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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법원행정처 개혁방안

배경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법원행정처 개혁방안

배경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하여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일선 판사들의 진실공방이 뜨겁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상고법원을 위한 ‘야심’이 아니라 그 야심에 무방비로 농락당한 ‘사법구조’가 문제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사법구조의 민주적 허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사법행정권 남용은 ‘법관의 서열구조’, ‘대법원장의 권력과 견제장치 미흡’, ‘법원행정처의 과도한 업무 범위’에서 파생된 문제다. 각각의 문제는 헌법에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본고는 추락한 사법부의 위상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법원행정처의 개혁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법관의 인사를 이원화하고 전보를 제한해야 한다. 둘째, 법원행정처의 업무범위를 제한하고 법원행정처의 인사권을 헌법 개정을 통해 ‘대법관추천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 셋째, ‘판사회의’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 판사회의의 운용을 실질화해야 한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Ⅰ. 사법개혁의 필요성

□ 국민의 불신과 사법부 권위의 추락

○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 사법부의 권위는 법치국가의 토대를 이루는 것으로서, 사법부의 신뢰 상실은 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

- 2015년 OECD에서 발표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사법 신뢰도는 27%로, 이는 OECD국가의 평균인 54%보다 낮아 평균 미달인 수준

- 조사대상 42개국 중에서도 39위를 차지하여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

-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 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도 법원의 기관 신뢰도는 4점 만점에 2015년 2.2점, 2016년 2.1점, 2017년 2.2점으로 3년 연속 최하위 기록

○ ‘사법 불신의 주된 이유는 돈’과 ‘권력’에게 관대한 법 적용 때문

- 재벌의 기업범죄는 범죄의 수준에 비례한 엄격한 처벌보다 집행유예를 받는 사례가 많음. 2000~2014년 재벌이 저지른 기업범죄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확률은 72%로, 특히 재벌의 기업범죄에서는 1심보다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임1)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혐의 재판관련 1심에서는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고 판단하였음에도, 상고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음  



 

○ 전관예우 등의 관행으로 ‘동일범죄 동일처벌’의 기본 원칙이 흔들리고 있음

-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 형사사건에서 부장급 이상 판·검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쓸 경우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이 비(非)전관 변호사에게 맡긴 경우의 약 2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음2)

□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법구조

○ 법관 인사제도는 예비판사·평판사·부장판사·고법부장판사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법관의 서열화를 촉진하고 서열의 정점에 있는 대법원장의 권력을 극대화함

- 모든 법관은 헌법 제103조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독립성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음

- 법관의 서열이 정해지는 전보인사는 2~4년에 1회 이뤄지는데, 판사들은 더 좋은 보직을 받기 위해 인사권을 가진 법원장과 대법원장을 의식할 수밖에 없음

○ 대법원장을 견제하거나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대법원장에게 제왕적 권력이 주어짐

- 대법원장은 최고 사법권 행사기관으로서의 대법원의 수장이며, 법원 전체의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행정의 수장을 겸임하고 있음

- 특히, 법관 전보·해외연수·타기관 파견 등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며 모든 법관과 판사·각급 법원장·대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는 등 대법원장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음

- 대법원장과 사법행정권을 견제하는 대법관회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법관인사위원회, 판사 회의 등의 장치가 있으나 실질적 역할은 매우 제한적임

-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부의 권력을 견제할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장치가 필요한 실정임

1) 최한수, 이창민, “법원은 여전히 재벌에 관대한가”, , 2018.4.23

2) 최한수, "사법부 전관예우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 2018.4.11

 

□ 법원 위에 군림하는 법원행정처

○ 법원행정처는 재판업무를 보조하는 ‘행정’의 지원을 넘어서, 스스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짐3)

- 법원행정처는 법관들의 인사와 법원의 예산 조정 및 사법정책을 수립하는 행정기관임


 

 

- 특히, 법원행정처의 인사관리실은 전국의 법관들에 대한 인사의 중심권한을 가지며, 사법정책연구실은 사법 과정의 정보를 수집하여 전국의 법관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기준을 양산하고 있음

- 이러한 법관의 인사권과 통제권은 전국의 법관을 통제하고 재판을 획일화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임

○ 행정조직인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법관에게 사실상 ‘승진’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법관들이 법원행정처에 예속됨 3)

- 현재 법원행정조직의 주요 보직에 판사가 배속되어 판사가 재판업무가 아닌 ‘행정’업무를 맡고 있으며, 이는 법원행정처에서의 근무경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 유리한 승진루트로 작용하기 때문

- 행정조직은 성격상 상급자의 지시를 이행해야 하는데, 양심에 따라 독립된 판단을 해야 하는 법관이 법원행정조직에 예속하게 되는 문제 발생

3) 한상희, 법원행정처의 개혁방향, 민주법학 제29호, 2005, 59p.

 

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태 양상

□ 진보적 성향의 판사에 대한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

○ 2017년 2월, 양승태 대법원장이 재임 당시,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사찰하여 판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됨

- 법원 내 진보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관의 승진, 전보, 평정, 사무분담 등 모든 사법행정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개혁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준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는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정리를 위한 전산상 조치를 예고 공지함

- 이러한 법원행정처의 전산상 조치가 대법원장의 제왕적 사법행정권한을 지적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며,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항의한 판사의 겸임발령이 해제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옴

○ 2017년 4월, 진상조사위는 세간에 불거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하였으나 사실무근으로 결론내렸고,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는 일부 확인됨

○ 2018년 6월 5일, 판사들의 근무행태·성격을 분석해온 파일이 공개되어 사실상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을 사찰해온 것으로 드러남

-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이와 관련된 문건 98개 파일을 공개함

- 공개된 「문제 법관에 대한 시그널링 및 감독 방안」 문건에 따르면, 판결문 개수와 분량·법정변론 진행 녹음파일 등을 이용하여 판사들의 근무행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였음

- 일부 판사에 대해선 “징계를 대신한 문책' 대신 '가급적 직무 태만 행위 내지 비위 행위로부터 전보 등 인사 조치를 정당화할 객관적·합리적 사유를 추출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적시

□ 삼권분립에 대한 명백한 훼손

○ 통진당 해산심판,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등과 같이 박근혜정부의 정치적 현안과 관련한 재판에 대해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협상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남

- 2018년 1월 추가조사위 및 특별조사단의 추가조사 실시 과정에서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와 긴밀하게 연락한 정황과 주요 재판의 동향을 파악한 문서 드러남

- 「BH(청와대) 민주적 정당성 부여방안」, 「조선일보 첩보보고」,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VIP(대통령) 거부권 정국분석」, 「하야 가능성 검토」 문건 등 발견  



 

□ ‘국민이 재판받을 권리’가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전락

○ 본 사건은 국민의 기본권인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해당 재판 피해자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례가 다수

- 2006년 KTX 승무원들의 직접고용청구재판이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당시 해고된 승무원들이 해당재판 무효를 주장했고, 사상초유로 대법원 내 진입하여 농성을 벌이기도 하였음

- 2018년 5월 30일, 재판의 피해 당사자들(키코 공동대책위원회, 긴급조치피해자모임, 전국교 직원노동조합, 민주노총, 민변 등)은 자신의 재판을 청와대의 거래 대상에 이용한 사법농단에 대하여 공동으로 고발

Ⅲ. 법원행정처 개혁 방안

(1) 해외사례 검토

□ 사법 선진국은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법관의 서열구조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계급 구조를 생성해 내는 법관전보를 통제하고 있음

○ 우리나라의 직급구조는 일본의 ‘판사보, 판사, 고등재판소 장관, 최고재판소 판사, 최고재판소 장관’의 5단계 사법제도와 유사한데, 이는 우리나라의 사법구조가 일제 강점기 이후 진일보하지 못했음을 방증함

○ 그러나 미국, 독일, 영국에서는 직급이나 승진제도가 없어 판사의 독립성 강화로 이어짐



 

○ 이탈리아에서는 헌법에 판사의 동의 없이 다른 법원으로 전출되거나 같은 법원 내에서 다른 직무로 이동되지 않는 ‘부동성의 원칙’을 두어 법관 전보 제한함  

 

□ 사법 선진국의 경우,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을 사법부 외부에 두고 있음4)

○ 사법행정권은 사법부가 아닌 법무부와 같은 다른 국가기관이 담당하는 사례가 일반적으로, 독일과 영국에서는 법무부에서 행정사무 담당

○ 프랑스의 ‘최고사법관회의’, 스페인의 ‘사법 총평의회’와 같이 별도의 독립된 사법행정기관이 사법행정권을 담당하기도 함



 

□ 특히, 독일의 경우 법관의 독립적 대표기구인 ‘판사회의’를 운용하여, 민주적으로 사무를 분담함

○ 우리나라는 ‘법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특정한 부로 하여 사건을 담당하여 심판하게 할 수 있다’(법원조직법 제7조) 규정에 따라 법원장이 재판부 구성에 전권을 가지고 있음

4) 성창익, “독립적 사법행정기구 신설 제안”, , 2017.6.27  

○ 그러나, 독일은 사무분담을 법관의 자치 사무로 보아 ‘사법권 독립’유지. 독일 법원조직법에는 법원장의 사무분담권 내용 없음5)

- 법원장의 사건배당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관의 독립적 대표기구인, ‘법관사무분담결정 위원회’에서 사무분담

- 법원장과 각 법원의 선출된 법관들로 구성된 ‘대의원판사회의’에서 재판부 구성과 각 재판부의 사무분장 결정. 대의원판사회의의 사안 결정은 법적 구속력 가짐

(2) 개혁방안

□ 인사제도 개혁을 통해 법관의 독립성 강화

○ 인사제도를 ‘인사 이원화’로 개혁하여 법관 서열화의 주요한 원인을 제거해야 함

- 법관 인사 이원화는 일정 경력 이상의 법관을 고등법원 판사와 지방법원 판사로 분리해 고등법원 판사는 고등법원에서만, 지방법원 판사는 지방법원에서만 근무하는 제도

- 인사 이원화로 고법부장 승진제도가 근절될 수 있으며, 승진 탈락으로 사직해 전관 변호사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여 ‘전관예우’의 관행을 예방할 수 있음

○ 승진을 매개로 한 전보를 제한하는 법관인사규칙을 마련해 법관의 동의 없는 전보를 제한해야 함

- 앞서 이탈리아가 ‘부동성의 원칙’을 헌법에 둔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 법관인사규칙에 ‘부동성의 원칙’을 마련하여 명문화하는 것임  

 

□ 법원행정처의 구조 개혁과 권력 분산

○ 독립된 최고 사법행정기구인 ‘사법평의회’를 신설하여 대법원장·대법관회의·법원행정처의 권한과 기능을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이는 현실적인 한계 존재

- 법원행정처의 기능을 별도의 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은 기존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고 법관에 대한 행정조직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 그러나, 사법평의회가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의 권력기관이 될 구조적 위험성이 있음

- 또한, ‘행정부-입법부-사법부-사법평의회’의 4권분립이 된다는 점에서 현재의 3권분립 체제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다수

○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축소하고, 판사는 ‘재판’업무만 맡도록 하는 방안이 타당함6)

- 법원행정처가 담당했던 기존의 인사·예산·사법정책 업무를 축소하여, 예산편성 및 재판업무를 보좌하는 기능의 업무만으로 제한해야 함

- 사법정책의 연구는 법원행정처가 아닌 사법연수원과 같은 연구․교육의 기능을 하여 특수하게 설치된 기관에서 수행하도록 함

- 또한 법원행정처가 승진을 위한 요직이 되지 않도록 재판을 하지 않고 사법행정만을 전담하는 상근판사직을 없애야 함

5) 황도수, 우리나라와 독일의 최고법원 비교 고찰, 인권과정의 Vol. 411, 2010, 42p.

6) 한상희, 법원행정처의 개혁방향, 민주법학 제29호, 2005, 6

○ 법원행정처의 인사권 축소를 위해 헌법을 개정해 ‘대법관추천위원회’ 명문화해야 함

- 스페인의 ‘사법총평의회’ 사례와 같이 대법원장의 모든 법관과 판사·각급 법원장·대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대법관추천위원회’가 견제하도록 헌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임

- 문재인 대통령도 헌법 개정안에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 제청하도록 조정하고 법관인사위원회의 제청과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일반법관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음



 

□ 판사회의의 실질적 운영을 통한 의사결정구조 민주화

○ 법관 독립기구인 ‘판사회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대법원장과 법원장을 견제할 수 있음

- 대법원장의 위임을 받은 법원장은 소속 법원에 근무하는 법관에 대한 평정권과 사무분담권을 가지기 때문에 판사들이 법원장의 권한을 상당히 의식할 수밖에 없음

- 따라서 각급 법원 법관으로 구성되는 판사회의에서 재판부 구성과 사무분장을 결정하도록 조치하면 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할 수 있음

- 독일의 ‘대의원판사회의’와 같이 판사회의를 기속력 있는 의결기관으로 구성하고, 일반 사법 행정 권한이 판사회의에 관여할 수 없도록 조치하면 ‘사법권 독립’ 가능

○ 판사회의를 통해 법원장을 소속 법원의 법관들이 호선제로 선출해야 함

- 2017년 12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판사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법원장 임명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가' 질문에 79.6%가 동의할 만큼 해결이 요원한 과제임

- 호선제는 법관 경력 15년 이상된 판사들 중에서 호선 방식으로 법원장을 선출하는 방법으로, 판사회의가 실질적으로 운영된다면 이러한 호선제도 가능할 것임

- 호선제를 통해 소속 법관들의 실질적 의사반영과 투명한 사무분담이 담보되는 등 법관들이 수평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장점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