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의 明暗
- 정치 개혁인가, 기득권 강화인가?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권을 당원-비당원 구분 없이 부여하는 Open Primary를 두고 정치개혁의 핵심이라는 주장과 보완책 없이는 기득권 강화만을 초래하는 정략적 개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Open Primary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개혁적 제도라면 왜 유럽의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아닌 미국, 그것도 일부에서만 실행되는가, 그리고 단지 정략적일 뿐이라면 왜 지금 Open Primary가 한국에서 정치개혁의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고려해야 한다. Open Primary는 제도 그 자체로 개혁도, 개악도 아니며, 정당이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여러 제도들 중 하나일 뿐으로서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미국 정당은 당원 기반이 취약하고 정당보다 정치인 개인의 명망과 능력이 선거에 중요하기 때문에 이 제도를 택하고 있으며 반대로 유럽의 정당들은 강한 당원 구조와 정당정치의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원 중심의 공직 후보 선출 제도를 가지고 있을 뿐 제도상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울러 정당의 의사 결정에 국민 참여의 확대라는 장점이 있으나 기존 정치인에게 유리하며 정당 정치를 약화시키고 후보자 선출에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증대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Open Primary는 정당 정치의 특성과 당원 구조, 그리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전면 도입할 수도, 부분 도입할 수도 있으며, 개혁적 성격이 강조될 수도 있고 기득권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Open Primary를 두고 단선적인 논란을 벌이는 것은 공허한 일이며, Open Primary의 특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한국의 정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특성상 대선이나 광역단체장 경선 같이 참여 확대가 용이한 선거나, 지역 특성상 참여의 확대가 중요한 곳에서 도입하는 것은 정치 개혁이 될 수 있으나, 모든 각급 선거에 강제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
Ⅰ. 2015년 Open Primary, 그 공허한 논쟁
현재 한국의 양대 정당은 Open Primary의 예외없는 전면 시행을 두고 ‘정치 개혁 vs 기득권 강화 정 략’ 이라는 논쟁을 벌이고 있음.
❍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Open Primary를 가장 핵심적인 정치개혁 수단으로 제시하고 이를 법제화하 여 20대 총선에 전면 도입을 주장.
-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밀실 공천 등 부정부패’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을
당원-비당원 구분 없이 유권자들의 참여에 맡기자는 것임.
- 이미 한국 정당들은 대선 또는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국민참여경선 또는 완전 국민경선을 시행해 왔던
바, 이번 김무성 대표 주장의 핵심은 ‘총선까지 전면적으로 실행하되, 예외없이 모든 정당이 실시하도록
하자는 것’임.
❍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Open Primary의 단점과 한국적 특수성을 도 외시한 것으로서 결국 ‘기득권 강화’를 위한 ‘정략적 주장’일 뿐이기 때문에, Open Primary가 정치개혁 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
- Open Primary의 고향인 미국에서 연방 하원의 현직 재선율은 사망이나 불출마 등을 제외하면 평균
95% 내외인데, 이는 대부분의 현직자가 Open Primary를 포함한 경선에서 승리하여 본선에 출마한다는
것을 시사함.
- 김무성 대표의 당내 기반인 ‘비박’ 계열 의원이 현재 당내 다수파이기 때문에 현직 기득권 강화 우려를
무시하고 강제적인 전면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각 정당이 특성에 맞게 기득권 강화 방지
보완책을 마련하여 실행하도록 유연성을 둘 것을 주장하고 있음.
양자 모두 주장은 강하나 피상적인 ‘Open Primary 칭송’에 그치고 있거나, 구체적인 보완책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어 생산적인 논쟁이 되고 있지 않음.
❍ 김무성 대표는 ‘정치개혁’이라 강변하면서 문제점에 눈을 감고 있으며, 문재인 대표는 문제점을 지적 하지만 구체적인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음.
- Open Primary가 현재 한국 정치에 유의미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정치 개혁의 모범 답안’이라는
김무성 대표의 주장은 정당 정치와 Open Primary의 맥락, 특성, 장단점, 한국의 특성에 대한 무지의
발로이거나 만일 알면서도 그런다면 정치가로서 무책임한 것임.
- ‘기득권 강화 우려’라는 문제 지적은 유의미하지만, 국민 참여를 확대하는 경선을 주장하고 실행해 온
문재인 대표로서는 어떤 보완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보다 생산적인 논쟁 방
법일 것임.
❍ 본고는 Open Primary의 제도적 특성에 대해 밝히고, 한국 정당 정치의 특성상 이 제도의 장점을 극대
화하고 한계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서 부분적 도입을 제안하고자 함.
Ⅱ. 정당의 공직 후보자 경선 - 의미와 제도적 구성
정당의 공직 후보자 선출은 정당 정체성의 기반 위에서 승리 가능성의 극대화를 위한 과정임.
❍ 정당의 공직 후보자 선출은 ‘정당의 정체성을 가진 가장 강력한 후보’를 선출하는 것
- 정당은 자신의 정체성(정강)에 맞는 정책(공약)을 가지고 선거에서 승리하여, 자신의 정체성에 따른
국정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조직
-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은 ‘정체성의 유지 + 승리 가능성 극대화’의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임.
❍ 당원 중심의 선출 제도와 비당원 참여의 확대 제도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이나, 양자는
특성상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음.
-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확고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핵심 당원들이 선출하는 것이며, 승리
가능성 극대화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일반 유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
- 양자는 상호 배치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권 획득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정당들은 양자의 균형을
맞추어 양자를 조화시킬 방안을 항상 찾을 수밖에 없어 특성에 맞는 다양한 경선 제도가 구성됨.
현대 정당들은 공직 후보자 선출에 다양한 조합을 활용하고 있으며, 그 기본적인 특성에 따라 세 가지
기준에 따라 다양한 조합의 경선 제도로 구분할 수 있음.
❍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 유형은 중앙집권-지방분권[1], 관료-후원체제[2]의 2가지를 기준으로 다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음[3].
1. 제1유형 : ‘중앙집권화된 관료체제’(central bureaucratic)
- 당의 제도에 의해 중앙당 지도부나 계파 지도부가 후보를 전적으로 결정하며, 오스트리아 사회주의당 과 같이 매우 권위적인 간부 정당이 택하고 있음.
2. 제2유형 : ‘중앙집권화된 후원체제’(central patronage)
- 후보자 선정과정이 당 지도부간, 계파간 협상으로 이루어지며, 일본 자민당, 한국의 전략공천 및 단수
후보 결정이 이에 속함.
3. 제3유형 : ‘지방분권화된 관료체제’(localized bureaucratic)
- 정치충원 및 공직후보선출은 지방 선거구 자체의 권한이며 당원 투표로 결정되지만, 그 선정과정은 매 우 엄격한 내부 규칙에 의해 사전에 결정되어 있음.
-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비보수정당들은 이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중앙당은 지구당의 결정을 거부하고
재투표 또는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음.(영국, 프랑스)
4. 제4유형 : ‘지방분권화된 후원체제’(localized patronage)
- 당 지도부가 후보 선정 과정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당원과 일반 주민들이 참여하는 예비
선거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으로 미국의 Open Primary가 대표적임.
❍ 제3유형과 제4유형은 후보 경선을 실시하는 제도로서 그 제도적 설계에 따라 정파형/비정파형, 코커 스형/폐쇄형/반폐쇄형/공개형으로 나뉨.
- 정파형/비정파형은 정당의 후보 선출 여부를 기준으로 구분되는데, 정파형은 특정 정당의 후보를 선출
하는 경우로서 대부분의 경선 제도는 정파형이며 비정파형은 정당에 관계없이 본선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로서 미국의 극히 일부 지역, 그것도 일부 선거에 국한되어 실시되고 있음.
- 코커스(Caucus)형/폐쇄형/반폐쇄형/공개형은 경선 참여자의 범위를 기준으로 구분됨.
: 코커스형은 지역의 정당 간부 또는 활동가만 참여하는 것으로 주로 대의원만 참여하는 예비선거로서
유럽의 일부 보수정당/미국의 일부 주에서 실시되며, 한국의 대의원 경선이 이에 해당함.
: 폐쇄형은 지역의 당원이 참여하는 것으로서 유럽의 일부 보수정당/대부분의 진보정당, 미국의 일부 주,
한국의 당원경선을 말함.
: 반폐쇄형은 지역의 당원과 당적 없는 일반인이 참여하는 것으로서 미국의 일부 주에서 실시되며, 한국 의 국민참여경선은 세계 정당에 유례없는 ‘여론조사’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수정된 반폐쇄형이라 할 수 있음.
: 공개형은 당적과 관계없이 참여하는 것으로 역시 미국의 일부 주에서 실시되는 Open Primary가 대표
적이며, 2011년 프랑스의 1유로 경선과 한국 민주당의 2012년 대선경선도 설계는 반폐쇄형이나 사실 상 당적을 묻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속함.
[1] 중앙집권적 체제는 후보 선출 과정에서 중앙당, 지구당, 그리고 계파 지도자들의 권한이 절대적인 반면, 지방분권적 체제는 지구당의 일반 당원, 중간간부 그리고 제도에 따라서는 일반 유권자가 선정권을 행사한다.
[2] 후보 선출과정이 공식적인 규칙에 의해 제도화되어 있는가 아니면 지도부 또는 특정 인사와의 개인적 친분관계나 후원에 의한 것인가의 구분이다.
[3] Pippa Norris. 1996. "Legislative Recruitment." in Lawrence LeDuc., Richard G. Niemi, and Pippa Norris, ComparingDemocracies: Elections and Voting in Global Perspectives. London: Sage Publication Inc.
Ⅲ. Open Primary - 제도적 구성과 장단점
Open Primary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제도의 모태인 미국이 州법 또는 각 정당 州위원회 규칙에 따라 다양한 경선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음.
❍ 미국의 경선제도는 크게 코커스제(caucus), 당원경선제(close primary/폐쇄형), 국민경선제(Open
Primary/개방형 또는 반폐쇄형)의 세 가지로 분류됨.
- 미국은 통일적인 중앙당 권한이 거의 없이, 각 州, 또는 각 州의 당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경선과 관련된
모든 것을 결정하며, 대선, 상원, 연방하원, 주상하원의 예비선거 구분하지 않음.
- 워싱턴DC를 포함, 51개 지역에서 민주당은 25개가 Open Primary, 12개주가 close primary, 14개주가
Caucus를 택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각기 22개, 11개, 14개임.
- 각 주는 대선 경선과 연방 상하원, 주상하원 제도가 각기 다른 경우(예컨대 캘리포니아 대선 후보 경선 은당원경선제, 연방하원 후보 경선은 비정파형 국민경선제)도 있어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어떤 주가 특 정한 경선제도를 택하고 있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음.
❍ 미국 경선 제도에서 Open Primary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Open Primary가 처음으로 시행된 국가이 고절반 가까운 주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다른 민주 국가에서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임.
❍ 한국에서는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의 당대표선거와 대선후보 경선에 시행된, 이른바 ‘모바일 경선’이
‘정파형/공개형 Open Primary’임.
- 당의 대표와 후보를 선출한다는 면에서 ‘정파형’, 사실상 당적을 묻지 않고 투표권을 부여했다는 면에서
‘공개형’으로 운영되었고, 현장 투표가 아닌 전화(휴대전화) 투표 방식[4]이 사용됨.
❍ 유럽의 대중정당으로는 프랑스 사회당이 대선 경선에 유사한 제도를 활용한 바 있음.
- 일명 ‘1유로 경선’으로 ‘정파형’이고 ‘반폐쇄형’으로 설계되었으나 실제 운용에서는 공개형이었음.
- 당원의 기득권을 인정하면서도 일반 국민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한국이 참고할 여지가 큼.
※ 프랑스 1유로 경선: 대중정당이자 당원투표제 경선 정당인 프랑스 사회당은 2011년 대선에서 ‘1유로 경선’으로 불리는 국민경선을 실시하였고 후보로 선출된 올랑드는 2012년 5월 대선에서 승리함.
- ‘1유로 경선’은 일반 국민을 당내 경선에 참여시키면서 1) ‘자유·평등·박애·정교분리·정의·연대·진보의 가 치를 공유한다’는 서약서(온라인 가능)와 2) 참여비 1유로를 받은 것에서 명칭이 유래.
- 당시 전체 유권자(4,450만)의 6.4%(288만)가 경선에 참여하였으며, ‘가치를 밝히고 돈을 부담한’ 선거인 단의 응집력과 자발적 선거운동으로 대선에서 승리함.
- ‘당비를 내는 당원’이 있는 유럽 대중정당에서 최초로 실시된, 성공한 국민경선제로 평가
Open Primary의 장점은 ‘국민을 정당의 후보 선출에 참여시킴으로써 정당 지도부의 전횡과 부패를 방지하고 참여 확대로 선거 승리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음.
❍ Open Primary가 도입된 역사적 연원 자체가 정당 지도부의 부패 및 전횡에 대한 대응책이었음.
- 19c부터 20c초까지 정당의 부패와 지도부의 전횡이 매우 심했기 때문에, 정치 개혁의 방안으로 각 주
정부와 주의 당위원회에서 프라이머리를 도입함.
- 이 중 당세가 비교적 강해서 다수 당원이 확보되어 있던 곳은 폐쇄형을,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개방형 을 택하는 경향이 있었음.
- 현재 한국의 정당이 1) 밀실/계파 공천의 문제 2)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당원의 부족과 지역/세대 편중
성의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도입 상황과 유사한 면이 있음.
[4] ‘모바일 경선’은 투표자의 투표 비용을 낮춤으로서 참여를 고취하는 ‘편의투표’로서의 투표 방식을 가리키는 것임에도 불구 하고 모바일 경선=완전국민경선제라는 잘못된 인식이 발생하였는데,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인식을 교정할 필요가 있 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