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여론조사의 문제와 개선 방안
선거여론조사는 유권자와 후보자에게 지지율, 순위, 유권자의 정책 선호 등의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 권자의 투표 행동과 후보의 전략 수립과 선거운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거여론조사는 무 엇보다 정확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선거여론조사는 조사가 아닌 참사 수준이라 불릴 만큼 정확 도가 낮아 그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선거여론조사가 이토록 부정확한 이유는 유선전화 중심의 표본 추출 프레임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편향성, 세대, 계층, 직업별 응답 성향의 차이 등 표본 측면의 문제가 핵심적이지만, 조사 회사들이 정확도 제고를 위한 방법론 개발 등을 위해 노력할 유인이 없을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쉬운 조사자 측면의 문제도 크다. 선거여론조사의 정확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표본의 편향성을 완화할 휴대전화 안심번호제실시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아울러 여론조사회사들이 정확도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성하고, 특히 언론 공표용 선거여론조사의 신뢰도 제고를 위한 규제 방식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현재, 선거여론조사의 정확성 제고를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이 요망된다. |
Ⅰ. 선거여론조사? 선거여론참사!
선거여론조사는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후보자의 선거전략 수립에 믿을만한 참고자료를 제공하 여 유권자의 투표 행동과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확성이 생명
❍ 선거여론조사는 유권자와 후보자 양자의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짐.
- 선거여론조사는 후보자들에게 후보자의 순위 및 지지율 격차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표 참 여와 기권, 사표방지 심리에 따른 전략 투표 등 유권자의 투표 행동에 영향을 미침
- 후보자 측면에서도 후보자가 자신의 순위와 타 후보와의 격차를 확인하고, 지역/성별/연령/직업 등에 따른 선거운동 전략을 수립하는 기초 자료가 됨.
❍ 선거여론조사의 생명은 ‘당선자 예측’이 아니라, 순위와 득표율에 대한 ‘정확성’이며[1], 이를 통해 선거여 론조사의 신뢰도와 유용성이 좌우됨.
- 선거여론조사는 재미로 보는 자료가 아니라 선거운동과 투표라는 중요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자료이 며, 또 언론을 통해 공표되기 때문에 그 신뢰성이 매우 중요함.
- 신뢰도가 극히 떨어지는 선거여론조사는 유용성이 없으며, 특히 정확성이 극히 낮은 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경우 유용성은 고사하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악영향을 미침.
2015. 4. 29 시행된 보궐선거에서 한국의 선거여론조사는 이미 실추된 신뢰성을 만회하는 것은
고사하고, 선거를 왜곡시키는 역할에 고발까지 난무하는 ‘겹참사’를 겪음.
❍ 이미 한국 선거여론조사는 부정확성으로 악명이 높아, 긍정적인 역할은 거의 상실된 상태.
- 2010년 제5회 동시지방선거 당시 G사(조선일보), K사(동아일보) 등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여당 오세훈 후보와 야당 한명숙 후보 사이 격차는 각 17.7%, 20.8%였으나 실제 개표 결과는 0.6% 차이로 나타났으며, 강원도에서도 G사(조선일보)은 여당 후보가 20.5% 이기는 것으로 조사했으나 실제로는 야당 후보가 8.8% 차로 승리
-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도 투표 전날까지 약 15% 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서울 강북의 야당 후보가 7%차로 승리하는 등 선거여론조사의 신뢰성은 ‘선거운동원의 느낌’만도 못한 실정.
- 신뢰도 낮은 조사가 언론의 경마식 경쟁보도와 맞물려서, 한국에서 선거여론조사는 사실상 긍정적 역할 보다 부정적 영향이 두드러지는 것이 현실임.
❍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서는 부정확성을 넘어 청부조사 논란, 현수막에 여론조사 결과의 경쟁적 게재, 조사 방법론에 대한 이의신청 난무 등 여론조사를 둘러싼 이전투구까지 발생
- 모든 조사회사가 여전히 정확성은 부족했지만, 특히 다른 조사결과와도 완전히 동떨어진 H사 여론조사에 대한 청부조사 논란, 유력 후보간 여론조사 현수막 게재 경쟁, R사 조사결과에 대한 후보의 이의신청과 서 울시여론조사심의원회의 인용 결정 등 이전투구가 난무.
- R사는 서울시여심위의 결정에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선거 이후에도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은 한 국 선거여론조사의 개선 필요성을 가중시키고 있음.
이 글은 선거여론조사의 신뢰성 저하 현황과 원인을 지적하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자 함.
[1] 한국갤럽은 당선자 예측에 대한 실패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있으나, 실제 여론조사는 ‘최종 조사결과의 숫자 가 실제 선거에서 각 후보자 또는 정당의 득표수와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가’를 통해 정확성을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선거여론조사의 긍정적인 기능을 고려할 때 유의미하다. 관련된 내용은 박무익, “한국의 선거여론조사-그 역사와 의의”(http://goo.gl/JvZ1f7) 참조
Ⅱ. 선거여론조사 부정확성의 방향과 원인
지역주의 투표 성향을 배제할 수 있는 수도권의 선거여론조사 결과 분석은 선거여론조사가 일정한 편 향성을 가지고 있어 실제 결과와 부합하지 못함을 보여줌.
❍ 선거별로 수도권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할 때, 일정한 현 여당 편향성이 나타남.
- 19대 총선[2]과 제6회 지방선거 기초단체장[3]의 수도권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현 여당(새누리당) 후보가 지지율 1위였을 때 당선률이 야당 후보가 1위였을때의 당선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남.
- 이는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가 실제보다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편향성이 있음을 의미함.
❍ 조사 방법으로는 ARS로 조사했을 때, 여당 편향성이 높게 나타남.
- ARS, 유선전화 면접, 유무선 혼합 패널 면접 조사 방법을 비교했을 때, ARS 방식에서 여당과 야당 후보의 편차가 가장 크게 나타남.
- 표3)의 결과는 모든 조사 방법이 여당 편향성을 보이나, 연령왜곡 및 착신 조작에 무방비인 ARS가 다른 조사 방법에 비해 여당 편향성이 크게 나타남을 의미함.
여론조사에서 여당 편향성이 나타나는 것은 표본 추출 프레임 한계와 응답 성향 때문이며, 아울러 조사 기관의 조사방법과 신뢰도 문제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음
❍ 유선전화 중심의 표본 추출, 그리고 야당 성향층의 무응답 성향이 표본 측면의 원인
- 현재 전체 전화 보유자중 인터넷 전화 가입자는 약 20%, KT 유선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가입자 는 약 26%로 추정되며, 실제 여론조사에 활용되는 전화번호부의 등재자는 전체의 약 37%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됨.[4]
- 특히 비등재자의 절반(49.9%)이 야당 성향이 강한 3040이며, 20대의 경우 등재 비율이 20.6%에 이르나 이는 부모 세대와 동거하기 때문에 실제로 집 전화 사용 성향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됨.
- 학력별로는 고학력일수록, 소득이 중산층일수록, 화이트칼라일수록 비등재 비율이 높음.
- 2040, 고학력, 화이트칼라, 중산층일수록 선거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향[5]과 함께 이 표본 추출의 편 향성이 선거여론조사 편향성의 근본 원인임.
❍ 조사회사가 비용을 들여 부정확성을 개선할 방법론 개발보다는 성/연령/지역에만 따른 관성적인
할당 추출법을 주로 사용하며, 소규모 회사가 난립하다보니 청부조사에 취약성까지 드러냄.
- 조사회사들이 일반적인 성/연령/지역 할당법만 사용하다보니 세대별로는 30대 이하, 블루/화이트칼라는 과소 표집, 50대 이상, 가정주부와 자영업은 과다표집 현상이 나타남.
- 회사들이 표집 문제를 보정하는 필요한 조사방법론 개발에 소극적인 데다가, 개발한 방법론에 대한 여심 위의 과도한 규제도 선거여론조사 정확성 제고를 막는 원인임.[6]
- ARS 조사가 많아지면서 비용과 단가가 낮아져 소규모 회사가 난립하고, 이들 회사가 신뢰성 제고보다는 영업성만을 고려, 오염된 표본 DB를 사용하거나 조사 질문에 편향성이 있는 청부조사를 마다하지 않는 것 도 여론조사의 부정확성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음.
[2] 분석에 사용된 여론조사는 2012년 4월 11일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 관련 한겨레 특집페이지
(http://2012vote2.hani.co.kr/2012na/html/poll/poll.html)에 게재된 수도권 지역 여론조사 내역을 기초로 2012.3.26.~4.4일 까지 공표된 수도권 여론조사 124건을 대상으로 하였다.
[3]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상에서 2014. 5. 25 ~ 5. 28.까지 조사된 수도권 지역 공표조사 60건을 대상으로 하였다
[4] 우정엽 외,「“표집틀 설정과 표본추출방법에 따른 정치성향 분석의 문제점: 임의번호걸기(RDD)와 전화번호부 추출방법 비 교”, 『조사연구』12권 1호 (2011. 3.)
[5] 이외에도 낮은 응답률 문제도 거론되는데, 실제로 4.29 보궐선거기간중 공표된 19개의 선거여론조사 응답률 평균은 3.38% 였으며 그 중 12개가 3% 미만이었다. 다만, 응답률이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아직 확고하게 증명된 것이 아니고, 낮 은 응답률은 전세계적 추세로서, 미국의 경우 1997년 평균 36%였던 응답률이 2012년 9%로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 따 라서 응답률 자체를 규제함으로써 정확성을 제고하려는 시도는 아직 명확한 근거가 없고 추세적 흐름을 막기 어렵다는 점 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6]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서울시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R사의 여론조사 인용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다른 회사에서 잘 사 용하지 않는 ‘반복비례보정법’을 사용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R사는 외국뿐 아니라 대형 업체인 다른 R사도 사 용하고 있는 방법이고, 오히려 정확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R사와 서울시 여심위간 다툼은 추후 결과를 봐야 할 일이지 만, 기본적으로 서울 여심위가 다른 회사들의 다른 방식은 ‘이의신청이 없기 때문에 심의하지 않는다.’는 다소 무책임한 태도 를 보이고 있으며 중앙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다양한 방법론 개발을 통한 정확성의 제고’를 장려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결 과와 관계없이 여심위의 심의 방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Ⅲ. 선거여론조사 정확성 제고 방안
표본 추출의 편향된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제 1 과제이며, 여론조사 회사의 조사방법론 개발을 위한
제도적 지원, 그리고 공표용 여론조사에 대해 보다 높은 신뢰성을 강제하는 것이 필요함.
❍ 가장 중요한 것은 표본 추출의 편향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휴대전화 안심번호제가 반드시 실시될 필요가 있음.
- 휴대전화 조사를 가능하게 하는 휴대전화 안심번호제는 표본의 구조적인 편향성을 교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기왕에 제출된 법안도 있고, 이번 정치개혁특위에서도 현안이 되어 있음.
- 다만, 휴대전화 조사 역시 젊은 층의 과대 표집이 보고되기도 하는 만큼, 표집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 휴대 전화와 유선전화의 적절한 비율을 찾아내는 것은 조사업체의 임무일 것임.
❍ 조사회사들이 비용이 아닌 정확성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
- 조사회사들의 정확도 제고 경쟁을 유발하는 방법으로, 예컨대 여심위가 선거 이후 선거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결과의 차이를 공개하고 순위를 매긴다든가 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임.
- 정확도 경쟁이 제도화되면, 조사 회사들은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조사방법론을 개발하고 신뢰성 있 는 패널의 구축 등의 노력을 할 것이며, 정확도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청부조사 같은 도덕적 해이를 회피 하게 될 것임.
❍ 특히 선거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언론 공표용 여론조사는 보다 정교한 규제를 검토해야 함.
- 언론이 공표하는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사전 또는 진행 중에 조사 회사의 신뢰성, 조사 문항 의 객관성, 표본 추출 DB 상태 등을 점검하여 신뢰성이 저하되는 경우 조사 중지 또는 공표 금지하는 등 의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제도와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음.
- 왜곡된 여론조사 공표를 목적으로 하는 청부조사나 떴다방식의 조사 회사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여론 조 사 발표에 일정한 자격 요건 부여 또는 사전 검증을 실시하거나 사후 이의 제기 접수 및 조사를 통해 처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연구할 필요가 있음.
정보의 시대에 부정확한 정보는 현실을 왜곡하여 전달함으로써 결과까지 왜곡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행태 교정이 필요하며, 특히 정치인의 지지도
조사 및 선거여론조사의 왜곡과 부정확성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개혁이 절실함.
❍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와 정당들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표본 추출 구조의 개혁, 조사 회사들의 신 뢰성 제고를 위한 지원 및 규제에 필요한 법적 정비에 매진해야 할 것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