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보육서비스는 인구정책이자 보육정책으로써 양면적인 정책효과를 가지므로 제도 설계에서부터 집행, 환류에 이르는 전 과정에 원칙과 철학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국가의 보육제도가 성공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존재한다. 첫째, 조세 및 재정 관련 대응이며 둘째, 제도 재설계이다. 본고에서는 보육제도의 의미와 원칙, 외국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제도 재설계의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한번 설계된 제도는 경로의존성을 갖기 쉽다. 따라서 사업초기에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수정하여야 한국형 무상보육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I. 검토의 필요성
□ 복지공약의 후퇴 발표
○ 기초연금 파기와 무상보육 떠넘기기
-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대선 공약과는 달리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나머지 70%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10~20만원을 차등지급하기로 발표함으로써 기초연금 공약을 파기함
- 지난해 11월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한 국고보조율 20%P 인상안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정부는 무시하고 10%P만 올리기로 하여 무상보육 재정 부담을 지방에 떠넘김
-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떠넘기고, 동시에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취득세율을 인하함에 따라 지자체는 무상보육 재정의 이중고를 겪게 됨
[그림 1] 복지후퇴와 지자체의 이중고 |
□ 보편적 무상보육의 성공을 위한 대응 방향
○ 세수의 증가와 제도의 재설계
- 보편적 무상보육을 성공적으로 정착․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향, 즉 세수의 증가와 제도의 재설계 방향이 존재
- 첫째, 단기적으로는 부자감세 철회, 국고보조율 및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의 재정 관련 대응방안이 있음
- 둘째, 중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 재설계를 고려할 수 있음
- 본고는 보육제도의 의미와 원칙, 외국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제도 재설계의 방향에 대해 논의함
□ 보편적 무상보육의 재설계 방향
○ 무상보육은 보육에 대한 중장기 계획으로 완성된 제도가 아님
- 무상보육은 당초에 정부의 보육관련 중장기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고 정치권이 급하게 결정하여 제도 설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함
- 현행 보육제도는 취업모 뿐만 아니라 비취업모에 대한 보육서비스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보육서비스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로 평가할 수 있음
○ 제도는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 을 가지므로 도입초기에 보완할 필요가 존재함
- 제도는 도입, 안정화기를 거쳐 좀처럼 수정하기 어려워지는 경로의존성을 가지므로 제도 도입 초기에 문제점을 수정해야 함
- 한국형 무상보육제도는 보육서비스의 원칙과 철학을 반영하지 못하고 여론에 떠밀려 기형적인 형태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제도 도입 초기에 원칙을 재설정하고 수정하여야 할 것임
- 제도수정의 원칙과 방향은 보육서비스가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돌봄노동과 유급노동)을 지원하는 방향이 되어야 함
II. 국내ㆍ외 보육제도의 현황
□ 한국의 무상보육제도의 경과
○ 한국의 무상보육은 선별주의에서 보편주의가 강화되는 추세로 변천
- 한국의 무상보육은 선별주의에서 보편주의로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보육서비스의 의미 및 원칙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적 결단에 의해 도입되어 한국만의 독특한 형태를 보이게 됨
- 2012년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0~2세 무상보육의 예산이 편성되었고, 만 3~4세가 제외되자 반대여론에 의해 2013년부터 포함하기로 함
- 즉 한국의 무상보육은 취업모와 비취업모의 구분 없이 영유아의 연령별로 접근하여 무상보육의 보편성을 완성하게 됨
연도별 보육사업 비교
출처: 교육부, 2013. |
□ OECD 주요 국가들의 보육정책 비교
○ 복지국가 유형별 보육에 대한 관점
복지국가 유형별 아동보육에 대한 관점
출처: Charles, 2000. |
- 자유주의 복지국가의 경우는 아동보육의 동기나 책임소재를 개인에게 제한하기에 특정 사회적 약자집단에 한정하여 서비스가 제공되고, 아동보육에 대한 국가 개입은 가족이 보육기능을 상실한 경우로 사후대책의 성격이 강함
- 보수주의 복지국가는 아동보육의 동기를 가족유지에서 찾으므로, 국가의 개입은 가족이 아동보육 기능을 담당할 때로 한정됨
- 사민주의 복지국가는 아동보육의 동기를 사회적 노동력의 재생산에서 보기에 아동보육의 책임소재는 국가에 있으며, 국가가 개입하는 시기는 부모가 돌봄노동과 유급노동을 병행해야 할 때임
○ OECD 주요 국가들의 보육정책의 공통점
- 보육서비스 공급 기관은 국공립 보육시설이 중심이며, 이용대상은 부모의 취업(취업모) 또는 기타 이유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임
- 서비스 내용은 부모를 대신하는 돌봄 중심 서비스이며, 제공 시간은 종일보육을 기본으로 함
- 부모가 일하지 않는 경우(비취업모)는 유치원(일본), 개방형 유아학교(스웨덴), 유아학급(영국) 등 4시간 전후의 서비스 기관을 이용하는데, 이러한 기관들은 ‘보육’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음
주요국가의 보육정책 개요
출처: 백선희, 2011. |
- 결국 OECD 주요 국가들은 ‘무상보육’정책은 존재하지 않고, ‘무상 유아교육’의 형태로만 존재함
III. 무상보육정책의 문제점
□ 현 제도의 포괄적 평가
○ 가족화/탈가족화, 공공화/시장화, 성별화/탈성별화라는 세 가지 관점(Leitner, 2003)을 통해 한국의 무상보육정책을 살펴보면
- 한국은 성별분업의 강한 전통으로 여전히 성별화가 주류를 이루고 무상보육을 통한 공공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전달체계는 대부분 민간보육시설에 공공재원을 제공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무상보육정책을 통한 탈가족화 현상은 미흡한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음
- 보육정책은 국가가 주체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시설을 통한 공급으로 인해 서비스의 질과 추가비용 등을 유발하고 있고, 무상보육정책의 효과가 여성의 돌봄책임을 경감시키지 못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참여를 부분적으로 밖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임
- 결국 고비용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정책효과가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음
□ 왜 무상보육서비스는 정책효과를 산출하지 못하는가?
○ 보편적 보육서비스는 대표적인 아동중심 정책인 양육수당제도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성인중심의 정책으로 평가되며(Harding, 1998), 취업여성 특히 기혼 여성의 취업에 따른 대리양육서비스로서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인구정책이자 보육정책의 의미를 가짐
- 보편적 보육서비스는 영유아에 대한 돌봄을 사회화하여 돌봄의 탈가족화를 이 밖에도 육아휴직제도의 경우 탈가족화에 주요한 영양을 미치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양육수당제도는 아동 돌봄에 필요한 노동력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써 아동 돌봄의 재가족화를 촉진함. 그리고 양육수당제도와 유사해 보일 수 있는 아동수당제도는 아동이 있는 가구와 없는 가구간의 소득의 차이를 보전하는 효과를 가짐
가져오고, 그 결과 가정내 생산에 드는 시간 소비를 감소시켜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데 도움을 줘야 함
○ 취업모와 비취업모를 모두 포괄하는 현 제도는 높은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낮은 정책 효과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짐
- 취업모를 위한 무상보육과 비취업모를 위한 양육수당의 양분화가 제도적 정합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으며, 현 제도는 재정적 부담과 함께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음
- 30대의 여성의 고용률 하락은 일과 가정의 양립(유급노동과 돌봄노동의 이중부담)에서 오는 어려움에 기인하는데, 2013년 전국 단위의 보편적 무상보육이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M자형 곡선은 존재함
[그림 2] 보편적 무상보육 시행에 따른 여성 고용률
출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를 가공함, 2013. 08 기준 |
- 결국 여성의 돌봄노동과 유급노동에 대한 이중부담을 해소하고 노동시장 접근성을 높이려면 현 보육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함을 의미
Ⅳ. 개선방안 및 제언
□ 무상보육의 원칙과 방향의 재설정
○ 무상보육이 취업모에 대한 돌봄을 사회화하여 노동시장의 진입을 돕는 정책이라면 양육수당은 비취업모의 돌봄의 노동력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임
- 두 제도의 목적은 상이하므로, 두 제도에서 급여 및 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것은 trade-off가 존재해야 함
○ 보육서비스가 취업여성의 돌봄노동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임을 고려하여, 비취업모에 대한 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 필요
- 한국보다도 복지지출 규모가 월등히 큰 OECD 주요 국가에서도 비취업모에 대한 무상보육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단시간의 무상교육만이 제공되고 있음
- 따라서 취업모(무상보육)와 비취업모(양육수당)를 구분하는 방안과, 무상보육을 강화하고 양육수당을 점진적으로 폐쇄하는 방안(무상보육으로 일원화)을 검토할 수 있음
□ 보육서비스의 개선방안
[그림 3] 무상보육서비스의 개선방안 |
○ 현 제도는 취업모의 경우 무상보육외의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지만, 비취업모의 경우 무상보육과 양육수당의 선택지가 존재함
○ ‘개선방안 1’은 보육서비스와 양육수당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임
- 본 방안은 여성의 ‘일과 가정의 양립’ 가치와 ‘아동 돌봄의 노동력’ 가치를 분리한다고 볼 수 있음
- 보육서비스의 이용에 있어 취업모에게는 현행 제도와 같이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취업모의 경우 원칙상 양육수당을, 부득이하게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서비스 이용시간에 비례하여 이용료를 부담
○ ‘개선방안2’는 보육서비스를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방안
- 본 방안은 ‘일과 가정의 양립’ 가치를 ‘아동 돌봄의 노동력 인정’ 보다 우선시 한다고 볼 수 있음
- 이미 무상보육서비스가 비취업모를 포괄하고 있으므로 양육수당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폐지하여 보육서비스로 일원화하는 것임
○ 제도 변경시 정책대상자의 반발은 두 방안 모두 예상되지만, ‘방안 1’의 경우 ‘무상⇒유상’의 구조, ‘방안 2’의 경우 ‘급여⇒무급’의 구조이므로 ‘방안 2’를 선택할 때 정책불응의 수준이 낮을 것임
- 양육수당에 소요되는 재원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보육관련 여성 일자리 창출 및 보육교사 처우개선, 보육서비스 시간의 다각화 등의 사업에 활용함으로써 보육서비스의 양적,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임
- 동시에 기존의 양육수당 재원을 아동수당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임
○ 결국 성공적인 보육서비스의 안착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과 활동을 촉진하여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복지확대⇒경제성장’의 구도를 가져올 것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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