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 나타난 문제점과 과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획정 시한을 105일이나 넘겼으며, 무엇보다 사상 초유의 선거구 무효 사태를 초래한, 최악의 선거구 획정의 사례로 남았다. 아울러 비록 봉합 수준에서 선거구 획정 합의는 이루어 졌지만 헌법재판소 판결을 계기로 논의가 이루어진 개혁 과제들은 오히려 개악의 형태로 남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축소 판결은 투표 가치의 비례성을 높이는 데 그 의의가 있었으며, 이를 계기로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비례성을 높이는 여러 방안들이 활발히 제시되었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는 새누리당의 원천 반대와 치킨 게임 속에 비례의석이 오히려 줄어 오히려 비례성은 이전보다도 악화되었다. 아울러 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제도적으로는 이루어졌으나 위원 구성 등 운영의 문제로 인해 결국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2015년말 양대 정당이 일정 수준 의견이 접 근한 상태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일명 ‘노동 5법’과 최근 관심을 불러일으킨 ‘테러방지법’을 선거구 획정 과 연계한 것이다. 법안의 연계 전략은 정치적 타협에서 정당이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법정 시한을 무시하고 선거구 무효 사태까지 초래하면서까지 연계 전략을 고수한 것은 의회정치를 무력화한 것이며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라 하겠다. 제21대 국회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논의된 과제들과 돌출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식을 재조정하고, 법정 시한 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국회가 법정 시한을 넘기는 경우 자동 획정되는 등의 획기적인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획정과정에서 제기된 과제인 한국 선거제도의 개혁을 위한 기구를 조기에 구성해서 면밀 하고 신중한 검토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
I.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 정치의 실패
□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제도 개혁으로 시작했으나 정치 실패로 최악의 혼란을 겪은 사례
❍ 획정 시한을 105일이나 넘겼으며 선거구 무효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을 57일이나 방치.
-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2015년 11월 13일이었으며,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편차 판결로 선 거구가 법적으로 무효가 된 것은 2016년 1월 1일.
- 국회가 획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단일안 도출 실패, 선거구 획정위원회 활동
❍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헌법재판소의 현행 선거구 헌법불합치 판결로 인해 대폭적인 변화가 예정된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은 되었으나, 사상 초유의 선거구 무효 상태를 57일이나 방치하는 등 당초 예상
보다 더 큰 파행을 겪은 핵심 원인은 제도보다는 정치의 실패임.
-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인구편차를 2:1 이내로 조정할 것을 요구한 상태에서 농어촌 선거구의 대표성 문제, 각 광역간 불균형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은 예상되었었음.
-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구획정위원회 제도 개혁과 구성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것도 이같이 어려운 상 황 요인을 감안한 것이었음.
- 그러나 예상한 문제나 제도적 문제보다 각 정당의 내부 상황으로 인한 획정기준 타결 지연 및 정부여당의
법률안 연계 처리 요구라는 정치적 문제가 파행을 주도한 핵심 원인이 되었음.
□ 만시지탄이나마 2월 23일 선거구 획정 기준 합의는 이루어졌지만, 초기에 제기되었던 선거제도 개혁의
요구,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등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은 완전히 실패
❍ 일단 봉합 수준에서 위법 상태는 해소되었으나,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제기되었던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 및 획정 과정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 요구는 완전히 실종됨.
- 2016년 2월 23일, 총선일을 불과 51일 남긴 상태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이 선거구 획정 기준 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봉합수준으로 위법상태는 해소.
- 비례성 강화를 요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무색하게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으로 선거구 획정 기준이
마련되어 오히려 비례대표가 줄어들어 비례성 확대를 위한 비례대표 확대 요구는 오히려 후퇴하였음.
-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당간의 야합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독립성 강화가
모색되었으나 결국 실패하였음
❍ 본고는 유사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선거구 획정 과정의 문제점을 짚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20대
국회가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자 함.
Ⅱ.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선거구 무효 상태의 핵심 원인
□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축소 판결 이후 제19대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기된 선거제도 및 선거 구 획정 과정의 과제는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와 선거구 획정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였음.
❍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축소 판결의 의의는 투표 가치의 비례성을 강화시키는 데 있음.
- 헌법재판소가 3:1의 인구 편차를 2:1로 축소한 것은 3:1의 인구 편차가 투표의 가치 비례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임.
- 실제로 미국 연방하원은 인구편차 1:1을 원칙으로 하는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1:1을 원칙으로 하며 현실 에서도 인구 편차를 1.5 내외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례성 강화는 민주적 원칙과 흐름에 부합
-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비례성 제고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제를 제안한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권역별 비례제 또는 비례대표 증원을 개혁 과제로 제시하고 추진하였음.
❍ 선거구획정이 국회의원들과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 및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음.
- 19대 이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의장 소속의 자문기구였을 뿐 실질적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선 거구는 각 정당의 흥정에 따라 획정되곤 했었음.
- 19대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역할을 실질화하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개혁을 추진하여
조기에 제도적 개혁을 실행하였음.
□ 상기 과제들 중 투표 가치의 비례성 강화 요구는 결국 완전히 실패함.
❍ 원칙적으로 투표 가치의 비례성과 의회 구조의 안정성은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가치라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비례성이 약한 소선거구제만 운용한다고 해서 비민주적인 제도는 아님.
- 다만, 안정성 속에서도 비례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순수 소선거구제 국가들은 인구편차를 1:1에 근접 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비례성 속에서도 안정성이 필요하므로 독일 같이 비례제를 강조하는 선거 제를 가진 국가들은 건설적 불신임제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것임.
- 우리나라 비례대표제는 5공화국 군사 독재 정권이 안정적인 국회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기형적으로 구성 한 ‘전국구’ 제도로 출발했지만, 87년 1인 2표제 도입 이후 비례대표는 격심한 투표 가치 불평등성을 일부 나마 완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당득표율과 의석점유율간의 편차는 컸는데, 예컨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은 37.5%의 정당 득표율로 51.2%의 의석을 점유했으며, 19대에서 새누리당은 42.8%의 득표율로 의석 점 유율은 50.7%, 당시 민주통합당은 36.5% 득표율로 42.3%의 의석을 점유한데 비해 통합진보당은 10.3%의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의석점유율은 4.3%에 불과했었음.
- 2:1로 인구편차를 축소해도 현 비례대표 정수로는 투표 가치의 불평등성 완화,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므로 비례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었던 것임.
❍ 20대 총선은 현행 의원정수와 선거제도를 유지하면서 지역구만 253석으로 늘이고 비례대표를 47석으로
줄임으로써 비례성을 오히려 약화시킴.
- 비례성 강화 요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제도에서 기득권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비례 의석을 늘 리거나 동결하더라도 비례성을 높이는 독일식 권역별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정의당은 의원정수 확대 및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였음.
- 새누리당은 현행 제도에서 가장 큰 기득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비례성 강화에 대해 매우 강한 반대를
표시하였으며, 비례성 강화를 위한 제도 도입 논의 자체를 거의 거부하였음.
- 선거구 획정 자체가 지연되면서 비례성 강화 논의는 실종되었으며, 결국 안정성을 매우 강화시킨 것도
아니고, 비례성을 높인 것도 아닌 ‘어정쩡한 개악’으로 귀결되었음.
□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19대 정치개혁특위의 성과였으나, 국회의 합의 실패, 선거구 획정위
원회의 구성 문제로 결국 실패함.
❍ 19대 정치개혁특위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이관하고 선거구 획정 권한을 획기적
으로 강화함.
-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기존의 ‘국회의장 자문기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의 독립위원회로 변경
하고 중앙선관위 사무처의 지원을 받도록 함으로써 독립성을 강화시킴.
- 선거구획정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2/3으로 함으로써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도록 함.
-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국회가 고칠 수 없고, 선거구획정안이 법률이 정한 선거구 획정 기준에 위 반된다고 판단될 때만 그 이유를 붙여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2/3 이상의 찬성으로 1회에 한해 수정 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여 기존 제도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었음.
❍ 제도적 개혁은 이루어졌으나 국회가 의원 정수 문제 합의에 실패하고, 이를 결정해서 압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선거구획정위원회도 구성과정과 운영의 문제로 실패함으로써 결국 제도적 개혁의 성과는
형해화.
- 국회가 전술한 비례성 관련 선거제도 논란 및 인구편차 판결로 조정이 필요한 지역-비례 의석 정수 합의 에 실패하여 선거구획정위원회에 획정 기준을 보내지 못함.
-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정수 확정을 시도하였으나 의결정족수가 2/3인 상태에서 내부 이견으로
실패함.
-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의결 실패는 위원 구성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1인만 당연직으로 하고 나머지인
8인을 각 교섭단체가 추천하고 비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획정위원회가 각 정당의 이해관계에 일부 종 속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에 주 원인이 있음.
- 실제로 획정위원들 중에서는 자신을 추천한 정당의 이해에 따라 평소 소신이나 발언과 다르게 표결에
임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정당이 합의하지 못하는 한 획정위도 합의하지 못하는 구조가
되어 독립성 강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
□ 제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지연에 사상 초유의 선거구 무효 사태까지 온 핵심적인 원인은 정치적 문제.
❍ 법정 기한내 선거구 획정 기준 합의 실패와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활동 실패의 일차 원인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의 정치적 합의 도출에 있음.
- 2015년 양당은 비례성 강화와 선거구 획정 기준 합의를 위해 대화를 지속했지만, 비례성 강화 문제가
의원 정수 및 의석 구조와 직결됨에 따라 합의 도출에 실패
- 새누리당은 비례성을 강화하는데 대해 매우 비타협적인 자세를 보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압박
할만한 여론 조성에 실패한 상태에서 시한을 지켜내지 못했음.
❍ 2015년 상황이 양 당의 정치적 타협 문제였다면, 선거구 무효 상태가 57일간 지속된 것은 정부여당의
법률안 연계 처리 방침이 핵심 원인
- 선거구 무효 상태를 앞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현행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비례
정수 동결 또는 현재 합의된 지역 253석-비례 47석에 거의 접근한 상태였음.
- 양 당의 논의 과정에 결정적으로 악영향을 미친 것은 새누리당이 선거구획정과 노동5법, 북한인권법, 테 러방지법 등 정부의 숙원 법안 연계처리를 들고 나온 것으로, 노동5법중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찬성할 수
없고 국정원에 대한 견제책을 마련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고 국정원에 너
무 큰 권한을 부여하는 테러방지법의 일부 조항 개정이 필수적인 상태에서 선거구획정과의 연계 처리를
동의할 수 없었음.
- 선거구 획정을 볼모로 삼은 연계처리 정국에서 양 당은 치킨게임을 벌였고, 결국 여당이 노동4법의 연계
처리를 실질적으로 철회하고 협의 처리로 변경함으로써 선거구 획정 합의가 이루어짐.
Ⅲ. 선거구 획정 방식의 개선 방향
□ 일차적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기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 시기 및 구성 방식 의 개선과 국회의 정치적 고려에 따른 처리 지연 방지가 필요함.
❍ 선거구획정이 총선에 임박해서 이루어지는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구성 및 획정이
조기에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음.
- 현행 선거법은 차기 국회의원 선거일 전 18개월부터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일 전 13개월까 지보고서를 제출하며, 획정안을 회부받은 위원회는 지체없이 심사하고 선거일 1년전까지 확정하도록 되 어있음.
- 선거일 1년전 확정을 규정한 것은 인구 이동에 따른 변동을 최대한 반영하고, 합구나 분구 등 선거구
변동에 따른 의정 및 현장 활동의 혼란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으나, 선거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선거구 획정은 정치적 고려에 따른 지연 가능성을 높이는 폐단이 있음.
- 현재 한국에서 인구 이동이 급격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거구를 정치 일정과 관계
없이 5년, 혹은 10년 주기로 획정하거나 최소한 조기에 획정하도록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
ex) 유사한 제도 구성 사례
1. 영국은 상설기구인 경계위원회(Boundary Commission)이 5년마다 선거구획정에 대한 조사 결과 보고서 를 제출하고, 현행 선거구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하원이 경계위원회의 보고서에 기반하여 각 지역별 선거구령을 입법.
2. 미국은 주 의회 또는 독립위원회가 10년 주기의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획정하되, 연방하원 선거구는 1:1 의 인구 편차를 대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가장 작은 카운티의 경계 정도가 존중될 뿐 기계적으로 획정됨.
3. 캐나다는 10년 주기의 인구조사에 맞춰 인구조사 발표 60일 이내에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구성 되어 의회와 상관없이 의석 수와 선거구를 확정함.
4. 독일은 상설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하원 임기개시 15개월 이내 보고서를 제출하고, 하원은 임기 개 시 32개월 이전에 차기 선거를 위한 선거구 획정을 입법하도록 되어 있음.
❍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상설로 하여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거나 최소한 정당의 이해관계 대립을 조정할
수 있는 형태로 위원 구성을 조정할 필요가 있음.
-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임기가 보장되고 독립적인 사무처를 가진 상설기구로 설치하여 지방선거 및 국회
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으나, 결국 국회의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영향을 받 을 수밖에 없고, 기구 운영 비용과 편익의 문제, 농어촌 대표성같은 정치적 문제의 고려 없이 결정될 가능 성이 높다는 한계가 있음.
- 현행과 같이 획정위원회를 일정 시기에 구성하더라도, 구성원의 1/3을 신분이 보장된 법관으로 충원하여
정치적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않을 때에도 획정위가 기능 부전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 음.
- 프랑스는 획정위원의 절반을 법관으로 구성하며, 독일은 연방대통령이 지명하는 연방행정재판소 법관을,
캐나다는 각 지역별로 구성되는 획정위원회에 각 지방법원의 최고재판관이 임명하는 법관을 포함시키는
사례를 볼 때, 충분히 검토할 수 있음.
❍ 공정하게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를 획정하고, 이에 대해 의회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법정
기일내 입법을 통해 확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이번 선거구 획정 지연 사태에서 보듯이 비정상적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음.
-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구성 방식 변경을 전제로, 획정위원회는 반드시 법정 기일내에 획정안을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국회는 현행과 같이 1회에 한해 재획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되, 법정기일 내 확정되지 않는
경우 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이 자동적으로 확정되도록 하는, 다소 과격한 방지책도 검토해야 함.
- 입법권의 침해 및 선거구 획정의 정치적 토론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있지만, 선거구 무효 사태까지 벌어
지는 한국의 현실에서 자동확정 제도는 일정 기간이라도 운용할 필요가 있음
❍ 정치 상황과 선거구 획정에 가려 사라졌지만, 투표 가치의 불평등성을 해소하고 한국의 선거 제도가
우선해야 할 가치를 확인하여 제도를 개선하려는 요구는 여전히 중요함.
- 2015년에 활발히 논의되었던 선거제도 개혁 요구는 현재 잠복된 상태이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와
필요는 여전히 잠재되어 있음.
- 민주주의의 원칙과 가치 및 한국의 권력구조와 정치적 특성을 고려한 선거제도를 구성하는 것은 이후
국회에게 주어진 임무임.
❍ 제21대 국회에서 한국의 선거제도에 대한 연구와 토론, 입법을 책임지는 특별위원회를 조기에 구성하여
상기 요구에 응답해야 함.
- 임기 후반기에 차기 선거를 위해 관습적으로 구성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아닌, 제도 개혁을 전제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선거 제도 개혁을 담당할 위원회를 구성하여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응답 할 필요가 있음.
IV. 결어 - 정상적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 민주주의는 선거에 기반한 정치체제이며, 법치주의에 근거할때만 국가-정치의 정당성이 있음.
❍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선거제도,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선거구, 중립적이고 공정하며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반
- 선거제도가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고, 투표 가치가 불평등하고 게리맨더링이 심각한 선거구, 국가기관이
개입하고 후보 및 국민의 의사를 제약하는 선거라면 이미 민주주의 국가라 볼 수 없음.
- 현재 한국의 선거제도는 국민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평등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보기 어려우며, 선거구
획정에 정파적 법안 연계 같은 비상식적 발상이 난무하고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현실을 볼 때, 한 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퇴보 상태라 말할 수밖에 없음.
❍ 2016년 선거구 무효 사태는 의회주의에 대한 무시이자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임.
- 공직선거법이 시한을 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어긴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의회 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드는 행위.
- 국회나 정부가 법률을 무시하면서까지 정파적 이해를 우선하거나 여론에 영합하는 것이 당장은 유리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는 결국 국가의 정당성 자체를 잠식하고 국가 발전의 기반을 허무는 일임.
□ 2016년 선거구 무효 사태를 계기로 제21대 국회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맞는 선거 제도 및 선거 제도
운영 개혁을 위해 개원과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임.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정책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