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바란다
숨 가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정치는 어떤 의미 일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 정치에 무관심하고, 상당수는 정치를 혐오한다. 즐거운 대화 가운데 정치이야기가 등장하면 마치 길에서 도를 아냐는 질문을 받은 듯 어색한 표정이 되거나,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만난 듯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 일쑤다. 그들에게 정치는 희망 없는 이야기다. 뉴스에 나오는 정치행태를 보며 실망할 대로 실망해 더 이상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장차 나라의 핵심이 될 젊은이들이 이러한 모습이라니, 오로지 걱정뿐이다.
그래서 나는 정치발전을 열렬히 희망한다. 실망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만큼 성숙한 정치를 기대한다. 우리가 피하지 않을만한 정치를 원한다. 그러려면 정당이 할 일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난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발전에 있어서 민주당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고로, 나는 민주당에 바란다.
민주당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통 야당’으로 규정한다. 기득권과 맞서온 역사를 자랑스러워한다. 아마 ‘진보적인’ 당의 모습에 젊은이들이 따르리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착각이다. 민주당의 업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민주화에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의 자부심은 존중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민주화 즈음이나 이후에 태어난 세대다. 교과서에서 배우긴 했다. 그러나 직접 보진 못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화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남북정상회담뿐이다. 물론 역사적 의미는 대단하지만 그것을 우리가 직접 느낄 수는 없었다.
우리가 정치에서 바라는 것은 바로 ‘비전’이다. 비전은 단순한 계획상의 목표가 아니다. 모두가 깊게 공감할 수 있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목적. 이것이 비전이다. 젊은 유권자들은 비전을 지지한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비전을 제시한 분들이다. 성공 여부를 떠나 그들은 우리의 꿈을 구체화하고 가능성을 보여줬다. 과거의 업적으로 교훈은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많은 것들이 변한 세상에서 미래를 향한 방향을 제시할 순 없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오로지 비전뿐이다.
그렇다고 ‘원하는 게 뭐냐?’라고 묻는다면 말문이 막힐 것이다. 사실 유권자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뭔가 원하긴 하는데, 정확하게 그것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태껏 정치는 대충 어림짐작하거나, 전혀 생뚱맞은 공약으로 경쟁했다. 아니, 사실 경쟁도 아니었다. 누굴 뽑든, 누가 뽑히든 본질은 똑같았다. 유권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원하는 것을 주입한다. 정치라는 시험에서 정당은 공약과 정책을 답으로 제출하고 유권자들은 투표로 채점한다. 즉 정당은 표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야 하는데, 자신의 답이 맞다고 우기며 정답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조금 안타깝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정치를 혐오하지는 않는다. 영국 의회에 가면 검선(Sword Line)이란 것이 있다. 어떤 의원도 이 선을 넘을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의 역사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조차, 초기에는 의원들이 서로 칼부림하는 것을 막아야했다는 뜻이다. 하물며 근대정치가 시작 된지 60년도 안된 우리나라가 싸움질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 싸움이 밥그릇싸움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 때문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과 비전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충돌이라면 난 박수를 치며 응원하겠다.
어차피 정치는 선과 악의 대결은 아니다. 다만 다른 생각들을 조율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무시된 채 난장판이 되어버린 국회와, 여기에 등 돌려 버린 젊은이들을 생각해보라. 정치 발전 욕구가 뼛속 깊이 사무친다. 민주당은 어찌 외면하고 있는가. 어찌 발등에 떨어진 불똥에 급급한가. 민주당의 상징이 왜 소나무인지 생각하라. 당신들의 이상처럼 혁신하고 진보하라. 민주당이여, 바라건대 우리의 비전을 찾아 함께 가자 부탁해 달라.
한가람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