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갈등 100일 “일본의 판정패”
- 통계로 본 對韓 수출규제 중간평가 -
최 환 석 연구위원
❏ 수출실적, 산업생산, 기업실적, 관광수지 영향 미미
❏ 소부장 탈일본화 등 오히려 산업경쟁력강화 계기
❏ 장기화되면 되레 일본경제 하방요인 작용 가능성
❏ 이제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완화에 나서야할 시점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1. 양국 무역갈등 중간평가는 사실상 한국의 판정승
❍ 지난 7월 일본이 對韓 수출규제 조치를 강행한 이후 100여일이 경과
- (리스트 규제)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주요 3개 품목(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에 대해 기존 포괄수출허가제를 개별수출허가로 전환(7.4일)
- (캐치올 규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 결정, 전략물자의 對韓 수출에 대해 개별허가제 적용 결정(8.2일)
❍ 주요 해외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심각한 수준의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평가
- 글로벌 가치사슬 상 일정부분 경제적 피해 발생이 불가피하지만 그 정도는 여전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
▸ 무역분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통신장비 등 주요 기술분야의 실적개선 전망에 근거하여 한국 주식시장을 아시아권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9.17)
▸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오히려 일본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평가(8.30)
▸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긍정적 실적 전망 유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이 조달처를 다변화함에 따라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8.12)
▸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한국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평가(8월 초)
- 동시에 일본 내에서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대두
▸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 ‘지금의 일본은 최악이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이 망한다’(10.14)
2. 주요 지표들은 수출규제가 일본경제에 부메랑으로 작용했음을 시사
❍ (수출) 일본의 對韓 수출 실적은 한국의 對日 수출 실적보다 2배 이상 큰 폭으로 감소
- 금년 3분기(7~9월) 한국의 對日 수출액(71.1억달러)은 전년동기대비 4.2% 감소한 반면,
동기간 일본의 對韓 수출액(1.26조엔)은 10.8% 하락
▸ 일본의 월별 對韓 수출은 7월 이후 2개월 연속 하락폭 확대*, 무역흑자 큰 폭 감소(△25.5%)
* 일본 對韓 수출증감률(%): (7월) △6.9 → (8월) △9.4 → (9월) △15.9
▸ 특히 자발적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주요 소비재*를 중심으로 사실상 수입중단 상황 지속
* 국내 일본 맥주 수입액(천달러): (18.9월) 674.9 → (19.7월) 434.2 → (19.9월) 6 (△99.1%)
* 국내 일본차 월별 판매대수(대): (18.9월) 2,744 → (19.7월) 2,674 → (19.9월) 1,103 (△59.8%)
▸ 반면 기존 우려와 달리 국내 중소기업의 對日 수출실적은 화장품, 전자응용기기 품목 등을 중심으로 최근 3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완만한 증가세 유지
❍ (생산) 일본 수출규제가 국내 산업생산에 끼친 영향도 현재까지 제한적
- 수출규제 이후 국내 생산(전산업)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KDI, 2019.10)
* 전산업 생산지수 증감률(%, 전년동월대비): (6월) △0.9 → (7월) 0.7 → (8월) 0.2
▸ 특히 반도체, 통신방송장비 등 주력품목 생산도 견조한 흐름 시현
* 8월 생산지수 증가율(%, 전년동월대비): (반도체) 12.2, (통신방송장비) 23.0
-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실질적인 생산 차질 발생 사례는 전무
▸ 日 수출기업 부담 등으로 현 규제가 당장의 전면적 수출 제한으로 이어지진 않는 상황*
* 일본은 현재까지 리스트 규제 적용 3개 품목에 대해 총 8건의 對韓 수출을 승인: 고순도 불화수소 3건, EUV 레지스트 4건, 폴리이미드 1건(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10.11)
▸ 국내 기업은 공급망을 미국, 싱가포르, 대만 등으로 조기 다변화하면서 필요한 재고를 확보
- 실제 국내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대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은 안정적 흐름 지속
▸ 매출액: 3분기 3대 기업의 실적(전망)치는 수출규제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증가
▸ 영업이익: 반도체 제조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분기대비 감소하였으나, 이는 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반도체 업황의 영향 때문(IBK투자증권, 10.22)
❍ (산업) 소재부품장비 자립 필요성 확인, 일본 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기회적 계기로 작용
- 높은 전환비용 등으로 대체가 어려웠던 핵심품목의 탈일본 노력 본격 추진
▸ 3개 핵심 수출규제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의 국산화 노력 가시화, 상대적으로 낮은 순도가 허용되는 디스플레이 제품부터 일본제품 대체 시작*
* LG디스플레이: 고순도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 성공, 금년 하반기부터 국내 모든 OLED 및 LCD 제조 공정에 들어가는 일본산 불화수소를 100% 국산으로 대체
* SK하이닉스: 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확보, 국내 강소기업(램테크놀로지 등) 제품의 최종 품질시험 마무리, 활용 난이도가 기체보다 낮은 액체 불화수소부터 실제 생산라인 투입
* 삼성전자: 국내 강소기업(원익머트리얼즈 등)과 협력체계 구축, EUV 반도체 공정에 에칭가스로 사용될 수 있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개발 및 시제품 생산
▸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新활로 모색 기회 확대*
* 솔브레인, 후성, 램테크놀로지, 이엔에프(ENF)테크놀로지 등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의 대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납품 확대
▸ 개별 주체 간 협력 사례*가 확산되면서 산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빠르게 향상
* 반도체 분야 공급기업 간 협력 사례: ㈜미코 - ㈜테스
‧ 소재부품 제조회사(미코) →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테스) → 반도체 제도회사(삼성전자 등)
‧ 반도체 소재부품 중 90% 이상을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세라믹 히터, 세라믹 정전척 공동기술개발 진행
- 반면 수출규제로 인해 시장 내 日 수출기업의 실적악화 우려가 점차 부각
▸ 국내 기업의 공급선 다변화·국산화 노력 등으로 일본 기업의 주요 소재부품장비 품목 對韓 수출실적이 급격히 악화
▸ 한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일본 기업은 국내에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
* 모리타화학(액체 불화수소 생산), 도쿄오카공업(포토레지스트 생산) 등
▸ 실제 대부분의 소재부품장비 품목에서 일본 수출 감소폭은 전체 평균 대비 한국에서 3~4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남
❍ (관광) 한국인 관광객 급감에 따른 일본 여행수지 악화, 지역경제 피해 누적
- 최근 訪日 한국인 수가 급감하면서 일본 여행수지가 악화(일본 재무성, 2019.10)
▸ 9월 訪日 한국인 수가 60% 가까이 급감하는 등 수출규제 이후 한국인 방문객이 큰 폭 감소*
* 訪日 한국인 수(만명, 증감률): (7월) 59.3(△7.6) → (8월) 30.8(△48.0) → (9월) 20.1(△58.1)
▸ 동기간 일본 여행수지도 상당폭 감소
* 日 여행수지(백만엔): (6월) 2,332 → (7월) 2,293 → (8월) 1,518
- 이로 인해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지역경제 피해가 본격화
▸ 규슈, 쓰시마, 홋카이도, 오사카 등 한국 관광객 비중이 높았던 일부 지역 내 지방 소도시 관광산업은 상당한 피해 발생
▸ 실제 일본중앙은행(BOJ)은 ‘한국의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이 일본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공식 진단(사쿠라리포트, 2019.10)
3. 이는 국민들의 애국심 + 우리 기업들의 저력 + 범정부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과 긴밀한 민관 공조의 성과
❍ 수출규제 이후 정부는 발생가능한 리스크에 대비해 즉각적인 대응체계 가동, 민관 공조 강화
- (대외적) 일본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설명, 적극적 수출‧통상 조치 실시
▸ 국제공조 강화: 국제사회 지지 확보를 위해 WTO 일반이사회(7.24) 등에서 부당성 공론화
▸ WTO 제소: 3개 핵심품목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WTO 제소(9.11)
- (대내적)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응대책 신속 실행
▸ 산업현장 애로 지원 강화: 민관 합동 소재부품 수급 대응 지원센터 가동 등
▸ 종합대책 수립: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중심으로 R&D 혁신 대책 수립 등
❍ 이제 일본은 글로벌 자유무역에 반하는 수출규제보다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완화할 필요
- 결국 일본의 수출규제는 실효성도 크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 △日 수출업체 부담 확대, △개별 기업들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WTO 분쟁 절차 본격화 등을 고려해 볼 때 향후 시장 내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은 더욱 줄어들 것
▸ 동아시아 지역 내 자유무역 회복 지연은 기업실적과 소비심리 등을 위축시켜 오히려 일본경제에 더욱 큰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
- 양국이 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일 경우 시장 불확실성은 상당폭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