구 중 적자 비율이 같은 기간 10.1%(16만여 가구)에서 6.5%(14만여 가구)로 감소한 것과 대비됨

 

III.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책과제

1) ‘한국판 중산층’ 개념 재정립

□ 중산층 산출 방식의 변경

○ OECD의 중산층 산출방식은 보유 자산이나 부채 등을 제외한 채 오로지 근로소득만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산층 기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음

- 개인의 소비 결정은 일시적인 소득 변동보다 전체적인 소득 능력을 고려해 이뤄짐. 갚아야 할 빚, 축적된 자산,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 등을 종합해야 중산층의 경제력 비중을 알 수 있음

* 미국 오바마 정부가 구성한 중산층 TF에서는 집과 자동차, 은퇴소득 보장,자녀 대학교육비 등을 중산층 조건으로 두고 정책에 활용하고 있음

○ 상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 필요

- 현재 통용되는 ‘중위소득 50∼150%’는 매년 국민소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기준임. 이는 한 사회의 소득분배 수준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지만, 중산층의 실제 삶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

- 중산층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생활조건을 정의하는 기준이 있으면 내가 중산층인지 아닌지 훨씬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임


2) 현재의 성장 방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

□ 대기업 위주 수출주도 성장은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의 소멸과 ‘고용 없는 성장’을 야기

○ 내수침체에 따른 성장둔화, 이에 따른 고용감소와 가계부채 증가에 이은 중산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음

- 해법은 결국 중산층 복원에서 역으로 풀어가야 함. 중산층 가구의 재무건전성 회복을 통해 소비를 증진시켜 수출․내수의 균형성장을 도모

○ 내수의 활력 회복과 성장기여 제고는 단기적인 경제회복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한국경제 성장력 복원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임

- 을 보면 연평균 9.2%의 성장률을 보이던 1971-1990년대의 민간소비 성장률 기여도는 5%p로 전체 성장의 절반이 넘음. 수출보다는 민간소비가 전체 성장률을 이끈 것임(중산층이 높았음)

- 그러나 2009-2011년까지의 경제성장을 살펴보면 연평균 성장률 3.8% 중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1.5%p로 기여 비중이 낮아졌음. 반면 무역부문에서 1.5%p의 기여도를 기록했음

기간별 주요 지출 항목의 경제성장 기여도 추이(단위, %, %p)

 

□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안적 성장모델인 “소득주도 성장”에 주목할 필요

○ 기존 신자유주의 성장 패러다임은 임금억제(소득 불평등)→기업투자 촉진→고용 및 소득증가를 가져 온다고 믿고 있으나, 이런 믿음은 근거 없는 것으로 보고 있음

- 이윤몫(1-노동소득몫)은 늘고 노동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나, 투자는 그만큼 늘지 않았음. 이렇게 생긴 “잉여”이윤은 금융부문으로 흡수, 비생산적이고 투기적인 금융활동을 부추기고, 이것이 ‘고용없는 성장’을 초래한 주요한 이유라는 견해

- 노동소득은 단순한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총수요 결정요인(특히 소비). 따라서 노동소득 몫의 감소는 소비 압박 요인이고 이는 투자결정에 제약으로 작용(이것이 금융화에 기여)

 

3) 중산층 가구의 재정 건전성 강화

□ 위축된 중산층의 소비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난 20년간 급증한 경직성 지출의 비중이 늘지 않도록 해야 함

○ 중산층이 안심하고 지갑을 열 수 있게 하려면 단기적 경기부양책보다 집값ㆍ교육비 등 생계부담을 줄여주고 노후 걱정을 없애주는 쪽으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소비회복 플랜이 필요함

 

① 복지서비스의 확대로 가처분소득 보전

□ 보편적 복지로 가계의 부담을 국가가 나누어 서민․중산층의 생활비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함

○ 무상급식, 무상보육, 의료비 부담 경감, 반값등록금 등 정책은 여전히 유효함

○ 중산층 비중 확대를 위해 이전소득의 크기를 늘리는 것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함

- 소득세, 사회복지지출 등 정부 재정 활동이 전반적으로 중산층의 비중을 증가시키며 북유럽 등 일부 국가의 경우 그 비중이 더욱 큼


□ 재원조달 문제

○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마중물을 부어야 함. 토목공사를 할 재정이 있으면 그 돈을 재형저축이나 보육사업 등 중산층 대책에 써야 함

- 지금까지 농어민이나 영세서민을 보호하는 정책은 있었지만 중산층 정책은 제대로 된 것이 없었음

○ 대기업ㆍ고소득층의 조세부담률을 높여야만 정부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음

- 먼저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다음에 세출구조 조정,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것 등을 다 해도 부족할 경우 증세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함

 

② 주거안정 대책

□ 주거 안정은 전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민생 중에 민생임. 면세자가 절반에 달하는 세제개편보다 민심 이반 정도가 더 큼

○ 부동산 시장은 이미 인구구조 변화와 집값 하락, 저금리 등으로 ‘뉴노멀’(new-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에 들어섰음

- 집값이 떨어지면서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에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됐음. 거래량이 확 줄고 전세보다는 월세 선호가 커졌음. 세입자는 집은 사지 않고 전세에 머물면서 ‘전세가율’ 60%가 넘으면 매매로 전환된다‘는 법칙도 깨졌음

- 기존 주택정책이 심각한 모순을 토해내고 있는데 정부는 여태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음. 그 결과가 이번 전세난임

○ 정부의 8.28 전월세대책의 주요 골자는 빚내서 집사라는 것임

- 정부는 주택을 담보로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을 해주고 집값의 등락에 따라 손익을 나누는 ‘손익공유형’ 모기지를 도입할 예정

- 하지만 집값 추세를 감안할 때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공적자금인 국민주택기금까지 낭비할 가능성이 높음

○ 이런 곳에 쓸 돈이 있다면 서민 주거안정에 쓰는 것이 바람직

- 작금의 전세난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매매수요 확충이 아니라 임대주택 확대로 방향키를 돌려야 함

- 분양주택은 민간 자율에 맡기고 정부와 지자체는 소형위주의 임대주택 공급에 전념하는게 바람직

○ 또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임대주택 활성화가 전월세난 해결의 중요한 열쇠임

-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과 세제상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함

 

③ 교육구조 개혁

□ 연간 19조원이 넘는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공교육 내실화와 관련 투자 확대가 시급함

○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교육과정 변경은 지양


□ 중등교육 및 중등교육 이후의 과정에 대한 이원적 교육체계를 도입하여 고등학교에서부터 철저한 직업교육이 시작될 수 있도록 투자 필요(맥킨지 보고서)

○ 또한, 기업 및 중소기업협회와의 공조를 통해 고용주들이 필요로 하는 특정 기술 습득에 초점을 둔 직업교육 커리큘럼을 마련

 

④ 노후 준비와 자산 형성 지원

□ 국민연금으론 부족, 민간연금 적극 활성화해야 할 필요

○ 고령화 사회 구조 하에서 중산층이 실직이나 조기퇴직으로 언제든 저소득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민간연금을 활성화할 필요

- 민간연금 저축에 대한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민간연금에 대한 소득공제를 축소한 이번 세제개편은 바람직하지 않음

 

IV. 제언

□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에 미치는 중산층의 긍정적 효과를 고려해볼 때 의도적인 중산층 육성정책이 필요한 시점임

○ 당장 세수가 부족하다고 중산층 주머니를 털기보다는 중산층을 키우고 복원하는 일이 더 중요함

- 이들이 소비를 만들고 경제성장을 이끌어 자연스럽게 세수를 늘려주기 때문임

○ 중산층의 상당수가 스스로를 저소득층이라 인식하는 만큼, 세제개편 및 복지정책 수립 시 이들의 계층의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 중산층 대책의 수혜대상과 효과를 명확히 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함

- 이번 세제개편 논란에서 보듯 중산층 대책의 수혜대상과 정책효과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불분명하니 국민적 저항이 커진 것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 원문은 하단에 첨부되어있습니다.

   130925이슈브리핑13호_세제개편으로 본 중산층의 문제와 대응방안.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