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2대 지침’ 논의의 주요 쟁점과 제언
배경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는 노사정 대타협 이후 ‘미논의‧후속과제’로 ‘근로계약 체결, 해지 기준과 절차’, ‘취업규칙 개정 요건과 절차 명확화’ 등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내에서 논의 하기로 합의하였음. 노동관련법령의 제‧개정, 노동관련 판례, 주요 노사관계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이와 관련된 행정 감독 및 내부 사무처리를 위한 기준을 정립할 목적으로 행정규칙, 가이드라인, 매뉴얼, 지침 등 (이하 ‘지침 등’) 다양한 명칭으로 규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음. 노사정위에서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확대’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등 2대 지침을 논의하면서 노사정 합의와 국회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음. 본고에서는 고용노동부 ‘지침 등’의 문제점과 ‘일반해고 확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와 관련 한 주요 쟁점을 살펴보고 제언으로 ‘해고요건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통한 고용안정’, ‘노사의 자율적 합의 를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 ‘국회 입법적 견제 및 통제력 강화’를 제안함 |
Ⅰ. 노사정위 ‘2대 지침’ 논의
‘노사정위 사회적 대타협[1]’ 이후 후속 논의 과제
❍ 2014년 12월말부터 약 3개월에 걸친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저성과자 일반해고 확대 및 취업규칙 불이 익변경 요건 완화’ 등 2대 지침에 대해 정부와 사용자 단체, 그리고 노동계가 합의에 대한 접근을 이루지 못하였음
- 2015년 9월 사회적 대타협 이후 노사정위는 미논의‧후속과제로 ‘근로계약 체결, 해지 기준과 절차’, ‘취업 규칙 개정 요건과 절차 명확화’ 등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하였음
❍ 정부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2대 지침’의 윤곽은 어느 정도 공개된 상태로, 토론회를 통해 ‘2대 지침’을 연내에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 노사정이 중장기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임에도 고용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지침의 제·개정을 추 진하려는 것에 대해 노사정 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음
‘지침 등’ 의 문제점
❍ 고용노동부는 무분별한 ‘지침 등’을 제정함으로써 행정권을 남용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음
- ‘지침 등’은 일선 근로감독관의 업무처리를 위한 내부규정에 불과하여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노동관계법령의 해석‧적용에 실질적인 기준이 되어 노‧사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
❍ ‘지침 등’을 남발함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자의 지위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
- 무분별한 제정으로 노동 3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음
-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현행 법령·판례들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고, 행정편의를 강조하며 노동기 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아 고용노동부의 권한 남용 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음
[1] 지난 4월 1차 논의 초안과 9월 13일 노사정 대표자 회의의 결과를 반영하여 합의에 이르렀으며, 65개 논의과제에 대한 합 의와 함께 청년일자리, 비정규직, 일반해고 등 9개의 후속 논의 과제가 포함되었음
Ⅱ. 노동시장 주요 현황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OECD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경직적 이라기보다는 상당히 유연한 편이 며, 안정성은 매우 낮은 편임. 일방적·상시적 해고와 비정규직 사용의 증가로 고용불안정이 확대되고 있 음.
????❍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제도 측면에서 약간 높은 수준으로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의 엄격성(개 별적·집단적 해고에 대한 법률적 규제의 정도) 지수에 의하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2.17로서 OECD 평균(2.29)보다 낮아 유연한 편임
- 정규직 개별적 보호는 약간 낮고 임시직 보호도 낮은 편임
- 노동이동률[2]도 2014년 현재 61.7%로 터키(68.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음
- 정규직에 대한 개별적 보호와 임시직에 대한 보호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유연성은 OECD 평균에 비해 다소 낮은 편으로 추가적인 유연화는 노동시장을 과도하게 유연화할 우려가 있음
????❍ 한국 노동시장 안정성 관련 주요 지표를 보면 제도 측면에서 매우 낮은 편임
- 직업안정성 측면에서 매우 낮고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는 높아 OECD 평균수준을 보이고 있음
- 노동시장 공공지출은 매우 낮고 실업급여 지급기간의 상한이나 실업급여 소득대체율도 매우 낮으며 평균 근속년수는 2014년 기준 5.6년으로 미국(4.6년)을 제외하고는 비교대상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임
- 노동시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대한 공공지출 비중을 높이고 실업급여의 관대성(실업급 여 지급기간의 상한 및 소득대체율)도 높여가야 하며 상시·지속적 일자리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사용을 자 제할 수 있도록 입법·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
[2] 근로자의 입직률(入職率, accession rate)과 이직률(離職率, separation rate)을 합한 지표로 노동이동률은 사업장에서 근로 자의 바뀜(turn over)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보여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활용됨
Ⅲ. 2대 지침의 주요 쟁점
노사정 합의에서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 명확화”에 대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했음
1. 저성과자 일반해고 확대
????❍ 고용노동부[3]는 ‘일반해고 지침’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추상적이라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현행법과 판례는 저성과자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과 절차를 거친 경우 해고의 정당성을 인 정하고 있으므로 지침은 이러한 내용을 반영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공정한 평가에 기초한 공정한 해고 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밝혔음
❍ 경영계에서는 저성장속에서 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이나 산업재편 과정에서 해고를 통한 고용조정은 불 가피하며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함
- 기업의 경영부담을 제거하기 위한 고용유연화가 필요하며 일반해고 확대는 지침이 아니라 법제화시켜서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함
- 경직적인 고용구조는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저성장의 늪과 급격한 고용충격에 따른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확대 등 고용유연화가 필요함
❍ 노동계에서는 ‘인력의 유연성 제고’ 보다 ‘노동관계의 존속 및 근로자보호 필요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보 면서 해고를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입장으로, 해고관련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경 우 입법권의 침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음을 주장함
- 근로기준법 제23조 및 제24조의 해고제한법리를 회피·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저성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교정 등의 개선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자진퇴사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
-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실적부진(저성과)에 대한 신뢰성과 함께 사용자 해고 대상자로 노조간 부나 조합원을 선정하여 이들을 쉽게 해고하고 노동조합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음
❍ (소결) 고용해지 기준·절차 마련 등 고용조정 제도에 대한 종합적 개선이 필요하나, 그 의도와 다르게 오· 남용되거나, 경영상 해고를 위한 우회적 방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존재[5]하며 중소기업 노동시장의 불안 정성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음
- 따라서,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는 경우 이상의 우려와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노사 이견 및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오남용 방지를 위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 쳐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음[5]
2.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 고용노동부는 2014년 12월에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도입 등 근로환경 변화에 따른 근로조건의 합리적 적용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 기준·절차 명확화 : 판례상 인정되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 요건 구체화”[6]와 “노사정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 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고 밝혔음
❍ 경영계는 “법률 환경 변화나 기업 경영상 불가피한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도 반드시 과 반수의 동의를 얻 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제도”라면서 “판례를 반영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동의요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함
- 취업규칙의 경직성이 임금·해고·근로시간·업무배치에서 기능적·수량적 경직성을 강화시켜 ‘노조가 있는 대 기업 정규직’의 과보호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주장하면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근로자 동의 조항의 완화를 제시했음
❍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개별 사업장 상황에 따라 노사 자율적 합의로 결정할 문제로 정부가 과도 한 개입을 해서는 안되며,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집단의 동의 절차를 배제하는 것은 명백히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주장함
-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는 대다수 미조직·비정규 근로자, 중소영세업체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 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그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자신들의 불안정한 근로조건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도 제거하는 것임
-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는 결국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의 역할과 기능을 무력화 하는 것으로 귀결 될 것임
❍ (소결) 사용자 편의에 따라 근로자를 획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활용되고 있는 취업규칙제도는 ‘근로자 보호’의 측면은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
- 근로기준법이 추구하는 ‘근로조건 대등결정’ 원칙[7]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신고되는 취업규칙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이 없는지를 심사하고 적극적으로 반려처분을 내리는 등의 조 치가 필요함
- 위법한 취업규칙에 대한 보완·반려처분을 마련하여 취업규칙제도가 근로기법이 추구하는 ‘실질적인 대등 결정’ 절차가 보장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임
[3] ‘노사정 대타협 설명자료’, 노사정위, 2015.10.5, ‘주제별로 살펴본 노사정 대타협 주요내용 및 추진계획’, 노사정위, 2015.11
[4] ‘노사정위원회 전문가그룹 논의결과’, 노사정위, 2015.3.17
[5] ‘박근혜정부 노동개혁(5법안+2행정지침)의 문제점과 대응방향(안)’,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2015.10.14
[6] ‘비정규직 종합대책(안)’, 관계부처 합동, 2014.12.19
[7] 근로기준법 제4조에서는 근로조건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는 물론 근조조건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대법원 판례 역시 “기존 근로조건 내용을 사 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임
Ⅳ. 제언
1. 해고요건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통한 고용안정
????❍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산업재편 과정에서 해고를 통한 고용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일방적이고 상시적인 해 고 오남용으로 인한 실직자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낮은 것이 현실임
- 해고요건 완화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없으며, 근로기준법(제23조, 해고 등의 제한)을 우회 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행정지침을 통해서 현장에서 해고를 용이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임
- 「근로기준법」개정으로 해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하며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회피 노력의 내용과 절차를 구체화하고, 해고 이전에 업무 재교육이나 부서 재배치를 통한 저성과자의 생산성 제고에 먼저 노력하는 것이 필요함
- 실적 등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업무(대상 근로자)는 소수이고 대부분 평가지표가 상급자의 주관적 평가로 용인되고 있으므로 평가기준과 평가결과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인사평가 주체로서 노 동조합의 참가가 보장8)되는 합리적인 평가시스템 구축이 선결과제임
- 독일「해고제한법」처럼 해고 대상인 근로자의 임금을 낮추는 등 낮은 수준의 근로계약으로 재고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음
2.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
❍ 정년연장으로 근로자는 정년연장의 상당한 수혜자이므로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 며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에 협력할 필요가 있음
- 개별기업의 노사간 자율적 합의를 원칙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퇴직금과 국민연금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민간부문의 임금피크제 정착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함
- 현재 근로기준법상 불이익한 취업규칙에 대해 근로자 집단적 동의 절차를 준수하는지를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으며, 근로조건의 대등결정이 실질화가 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높이는 제도 보완이 필요함
- 노동자들(정규직, 비정규직)의 직무성과의 가치평가에 대한 기준과 합의를 전제로 업무의 내용과 양에 맞 게, 일하는 사람의 능력과 성과·생산성에 부합하게 임금을 정하는 것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 는데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해야 함
3. 국회 입법적 견제 및 통제력 강화9)
❍ 국회가 제정한 노동관계법령을 고용노동부가 월권하여 해석하거나, 입법을 우회하여 편법적으로 마련되 는 가이드라인, 매뉴얼(‘지침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하고,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법률을 제·개 정할 필요가 있음
- ‘지침 등’의 민감성과 파급력을 고려하여 고용노동부가 행정지침 작성시 노사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 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폐해를 예방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임
[8] 독일의「사업조직법」이 근로자대표위원회가 사용자와 함께 인사평가제도를 만들도록 규정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근로자참 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관련 제도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
[9] ‘고용노동부 행정지침, 매뉴얼 등의 문제점 및 사례 분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2015.4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