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대한반도정책: 전망과 과제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미국 국민들의 정서와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가 제시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대외정책에서 ‘신고립주의’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과정에서 미국이 기존의 개입주의 외교에서 탈피하여 ‘국제분쟁에 대한 개입을 지 양해야 하고 안보는 해당 국가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시대 미국의 대 외정책 기조는 고립주의 정책을 추구할 것이지만, 미국의 이익을 고려하여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정책 을 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한반도정책이 수립되기까지는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 상되는 바,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한 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있어 정책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며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가 예상되는 바, 미국의 확장억제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 향에서 협상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선거과정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정책적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으나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를 시사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아울러 미국 외교협회가 트럼프 당선인에 게 제출한 ‘CFR 보고 서’가 북한 비핵화의 중간 단계로 ‘핵동결 협상’을 제시하는 등 미국 차기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전향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의 새로운 기회로 삼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장기적으로 구상하는 새로운 로드맵을 한국이 주도적 으로 마련하여 제안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1.5 트랙 등 다양한 차원의 ‘전략대화’를 활성화함으로써 양 국간 전략적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미국 대외정책에서의 변화와 ‘불확실성
(uncertainty)’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
❍ 대외정책에서 트럼프는 ‘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표방하는 고립
주의가 미국 대외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민심의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임
-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 센터가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7%가 “미국은
미국 내의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하고 다른 나라 일은 다른 나라가 해결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응답
하였으며, 반대 의견은 37%에 불과하였음
- 미국인 다수가 미국의 자원과 에너지를 국제적 역할에 투입하기보다 당면한 국내문제 해결에 사용하기
를 원하는 고립주의적 성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임
-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 상원의원 역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는 대
외정책을 주장한 바 있음
.
□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무역통상에 있어서는 보호무역주의, 군사안보 분야에 있어
서는 고립주의로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임
한 것으로 평가됨[2]
- 당시 고립주의는 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미국인들이 경제적 대공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국제
적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경제문제 해결 등 국내 과제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의사가 외교정
책에 반영된 것이었음
[1] ‘먼로 독트린’의 고립 원칙은 유럽이 미 대륙에 개입하지 않는 한 유럽문제에 미국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 원칙은
미국이 유럽문제에 개입할 능력이 없었던 당시로서는 큰 의미가 없었음. 권용립,『미국 외교의 역사』(서울: 삼인, 2016), pp
.162-163.
[2] 1935년에서 1941년 시기 미국의 고립주의와 관련해서는 남궁 곤, “미국 고립주의 외교의 사회적 배경: 1935~1941년 고립
주의 여론에 관한 비판적 연구,”『한국정치학회보』35집(2001) 참조.
Ⅲ. 미국 신행정부의 동북아 및 한반도정책 전망
□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동북아정책에 있어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온 ‘아시아 재균형정책’의 조정은 불가
피할 것으로 예상됨
❍ 트럼프는 아시아보다는 유럽과 중동지역 등에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으며, 선거기간 중
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는 미·중간 통상 관계를 중심으로 언급함
- 선거과정에서 트럼프가 제시한 정책을 평가할 때 비판은 강하지만 대안 제시가 없다는 점과 공약의 비
일관성 등으로 인해 대외정책의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임
□ 트럼프의 대북정책 구상이 현재까지 분명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도가 높
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미간 잠정 타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음
❍ 대선과정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협상을 모두 언급하는 등 정책적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으나, 북한과의 대화를 시사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함
- 트럼프는 지난 1월 공화당 경선 당시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평가하였으나 6월 애틀란타 유세에서는
“김정은이 미국에 오면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는 등 북한에 대한 대화와 압박
카드를 모두 시사함
❍ 한편, 지난 6월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트럼프에 대해 “현명한 정치인 이고 선견지명이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라고 평가하는 등 우호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 바, 북한은 차기 미국 정부가 ‘탐색
적 대화(exploratory talks)’를 시도할 경우 긍정적으로 반응함으로써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고자 할 가능
성이 있음
❍ 트럼프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오바마 행정부의 재난에 가까운 대외정책 실패를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
하면서 ‘전략적 인내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함
- 미국 외교협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가 트럼프당선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대한 보다 분명한 선택(A Sharper choice on North Korea)’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역시 오바마 정부의 대
북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함
- 동 보고서는 권고사항에서 북한 비핵화의 중간 단계로 ‘핵동결 협상’을 제시한 바, ‘미국은 시급히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제한하고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도록 협상방식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제안
함
- 또한 제인 하머 우드로윌슨센터 소장이 대북 협상론을 주장하는 등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제재 일변도
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
❍ 한편, 트럼프는 북한문제에 있어 미국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중국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온 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됨
- 앞서 지적한 ‘CFR 보고서’의 부제가 ‘동북아 안정을 위한 중국의 관여(Engaging China for a Stable
Northeast Asia)’라는 사실에서 나타나듯이, 보고서는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중국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느냐를 성패의 관건으로 분석하였음
□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트럼프는 지난 4월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 구상을 밝히는 자리에
서 방위비 분담 증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언함
❍ 트럼프는 한국을 ‘안보무임승차국’으로 규정하고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방위비를 지불해
야 한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에게 주한미군 주둔비용 100%를 부담하라고 요구하기도 함
❍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을 실제로 철수할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 측에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
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음
-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국장은 지난 18일
한미동맹을 ‘사활적 동맹(vital alliance)’으로 표현하면서 동맹 기조를 계속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밝힌 것
으로 알려짐[3]
-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는 주한미군 보호 차원이라는 명분하에 미 국방부가 강한 추진의지를 지니고 있
다는 점에서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됨
❍ 아울러 트럼프는 ‘필요하다면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장을 통해 자국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으나 당선 후 실제로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은 낮음
-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CFR) 회장은 지난 14일
한국의 의원외교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미국의 이익에도 반한
다”고 지적한 바 있음
- 한편,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주장과 관련하여 미국 전문가들은 ‘전술핵을 대부분 폐기했고 전략핵무기
는 한반도 전구배치가 가능하지 않은 비현실적 주장’이라고 일축함
□ 무역·통상정책에서 트럼프행정부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보다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바, 대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됨
❍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비준 반대와 한미 FTA의 재검토를 주장해온 바,
1997년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3분의 1이 사라진 것은 한미 FTA를 비롯한 각종 불공정한 무역협정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함
- 자유무역협정 확대로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 것을 걱정하는 미국 내 여론 가운데 국무장관시절 TPP를 지
지했던 힐러리 클린턴조차 선거과정에서 TPP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음
- 한미 FTA의 전면적인 재협상을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대중국 관세 인상 등의 조치를 통
해 한중 모두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음
[3]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트럼프 정부의 임기 초기 한반도정책에서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것
으로 분석되고 있음
Ⅳ. 정책제언
□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은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등 한국 외교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바, 트럼프 정
부가 추진할 한반도정책의 다양한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
❍ 차기 정부 출범이후 트럼프 당선인이 관심을 두고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국내 문제를 중심으로 우선적인
정책 추진이 이루어지는 한편, 구체적 구상이 제시되지 않은 외교안보 정책 등은 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추진될 가능성이 있음
- 미국의 실제 대외정책 결정과정은 다차원적인 제도적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인 바, 대통령후보로서 선
거과정에서의 언급과 취임 후 실제로 집행되는 정책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임
- 다만, 트럼프의 독단적 리더십이 갖는 특성상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하여 돌출적인 발언과 행동이 제기될
가능성은 있음
❍ 트럼프의 고립주의 노선과 관련하여 현재 미국이 지니고 있는 국제적 지위와 여러 정치·경제적 이점들
은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부터 비롯된 것인 바,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나 한미 FTA의 전면 재협상과
같은 정책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
- 트럼프는 동맹국과의 관계조차 미국의 이익 관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인 바, 취임 후 한반도가 미국
의 주요 이익에 해당하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경우 미국의 리더십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임
□ 한미동맹 등에 관해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당선자 인수위 기간을 거쳐 취임
후 있을 ‘정책검토(policy review)’ 기간에 우리의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임
❍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정책이 수립되기까지는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불확실성의 국면에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정책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임
❍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주한미군 운용 전반을 재평가할 가능성이 있는 바,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
와 사드문제 등 양국간 주요 현안에 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함
- 2018년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통해 2019년부터 5년간 적용될 방위비분담금이 결정될 예정인 바, 한미동
맹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가운데 양국간 호혜적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에서 협상안을 마련해야 할 것
임
※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2014년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
은 2015년 약 9,300억원의 방위비분담금을 지불하였음
-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박근혜정부에서 재연기하기로 결정되었던 바, 트럼프 정부의 출범을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의 계기로 삼고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이루어나가야 할 것임
- 사드 배치 문제는 미 국방부의 의지가 강한만큼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다만 사드 운용 비용에
관하여 미국의 추가 요구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함
□ ‘선비핵화’를 고수해온 미국의 대북정책이 차기정부 출범 이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바, 트럼프 정부
의 출범을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가 주도적 역할 을 행사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임
❍ 최근 워싱턴 정가의 변화 움직임이 당장 북미간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으나 미국 차기 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전향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바, 제재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온 우리 정부도 이러
한 대화 국면에 대비해야 할 것임
- 대북 강경론을 폈던 김영삼정부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와 북한간 북미대화가 이루어짐으로써 한국이 소
외되었던 상황과 같은 우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임
- 대북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된 바 없고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문제가 차지하는 우
선순위가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북핵문제 해결 등에 있어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모색해야
함
-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에 제임스 마티스 전 중앙군사령관 등 강경 보수성향의 인사들의
입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은 더욱 긴요할 것임
❍ 제재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에 한계를 지니는 바, 대북제재를 지속하는 가운데 북
핵 해결을 위한 협상을 추진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 추진 필요
- 지난 2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제안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 추진’ 논의를 수용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장기적으로 구상하는 새로운 로드맵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마련해서 제시
해야 할 것
□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공동 프로젝트나 1.5 트랙 등 다양한 차원의 ‘전략 대화’를 활성화함으로써
한미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함
❍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선거기간 동안 트럼
프의 한반도정책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불명확하였던 바, 새롭게 구성될 외교안보 참모들의 역할이 미국
의 대북정책 등 한반도정책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임
- 미국 의회와 새 정부에 참여할 인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대화 채널을 확보하고 한미동맹 현안과
북핵문제 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