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행복, 진단과 과제
본고는 한국인의 행복수준을 진단하고 과제를 제시한다. 국제비교에서 한국인의 행복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2006년 세계행복지도에서 한국은 178개국 가운데 102위를 기록했고, 2008년 행복지구지수(HPI)에 의하면 143개 국가 중 102위에 불과했다. 한국일보가 기획․보도하고 있는 ‘저성장시대, 한국 행복리포트’의 경우도 비교 대상 4개국 중 가장 행복도가 낮고, 소득에 따른 행복격차가 크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행복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현실진단을 통해 본고는 첫째, 소득이 아닌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을 정부 정책의 목표로 삼고 그 근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민행복지수(GNH)의 개발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였다. 국민행복지수의 개발 및 측정을 위한 전담 기구로써 국민행복지수센터도 설립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성장만이 행복과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성장론의 환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공정책의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낙수효과에 기대하는 장신화(성장론)는 물질적 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초래하여 인간 삶의 근본을 해치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공공정책은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다양한 삶의 질을 중시해야 한다. 즉 단순하게 물질적 차원의 분배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과 사회적 평등을 강화하고 계급과 특권을 철폐하여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공공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
I. 배경
□ 최근 행복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음
❍ 1970년대부터 부탄은 국민총생산(GNP)대신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을 발표하면서 큰 관심을 받음
- 그 후 1990년대 이후에는 OECD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도 행복에 관한 많은 연구를 발표함. 영국과 캐나다의 통계청은 행복을 측정하는 사회적 지표를 개발하려고 노력하였고, 최근 한국에서도 행복결정 요인과 행복지수에 관한 다양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
❍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개인의 행복(삶의 만족도, 안녕, 효용 등)을 소득의 함수로 이해하여, 한 개인이나 국가의 소비능력이 향상되면 그 개인이나 국가공동체의 행복도 전반적으로 증가한다고 가정함
- 즉 소득이 증가하게 되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개인과 가계, 그리고 전체 국가의 행복은 증가한다는 것임
❍ 하지만 물질적 부를 창출하는 경제성장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해주리라는 근대화주의의 신념은 환상에 불과함[1]
- 미국의 1인당 실질국민소득(2005년 가격기준)은 1972년부터 2006년까지 약 2배 정도 상승하였지만, 자신의 삶이 매우 행복하다(very happy)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변화가 거의 없었음[그림1]
- 소득이 높은 사람은 소득이 낮은 사람에 비해서 평균적으로 더 행복하지만, 시계열 분석을 해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에 도달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의 증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거나, 매우 미미한 증가 수준을 보임
- 이와 같은 현상을 이스털린 패러독스(the Easterlin paradox)라 하는데[4], 핵심적인 메시지는 물질적 부를 창출하는 경제성장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해주리라는 근대화주의의 신념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임
❍ 한국인의 행복수준은 국제적으로 매우 낮은 현실임
- 최영국 레스터대학의 화이트 교수가 2006년에 작성한 세계행복지도에서 한국은 세계 178개국 가운데 102위를 기록했고, 2009년 영국의 신경제재단의 행복지구지수(HPI)는 143개 국가 중 68위에 그침(2008년은 102위). 2010년 OECD에서 실시한 더 나은 삶 지수(the better life index)는 34개 회원국 중에서 26위에 머물렀고, 2015년 UN의 세계행복조사결과도 한국은 47위에 불과하였음
- 김경동 외(2006)가 조사한 세계 10대 대도시 행복도 조사에 의하면, 서울이 세계 대도시 중에서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남[5]
- 196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의 수준이 국제적으로 낮다는 사실은 이제는 압축적 근대화 프로젝트가 한계에 왔으며, 따라서 새로운 방향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함[6]
[1] 김윤태. 2008. “행복지수와 사회학적 접근법: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한국사회학회 심포지움 논문집」.
[2] Johnston L. and S. Williamson. 2011. MeasuringWorth.com
[3] http://www.scholarpedia.org/article/Psychology_of_happiness
[4] Esterlin, R. 1974. "Does Economic Growth Improve the Human Lot? Some Empirical Evidence." in David, R.
and R. Reder eds. Nations and Households in Economic Growth. NY: Academic Press.
[5] 서울, 뉴욕, 토론토, 런던, 파리, 베를린, 밀란, 동경, 베이징, 스톡홀름 등 10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서울이 거주조건,
환경, 복지, 문화교육, 행복, 자부심, 도시행정 그리고 지역생활 등 거의 대부분의 조사항목에서 최하위로 나타남(김경
동 외 10인. 2007. 「세계 주요도시 행복도 및 경쟁력 분석」. 서울복지재단).
[6] 김윤태. 2008. 전게서.
II. 한국인의 행복. 현실의 진단
□ 한국일보는 ‘저성장시대, 한국 행복리포트’를 7회에 걸쳐 보도하고 있는데, 국제비교 여론조사 결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음
❍ 한국인은 나이가 들수록 불행함
- 일반적으로 연령대별 행복도는 U자형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인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떨어짐. 노년층의 경제적 어려움과 은퇴나 질병과 같은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여 세계 최고수준의 노인자살률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임[그림3]
- 이는 노후 준비 만족도에서도 확인됨. 노후 준비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36.1%로 덴마크(26%), 브라질(23%)보다 월등히 높음. 불안요인도 노후준비라는 응답비율(23.3%)이 3개국 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남
- 현대경제연구원(2016)도 한국인들의 경제적 행복을 조사하였는데[7], 경제적 행복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노후준비 부족(28.8%)이었으며, 자녀양육/교육(21.9%), 일자리부족(20.2%), 주택문제(19.1%)의 순으로 조사됨
자료: 한국일보․코리아리서치․신트, 4개국 2,500명에 대한 전화면접 및 온라인 결과
[7] 현대경제연구원. 2016. “경제적 행복의 장애물 노후준비 부족”. 「한국경제주평」.
❍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중도 한국이 단연 최하위
- 지난 1년 동안 행복하다고 느꼈는지를 조사한 결과 46.8%만 행복하다고 응답하여 비교 대상 4개국 중 가장 낮은 비중을 보임[그림4]
- 유엔 세계행복지수 순위와 비교해 볼 때, 소득 수준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은 국가는 한국(47위, 1인당 국민소득 2만8,338달러)과 일본(46위, 3만3,223달러)
❍ 부자와 빈자의 행복도 차이, 한국이 최고
- 한국의 상층은 절대다수(95.6%)가 행복하지만, 저소득층은 약 18%만 행복한 것으로 나타나 행복격차(소득 최상위 집단의 행복도-최하위 집단 행복도)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됨[그림5]
- 비교 대상 국가와의 비교에서도 행복격차가 가장 큰 국가도 한국으로 조사됨(한국 4.5, 일본 4.2, 브라질 3.2, 덴마크 2.0)
- 이러한 조사결과는 소득이 적을수록 고소득자와 비교해 불행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함. 사회안전망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일수록 현재는 물론 미래가 불안하고, 낮은 행복도로 표출됨
- 결국 경제가 성장해도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궁핍화 성장이 국민 전체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복의 궁핍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큼
❍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나라
- 한국 국민 10명 중 4명은 다시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함[그림6]
- 한국의 경우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은 첫째 이유로 치열한 경쟁(19.5%)이 꼽혔고, 정부불신(18.5%), 부정부패(17.8%), 삶의 질이 낮아서(16.2%), 불평등(14.8%), 경제적 어려움(6.7%)의 순으로 조사됨. 특히 경쟁 항목에서 덴마크(6.9%), 브라질(4%), 일본(2.6%) 보다 월등히 높아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남
III. 과제
□ 국민행복지수(GNH)의 개발이 필요함
❍ 행복이 정책에 구현될 수 있도록 행복지수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측정되어야 함
- 박근혜 정부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해놓고 행복지수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공약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임
- 한계에 부딪힌 기존의 국민총생산을 대신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주요한 지표로써, 국민행복지수를 개발하고 측정하여 한국사회의 행복동향을 과학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임
- 즉 소득이 아닌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을 정부 정책의 목표로 설정하여 교육, 건강, 조세, 복지 정책 등 구체적인 영역에 중점을 두어 추진해야 함[8]
❍ 국민행복지수 개발 및 측정을 위한 ‘국민행복지수센터’를 설립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함
- 특히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그리고 여성 등 인구집단별로 행복구조를 이해하고, 각 집단별로 가지는 독자적인 성격을 분석함으로써, 이를 사회․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데 필요한 근거로 활용해야 함
[8] Layard, R. 2005. Happiness: Lessons from a New Science. NY: The Penguin Press.
□ 경제성장만이 삶의 질과 행복을 보장한다는 성장론의 환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공정책의 방향설정이 필요함
공공정책의 이론적 지형 및 핵심 주장
이론적 지형 |
핵심 주장 |
성장론: 낙수효과 |
경제성장과 산업화과정이 숙련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노동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순차적으로 행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킴 |
국가론: 정책효과 |
국가의 역할이 성장과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발전단계와 연계된 정책의 효율성을 통해 사회적 수요를 충당하고 행복을 도모함 |
복지론: 여과효과 |
계량적 성과와 효율성 위주의 발전전략은 제도적 왜곡을 가져와 경제적 격차와행복 격차를 초래하며, 역으로 복지제도가 장기적으로 성장의 동력이 됨 |
출처: 서문기(2015)를 수정함[9]
❍ 경제성장만이 삶의 질과 행복을 보장한다는 성장신화(성장론)는 물질적 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초래하여 인간의 삶의 근본적인 목적을 놓칠 수 있음
- 성장률이 높을수록 좋다는 시각은 치열한 경쟁 및 과잉투자로 이어져, 급격한 구조조정 속에서 사람들은 성장의 혜택을 누려보지 못하고 위기를 맞이하게 됨
-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이 우선시되는 시장 및 물질 만능주의의 현대사회는 삶의 질, 행복, 인권, 환경의 문화적 토대가 붕괴될 수밖에 없음[10]
❍ 따라서 효과적인 공공정책은 경제적 측면 이외에도 다양한 삶의 질을 중시해야 함
- 행복정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물질적 기준 또는 경제적 효율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평등과 개인적 자유의 확대, 계급과 특권의 철폐,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방법론이 되어야 함[11]
- 즉, 단순하게 물질적 차원의 분배가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인간애를 실현하기 위한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해야 하며, 고용안정, 주택, 교육,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연금 이외에도 가정과 공동체의 안전, 정신과 신체의 건강, 참여민주주의와 같은 요인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임
[9] 서문기. 2015. “잘 사는 국가는 행복한가?”. 「한국사회학」. 49(1): 111-137.
[10] Pinker, S. 2003. The Black Slate: The Modern Denial of Human Nature. NY: Penguin Books.
[11] 김윤태. 2008. 전게서.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