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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김정은시대 북한의 시장화 동향: 평가와 전망

배경

김정은시대 북한의 시장화 동향: 평가와 전망

배경

 

 

 북한에서 ‘시장’은 현단계 북한 경제개혁의 상징적 존재로 인식되는 가운데 최근 북한사회의 변화를 읽는 키워드가 되고 있음.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이후 추가적인 경제개혁을 통해 북한에서 시장화는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됨. 특히 김정은 정권 출범이후 ‘6.28 방침’을 통해 경영권한을 현장에 부여하고 생산단위의 자율성 및 인센티브를 확대한 데 이어 ‘5.30 조치’에 따라 계획 수립에서부터 생산, 제품의 처분에 대해 기업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등 북한에서 시장화는 양적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음. 아울러 북한의 시장화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계층구조를 형성하고 외부정보 유입에 따른 주민들의 가치관 변화를 야기하는 한편, 빈부격차와 불평등 심화를 야기하는 등 북한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음. 김정은정권은 시장에 대한 묵인을 넘어 부분적으로 제도화하면서 시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전망됨. 정부는 김정은 정권 출범이후 비공식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개혁 개방을 향한 여러 징후들을 주목하여 북한의 시장화를 촉진하고 북한이 바람직한 변화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견인하는 정책을 추진해나가야할 것임.

 

 

 

Ⅰ. 현황


 사회주의 체제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시장’이야말로 변화의 핵심동인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최근 북한   의 시장화는 북한의 사회 경제적 변화를 읽는 키워드가 되고 있음

 시장화(marketization)를 계획화(planning)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상정한다면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      및 확산, 시장의 발생 및 확대, 시장요소라고 부르는 제도적 특징들의 연결체 등으로 규정 할 수 있        음[1]

사회주의 국가에서 발견되는 시장화 현상들은 국가가 이러한 활동을 일정부분 묵인하거나 공식적으로   허용함에 따라서 소위 합법적 2차경제의 영역이 형성되기도 하고 공식적 1차경제 내에 시장경제적 요   소가 도입되기도 함

 

❍ 북한에서 시장의 형성은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기간에 국가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음

- 1990년대 자연재해와 식량난 등으로 북한의 공공 공급망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자,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장사’로 불리는 상행위를 하게 되고 북한 내부에 ‘자생적 시   장’이 등장하게 된 것임

- 북한의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위기는 북한경제가 공식 부문과 비공식부문, 그리고 계획과 시장이 혼재한     형태로 지속하게 만든 원인이었으며 개인 차원의 경제활동 증가를 초래함

 

❍ 2002년 발표된 ‘7.1 경제관리개선조치’ 및 추가적인 경제개혁이 추진되는 동안 북한에서는 상당한 정도   로 시장화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됨

- 북한은 7.1 조치를 통해 가격 보조정책을 폐지하고 모든 소비품과 중간재의 가격을 현실화하였으며, 경공   업과 농업 부문의 생산성이 증대하고 상업 서비스 부문이 활성화됨

- 이후 2003년 5월 ‘종합시장 운영에 관한 조치’를 통해 기존의 농민시장이 종합시장으로 전환되었으며 현   재 북한내 종합시장은 4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짐

 

 김정은정권의 최대 목표인 권력의 안정화 및 공고화를 위해서는 경제상황의 개선이 결정적으로 중요     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6.28 방침(새로운 경제관리체계)’ 등 시장 친화적인 경제개선 조치들이 취해지   고 있음

 

❍ 2012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된 것으로 알려진 ‘6.28 방침’은 협동농장과 국영기업소에 있어 시장과 관련   된 제반 불법적 또는 반합법적 활동의 상당부분을 합법화한 것임

- 김정은정권은 ‘6.28 방침’을 통해 ‘경영권한을 현장에 부여하고 생산단위의 자율성 및 인센티브를 확대’한   데 이어 ‘5.30 조치’에 따라 계획 수립에서부터 생산, 제품의 처분에 대해 기업의 권한을 대폭 확대함

- 북한의 시장화는 소비재, 유통부문을 중심으로 자체 영역을 확대해나감은 물론 계획경제의 보완재로서도   기능하며 그 양적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음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북중 경협마저 주춤하는 현실에서 최근 북한경제가 2013년 1.3%에 이    어 지난해에도 1%대로 추정되는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시장화가 일정부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됨

- 2014년 상반기 북한경제는 시장가격과 환율에서 안정을 보였는데 이는 곡물가격의 안정과 함께 북한 정   부의 시장에 대한 통제중단 혹은 장려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됨[2]

- 최근 북한의 식량상황이 1990년대 중반과 비슷함에도 이전과 달리 아사자가 별로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북   한의 시장이 주민 식량문제의 개선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음을 나타내는 것임

 

[1] 시장 메커니즘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결정된 가격에 의해 가계, 기업 등 상이한 의사결정단위    의 경제적 활동과 거시경제 차원에서의 자원배분이 조정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음. 양문수, "북한에서의 시장의 형성과 발    달",『북한경제의 시장화: 양태 성격 메커니즘 함의』(한울, 2010), pp.222~224

[2] 이석, “2014년 상반기 북한경제 동향: 관찰, 분석, 그리고 해석”,『KDI 북한경제리뷰』7월호 (한국개발연구원, 2014) 참조

 

 

Ⅱ. 북한의 시장화 평가


 북한당국은 1990년대 초 경제위기 이후 시장에 대한 통제와 허용 정책을 반복해 온 가운데 김정은정     권 출범 이후 시장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사라짐

❍ 북한은 2002년 7.1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시장화’를 공식제도 내에 일부 수용하면서 시장   경제 메커니즘을 부분적으로 도입함

- 그러나 경제개혁의 추진에 따른 기존질서의 동요와 개인주의 확산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2007년   부터 시장에 대한 억제정책으로 전환하였으며, 2009년 11월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실시하여 시장통제   를 통한 계획경제의 복원을 시도함


 북한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화폐개혁 실시이후 물가 폭등, 상품공급 위축 등 부작용으로 시장 억제      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2010년 ‘5.26 지시’를 통해 시장에 대한 단속이 철회되고 북한에서 시장은    다시 합법적인 지위를 회복함

- 김정은정권 출범이후 김정일 사망 애도기간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대한 통제가 완화되었으며 시장에 대해   유화적인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음

 

 북한의 시장화는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의식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면서 북한사회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평가됨

❍ 시장화는 북한 주민의 사적 경제활동 공간을 확장해주면서 사유화를 확대시키고 새로운 사회경제적 계    층구조를 형성함[3]

- 시장을 통한 주민활동이 확대되는 가운데 북한이탈주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70~80%가   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장사를 전업으로 하는 주민이 10%정도로 추정될 정도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생계     활동을 위해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음[4]

- 개인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이른바 ‘돈주’로 불리우는 신흥자본가 집단이 새로운 상인계급으로 등장하면     서 기존에 출신성분으로 서열화되어 있던 북한의 계층구조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


 시장화의 진전으로 개인의 국가의존도가 약화되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교류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    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가치관의 변화가 발생함

- 북중 접경지역 등을 통한 무역확대로 외부로부터의 정보와 인적교류가 증가하면서 북한주민의 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등 새로운 가치체계가 형성됨

- 집단주의 인식이 약화되고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확산되는 가운데 주민들의 시장에 대한 참여는 경제적     권리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는 토대가 됨


 한편, 시장화로 인해 북한 주민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국가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사회적 약자층의      경제사회적 권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측면도 고려되어야 함

- 북한의 기득권층이 시장화를 주도하면서 ‘부패’를 양산하고 새로운 수탈구조를 형성함으로써 시장을 통     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상이 나타남

- 또한 시장의 확산에 따라 ‘부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역 주민간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불평등     이 확대되는 경향이 발생함


 김정은정권 출범이후 북한의 경제 변화는 1980년대 중국의 경제개혁 당시의 경제변화 양상에서 시사   점을 찾을 수 있음

❍ 김정은시대(2012~현재)의 북한은 경제정책의 제도적 변화의 수준은 1980년대 중국과 유사하며, 국가 기    간산업 부문에서는 계획이 지배하지만 이외의 부문에서는 시장이 현저히 확대되는 과정으로 평가될 수      있음[5]

- 중국은 경제체제 개혁의 목표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수립에 있음을 공개적으로 선포한데 반해, 북   한은 이미 시장과 공생하고 있으나 중국에 비해 시장에 대한 공개적 적극성과 정치적 의지가 부족함

- 아울러 소비 부문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화가 북한 내부에서 생산의 확대와 이에 따른 경제성장으   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 대외관계의 미개선 등의 한계를 지님

  

[3] 개인위탁경영 형태의 실질적인 사유화가 진행되면서 장사로 돈을 번 신흥부유 사회계급이 형성되고 있음. 민경배, “시장화     에 따른 북한 인권법제의 변화”,『북한의 시장화와 인권의 상관성』, (통일연구원, 2014) pp.137-140

[4] 김병로, “북한의 시장화와 계층구조의 변화”,『현대북한연구』16권 1호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사연구소, 2013) 참조

[5] 김정은 시대와 중국의 1980년대 후반 경제상황의 핵심적인 특징은 국유기업의 경영이 계획지령이 아니라 상업적 원칙에       기반하는 방향에서 설정된다는 점과 경제특구 확대 등 대외개방 확대 노력이 추진되는 점임. 이와 관련해서는 박형중, "김정     은시대 북한경제 변화에 대한 평가", KINU Online Series (2015.4.29) 참조

 

 

Ⅲ. 전망 및 제언

 

 김정은정권은 ‘시장’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부분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가운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

❍ 북한은 개인뿐 아니라 당, 군, 내각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져 있는 상황인    바, 계획부문과 시장부문이 공존하는 가운데 시장경제가 계획경제를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      행될 가능성이 큼

- 시장을 통해 상당수 주민들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주민들의 체제   에 대한 불만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공식 경제에도 충격을 준다는 사실은 2009년 화폐개혁을 통해 확인     된 바 있음

- ‘경제강국을 통한 강성대국 달성’이라는 유업을 관철해야 하는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은 시장화 허용 및     활용의 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을 것임


 현 단계에서 시장화에 따른 북한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시장화 확산에 따른     ‘아래로부터의 북한사회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 북한에서 시장이 활성화되었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국가의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한계를 지니며,    김정은 체제하에서도 주민 통제활동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

- 북한 사회내 외부문화 유입이 확대되고 주민들 불만이 고조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체제를 부정하     는 저항세력으로 이어지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화 확산에 따른 북한주민의 가치관 변화와 일탈행위의 증가 등 ‘비사회주의적      요소’의 확산이 북한사회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

- 1978년 이래 시작된 중국의 시장화와 경제개혁은 정치, 문화 등 사회개혁을 전방위로 추동하였으며, 전체   주의적 통제기제의 약화, 국가와 개인간의 관계 변화, 개인 공간의 확대 등의 환경변화를 가져온 바 있음

 

 김정은정권 출범이후 비공식적으로 나타나는 개혁 개방을 향한 여러 징후들을 주목하여 북한의 시장     화를 촉진하고 개혁 개방의 길로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임

 공식적으로 김정은정권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경제정책    의 실제 추진에 있어서는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함

- 중국 외교학술지 세계지식(世界知識)은 지난 2월 ‘북한이 김정은시대 들어 경제개선 조치들을 잇달아 시     행하며 국제사회의 제재국면에서도 경제상황이 호전되었다’고 분석한 바 있음[6]

- 북한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6.28 방침 및 경제특구 추진 등은 김정은 정권이 제한적이나마 개혁개방   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함

- 북한의 ‘부분적’ 경제개선 조치만으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우며 시장경제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보다 ‘과감한 개혁정책’의 추진이 필요한 바,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김정은정권이 선경(先     經)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함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맞이하여 남북관계 전환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바, 정부는 최    근 북한의 사회 경제적 변화 양상을 정확히 읽고 시장화 등 북한의 수요와 연계한 대북 정책을 구상해야    함

- 북한의 시장화 경향이 두드러진 분야가 소비재 분야인 점을 감안할 때, 접경지역(북 중, 북 러, 남 북)에       ‘상설 종합시장’을 구축하여 북한주민들이 필요한 상품을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음

- 아울러 북한경제의 시장화 심화는 통일 기반조성 차원에서 남북한 동질성 회복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점     이 고려되어야 할 것임

 

 

[6] 세계지식은 북한이 완전한 포전담당제, 공장 기업들에 대한 공장장 책임제 등도 도입할 것으로 전망함. 경향신문 2015년 2     월 8일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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