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거연합의 특징과 개선 과제
배경선거연합은 민주주의 정당정치에서 민주적 대표성, 특히 소수집단의 대표성을 증진시키고 대화와 타협의 민주적 정치과정을 발전시키는 효과를 가진다. 유럽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연합이 일상적인 정치행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저에는 이러한 효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야권연대로 상징되는 선거연합은 민주주의 정당정치에 대한 인식의 미숙 때문에 선거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클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활발한 선거연합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다. |
I. 선거연합으로서의 야권연대
■제6차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에
승리하는 결과가 속출하면서 선거연합을 통한 야권연대가 중요 이슈가 되고 있음.
❍ 야권단일후보는 우세 또는 경합이지만, 민주당과 새정치연합(가칭)이 독자 출마하는 경우에
열세로 전환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출함에 따라 야권연대론이 부상
- 리서치뷰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는 야권단일후보가 새누리당에 10% 이상 차이로 승리하지만
3자경쟁시 새누리당이 각각 11% (민주당) ~ 15% (새정치연합) 차이로 승리
- 다른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단일후보로는 우세(인천, 경기) 또는 경합(경기, 충북, 강원)으로
나타남.
- 민주당과 새정치연합(가칭)이 새로운 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통합신당의 출범을 합의한 것 역시
정치학적 관점에서는 정당통합을 통한 선거연합의 형성으로 규정될 수 있음.
❍ 정당지지율에서 앞서나 후보 지지도가 낮은 새누리당은 야권연대의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
- 새누리당은 ‘야권연대 = 야합/구태’ 논리로 야권의 선거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포하고
있음.
- 야권연대에 대한 여당핵심부의 강한 반응은 선거연합에 그만큼 위기감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
■야권연대에 대한 현 논의 지형은 선거연합에 대한 한국 정치권의 낮은 인식 수준과 함께
활발한 선거연합을 저해하는 제도적 장벽이 개혁되지 않는 이유를 보여줌.
❍ 선거연합은 선진민주주의 국가인 유럽에서는 매우 일상적인 정치행위로서 민주주의에 있어 긍정적효과를 인정받고 널리 활용되고 있음.
- 실제로 1946년부터 2002년까지 23개 유럽 민주주의 국가의 364차례 총선에서 정당 연합/통합
또는 정당간 연대를 통해 240개의 선거연합이 형성된 바 있으며1), 지금도 선거연합은 지속적
으로 형성되고 있음.
❍ 정당 기득권이 강해 세대나 계층 등 사회균열을 반영하기 어려운 한국 현실에서 선거연합의
활성화를 통한 다양한 이해의 제도권 투입은 오히려 촉진해야 할 과제
- 개개의 선거연합에 참여하는 것은 정당의 자유지만 보다 발전된 민주적 정당정치를 위해서는
선거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를 저해하는 제도적 장벽은 극복해야 함.
- 선거연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제고하고 보다 정당의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제도 개선이 필요
II. 선거연합2)의 유형과 효과
■선거연합(pre-electoral coalition: 선거전연합)은 연정연합(post-electoral coalition: 선
거후연합)과 함께 정당간 연합정치의 유형
○ 정당간 연합정치는 선거이전에 승리를 위해 연합하거나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선거후 연합하는
것을 가리키며, 선거연합과 연정연합은 이론적으로 구분됨.
- 선거연합은 선거에서 공동후보나 공동의 후보리스트를 내고 선거운동에 협력하거나 공동정부
구성을 전제로 선거에서 상호 경쟁하지 않는 정당들간의 연합을 가리키며 (Golder 2006), 정당
통합 역시 그 하나의 방법임.
- 정치적 야합과 구분하기 위해서 선거연합은 ‘공개적으로 선언’되어야 하며, 정치 신뢰를 위해
선거에서 ‘독립적 실체로 경쟁하지 않을 것’, 그리고 정당과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개별 선거구
에서 나타나는 개인적 연합과 구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다수가 형성’되는 경우로 한정
표1) 정당간 선거연합의 형태와 사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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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na N. Golder, The Logic of Pre-Electoral Coalition Formation. (Columbus: Ohio State University Press, 2006) 이런 면에서 비록 정치적 수사라 하더라도 선거연합 자체를 구태/야합으로 규정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정치에 대한 한국 정치의 낮은 인식 수준을 보여준다 하겠다.
2) 선거연합은 선거승리를 위한 선거전연합(pre-electoral coalition)과 연정구성을 위한 선거후연합(post-electoral coalition)으로 나뉜다. 물론 유럽 내각제에 나타나는 연합이나 한국 대통령제의 DJP연합 등 선거전연합이 승리하는 경우 연정구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전자는 정권획득이 아닌 선거승리가 주목적이며 선거구 차원에서 정당차원까지 폭이 넓고 후자는 정권획득이 주목적이며 정당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전자를 협의의 선거연합, 후자를 연정연합으로 분류하고 양자를 포괄하여 연합정치로 명명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선거연합은 연정보다 선거승리에 주로 목적을 둔다는 점에서 이후 본고에서는 ‘선거연합’을 협의로 사용하여 선거전연합만을 지칭하기로 한다.
3) 위 표는 Blais와 Golder의 분류에 한국 사례를 보완하였다. André Blais & Indridason. “Making Candidates Count: The Logic of Electoral Alliances in Two-Round Legislative Elections” The Journal of Politics Vol. 69, No.1, (2007); Golder, ibid 참조
■효과면에서 선거연합은 민주적 대표성의 증진, 정당정치의 발전에 긍정적.
❍ 선거연합은 가장 덜 선호하는 정당/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고 소수 정당 지지자들의 대표성을 반영
- 유사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정당/후보들의 분립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를 가진 다른 지향의
정당/후보가 당선되어 오히려 민주적 대표성이 저하되는 현상을 일정 부분 완화
- 지역 당선이 어려운 군소정당 후보가 선거연합을 통해 출마하기 때문에 기권했던 소수파들의
선거 참여가 확대되고 당선 확률도 높아 전국적으로 산재되어 저대표되는 소수파들의 정치적
대표성이 증진
- 후보들이 인위적으로 축소된다는 점에서 유권자가 가진 후보 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부정적
효과도 지적될 수 있지만 정책의 실현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상당수준 상쇄됨.
❍ 선거연합을 형성하는 과정 자체가 대화와 타협의 민주정치를 증진시키는 과정이며, 정책적 타협을 통해 극단적 이념이나 정책이 순화될 가능성이 높음.
- 연합 형성을 위해 각 정당이 대화와 타협,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 정치 훈련이 이루어
지며 대화와 타협의 관행이 발전될 수 있음.
- 극단적 이념이나 정책들이 타협 가능한 현실성을 가지도록 변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선거연합을
위한 타협 과정에서 군소 정당들의 이념과 정책 합리성, 현실성이 증진되고 반대로 거대정당은
군소정당과의 연합을 위해 정체성과 정책적 지향성을 선명하게 하는 경향도 있음.
❍ 선거연합은 민주적 대표성과 참여의 증진, 정당정치의 발전 등의 긍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선진 민주주의 각국은 선거연합을 자유롭게 하거나 심지어 촉진효과까지 있는 제도들을 운영
- 정당 활동을 규제하는 정당법 및 기호순번제 등이 없거나(프랑스 등) 지역정당, 정치단체의 설립과
연합후보 추천, 심지어는 후보리스트 결합(독일, 프랑스, 일본 등)뿐 아니라 아예 정당연합을 정당과
동일하게 취급(이탈리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음.
III. 한국 선거연합의 현실과 제도적 장벽
■민주화 이후 26년간 총 18회의 전국적 선거에서 정당통합을 통한 선거연합은 매우 빈번
했고 정당간 선거연합도 4회4)가 형성
❍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정당통합 형태의 선거연합은 매우 빈번하게 형성
- 한국에서 선거를 위한 정당통합은 후보단일화보다도 높은 수준의 선거연합이라 할 수 있으며
1990년 3당합당을 그 시초로 보기도 함5).
- 90년대 선거에서 거대 여당을 상대하기 위한 선거연합은 야권통합의 명분으로 형성되었음.
❍ 1997년 DJP연합은 최초의 정당간 공식적 선거연합이었으며, 2010년 이후 전국 선거마다 민주화세력이 주축인 민주당 계열과 진보운동진영이 주축인 민주노동당 계열의 선거연합이 형성
- DJP 연합은 최초의 정당간 선거연합이자 공식적으로 선언되었으며 승리 이후 연정연합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한국 정당 정치를 진일보시킨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
- 2010년 제5차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간의 선거연합이 비공식적이지만 전국적인
규모에서 형성되었으며, 이후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간의 공식적인 선거
연합이, 제18대 대선에서도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통합,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로 인한 2개의 선거연합이 출현
■한국은 소선거구제 중심 지역대표제와 소수의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있어 득표와 의석의
비례성이 매우 낮은 국가이기 때문에 선거연합에의 요구가 크고 또 선거연합이 빈번하게
출현함에도 불구하고, 선거연합의 후보 추천과 선거운동에 상당한 제약을 가하는 제도적
장벽이 있음.
❍ 정당법 19조와 공직선거법 47조, 48조, 52조, 57조는 선거연합이 후보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함.
- 이중당적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면서 정당만이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은 가설정당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거짓 탈당의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도록 하며 정당이 아닌 정당연합단체는 후보를 추천할 수 없도록 함.
- 정당간 경선 역시 불가능하여 현실적으로 각 당이 후보를 선출하고 후보간 단일화를 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거나 정당간 협상에 의해 후보 추천을 포기하는 방식만을 사용하도록 강제함.
❍ 공직선거법은 정당이 선거연합에 속한 다른 정당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에 여러 제약을 가하고 있음.
- 정당과 선거홍보물 등에 다른 정당/후보의 지지나 추천 사실을 적시할 수 없음.
- 공직선거법 88조는 비례대표 후보나 단체장 후보 등이 타당의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어 선거연합의 선거운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음.
- 선거연합에 속한 다른 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정당이 쓴 선거비용은 보전받을 수 없음.
❍ 이외에도 정당법상 정당구성요건, 기호순번제 등도 선거연합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제도들이 곳곳에 산재되어 있음.
- 현행 정당법은 정당설립요건으로 5개 광역시도 1천명 이상(17조, 18조) 당원을 규정하고 있어 전국당과 지역당간의 선거연합을 사실상 봉쇄6)
- 정당기호순번제는 선거연합이 통일된 기호를 사용할 수 없고 거대 정당의 경우 선거연합 형성시
일부지역에는 번호의 이득을 포기하도록 강제하여 선거연합의 활성화를 막고 있음.
❍ 각종 제도적 장벽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선거연합을 저해하고 정당간의 지루한 단일화협상과 변칙적인 후보 추천 및 선거운동을 강제하여 한국의 선거연합을 고도의 민주적인 정치행위가 아닌 당리당략적 거래로 인식하는 부정적 태도를 강화시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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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02년 대선에서도 선거연합은 형성되었으나 선거일 직전에 파기되었기 때문에 선거연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5) 정당통합을 선거연합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한국 정당통합의 주목적이 선거 승리였다는 점에서 포함시킬여지가 있다. 진영재․박준식. “한국 정당통합 및 연합 유형과 선거 결과와의 관계에서 나타난 특질: 1987년 민주화 이후를 중심으로.”『한국정치학회보』제42집 제4호 (2008) 참조.
6) 독일의 기민(CDU)-기사(CSU) 연합은 전국당인 기독교민주당과 바이에른 지역당인 기독교사회당의 연합이다. 일본의 경우 지역의 가나가와네트워크나 자바시민네트워크 같은 정치단체가 전국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연합한다
IV . 선거 연합의 정상화를 위한 과제
■한국 정치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진 선거연합을 정상화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부정적 인식 극복과 제도적 개선의 두 가지 과제가 필요.
❍ 선거연합을 당리당략이나 야합으로 인식하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
- 특정한 선거연합을 거부하거나 선거연합과 경쟁 관계에 있는 정당이 비난하는 것은 정치적 선택이나 정치적 프로파간다로서는 유의미함.
- 그러나 선거연합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정상적 정치행위로서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인식 부족임을 한국 정치권 전체가 자각할 필요가 있음.
- 특히 국민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들이 선거연합을 당리당략이나 야합으로 묘사하는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 정당정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함.
❍ 선거연합을 저해하는 제도들을 개선하고 결선투표제 등 2차적 선거연합 형성을 촉진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함.
- 정당법상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정당연합에 정당격을 부여하거나 일시적으로라도 이중당적을 허용하는 등 선거연합 형성의 여지를 넓혀야 함.
- 기호순번제를 폐지하거나 정당연합이 기호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정당이 할 수 있는 선거행위를 정당 연합을 형성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과감한 선거 제도 혁신이 필요함.
- 이외에도 정치단체의 선거참여, 결선투표제 등 다양한 선거연합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들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음.
■궁극적으로 정당의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전체 정당제도가 개혁되어야 할 것이며
선거연합 제도의 개선은 그 방법중 하나임.
❍ 대한민국 헌법 8조는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으나, 현행 법체계의 기본 성격은 정당 규제적
- 한국 정당이 가졌거나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 - 돈 드는 정당 정치, 사당화, 각종 불법/탈법
행위 - 때문에 한국의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은 정당정치의 자율성을 증대시키고
정당을 육성하는 방향보다는 정당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형태로 입법되어 있음.
- 그러나 정당정치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헌법정신과 정치가 상당히 투명해지고 정당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정치관계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시점이 도래했음.
❍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이며, 정당정치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발전해야 성숙한 민주주의가 도래
- 현대 국가에서 정당정치가 굳건하게 안착되고 자율적인 국가일수록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국가운영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이 현실이며, 정당정치가 불안정하고 규제적일수록 민주주의의 퇴행과 국가의 혼란이 강화되는 경향을 볼 수 있음.
- 선거연합을 포함, 정당정치에 대한 과도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증대시키되 그 책임을 명확하게 지우는 형태로 정당 정치를 혁신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방법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