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맞춤형 보육’ 개편안에 대한 평가
2015년 9월 13일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전업주부의 만0~2세 영아 보육서비스 이용시간을 6~8시간 사이로 조정하고, 월 15시간의 긴급보육바우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절감되는 365억 원으로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종일반 보육 단가를 인상하는 등 보육의 질 개선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본고는 현재의 무상보육제도에 대해 논의하고 정부의 개편안을 평가하였다. 현재의 보육서비스에 대해 본고는 가수요를 유인하고, 질적 수준이 담보될 수 없는 제도설계로 규정하였다. 평가에 있어서는 정부의 맞춤반 도입과 양육수당 인상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1,500억 원의 예산을 삭감한 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마지막으로 제2의 누리과정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중앙․지방의 재원분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다. |
Ⅰ. 배경
정부의 보육서비스 개편안(맞춤형 보육), 전면 무상보육의 후퇴인가?
❍ 9월 13일 보건복지부는 ‘맞춤형 보육’ 개편안을 발표함
- 보건복지부는 모든 영유아의 보육서비스가 무상으로 지원되면서 종일보육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정 까지도 종일반을 이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함
-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만0~2세 영아의 종일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두고, 자격의 요건을 갖추 지 못한 경우(전업주부 등) 6~8시간 사이에서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임(이때 월 15시간의 긴 급보육바우처 제공)
- 종일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취업 한 부모 가정, 맞벌이 가정, 구직․취업준비,장애․질병, 자녀가 3명 이상 등으로 한정되며, 이때에도 증명서류를 제출해야함
- 복지부는 이를 통해 절감되는 365억 원으로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종일반 보육 단가를 인상하는 등 보육의 질 개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였고, 시간제 보육반을 현재의 196개에서 340개로 늘리고, 국공립 어린이집 2,563곳(현재 1,667곳)이 모두 자정까지 연장보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임
❍ 정부 개편안에 대해 ‘일하는 모성’과 ‘일하지 않는 모성’간의 차별 여부를 중심으로 찬반 여론이 대립하고 있음
Ⅱ. 논의
보편적 복지국가는 모든 복지사업을 보편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며, 모든 보편적 복지사업을 무상 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 아님
❍ 보편적 복지도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를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하며[1] , 결정 이후에는 정책효과가 잘 나타나도록 관련 정책과 지방자치단체 등 복지주체들의 역량을 고려한 후속조치가 마련 되어야 함
- 일본, 스웨덴, 프랑스 모두 취업모와 미취업모를 구분하여 차등지원하고 있는데 보육서비스가 ‘일과 가정 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매우 합리적임
가수요를 유인하는 제도설계
❍ 보육서비스가 다양한 상황이나 니즈를 반영하지 못하여 비정상적으로 운영됨
- 취업모의 경우 대리양육자의 부재시 선택의 여지없이 보육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며, 출 퇴근 시간을 감안 한다면 12시간 종일제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서 그 이상의 보육서비스도 필요함(8시간 근무, 1시간의 점 심시간, 1~2시간의 출퇴근 소요시간, +α의 야근)
- 반면에 전업주부의 경우 12시간의 종일제 서비스가 필수는 아님. 다만 보육료가 종일제 보육서비스에 맞 춰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단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많은 서구와 달리 대부분 전일제로 아이를 맡김(윤희 숙, 2012).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야 비용이 지원되므로 합리적인 부모들은 보육서비스를 이용함(서문희, 2012; 임세원, 2012)
❍ 그 결과 모든 아동에게 하루 12시간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보육에 대한 가수요를 창출하여, 필요한 자에게 공평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괴리가 존재
- 부모의 취업여부나 개별 가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형태나 니즈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게 종일보육이 제공되면 집에서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을 받으려는 가수요가 창출되며, 실제 로 보육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취약계층, 한부모 가정, 맞벌이 가구, 다자녀 가구 등의 이용이 제한되는 효 과를 가짐
질적 수준이 담보될 수 없는 제도설계
❍ 시설 운영자(원장)의 경우 어린이집을 수익창출을 위한 사업으로 인식
- 최소한의 설립 조건만 만족하면 인가를 받을 수 있고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업으로서 안정성이 상당히 높음. 또한 ‘특별활동’을 통해 별도의 수익창출 가능
- 어린이집을 매입하는 경우, 아동 1인당 권리금은 약 220만원 수준이므로 권리금 회수를 위해 보육시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음
❍ 보육교사의 경우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낮은 월급과 처우로 인해 직업에 대한 사명감을 가질 수 없음(평 균 근무시간 9시간 28분, 평균 임금 약 131만원)
- 직업에 대한 만족감과 사명감이 낮은 상황에서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움
❍ 보육서비스 이용 부모의 경우 정부지원금보다는, 본인이 납입하는 추가비용만을 비용으로 고려함에 따 라, 고가의 사립시설을 찾아다니는 비정상적 사례 발생
- 국공립 보육시설과 고가의 사립시설을 제외하고는 서비스의 질이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함
[1] 보편주의 복지제도는 자격여부가 자산조사를 거치지 않지만, 인구사회학적 집단에 따라 수급여부를 결정하게 됨(윤홍
식, 2010; 이훈희․김윤태, 2012).
Ⅲ. 평가
맞춤반 도입, 양육수당 인상 방안은 합리적이라 판단됨
❍ 보육서비스와 양육수당은 제도 목적이 상이함
- 보육서비스는 대표적인 아동중심 정책인 양육수당제도와 달리 일반적으로 성인중심의 정책으로 평가되 며(Harding, 1998), 취업여성 특히 기혼 여성의 취업에 따른 대리양육 서비스로서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인구정책이자 보육정책의 의미를 가짐(즉 일하는 모성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둠)
- 반면에 양육수당은 미취업모(전업주부)의 돌봄의 노동력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로, 미취업모는 보 육서비스가 아닌 양육수당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함(특히 발달특성상 만 2세 이하의 영아는 만 3세 이상 유아와 차이가 있음)
❍ 보육서비스의 핵심목표가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보육서비스와 양육수당을 대등한 수준으로 조정하여 미취업모의 양육수당 활용을 유인하는 방안은 타당함
- 미취업모의 맞춤반 이용과 양육수당 인상방안은 사실상 취업모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오던 보육제도를 취 업모와 전업주부 간에 유사한 혹은 동등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 다만 개편안에 따르면 미취업모가 ‘맞춤반(6~8시간)+긴급보육(15시간)’ 또는 ‘양육수당(30만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 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육서비스’에서 ‘양육수당+긴급보육’으로 전환시키는 방안도 검 토할 수 있을 것임
❍ 동시에 제도의 목표가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있다면, 어린이집의 사교육이라 할 수 있는 특별활동을 억제해야 함
- 현재처럼 민간어린이집 구조에선 부모가 보육시설에 지불하는 비용이 ‘보육료’+‘기타 필요경비’이기 때문 에 보육료 전액을 국가가 지원해도 기타필요경비가 그만큼 인상되면 부모부담은 그대로 남기 때문
만0~2세 보육료 예산 삭감은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에 역행함
❍ 보육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책임보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0~2세 보육료 예산을 삭감한 점은 타당하지 못함
- 정부는 내년 0~2세 보육료 예산을 1,500억 원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15년 2조 9,694억원→’16년 2조 8,234억원), 맞춤반 운영을 통해 줄어드는 예산은 정부추산 365억 원에 불과하여 1100억 가량의 보육 예산 감축은 의문이 듦
- 정부는 아동수가 줄어들면서 예산을 줄였다는 설명이지만,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취약보육의 강화 등 산 적한 과제를 두고 예산을 삭감한 점은 타당하지 못함
❍ 국가가 보육서비스의 질을 직접 통제하지 않으면 아동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으며, 일과 가정의 양립에 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임
- 보육에 대한 국가지원의 근거는 ‘보육’의 독자적인 성격에 기인하는데, 아동은 보육서비스의 직접 대상이 지만 그 서비스를 판단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서비스의 질을 통제하지 않으 면 아동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임
- 동시에 보육서비스의 질적 담보는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및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질적 수준이 담보되 지 못한다면 여성은 가정에서의 영유아에 대한 돌봄의 유인을 가지게 되고, 동시에 노동을 통해 얻은 이 익과 그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을 계수할 때 보육 불안감도 비용으로 반영되기 때문임
지속가능한 보육서비스를 위해 중앙․지방의 매칭 비율 재설정을 요구함
❍ 국가복지사업이라 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도 공동의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중앙정부는 복지사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지방정부의 행정과 재정을 고려해야 함
- ‘14년도에 영유아보육료지원 사업의 국비부담률이 15%p 인상되었어도, 타 복지사업에 비해 여전히 국비 부담률이 낮아, 언제든지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반복될 수 있음
❍ 정부는 영유아비율, 지방의 재원분담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영유아보육료의 매칭 비율을 재설정 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함
- 차등보조율 산정방식에 개별사업의 특성에 맞는 지표를 활용하여 지역별 영유아비율 분포를 반영하고, 차등보조율 적용의 기준이 되는 재정자주도를 재설정해야 할 것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