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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당대표에게 듣는다: 2011년 민주당의 진로와 2012년 집권 플랜

손학규 당대표에게 듣는다: 2011년 민주당의 진로와 2012년 집권 플랜




박순성 : 대표께서는 연두기자회견에서 빈곤의 확산, 양극화의 심화와 세습, 반칙과 특권의 만연을 ‘한국병’이라 정의하신바 있습니다. 내용과 처방은 거의 상반되지만 ‘영국병’을 생각나게 하는 개념인데, 대표께서 말씀하신 ‘한국병’의 내용과 본질은 무엇인지요?


손학규 : 1970년대 말 영국의 상황과 현재의 한국적 현실은 차이가 있지만, 공통된 점은 사회구조의 대대적인 변혁이 필요하고, 그 시작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양적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빈부격차가 구조화되고, 부와 빈곤이 세습되는 사회,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질병, 한국병이 서민과 중산층의 꿈을 뺏고 우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의는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 반칙 없는 나라, 다함께 행복한 나라, 평화를 향유하는 나라를 만들어가려는 의지와 노력위에서 바로 설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병을 치유하고 새로운 사회를 열기위한 첫 번째 목표는 사회구조의 변혁, 한마디로 정의로운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문제해결과 공정경쟁 시스템 구축 그리고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두 번째 목표는 사람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국가 추구이며 교육과 노동, 복지가 융합하는 3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반칙과 특권을 타파하는 정의의 칼과 서민을 불안과 불행에서 지키는 복지의 방패를 들고, 내년의 정권교체를 통해서 이룩할 새로운 사회를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박순성 : 이명박 정부 3년간 이런 ‘한국병’이 더욱 심화된 이면에는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국정의 거의 전 분야에 걸친 실정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손학규 : 결정적인 문제는 철학의 부재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 인권의 소중함을 외면하고, 실적과 성과위주의 사고방식에 깊이 빠져있습니다. 사람중심의 철학이 배제되어 모든 실정의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들, 특히 힘없고 돈 없는 사회적 약자, 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일방독주의 국정운영도 큰 문제입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의회와 야당을 억압하고 대통령 고집대로만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게만 충성을 강요하는 자가당착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집단 도취증세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 정권이 반성의 토대위에서 철학을 바꾸고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려는 대전환의 의지도, 용기도 없다는 점이 국민을 더 절망에 빠지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순성 : 대표께서 시작하신 희망대장정은 한국병을 치유하기 위한 해결책을 현장에서 찾는 노력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희망대장정을 하시면서 느끼신 국민들의 현실, 그리고 이런 분노와 좌절의 현실을 희망의 현실로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과 해결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손학규 : 서민예산을 날치기하고 4대강예산, 정권 실세예산에 혈세를 퍼붓는 이명박 정권에게 더 이상의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이제 우리가 나서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각오로 희망대장정을 시작했습니다.

정치의 중심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문제에 공감하고, 각각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 삶의 문제를 공감하고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그 시작점은 바로 삶의 현장에 있습니다. 더 가까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애환을 듣고, 국민의 지혜를 모으는 것에서부터 정치는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결의로 민주당은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찾아 국민과 함께 논의하는 희망대장정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희망대장정을 통해서 서류와 책상위에 없는 국민들의 구체적인 애로사항들을 듣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녀를 여럿 둔 어느 주부는 물 값이 많이 드는데 다자녀 가구에는 물 값을 감면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책의 실마리들을 현장에서 수렴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대는 정의롭고 다함께 잘사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국민의 삶을 반영한 보편적 복지의 내용을 준비하면서, 사회 전 분야에서 정의로운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청사진을 하나씩 그려나갈 것입니다.



박순성 : 현장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고, 국민은 희망을 잃고 있지만 그렇다고 제1야당인 민주당이 대안으로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정통 민주정당이자 민주정부 10년을 운영하면서 민생, 평화, 복지의 기틀을 다졌던 민주당이 이렇게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반성할 부분은 무엇인지요?


손학규 : 국민은 올바른 생각과 철학만 가졌다고 우리를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올바른 생각, 바른 철학을 실천할 능력, 유능함을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대표로 취임하면서 밝힌 구상도 ‘민주당을 변화시켜서 그 힘으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당이 실천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보다 역동적으로 국민과 보다 가까이 호흡하는 유능한 수권정당이 되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구심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를 민주당이 얻게 된다면,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식될 것이며, 그 때 자연스럽게 국민적 지지도 올라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순성 : 민주당이 제 역할을 찾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당 대표로서의 마음가짐과 앞으로 가장 역점을 두고 실행해야 할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손학규 : 지금 저는 민주당의 대표로서 ‘내가 곧 민주당이다’는 생각, 그 책임감만을 갖고 전진하려고 합니다. 민주당이 다시 희망의 구심으로 서는 것, 그래서 대한민국을 새로운 정의와 복지국가로 나아가게 하는 것, 이를 위해서 ‘저를 도구로 써주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굳게 서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펼칠 새로운 세상의 비전은 이미 밝힌 것처럼 ‘정의와 복지’입니다. 차별과 특권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 시스템을 설계해 나갈 것이고, 다함께 잘사는 보편적 복지정책을 다듬어서 국민 앞에 희망으로 다가가는, 행복한 삶으로 찾아가는 이정표를 제시할 것입니다.



박순성 : 목전에 다다른 4.27 재보선에서 ‘통 큰 양보’를 통해 ‘더 큰 승리’를 거두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야권 연대의 필요성, 그리고 민주진보진영의 맏형으로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손학규 : 민주진보진영의 지상과제는 ‘정권교체’입니다. 하지만 정권교체 그 자체, 권력을 손에 쥐는 것 자체가 우리의 목표는 아닙니다. 정권교체를 통해서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 다함께 잘사는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입니다.

그러한 정권교체를 위해서 민주진보진영의 대동단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민주당은 민주진보진영의 맏형으로서 내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해 희생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희생을 감내할 것입니다. 민주당이 아픔을 떠안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민주당과 저는 얼마든지 그 고통을 감수할 것입니다.

또한 야권연대의 가장 큰 축으로서 연대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컨텐츠를 충실히 준비해야 합니다. 사람과 조직의 연대를 떠받치는 정책의 연대 역시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연구원의 역할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4.27재보선은 진정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모든 정치세력을 아울러 연대와 승리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박순성 : 야권 승리연대와 통합은 민주당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것인데요, 야권연대가 야합이 아닌 국민을 위한 승리연대가 되기 위해서 모두가 지켜야 할 원칙과 자세는 무엇입니까?


손학규 : 정권교체를 통해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 민주진보진영의 대동단결은 필수불가결합니다. 그리고 이 연대의 기반을 만드는 철학은 ‘구동존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동(求同), 이미 동의되는 부분은 더 치밀하고 실현가능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이것이 연대를 가능케 하는 지렛대입니다. 존이(存異), 차이가 있는 부분은 인정하면서 더 치열하게 논의해 나가야 합니다. 때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조정해 나갈 수도 있고, 차이 자체를 서로의 강점으로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과 진정성, 더 큰 승리를 위한 아름다운 양보와 희생이 이루어질 때, 민주진보진영의 연대가 가능하고, 또한 그럴 때에만 국민의 지지와 박수가 뒤따를 것입니다.



박순성 : 대표님은 민주당의 대표이시기도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야권의 소중한 자원 중 한분입니다. 앞에 말씀하신 시대정신에 비추어 볼 때, 2012년 승리와 한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손학규 : 우선 국민의 고통과 고충을 함께 느끼는 공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애로사항을 내 것, 내 문제로 느낄 때 정치의 진정성이 더 높아지고 실천적 의지가 더 굳건해질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국민 속에서 국가 발전의 에너지를 찾아내고, 국민의 의사대로 나라가 운영되는 국민주권의 원칙에 더 충실해져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북평화에 대한 굳은 신념이 필요합니다. 한반도적 분단현실을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고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소신을 계승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벅순성 : 오늘 인터뷰는 민주정책연구원이 발행하는 계간지 『사람과 정책』 창간호 특집으로 마련된 것입니다.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민주정책연구원의 역할과 기대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손학규 : 민주당의 가치와 지향성이 『사람과 정책』이란 제호에 잘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중심의 정책, 정책중심의 정당이 되어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 길에,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민주정책연구원이 모든 정책역량의 중심에 ‘사람’을 두고, 보다 역동적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장기적인 집권 플랜을 짜내는 정책과 전략의 산실이 되길 기대합니다.



박순성 : 마지막으로, 국민과 민주당원들에게 평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셨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손학규 : 민주당은 국민 여러분의 고단한 삶의 짐을 덜어드리고 희망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와 민생 그리고 평화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진정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분골쇄신할 것입니다. 현재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나가서 국민이 다함께 잘살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순성 : 대표께서는 최근 '시대의 요구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시대의 흐름에 주저 없이 조응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분당을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선거를 '분열과 차별, 특권과 반칙의 사회'를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이 되는 사회',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으로 바꾸기 위한 '변화의 대장정'을 떠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한민국에 대한 큰 비전을 보여주셨는데요, 이번 재보선 선거 전체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과 분당을 출마의 변을 듣고 싶습니다.


손학규 : 대한민국은 지금 분열과 반목의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증오가 깊어가고 강자와 약자간의 차별과 불공정이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차별과 분열의 악순환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경제적,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국민 누구나 행복해질 기회를 가지고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선거는 여야의 대결,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국민적․사회적 분열도 상관없다’는 사회분열세력의 믿음과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통합세력의 믿음간의 대결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세력과 ‘미래를 위해 바꾸어야 한다’는 민주진보세력간의 대결이 될 것입니다.

그러한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3월 30일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선언을 했습니다. 분당을 지역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중산층 거주지역입니다. 중산층과 함께 대한민국 변화의 길을 열고자 합니다. 지난 3년 특권층 중심의 정책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졌습니다. 중산층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집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실은 서민은 중산층으로, 중산층은 더욱 안정된 삶으로 상향 이동하는 기회의 사다리가 끊어진 상태입니다. 이대로는 서민의 꿈도, 중산층의 희망도, 대한민국 성장의 잠재력도 갈수록 고갈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기회의 사다리를 재건해야 합니다. 모두를 위한 성장, 중산층을 강화하고 서민을 보호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로 가야합니다. 분당을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길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나누며, 중산층과 함께 새로운 시대, 거대한 변화의 신호탄을 올릴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은 변해야 한다는,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제 신념에 대해 분당을 유권자의 신임을 요청할 것입니다. 그리고 분당주민들과 함께, 중산층과 함께 대한민국 변화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입니다.


※ 편집자 주
당초 손학규 대표 인터뷰는 3월 21일에 이루어졌지만, 3월 30일 손학규 대표의 분당을 보궐선거 출마로 긴급하게 마지막 질문을 4월 1일에 추가하여 싣게 되었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이해를 바랍니다.


사람과 사람 손학규 인터뷰.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