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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국무총리의 역할과 자격

배경

국무총리의 역할과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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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책임총리제를 통한 분권화된 국정운영을 공약했으나 실제국무총리제의 운영은 독재정권 시기의 총리 운영을 답습하고 있다. 첫 국무총리인 정홍원 총리는 ‘무존재감’으로 일관했으며, 후임으로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는 비상식적 역사관과 도덕적 흠결을 떠나 국무총리에 대한 기본적 자각과 역할 인식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여 정부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나가야 하는 역할과 함께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을 견제하는 민주적 역할도 부여받고 있다. 국무총리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대통령과 국회의 민주적 정통성을 함께 부여받는 직위인 것은 이런 역할의 이중성을 반영한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들은 이런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였는가에 따라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각 유형에서 국무총리제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비교적 부합했던 총리들은 모두 국정운영의 역량, 국무총리직에 대한 사명감과강한 역할인식, 그리고 상식 수준 이상의 도덕성을 갖춘 국무총리들이었으며, 이 세가지가 국무총리가 갖춰야 할 기본 자격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대통령은 기본 자격을 가진 사람을 국무총리로 지명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당파를 떠나 그 자격을 엄정하게 심사하고 결정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I. 박 근 혜 정 부 의 국 무 총 리 - 투 명 인 간 총 리 의 재 래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는 대선 공약과는 다른 ‘무존재감’의 총리
❍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분권과 분담을 특징으로 하는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
시행을 공약
- 책임총리제는 모든 권력이 청와대로 집중되는 ‘청와대 정치구조’를 타파하여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독단적 국정운영을 견제하려는 민주성의 요청과 날로 복잡해지는 현대 국정운영을
분담함으로써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도모하려는 효율성의 요청에 의해 탄생한 제도
- 책임장관제는 정부 운영의 분권화와 체계화를 통해 민주성과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제도
- 책임총리제는 1997년 처음 제기된 이래 참여정부에서 실행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 이명박대통령을 제외한 지금까지 모든 주요 대통령 후보들, 즉 노무현, 이회창, 정동영,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공통적인 공약 사항이 될 정도로 의의와 효과를 인정받고 있음.

❍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는 ‘책임총리’는 고사하고 5공화국 이전 독재 시대의 무의미하며 존재감
없는 국무총리로 퇴행
-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총리인 정홍원 총리는 ‘비서실장 밑의 총리’라는 냉소를 받을 정도로 위상이 추락하고 역할이 없는 ‘투명인간’ 총리로 일관
- 박근혜 정부의 각종 정책 수립과 시행에서 국무총리의 역할은 완전히 실종되고 청와대 비서실이 정책의 수립부터 실행까지 전면에 나서는 ‘청와대 정치구조’가 전면화
- 현재 국무총리의 무존재감 수준은 ‘대독총리, 의전총리, 방탄총리’로 불리던 독재정권 시기와
거의 다르지 않음.

‘방탄총리’로 퇴임하는 정홍원 총리의 뒤를 이어 ‘국무총리’에 대한 이해와 자각이 전무한 문창극씨가 총리 후보자로 지명
❍ 세월호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정홍원 총리는 전형적인 ‘방탄총리’
-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쏟아지는 국민의 질타라는 ‘총알’을 막기 위해 아무 권한도 없었던
총리가 대신 책임지고 사임하는 것을 ‘방탄총리’라 하며, 전두환 독재정권 시기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사건’으로 물러나 유창순 총리가 그 시초
- ‘투명인간 총리’로 일관하며 국정운영에서 어떠한 권한 행사도 보이지 않았던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임하는 것은 전형적인 ‘방탄총리’의 부활이라 할 만함.

❍ 정홍원 총리의 뒤를 이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 지명자는 국무총리에 대한 자각
부족과 몰이해를 노골적으로 보여줌.
- 역사관 문제나 초빙교수 자가발전 문제 등이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함’이라면, ‘책임총리는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는 발언은 ‘국무총리제’가 가진 의미와 역할에 대한 몰이해를 나타내며, 이는
국무총리 후보자로서의 자각 자체가 없음을 보여줌.
- 국무총리라는 중요한 공직을 맡으려하는 사람이 그 직위에 대한 자각도 없고 이해도 없다면
이는 인사권자의 ‘인사 실패’를 넘어 국가적인 ‘인사 참사’라 할 것임.

❍ ‘인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개최되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맞아 국무총리의 역할을 점검하고
그 역할 수행을 위한 자격을 살펴보려 함.

II. 국 무 총 리 의 위 상 과 역 할 - 이 중 적 특 수 성
국무총리제는 역사적 연원은 깊으나 현 제도 구성은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로 출발부터
이중적 특수성을 가짐.
❍ 국무총리는 한국 정치체제의 특징인 ‘재상제’의 유산
- 한국은 역사적으로 왕정을 유지해 오면서도 특정한 기능적 역할 없이 국왕을 보좌하되 국왕을
견제하며 조정을 통할하는 이중적 임무를 가진 독특한 ‘재상제’를 발전시켜 옴.
- ‘재상제’의 전통은 개항 이후 내각총리대신으로 이어졌고, 임시정부 역시 초기 대통령중심제를
택하면서도 행정권은 국무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국무원에 귀속시킴.

❍ 1945년 광복 이후 공식적인 제헌기구인 ‘헌법기초위원회’와 국회의장이었던 이승만의 갈등에
의해 현재 국무총리제가 형성됨.
- 헌법기초위원회는 유럽식 의회정부제 헌법을 제안했으나 이에 불만을 품은 이승만의 하야 위협에
굴복, 단 하루만에 대통령중심제로 번복됨.
- 유진오 등 헌법학자와 다른 정치인들의 반발에 국회의 임명 승인을 요하는 국무총리를 두는
것으로 타협하여,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행정부의 제1장관이자 국회의
임명 동의, 또는 임명 승인을 요하여 대통령의 견제 역할을 기대하는 이중적 지위인 국무총리가
탄생함.

국무총리는 그 위상과 역할에서 이중적인 민주적 정통성 아래, 대통령을 견제하는 분권적
역할과 대통령을 보완하는 보좌적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이중적이고 독특한 직위
❍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임명을 동의하는 유일한 지위
- 대통령이 자신의 민주적 정통성에 의존해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국회는 임명 동의를 통해 의
회의 민주적 정통성을 국무총리에게 부여
- 대통령과 의회가 독자적인 민주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이중적인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받는 독특한 직위임.

❍ 역할에서도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 부를 통할’하는 동시에 ‘국무위원의
임명 제청과 해임 건의권’ 및 ‘통할 및 부서권’을 통해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을 견제
-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명을 받아 부서를 통할한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는 대통령의 수석 각료로서의 역할을 가짐.
- 국무위원의 임명을 제청함으로써 대통령의 인사권을 분권하고, 각 부의 통할권을 보장받으며
모든 대통령령에 부서함으로써 대통령의 독단과 전횡을 견제하는 역할도 부여
- 국무총리의 역할을 규정한 헌법정신은 대통령의 견제 및 보좌의 이중적 역할을 국무총리에게
부여하고 있음.

III. 한 국 국 무 총 리 의 역 할 유 형 과 사 례
국무총리의 유형은 각기 순응형, 소신형, 관리형, 분담형으로 분류됨.
❍ 대통령의 정치적 자원의 강약과 국무총리의 특성에 따라 국무총리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음.
- 순응형(conformer type)은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 의존과 종속을 그 특징으로 하며, 그 역할은
대통령이 지시하는 행정적 사안이나 형식적, 의전적 분야에 국한됨.
- 소신형(self-reliance type/자기의존형)은 강한 역할 인식과 명성/집권당 기반 같은 정치적 자원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하려 함으로써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유형으로서, 그 역할은 일정 수준까지
확장되지만 결국 대통령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음.
- 관리형(caretaker type)은 민주화 이후 나타난 유형으로서 대통령의 임기말에 등장하여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일정 수준 벗어나 정권의 기존 사업들 및 선거 관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함.
- 분담형(partaker type)은 대통령의 취약한 정치적 자원을 보완하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유형으로서 대통령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임기 초중반에 대통령과 협력적 관계를 맺고 국정을
분담하여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유형들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

❍ 각 유형은 정권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짐.
- 순응형은 독재 정권이나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이 두드러지는 정부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국무총리의 역할 인식과 행사가 소극적인 국무총리들은 순응형으로 분류될 수 있음.
: 독재시기의 국무총리들과 민주화 이후에도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 대부분은 전자에 따른 순응형 총리로 분류되며, 김대중 정부의 이한동 총리, 노
무현 정부의 한명숙 총리는 후자의 순응형 총리 사례
- 소신형은 비교적 강한 역할 인식과 명성을 가졌던 4공화국의 김종필 총리, 김영삼 정부의 이회창
총리, 참여정부의 고건 총리 등이며,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 사임했다는 공통점을 가짐.
- 관리형은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노태우 정부의 현승종 총리, 김영삼 정부의
고건 총리, 김대중 정부의 김석수 총리, 노무현 정부의 한덕수 총리,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총리를
이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음.
- 분담형은 공동정부를 운영했던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총리, 그리고 최초이자 최후의 책임총리인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만이 이 유형에 속함.

국무총리의 위상과 역할이 정부의 성격과 대통령의 특성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국무총리의 능력과 역할 인식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함.
❍ 순응형이라 할지라도 국무총리가 유능하고 강한 역할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
- 노태우 정부 시기의 이현재 총리와 노재봉 총리는 본인이 가진 역량과 역할 인식에 따라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시도했으며 일정 수준 정부의 분권적 운영과 효율적 운영에 기여
- 이한동 총리와 관리형인 참여정부의 한덕수 총리도 정부 내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 발휘하며 정부 운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됨.

❍ 국정운영 능력이 있고 국무총리직로서의 자각과 역할 인식을 가지고, 도덕적으로 결정적인 흠결이없어야 한국 대통령제의 제약 속에서도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의 완화, 정부 운영 효율성의 증대등 국무총리의 역할을 일정 수준 수행할 수 있음.
- 반대로 도덕적으로 하자가 크거나, 국정운영 능력을 검증받은 적 없는 상황에서 국무총리로서의
자각과 역할 인식마저 없다면, 이는 결국 의전총리, 방탄총리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
- 국무총리로서 자격이 있는 인물, 즉 유능하고 최소한 상식적인 수준의 도덕성과 품위, 국무총리
직에 대한 자각과 역할 인식을 가진 사람을 지명하는 것이 헌법정신을 지키고 민주주의와 국정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

IV . 국 무 총 리 의 자 격 과 국 가
국무총리는 ‘경륜과 덕망’을 갖춘 재상의 후예
❍ 역사상 명재상으로 꼽히는 고구려의 을파소, 신라의 박제상, 고려의 최충, 조선의 황희, 맹사성, 채 제공 등은 유능하면서도 적극적인 역할 인식, 그리고 도덕성을 갖춘 인물들임.
- 국왕을 잘 보좌하면서도 백성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유능함과 백성의 존경을 받는 덕망을 가지고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음.
- 명재상의 사례는 현 대통령제하에서도 국무총리가 자격만 충분하다면 국가 발전에 매우 좋은 영
향을 미치고 본인도 명예와 자부심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줌.

❍ 정부의 무능과 불통, 세월호 참사 속에서 혼란한 현실에서 국무총리는 민주성과 효율성을 조화시키면서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추고 국무총리로서 사명감을 가진 인재가 필요함.
-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자신의 권력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자격없는 사람을 국무총리로 지명하는 것은 대통령 본인과 정권뿐만 아니라 결국 국가를 망치는 길이 될 것임.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무총리의 자격을 치밀하게 검증하는 것이 국회의 임무라면, 자격이
없는 사람의 임명 동의안을 과감히 부결시키는 것은 당파를 떠나 국가를 위해 국회의원이
당연히 지켜야할 의무가 될 것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