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이 민주당에 요구하는 과제
고루한 정당정치에 대한 싫증이 제 3지대 후보를 향한 지지로 표출
지난 7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50%의 지지율을 양보했다. 기성 정당들은 이 모습을 ‘아름다운 양보’라 칭하며 졸이던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다. 사실 기성 정당들은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되느냐 아니냐에 관심이 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정당에 소속되지 않는 새로운 ‘인물’이 이토록 광풍을 몰고 온 ‘사실’ 자체에 두려움을 느꼈다.
5일 천하로 1막 내린 안철수 현상, 일시적 돌풍이었을까
왜 50%의 유권자들은 ‘서울 시장’으로 안철수를 지지했을까. 어떻게 비정치적인 인물인 안철수가 정치인 안철수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우선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때문이다. 지난 선거 때 오세훈을 지지했던 보수․수구세력과 한명숙을 지지했던 진보․민주세력이 최근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 분산됐다. 보수와 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이 어느 지향점을 향해 가야하는지 갈 길을 잃은 것이다. 따라서 기성 정당을 지지하던 유권자들과 30-40%에 달하는 무당파층이 비정치인 안철수를 지지했다. 그들은 안철수가 제3지대를 구축하고 출마하기를 원했다. 기성 정당과는 ‘다른’ 정당의 틀 속에서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정치인 안철수를 원했던 것이다. 또한 이번 안철수 현상에서 SNS 등 뉴미디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안철수 돌풍은 소셜 네트워크의 망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으며 기존의 선거 때와는 다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안철수 현상은 이와 같은 일시적인 정치적 현상과 환경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을까.
근본적 원인은 現 정당정치의 아노미적 상태
문제는 안철수 현상이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장기적인 불만으로 연결될 때이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를 1달 반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속에서 기성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똑같다. 차기를 위한 권력다툼. 이는 어느새 정책과 이념을 통한 후보 선출이 아니라 세력과 이익을 둘러싼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국민들은 양 정당의 같은 행태를 보며 고루한 정당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양 당이 보여주고 있는 반복적인 정치적 싸움이 유권자들을 제3지대를 지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불안한’ 제3지대를 지지하는 이유는 현 정당정치의 아노미적 상태에 있다. 새로운 정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욕구는 강한데 민주당이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 정당 정치의 아노미적 상태가 ‘불안한’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민주당에 남긴 과제
안철수 현상을 경험하며 기존의 정당이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 고루한 정당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중은 빠르게 새로운 정치 리더를 원하는데, 정작 그러한 인물을 배출해야 하는 정당은 공천과정과 형식 등에 얽매어 귀를 닫고 있다. 이전투구의 모습만을 국민에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정치적 아노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정치적 혼란 상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정당은 열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당이 공천과정에서 안고 있는 문제들을 국민들과 열린 상태에서 같이 고민해야 한다. 공천과정에서의 개방성과 투명성은 기본이고 어떤 형식으로 경선을 치를 것인지도 함께 국민들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재미있는’ 경선을 치러 보자는 것이다. 특히 SNS 등 빠른 소통으로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정치적 이슈는 더욱 민감하고 자극적인 이슈이다. 뉴미디어에 익숙한 국민들은 정당이라는 관료적 시스템으로서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그들만의 공론을 형성하고 유통시킨다. 정당이 어떻게 하면 새로운 세대들과 정치적 문제를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뉴미디어를 통한 이슈 선점과 메이킹은 앞으로의 정치구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다.
두 번째, 제 2의 안철수, 제 3의 안철수를 어떻게 정당 내로 유인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당 내에서도 새로운 정치적 신인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도록 민주당은 시야를 최대한 넓혀야 할 것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안철수 열풍에서 봤듯 새로운 감각의 정치적 신인을 원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정당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그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수혈보다 ‘어떤’ 부분에 순수한 피를 주입해 건전한 신체를 만들 수 있을지 총체적인 그림을 그려보아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양보의 미덕을 배우자. 상대방과 국민을 생각하는 태도를 배우자. 그동안 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가 국민들과 미디어에 보여준 모습이 어떠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 전체의 이익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보다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과 실리를 위해서 연연하지 않았나. 안철수가 국민들에게 보여 온 그의 희생적 태도, 양보의 미덕을 정당이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