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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한국에서 책임총리란 무엇인가 (I) - 역사적 맥락과 제도적 구성

배경

한국에서 책임총리란 무엇인가[1]

(I) 역사적 맥락과 제도적 구성

배경

 

 

 15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가 제안한 이래, 한국에서 ‘책임총리제’는

현 헌법체제 틀 속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운영을 막는 제도적 방법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대선에서도 중요 후보들 중 이회창, 노무현, 정동영, 문재인, 박근혜 후보는 책임총리제를 공약했

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공약대로 임기 중반에 책임총리제를 최초로 실행하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책임총리제 실시를 공약하였으나, 아직까지 실행하지 않았으며 이후 실행 전망도 어

둡다. 대통령의 실행 의지가 의심스럽고, 국무총리들도 책임총리로서의 자각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첫 국무총리인 정홍원 총리는 책임총리는 고사하고 ‘(비서)실장 아래 총리’, ‘투명인간 총리’

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민주화 이후 최약체 총리로 평가된다. 신임 국무총리인 이완구 총리 역시 책임

총리제를 ‘정치적 용어’로 인식하거나, 기껏해야 ‘국무위원 임명 제청과 해임 건의’를 하는 총리로 간주

하고 있다. 책임총리제의 의미와 역할 구조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책임총리제는 한국 대통령제의 고질적 문제인 제왕적대통령의 폐해를 한국의 특수한 제도인 국무총리

제를 통해 완화하려는 시도이다. 이 명칭은 15대 대선을 앞두고 제안되었지만 그 역사적 연원은 제1공

화국까지 소급된다. 이런 배경을 가진 책임총리제는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 헌법상 국무총리의 지위와

권한에 근거를 두고, 분권형국정운영을 위한 대통령 훈령과 지시사항을 배경으로 각급 정책조정회의를

결합시킴으로써 제도적으로 구성되었다. 이런 면에서 책임총리제를 단순한 정치적 용어나 일면적 역할

로 인식해서는 책임총리제를 이해할 수 없으며 실행할 수도 없다.

 

[1] 이 글은 한국 책임총리제를 두 부분, 즉, 한국에서 책임총리가 탄생한 맥락과 구성, 그리고 한국 책임총리의 역할과 권한으       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


Ⅰ. 한국에서의 ‘책임총리제’


 한국에서 ‘책임총리제’는 현 헌법 체제 틀 속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완화하는 제도적 방법이자     국정 운영 형태를 의미함.

 

 참여정부에서 실행되었던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국정을 분담하여 운영       하는 제도적 틀을 상징함.

현 헌법체계에서 대통령에 대한 견제장치중 하나인 국무총리를 활용하여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

- 복잡한 현대 국가의 국정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분담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청와대정치구조[2]에서 나타나는 청와대 비서실의 전횡과 부정부패를 견제하려는 의도임.

- 이런 측면에서 책임총리의 ‘책임’은 의회정부제/이원정부제 수상의 진퇴와 관련된 ‘의회에의 책임’과는   다른 개념으로, 국정의 일부를 분담하여 스스로의 ‘책임’하에 운영한다는 의미임.

 

 대통령 선거 또는 국무총리 교체기에 나타나는 ‘책임총리 공약 요구’는 책임총리제 자체에 대한 요구      라기보다는 제왕적 대통령의 견제와 분권적인 국가 운영에 대한 요구를 의미

- 대선마다 단골로 나타나는 공약인 ‘책임총리제 실행’은 국정을 분권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상징     함.

- 대통령이 권력을 전횡할수록 국무총리 교체기에 ‘책임총리제 운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은 책임총   리제가 제왕적 대통령의 견제와 분권을 상징하고 있음을 보여줌.

 

 박근혜정부에서 책임총리의 필요성이 그 어느 정부보다도 크지만 현재까지 실행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제대로 실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임.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책임총리제를 공약하였으나 공약을 지킬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임.

- 박근혜정부는 제왕적이고 폐쇄적인 국정운영뿐 아니라 현안 해결과 갈등 조정에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권력을 분산하고 국정을 분담할 책임총리가 그 어느 정부보다 필요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총     리제를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음.

- 책임총리제의 의미와 방법에 대한 무지를 넘어 실행 의지 자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됨.

 

 무기력했던 첫 번째 정홍원 총리에 이어 이완구 총리도 책임총리제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부족

- 정홍원 총리는 ‘대독총리, 방탄총리’의 수준을 넘어 ‘(청와대 비서)실장 밑의 총리’, ‘투명인간총리’라는     굴욕적인 말이 회자될 정도로 무기력하여 민주화 이후 최악의 총리로 기록될 것.

- 이완구 총리는 책임총리제를 ‘정치적 용어’라 하거나,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과 해임 건의권을 실행하는   총리’ 수준에서 해석하는 등 책임총리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함.

- 대통령과 국무총리 모두 책임총리제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의지도 없다는 점에서 이후 책임총리   제가 실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됨.

 

 이 글은 책임총리제의 의미와 맥락, 역할과 권한을 종합적으로 밝혀 책임총리제에 대한 정부와 정치      인, 그리고 언론과 국민의 올바른 이해를 제고하고자 함.

 

[2] 청와대정치구조란 실질적 정부운영을 정부가 아닌 청와대 비서실이 맡는 것으로(오일환, “한국 대통령제 권력구조의 문제      점과 그 개선책-현 청와대 정치구조를 중심으로,”『공공정책연구』 제4집 1998)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운영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이다.


Ⅱ. 책임총리제 출현의 역사적 맥락


 국무총리제는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을 일치시키는 대통령제 권력구조에서 대통령의 독단과 자의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로서, 이를 활용해 국정을 분권적으로 운영하려는 구상은 연원이 깊음.

 

 대통령제 권력구조에서 이질적인 국무총리제는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창설됨.

- 제헌헌법 초안인 ‘유진오안’은 양원제와 의회정부제를 기본으로 농지개혁과 중요기업의 국영 등을 원     칙[3]으로 하였는데, 이승만의 국회의장 하야 위협으로 하루만에 대통령제로 변경됨

- 이승만의 독단으로 헌법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전횡과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국무위원의 임명   동의권과 내각 통리감독권, 부서권을 가진 국무총리제가 헌법에 삽입됨.

 

 이후 대통령의 독단과 국정 전횡이 문제가 될 때마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려는 구상      들이 나타남.

- 이승만의 민간독재가 심각했던 1959년의 ‘이재학 구상’, 박정희 군사독재 시기의 ‘김성곤 구상’, 10.26     사태이후 ‘6인 학자안’은 이원정부제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려 함.

- 1986년의 ‘민주정의당안’, 1990년의 ‘노태우 구상’, 1997년의 ‘DJP연합’은 내각제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극복하려 함.

- 위의 구상들은 국무총리제를 활용하여 분권을 꾀한 것이지만 모두 공론화가 아닌 최상부간 흥정과 타   협을 통해 추진됨으로써 일방적 파기에 취약성을 노출하고 결국 모두 실패함.


 책임총리제는 상기 분권화 구상의 흐름을 계승하나, 개헌이 아닌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활용,

   대통령의 독단과 전횡을 방지하려는 구상에서 출발하여 대선의 단골 공약이 됨

 

 대통령의 비협조, 시간적 한계 등으로 개헌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    과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됨.

- 1997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가족의 국정 농단과 부정부패가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과 독단적인 국정     운영 방식에 기인했다는 인식이 팽배.

-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혼자 책임지기에는 국가가 너무 복잡하고 다원화되었     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대통령이 무능한 것으로 판별되는 경우 대비책 필요성도 제기됨.

- 당장 개헌이 어려운 상태에서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인 국무총리제를 활용, 중위적 제도들을 개혁   하고 운영 시스템을 변경하여 대통령 권한의 실질적 분권을 꾀하는 구상들이 분출함.

 

 대통령 권한의 분산과 국정운영 분담 논의를 주도한 것은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임.

- 대선 후보가 확정적이었던 야당과는 달리 치열하게 대선후보 경쟁을 하던 신한국당 후보들이 경쟁적으   로 분권화 구상을 발표함.

- 이회창의 ‘국무총리 조각권 부여와 원내총무 직선제’, 박찬종의 ‘책임내각제’, 최병렬의 ‘대통령/국무총     리 러닝메이트제’ 등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이홍구의 ‘책임총리제’를 이회창이 받아들여 공약화함.

- 16대 대선에서도 여당의 노무현 후보, 야당의 이회창 후보는 책임총리제를, 제3후보인 정몽준 후보는     이원정부적 운영을 염두에 둔 ‘책임형 국무총리제’를 공약하게 됨.

  

[3] 유진오, 헌법기초회고록』(서울: 일조각, 1980) 참조.


Ⅲ. 책임총리제의 실행과 제도적 구성

 

 참여정부에서 실행된 책임총리제는 그 자체로 독립된 제도라기 보다는 ‘분권형국정운영’을 이루는 여    러 제도들의 중핵으로 간주해야 함.


 참여정부는 권위주의 탈피와 분권화를 추진하면서 대통령으로 집중된 국정운영 권력을 분산하는 ‘분      권형 국정운영’을 공식적으로 선언함.

- 분권형 국정운영은 ‘제왕적 대통령’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추진된 것으로 1) 당정분리 2) 책임총리   제 3) 책임장관제로 구성됨.

- 분권형국정운영이 실질적으로 작동되도록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지워 중핵으로 삼았음.

  

 분권형 국정운영의 핵심 제도로서 책임총리제는 세 가지 요소를 기본 틀로 구성됨.

- 당과 청와대를 분리하고, 대의회/대집권당 협력 업무를 국무총리가 전담하고, 당정청 회의 및 정부의

  대국회업무를 총괄 지휘하게 됨.

- 국무총리-책임장관-일반장관으로 이루어지는 정책조정체계를 계열화하고, 각 계열에 맞게 회의체를

  구성하여 정부정책의 최종조정권을 국무총리에게 부여함.

-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업무분담을 공식화하여 ‘대통령은 국가전략 수립과 개혁, 국민통합과제에, 국무총   리는 내각과 일상적 국정운영에 책임을 지고 전담하는[4]’ 국정 분담 체제를 구성함.

 

 책임총리제는 헌법이 규정한 정신대로 국무총리제를 운영하면 책임총리제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며,      참여정부는 각종 훈령과 시스템 개혁으로 구체화시킨 것으로 해석해야 함.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무총리는 ‘내각을 구성하는데 참여하고 이를 통할하며 정책을 조정하고, 대통    령을 보좌하되 견제하는’ 존재이며, 이는 책임총리제의 모습과 일치.

- 책임총리는 ‘임명제청과 해임건의’를 통해 내각을 구성하고 ‘내각을 통할’함으로써 내각 책임의 정책들   을 통제, 조정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내각 구성 참여권과 부서권, 정책조정권’ 등을 통해 대통령의   독단과 전횡을 견제하게 됨.

- 책임총리제를 실행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을 제대로 지켜보자’라 발언한 것은, 당시 책임총리제     의 의미와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줌.

 

 이후 대통령 훈령(참여정부 127호, 128호), 국무총리 훈령(456호), 대통령 지시사항 등을 통해 책임총      리제의 제도적 구성이 보완되고 완료됨.

- 책임총리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헌법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각종 제도적 구성과 운영 시스템 변화가     있어야 함을 보여줌.

- 이렇게 구성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책임총리에게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다양한 역할과 권한이 보장     되었음.

 

[4]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일 때 구성한 분담안을 2004년 책임총리제를 실행하면서 더욱 대담하게 실현하였으며, 이를 위해 회의 시스템, 정책조정시스템, 공식 보고시스템을 변경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과 국가정보원의 보고서들 중 국무총리의 책임에 속한 것은 총리실로 보내는 정보 시스템까지 구축하였다

 

※ 제도적 구성이 국정운영에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의 역할과 권한, 지원체제가 이에

맞게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한국에서 책임총리란 무엇인가(II)’에서 설명할 것임.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