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대 북한의 경제특구 개발 동향과 시사점
김정은시대 들어 ‘경제강국 건설’을 국가적 목표로 내건 북한은 외자유치를 위한 경제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특히 기존의 중앙급 경제특구 외에 19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1]를 지정하는 등 경제특구정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음.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소규모 경제개발구를 새롭게 설치하고,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과 투자 유인 제공 등 제도적 보완작업을 통해 경제특구 개발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음 김정은 시대를 본격화하게 될 올해에는 북한이 ‘6.28 방침’ 등 그동안 시범 추진해왔던 경제관련 조치의 실질적 이행에 필요한 사항들을 법제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경제특구 정책에 국가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됨. 북한의 경제특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핵문제 해결 등 대외환경 개선과 함께 선전(深川) 경제특구 등 중국 경제특구의 성공사례를 벤 치마킹할 필요가 있으며, 북한의 ‘역량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임. 무엇보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이 경제특구 개발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남북 동반성장 모델’을 창출해 나가야 함. |
Ⅰ. 현황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특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데 이어 북한이 13개 경제특구의 개발총계획 수립을 마치고 올해부터 해외투자설명회에 적극 나설 방침 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경제특구가 재조명되고 있음
❍ 김정은 체제의 경제정책 방향은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으로 집약되는 가운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 6.28 방침 등 각종 경제관련 조치들이 추진되고 있음
- 북한은 당과 군이 운영하는 경제사업을 내각에 집중시키는 한편, 2014년 6월 내각 무역성에 외자유치, 경제특구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기관들을 통폐합한 ‘대외경제성’을 출범시킴
❍ 김정은 체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경제정책이 ‘경제특구를 통한 외자유치의 추진’이며, 김정은 제1위원 장은 집권이후 기존의 중앙급 경제특구 이외에 19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지정하는 등 북한 전역에 특 구를 확대하고 있음
- 북한이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는 투자 재원의 한계가 뚜렷한 상황에서 경제특구는 현 시점에서 북한이 경 제회생을 위해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의 하나로 평가됨
- 김정은시대 북한경제 개발은 2011년 발표한 ‘국가경제개발 10**전략계획’을 기본으로 한법 제도적 준 비에 기반하며, 동 계획은 북한의 경제개발 방향으로 자원개발 및 산업단지 조성 등 산업측면, 철도 도로 등 인프라개발 측면, 금융 및 외자유치 등 3대 분야를 설정함[2]
❍ 북한이 공식 발표한 중앙급 경제특구는 나선경제무역지대, 개성공업지구, 금강산관광특구, 신의주특수경 제지대, 황금평 위화도경제지대 등 5개임
❍ 아울러 북한은 2013년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고 19개의 지방급 경 제개발구를 발표하여 외자유치와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추진해 옴
- 2013년 청진 압록강 만포 혜산 경제개발구 4개, 흥남 현동 위원 공업개발구 3개, 온성섬 신평 관광개발 구 2개, 송림 와우도 수출가공구 2개, 어랑 북청 농업개발구 2개 등 13개 경제개발구 사업을 지정하였으 며, 2014년 7월에 은정첨단기술개발구, 강령국제녹색시범구, 청남공업개발구, 숙천농업개발구, 청수관광 개발구, 진도수출가공구 등 6개 경제개발구를 추가 지정함
[1] 북한에서 추진하는 경제특구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중앙급 경제특구’와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지방급 경제개발구’가 있으 며, 지방 단위의 소규모 경제개발구는 김정은체제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임
[2] 북한은 2011년 1월 ‘국가경제개발 10**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하부구조 건설과 농업, 전력, 석탄, 연유, 금속 등 기초공업, 지역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경제개발의 전략적 목표가 확정됨. 연합뉴스, 2011.1.15일자
Ⅱ. 김정은체제 경제특구 정책의 특징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균형발전’ 전략
❍ 김정은 체제 경제특구 정책의 대표적 특징이 ‘지역별 경제개발구’를 새롭게 설치한 것임
- 경제개발구는 기존 특구보다 규모가 작지만 지역별 특성에 맞춰 농업과 공업, 관광, 수출가공 등으로 개 발분야를 구분하여 추진되며, 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지방의 경제개발 효과를 높이는 가운 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단기적인 성과를 높이려는 의도로 평가됨
❍ 싱가포르 대북 교류단체인 '조선교류(Choson Exchange)'의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Andray Abrahamian) 이사는 ‘북한의 19개 경제개발구가 향후 경제개혁 실험의 무대가 될 것’으로 전
망하면서, 북한의 경제개발구 정책이 지역발전을 염두에 둔 측면이 크다고 강조함[3]
- 북한 경제개발구 관련법에는 지방공무원이나 기업소 등 개별 경제주체를 경제발전의 중심에 두는 방식 (Bottom-up)의 조항이 있으며, 이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특구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으로 평가됨
제도 개선과 특구 대상지역 확대 등 북한의 적극적 의지
❍ 김정은체제 들어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 등에서 대외무역의 다원화와 경제특구정책 추진을 강조하는 가운데, 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과 투자유인 제공 등 제도적 보완작업을 통해 경제특구 개발에 적극 적 의지를 보이고 있음
- 미국 캐나다 등의 경제특구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토론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최근 경제특구 운영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교육을 위해 20~30명의 북한 관리를 유럽에 파견하기도 함
❍ 또한 과거 김정일시대에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특정지역에 제한하던 ‘모기장식 개방’과 달리 내륙지역까 지 북한 전역에 경제특구를 확대하여 설정함
- 특히 자체적으로 제정한 경제개발구법을 토대로 13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정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경제특 구를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됨
[3] 안드레이 아브라이만(Andray Abrahamian) 이사는 1월 28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개최한 국제학술회의 “북한과의 비 즈니스: 기회와 도전” 토론회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힘.
Ⅲ. 북한 경제정책 전망
김정은체제 경제정책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의 정책 틀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추진하는 ‘점 진적 경제개혁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됨
❍ ‘4.6 담화’에서 밝힌 바 있듯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선군경제노선을 계승하면서도 지식 경제강국 건설 등 세계적 추세에 맞는 경제관리체계를 마련해 나가는 ‘계승’과 ‘변화’의 정책을 모색하고 있음
❍ ‘3년 탈상’을 마치고 김정은시대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북한은 ‘6.28 방침’으로 알려진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의 실질적 이행에 필요한 조치들을 법제화할 가능성이 있음
- 베트남 사회과학원의 쩐 꽝 밍 동북아연구소장은 ‘현재의 북한 모습은 베트남 도이머이 정책 도입 시점과 비슷하다’고 평가한 뒤 “지금이 북한 개혁개방의 적기”라고 강조함
- 현 단계에서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과감한 개혁개방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제한 적이고 점진적인 북한식 개혁개방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됨
북핵 문제에 따른 UN 제재 등 대외적 고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특구 성공 가능성을 예단하 기는 어렵지만, 북한은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특구 개발’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전망됨
❍ 물론 경제특구 정책은 현실적으로 대외관계의 전반적 개선과 맞물려 추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바, 북 한 정세의 불확실성과 핵문제 등으로 기존의 경제특구에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이 지지 부진한 실정임
- 북한은 김정일 시대에도 1984년 합영법과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등 경제개혁을 실시한 바 있으나 북핵문제에 따른 외부 환경요인 등에 의해 좌절되었던 만큼 대외환경 개선을 위한 북한의 노력이 필요함
- 또한 전력난과 교통 통신시설 등 북한의 취약한 인프라 여건도 외자유치의 성과를 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특구개발을 위한 법을 제정하고 외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 하는 등 김정은 집권이후 경제특구 정책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음
- 지난해 11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남북관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경제정 책 변화 방향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73.6%)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음
- 북한의 경제특구정책이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이같은 정책의 지속적 확대는 북한 개혁 개방과 경제 회복의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임
Ⅳ. 정책 제언
선전(深川) 경제특구 등 ‘중국의 경제특구’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북한 경제특구가 개혁개방의 촉 매제가 되도록 유도
❍ 중국정부는 1978년 이후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국인투자 유치, 외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과 수출증가, 선진 경영관리기법의 도입 등을 위해 경제특구를 조성하였으며, 이들을 개혁개방의 실험무대 로 활용함
- 중국의 경제특구 도시들은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을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일정정도 성장 이후에는 중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지속적인 개혁개방의 촉매제 역할을 함
❍ 중국 사례와 같이 경제특구 효과가 북한 내부로 확대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니도록 해야 함
- 중국 개혁개방의 시발점이자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선전(深川)경제특구’는 개성의 지리적 환경과 유사한 특징을 지님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북한의 여타지역과 경제적 관계가 차단된 형태로 운영됨에 따라 개성공단 의 성과가 북한의 여타 지역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던 바, 북한 경제특구 효과가 중국 사례와 같이 점(點)-선(線)-면(面)의 개방정책으로 확대되도록 유도해야 함
북한의 ‘역량발전(capacity development)’을 위한 사업 활성화
❍ 북한의 특구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적 역량’을 구축 하기 위한 교류협력과 지원이 모색되어야 함
- 2009년 한국 기획재정부의 지원으로 중국 대련대에서 40명의 북한 간부를 대상으로 한 ‘시장경제 교육훈 련 프로그램(Market Economics Training)’이 실시되었으나, 2010년 5.24 조치로 인해 중단된 바 있음
- 북한이 2011년 UNESCAP에 북한경제개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줄 것을 직접 요청하는 등 동 사업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만큼,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북한관료 및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시장경제 교육, 해외산업시찰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는 종합적 플랜을 마련해 나가야 함
남 북 러, 남 북 중 등 접경지역의 잠재력을 활용한 협력사업 추진
❍ 나선경제특구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국경이 접한 지정학적 이점이 있는데다 남 북 러 삼각협력 사업으 로 ‘나진 하산 프로젝트’에 우리도 참여하고 있는 바, 우선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음
- 북한이 최근 나선경제특구에서 중국과 공동관리 모델을 도입한 점은 북한이 그동안 북한당국 주도로 추 진해 온 경제특구 전략과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인 만큼 나선경제특구를 북한 개혁개 방의 성공모델로 정착시켜야 할 것임
- 또한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단둥과 인접해있는 신의주 경제특구 역시 남 북 중 협력사업으로 물류사 업과 복합농촌단지를 추진할 수 있음
- 두만강 유역의 지린(吉林)성 옌볜조선족자치주가 ‘올해 한국과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한 교류협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는 등[4] 최근 북한과 접경한 중국의 국경도시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경협 파트너로 한국을 주목하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임
박근혜정부는 북한이 경제특구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남북 동반성장 모델’을 창출해야 함
❍ 박근혜정부 3년의 대북정책이 주는 교훈은 ‘일방적인 요구만으로는 신뢰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분단 70년이 되는 올해는 박근혜정부가 새로운 접근으로 남북관계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임
- 북한에 대한 일방적 제안 방식이 아닌 북한이 수용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북한의 경제특구와 연계한 남북 경협’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함
-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전향적 조치를 추진하고, 북한이 지정한 경제특구 중 ‘성공 가능성이 큰 특구’를 선택적으로 집중 개발하여 우리 경제의 성장도 견인하는 남북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함
[4] 연합뉴스, 2015년 1월 26일자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