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시장 개혁방향』 에 대한 검토
박근혜정부는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를 위해 ‘정리해고 요건 완화’, ‘중규직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방안」을 제시하였음.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구조개혁을 목표로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력운영의 유연성과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규제완화라는 미명아래 저임금·불안정의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법률을 정비해 오는 등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 왔음.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기업과 가계소득간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노동시장의 유연화 확대는 고용불안을 확대하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비정규직 확대, 근로빈곤의 확대 재생산’으로 귀결되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음. 본고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몇 가지 노동시장 개혁방안들에 대한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노동시장의 안정성 제고, 사회적 협의기제 구축 등에 대한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음. |
Ⅰ. 노동시장 개혁방향에 대한 논의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논의
❍ 고용노동부는 ‘비정규직 기간연장과 파견업종 확대’를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2015년 경 제정책방향’에 반영하여 조만간 발표할 예정임.
- 고용관련 부처의 비정규직 대책들을 종합하여 올해 12월까지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에관한법률’,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고용보험법시행령’등을 개정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 음.
❍ 기획재정부장관은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하여 정규직 과보호의 문제가 있어 정규직의 정리해고
절차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용이한 해고를 통한 고용유연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힘.
- 박근혜대통령도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임금격차, 노동시장 경직성, 일부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등 은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라 규정하여 정부의 ‘정규직 과보호론’과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주장에 힘을 실어줌.
- 그러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해고요건 완화는 유연화 과정의 마지막 수순이 되어야 하며 신 축성이 큰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의 흐름에서 (고용)유연화를 반영하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발언하 여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우선을 강조하는 등 노동시장 개혁방향에 대한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함.
‘박근혜정부 노동정책’의 말바꾸기
❍ 지난 대선에서 개혁적으로 제시했던 노동관련 공약들 중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관행 정 착’, ‘고용안정 및 정리해고 요건강화’,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확대’, ‘노사관계 주요 쟁점들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 등은 대부분 정권 초기부터 대폭 후퇴했거나 포기를 하 면서 공약이행을 위한 원칙과 신뢰는 이미 실종되었음.
- 정부의 노동관련법의 무차별적 규제완화, 일방적 노동시장 개혁은 고용불안정을 가속화 시키는 등 우 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
Ⅱ. 노동시장 개혁방향의 주요 문제점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사용기간 연장’,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 ‘중규직 도 입’ 등 고용유연화 확대정책을 제시하여 비정규직 확대, 자유로운 해고권한 부여 등 전반적인 근로조 건의 하향평준화가 이뤄지고, 동시에 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있 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
1.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로 인한 양극화 심화
❍ 노동시장 이중구조화 문제로 인한 고용의 양극화와 임금불평등의 확대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임.
- 한국의 노동시장은 기업규모(대기업과 중소기업)와,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가 두드러진 이중구조로 지난 10년동안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
-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상대임금 뿐만 아니라 정규직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의 격차[1]가 지속적 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근속연수 하락 등 고용안정성 격차 또한 지속되고 있음.
- 사회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가입률을 보면 정규직은 58∼99%인데, 비정규직은 33∼38%로 두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음[2].
- 통계청에 따르면,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07년∼2012년까지 5년간 9.8% 증가하였지만 실질임금 상승률은 동기간 2.3% 증가로 ‘임금없는 성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3], 노동소득 분배율은 1997년 75.8%에서 2011년 68.2%로 하락했는데 노동에 대한 보상은 줄어들고 기업의 몫으로 들어가는 부분 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함.
❍ 대기업에 대한 감세, 규제완화가 고용창출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아 대기업의 고용 기여도가 낮은 현실, 고용없는 성장과 노동력 부족,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재편, 고령화와 늦어지는 은퇴연령 등 구조적 변화속에서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고용률 제고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방안을 고민해야 함.
2. OECD 대비 노동시장 유연성 수준은 평균이하, 안정성 수준은 미흡
❍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유연성 확대를 위해 정규직의 해고절차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비정규 직 확대에 지나지 않음.
- 고용보호법제로 측정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정규직 해고에 대한 고 용보호는 2.17로 OECD 평균 2.29와 유사한 수준으로 비교대상 34개국중 23위임[4].
- 실업자의 재취업 가능성을 높여 고용 안정성을 제고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 GDP의 0.34%를 지출하고 있으며 비교대상 22개국 중 16위로 평균 0.72%에 비해 낮은 수준임. 또한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근속연수는 5.3년으로 미국 9.4년, 독일 11.5년에 비해 절 반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으로 평균 근속연수가 짧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의 불안정성이 높다는 것을 나타냄.
-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이 존재하지만 유럽국가들은 유연성과 함께 비정규직 차별해소, 고용보험 확대 등 안정성을 강화 한 것을 간과하고 있음.
3. ‘중규직 도입’은 전체 일자리 질의 하향평준화 초래
❍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로 ’중규직’을 도입하겠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에 지나 지 않으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보다는 정규직을 중규직화 하여 임금을 삭감하고 고용불안을 야기하여 비정규직과 차이를 해소하려 하고 있음.
- 중규직은 전체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이익만 극 대화시켜 기업과 가계간 소득불균형은 더욱 악화될 것임.
-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보다는 임금수준을 하향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우를 범하고 있으며, 비정상 일자리를 정상 일자리로 만드는 ‘상향평준화’ 일자리 창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음.
4.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제 훼손
❍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노사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 록 정부의 공정한 조정중재자 역할 강화’, ‘노사관계 주요 쟁점들에 대해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 타협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노사 모두의 신뢰를 잃었음.
-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주요 논의 의제별 세부과제[5]를 확정하고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주 요 현안들에 대해 관련부처들이 이에 대한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특혜적, 선동적 대책들을 남발하면서 노사정위원회의 진지한 논의를 방해하고 일방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기고 있 어 사회적 합의기구의 위상에 손상을 가하고 있음.
[1] 2014년 3월 현재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392만원,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은 134.5만원으로 정규직의 34.3%를 차지하는 등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있음.(‘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방향’, 유경준, KDI, 2014.10.8.)
[2]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4.11.
[3] ‘임금(賃金)없는 성장’의 국제비교,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2014.4.27
[4] ‘고용선진국과 한국의 노동시장 지표 및 유연안정성 비교’, 변양규·이진영, 한국경제연구원, 2014,11.[5]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최근 제4차 전체회의에서 노동시장구조 개선 의제별 세부과제(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임금· 근로시간·정년 등 현안 문제, 노사정 파트너쉽 구축 관련 사항, 사회안전망 정비관련 문제, 기타 노동시장 구조개선 관련 사 항)를 확정하고 제 5차 전체회의에서 구조개선 방향 기본합의안을 논의키로 하였음
Ⅲ. 노동시장 개혁방향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용구조와 노동시장 제도 및 관행 개선으로 새로운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할 필요가 있음. 중장기적으로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정부정책의 상호관계 속에서 추진해야 함. 성장동반 고용관계 구축과 `노동공급 부족에 대한 선제적 대응, 비정규직의 근로여건 개선 및 안정성 확대 등을 고려한 노동시장 제도 및 관행 개선으로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
1. 유연성 제고
❍ 직무급제 임금체계 전환 검토
- 일부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 완화차원에서 연공서열의 경직적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것은 검토해 볼 수 있음.
- 대다수 노동자들의 직무·성과의 가치 평가에 대한 기준과 합의를 전제로 일의 내용과 양에 맞게, 일하 는 사람의 능력과 성과·생산성에 부합하게 임금을 정하는 것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음.
- 직종별로 숙련과 역량을 감안한 넓은 의미의 직무급 체계를 정부가 개발하고 노사 동의를 전제로 경 직된 임금체계를 유연화하고 민간부문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음.
❍ 대기업에 대한 감세, 규제완화가 고용창출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아 대기업의 고용 기여도가 낮은 현실, 고용없는 성장과 노동력 부족,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재편, 고령화와 늦어지는 은퇴연령 등 구조적 변화속에서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고용률 제고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방안을 고민해야 함.
2. 안정성 확대
❍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 채용의 고용원칙 확립
-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 채용의 고용원칙을 확립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고용관행 정 착으로 고용안정성의 제고가 중요함.
- 공공 및 민간부문에 있어서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채용과 정규직 전환지원금 확대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이동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운용이 필요함.
- 기업투자 촉진을 통한 상용직 고용증대가 중요[6]하며 고용안정을 통해 가계부채 부담 완화 및 소비여 건 개선을 이룩할 수 있음.
❍ 정리해고 요건의 강화를 통해 대량해고 사태 방지
- 정리해고 위험도가 높은 만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요건을 엄격히 하고 해고회피 노력 강화를 통해 대량해고 사태를 방지할 필요가 있음.
- 흑자 경영속에서도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정상화속에서도 해고노동자를 재고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 고, 쌍용차·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로 인한 노동자의 죽음 등 사회적 문제로 불거짐에 따라 2013년 국 가인권위는 정부와 국회에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제도개선을 권고한바 있음.
- ‘해고=살인’이라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 완화는 결국 기업의 무차별적 해고로 인 한 실업자 및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
❍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해 실업급여 및 고용보험[7] 확대 등 사회보험 적용확대, 공적 고용서비스기능 강화, 최저임금 인상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음.
- 사후적 조치인 차별시정제도를 통한 비정규직 차별해소에 한계가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여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을 해소하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음.
3.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제 구축
❍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사정위원회의의 역할 강화[8]
- 사회안전망 내실화 등 안정성과 임금체계 개편 등 유연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한 기업의 신속한 구조 조정과 다양한 일자리 창출 방안, 고용기회의 양적·질적 확대 등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미래지향 적 노력이 중요함.
- 경제·고용상황에 대한 공동 인식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노사정의 의지를 모으고 신뢰를 바탕으 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추진하여 주요 현안[9]들에 대한 순차적 합의와 준수가 필요함.
-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Wassenaar Agreement)을 시작으로 임금안정과 근로시간 단축을 합의함으로써 노사가 경제위기 때마다 노사 파트너쉽을 통해 유연안정성 관련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로 이룩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큼.
[6] ‘한국경제의 현 상황 진단과 새 경제팀의 정책방향’, 오정근, 토론회자료집, 2014.10.30.
[7] 고용보험 사각지대로 ’14년 3월 현재, 제도적 사각지대(973만명, 취업자의 38.7%)와 실제적 사각지대(389만명, 적용대상의 25.2%) 가 존재한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취약계층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것이 현실임.[8]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의 역할’, 한국노동연구원, 2014.9.19.
[9] 단기현안으로는 정년연장,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원·하청 상생협력과 중·장기 현안으로는 임금체계 개편, 생산성 향상, 양극화 해소 등이 있음.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