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민주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1. 들어가는 말
6.2지방선거 이후 민주개혁진영의 연합정치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거와는 달리 연합정치에 대한 논의가 제도권 정당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한 진영 속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의 정치지형 만으로는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개혁진영의 승리를 담보할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지형을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보여 진다.
그러나 연합정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문제의식이나 구체적인 경로와 내용, 그리고 이와 관련한 제도권 정당에 대한 각 진영의 요구나 기대수준은 일정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향후 연합정치의 보다 풍부한 논의와 심화를 위해 현 시점까지 제기된 각 진영의 야권연대와 연합정치에 대한 입장을 간략히 정리해 제시하고자 한다. 원래의 계획은 야권연대․통합과 관련한 주요입장을 원고의 형태로 각각 전면 게재코자 하였으나, 지면의 제약과 내용의 불균등성으로 인하여 주요 영역별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각 입장을 개진하신 분들과 독자들에게 양해를 먼저 구한다.
2. 왜 연합정치인가?
연합정치의 필요성은 현재의 분열된 야권 구도 아래에서는 안정적 집권세력의 형성은 고사하고 누구도 정권교체를 확신하지 못하며, 미래권력을 둘러싼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단순히 반MB정서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함께 또한 다가오는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맞서 모든 세력이 하나의 진영으로 뭉치고, 이를 통해 1:1 후보구도를 만들어 낼 때 확실한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현재까지는 대부분이 일정하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술하는 바와 같이 연합정치의 경로와 방식에 각각의 입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선거연합 내지 후보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입장과 견해의 차이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이른바 ‘빅텐트’론을 주장하고 있는 연대회의 김기식의 문제의식은 지방선거와는 달리 다가오는 총선에서 ‘선거연합, 후보단일화 방식’을 통한 연합정치의 전망이 ‘매우 어둡다’라는 전망에서 출발한다. 그는 현실적으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상당한 수준의 지역구를 타당에 양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오직 당선만을 위해 뛰고 있는 총선후보자들이 ‘대의를 위해 양보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라고 본다. 대선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거연합, 후보단일화가 용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막판 여론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각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층을 ‘화학적으로 통합’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본다.
따라서 김기식은 ‘야권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연합정치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의 핵심은 선거연합, 연립정부를 넘어선 ‘연합정당’, ‘연합정권’이며, 그 내용은 민주와 진보세력이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복지동맹을 매개로하여 하나의 연합정당을 공동으로 건설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연합정당이 민주당 중심의 세력재편에 불과하고, 민주당의 진보노선의 추구와 개혁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일부의 비판과 지적에 대해 김기식은 그가 주장하는 연합정당은 ‘민주당의 노선전환’이 세력적으로 뒷받침되고, 당내 ‘기득권적 질서의 혁파’와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을 동반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해볼 만한 작업이라고 역설한다.
김기식의 문제의식은 백만민란의 문성근에게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문성근은 선거연합과 관련하여 총선에서의 연합공천이 ‘차선책’이자 ‘미봉책’일 수밖에 없는 논거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각각의 정당에서 후보를 내고, 국민참여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은 정당법, 선거법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정당 지도부간의 합의를 통해 연합공천을 실시하는 방식은 1)연합공천에서 탈락한 후보가 탈당하여 출마하는 것을 방지할 수 없고, 2)탈락한 후보가 속한 정당의 선출된 공직자들이나 지망생들이 선거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거나 심지어 조직적인 방해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3)탈락한 후보의 지지자를 확실하게 흡수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셋째,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 방안은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와 은평을 보궐선거 때 나타난 것처럼 1)최강의 후보가 선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2)정당의 존립이유가 부정되어 정당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지며, 3)위에 지적한 비협조와 방해, 지지자 이탈이 수반되는 부작용이 있다. 넷째, 후보자들이 탈당, 종이정당에 입당하여 국민참여경선을 치루는 방안은 오직 후보단일화만을 위해 종이정당을 만들었다가 단일화 후에 각 후보자가 소속정당으로 돌아가는 행태로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정치공학적 처신으로 심판 받을 수밖에 없다. 다섯째, 대선에서의 연립정부를 전제로 총선에서 후보단일화하는 방안은 연합을 약속한다는 기술적 보강은 되지만, 연합공천의 부작용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여섯째, 모든 정당이 시민사회단체연합(87년 국본 형태)에 후보 선택을 위임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는 정당의 존립근거가 부정되어 정당들이 이에 응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거를 바탕으로 문성근은 연합정치의 유력한 대안으로 하나의 블록으로서 개별 ‘정파’의 존재를 인정하는 ‘개방형 연합정당’의 성격을 지닌 ‘야권단일정당’을 주장한다.
김기식의 ‘빅텐트’론에 대해 가해지는 비판은 문성근의 단일연합정당에 또한 가해질 수 있다. 문성근 또한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문성근은 ‘민주당의 개혁 가능성’은 향후 민주당의 의결절차를 지켜보고 판단할 사안이며 민주당의 ‘기득권의 양보’는 협상과정에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민주당과 진보진영간의 ‘이념과 정책의 차이’는 민주당이 ‘3무1반’을 당론으로 채택한 현실에서 통합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야권단일정당의 최대의 장애물로 우려하고 있는 민주당 중심의 흡수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야권단일정당은 단순히 정당들끼리 통합하라는 주장이 아니라, 기존의 당원에 더해 새로운 당원이 야권단일정당에 입당하여 정파간에 완충역할을 하면서 ‘정당구조의 정상화’와 ‘지역구도를 넘어서는 전국정당’을 도모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불식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3. 어떤 연합정치인가?
김기식과 문성근의 연합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술적 차원에서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의 정치지형에서 단일 전선체적 조직으로써 연합정당 내지 야권단일정당 결성의 절박한 필요에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는 현재의 분화되어 있는 정당질서의 근본적 재편과 관련한 논의는 유보되어 있다.
이와는 달리 진보통합시민회의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다 명확한 진보노선에 입각한 정당질서의 재편을 수반한 연합정치론을 주장하면서 반신자유주의 전선으로의 결집을 강하게 주장한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경향에 대항하여 국민들의 삶의 안전을 지켜줄 ‘새로운 정치세력의 집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진보통합시민회의의 주장이나 ‘신자유주의 경쟁시장에서의 만성적 민생불안에 따른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요구의 광범위한 표출’과 시장만능국가를 대체할 ‘보편적 복지국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입장은 이러한 반신자유주의 경향성을 확실히 대변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진보통합시민회의의 이학영은 장기적으로는 시장경제 틀 안에서 국민 대다수의 삶의 안정을 지키려고 하는 합리적 진보-보수 정당체제로의 정당질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현재의 민주당이 ‘합리적 보수정당’이 되고 좀 더 ‘근본적’으로 사회를 재편하고자 하는 정치세력들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재편’되는 ‘안정된 양당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학영은 다가오는 2012년 선거에서 현재의 ‘진보제정당’(보다 구체적으로는 민주당을 제외한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차이를 넘어 하나로 통합하고, 시민사회운동 세력들을 그 통합정당에 끌어들여 새로운 ‘대중 진보정당’을 만들 것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진보진영은 연합정치의 가치로 평화와 복지를 제시하고, 이에 기초해서 다가오는 선거에서 남북대결구도에서 평화공존체제로,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공생공동체적 복지국가로의 변화를 정치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에 동조하는 모든 정치사회세력이 하나로 모여 ‘선거연합 국민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반한나라 ‘비민주진보통합’ 후 선거연합을 강조하는 진보통합시민회의와는 달리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가치중심의 정치개편’과 이를 통한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을 강조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인 이상이에 따르면 진보정당을 포함한 모든 야권세력을 한 곳에 모아 통합하자는 민란이나 민주당중심의 통합논의는 이념정당을 추구하는 진보정당들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존재한다. 또한 그는 이른바 비민주 진보통합론은 현실적으로 민노당과 진보신당으로 대변되는 양 정당간의 통합 전망이 어둡고, 소선거구제 하에서 치러지는 총선에서 각 진영의 양보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회의적으로 본다.
이를 논거로 이상이는 기존의 ‘세력 중심 통합론’과는 달리 ‘복지국가의 가치’를 높이 세우고, 이를 중심으로 ‘중도 진보’ 영역에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건설할 것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이념정당을 추구하는 좌파세력은 진보적 이념정당으로 재편되고, 진보적 대중정당을 추구하는 진보정파는 ‘복지국가라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민주당을 포함’하는 ‘복지국가 단일정당’건설을 위한 ‘다수파 전략’의 채택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개방형 연합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국민의 명령은 보수중심의 양당제의 고착가능성과 진보진영의 과소대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다음과 같이 야권단일정당을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단일정당이라는 ‘통합의 정신’과 ‘정파의 연합’이라는 현실을 조화하여, 합의가 되지 않는 강제적 당론은 채택하지 않는다. 둘째, 득표수와 의석수가 비슷해지도록 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포함해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 금제, 3무1반 등 합의 가능한 정책을 공동공약으로 내걸되, 합의할 수 없는 것은 ‘정파등록제’를 도입하여 정당 안에서 경쟁하도록 한다.
셋째, OFF와 ON의 지역과 정책당원을 결합하고 지지자도 묶어내는 정당구조를 채택하여, 편중된 지역기반과 취약한 계층 계급적 토대, 그리고 이념과 가치, 세대간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 정당으로 태어난다. 이를 통하여 앞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불식하고 기존의 민주정당과 진보정당의 통합을 추동하면서, 동시에 자유주의적 진보세력, 영남의 민주진보세력, 무당파 시민의 상당수를 흡수한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기약할 수 있는 전국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합의 경로와 방식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현실적으로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는 민주당의 상대적 진보성과 정당구조의 개혁가능성 여부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백만민란이나 연대회의,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민주당의 진보성 여부에 대해 비교적 열린 입장에서 전향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 비민주진보통합을 주장하는 진보통합시민회의는 그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다 할 것이다.
이와는 달리 희망과 대안은 그 가능성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희망과 대안의 하승창 공동위원장은 최근 민주당의 ‘진보적인’ 강령채택은 한편으로는 통합정당의 가능성을 조금 더 열어 놓은 것이 사실이지만 강령의 변화만큼 실제 민주당의 정치적 태도나 DNA가 바뀌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진보정당들이 쉽사리 통합논의에 응하리란 전망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점에서 그는 통합을 논의 할 때 중요한 것은 단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목표 정도가 아니라 ‘2012년 선거 이후 한국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라는 정치적 목표에 대한 합의의 도출이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목표가 동일할 경우에는 통합이라는 정치과정도 협상 테이블위에 올라 올 당면의 과제가 되겠지만 그 점에서 차이가 날 경우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정치적 목표가 다를 경우에는 전술적으로 권력의 교체라는 필요에 대한 각기의 목표를 공유하는 선에서 연합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합의 근거는 그 중에 공동의 정책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하는 선에서 만들어 질 것이라고 그는 예측한다. 또한 그는 여전히 가치가 다른 정당을 하나의 정당으로 묶는 것이 규범적으로 바람직하거나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4.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무엇인가?
연합정치와 관련한 민주당에 대한 기대 내지 요구는 거칠게 정리하자면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결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김기식은 어떤 수준의 연합정치든 민주당의 진보적 노선전환과 기득권의 포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비록 최근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정책적 노선 전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그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노선 전환이 세력으로 뒷받침되는가에 대한 회의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김기식은 이점에서 노선의 전환이 당내 기득권적 질서의 혁파와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로 발전하지 않는 한 그 정치적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대의와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각 계파, 국회의원 및 지역위원장, 국회의원 지망자 등 개인의 정치적 이해 앞에 무력화되는 현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문성근은 민주당이 단일정당이라는 연합정치의 최고 단계를 목표로 잡고 당내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동시에 민주당은 앞으로 건설될 단일정당이 어떻게 설계될 것인지 ‘다른 작은 당들이 믿고 협상에 나올 수 있도록’ ‘혁신적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민주당은 4.27 보궐선거가 끝나면 어떻게 단일정당을 이룰 것인지 구체적인 제안과 일정을 제시하고 결단을 내려야 하며, 민주당이 작은 당에게 “국민참여경선을 원칙으로 하되 전략공천이나 비례대표제를 활용하여 일정정도의 지분을 보장할테니 협상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상이는 민주당의 최근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복지국가라는 가치’의 달성을 위해 민주당이 ‘더 진보적으로 변화’할 것을 주문하고, 진보적 대중정당 또한 보편적 복지국가의 구현을 위한 다수파 전략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학영은 민주당이 보다 더 ‘과감한’ 정치투쟁을 하고, 강고한 정치의식단련과 국민의 참여·지지를 얻을 수 있는 내부개혁(당내민주주의 기풍과 제도의 확립, 새로운 신진세력 공천, 당원연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그는 밖으로는 민주당이 힘을 키우기 위해 ‘작은 정당들에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모습’(선거 시기에 작은 정당들에게 좀 더 많은 선거구 양보, 국회 안에서 작은 정당들의 정치적 요구를 연합해서 해결해가는 연대)을 통해서 ‘민주당이 앞장서서’ 2012년 총선과 대선승리를 이루어주길 주문하고 있다.
하승창은 결국 연합이든 통합이든 그 과정에서 진보정당들의 역할도 작지 않지만 민주당의 역할은 결정적일 정도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승창은 통합을 목표로 한다면 민주당은 강령의 내용에서도 진보정당들과 정치적 목표를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며, 정당의 운영과정과 내용 모두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민주당이 자신을 혁신하여 ‘지금과 전혀 다른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연합이든 통합이든 이니셔티브를 유지하고 현재의 국면을 끌어갈 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눈앞의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양보’정도로 생각해서 연합과 통합논의에 임한다면 그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진보정당들이 통합할 뿐 아니라 지금과는 다른 진보정당의 모습을 갖추어 낸다면 연합정치의 주도권은 진보정당들이 갖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하승창은 민주당이 진정으로 2012년을 경과하면서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력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고 싶다면 연합정치에 임하는 태도는 ‘양보’가 아니라 한국정치를 한 단계 높인다는 마음가짐이어야 하며, 민주당의 정치적 목표와 정당의 상태를 모두 혁신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선거에서의 승리도,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정당으로의 지속적인 발전도 모두 담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상에서 연합정치와 관련한 시민사회진영의 다양한 입장을 개관해 보았다. 물론 여기에서 제기된 사안이 연합정치의 모든 내용과 방식을 포괄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지는 아니하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가설정당’의 구축을 통한 한나라당과의 1:1구도의 형성의 필요성 등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연합정치는 아직도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합정치와 관련하여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의 가능성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차이를 인정하되, 상대를 존중’하면서 서로의 발전적 변화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야 말로 연대연합의 기본 취지이자 정신임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임을 인정한다면, 출발부터 연합정치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연합정치실현의 최대의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특별기획-야권연대연합론의 주장과 쟁점.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