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B에게 배울 건 배우자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을 통해 유권자와 민심은 민주당에게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정당이 되고 만 것이다. 이 상태로 가면 내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를 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도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유권자와 민심이 원하고 있는 것을 민주당이 제공해 주질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중요하지 않은 선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내년 또한 다르지 않다. 2012년은 우리 정치사는 물론이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10년은 사실상 대한민국 수 천년 역사에서 최초로 등장했던 민주주의 정부였다. ‘백성’의 손으로 직접 뽑았을 뿐 아니라, ‘평화적’으로 교체된 정권이라는 의미였다. 경제와 복지 정책에서도 평범한 ‘백성’, 즉 중산층과 서민을 지향했다는 의미로서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 정부는 단 1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새롭게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대단히 노골적으로 소수 특권계층, 기득권 세력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중산층은 몰락하고, 서민층의 고통은 심화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몰락과 고통에 대하여 무관심,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지적되어 온 가계부채 급증, 물가 폭등, 전세 대란, 실질임금 하락, 주가 폭락, 환율 폭등 등등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를 흔들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이명박 정부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가운영의 난맥상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공무원 비리, 대통령 측근비리 사건 등등은 이 정부가 더 이상 국가를 운영할 자격은 물론이고, 능력조차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고 말았다.
정치인들보다 현장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들, 자영업자들은 이 모든 것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자유당 시절의 구호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와서는 서민들의 비명으로 부활하고 있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박재완 장관은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 “괜찮다. 심리가 문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가장 도덕적인 정부”라고 했다고 한다. 6.25 전쟁 당시 대 국민 방송으로는 서울사수를 약속하면서, 부산으로 제일 먼저 앞장서서 도망가고, 한강 인도교를 폭파시킨 지도자가 새삼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 비명을 듣지 않고 있다. 아니 관심조차도 없다. 애초에 ‘친서민 정책’이라는 것은 권력을 잡기 위해 표를 얻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비명에 답을 해야 할 정치권, 특히 민주당조차 그 비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서민들의 절망은 더욱 깊어가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그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제2야당’이 되고 만 것이다.
정책연합은 ‘반한나라당’을 표방하는 모든 야당이 모여서 공동의 정책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러나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 반대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들의 현재의 고통을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배워야 한다. MB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부자감세, 4대강 사업 등 부자들에게 ‘돈 되는’ 정책을 밀어 붙였다. 자기를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진보집권 세력도 이 점을 배워야 한다. 머나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오늘,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들의 지갑과 통장을 채워주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책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정책이 답이다. 그 답의 결과물이 정책연합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2.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정책연합은 어떻게 진행했었나!
2010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이나 야권 입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선거였다. 일부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선거였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야권 후보 단일화였다. 야5당과 시민단체들이 추진했던 정책연합을 통한 공통공약을 제시했던 점도 적지 않은 의의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연초부터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후보들이 난립할 경우, 절대로 한나라당으로 단일화되어 있는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공유되어 있었다. 이를 위해 민주당과 진보적 야당은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정당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되는 공천문제는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였다.
2010년 3월 4일,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을 진행해 온 5개 야당과 4개 시민단체는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당시 신문기사를 인용해 보자.
“야 5당은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불문하고 공동 승리를 위하여 연합의 정신을 구현하며,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연합의 방식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15일까지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논의를 벌여, 합의를 이룬 지역은 단일후보 정당을 확정하고 나머지 지역의 경우 단일후보를 뽑을 경쟁방식과 절차 등을 정하기로 하는 등 ‘최종협상 시한’도 제시했다. 이번 합의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5당과 희망과 대안, 2010연대, 민주통합 시민행동, 시민주권 등 야권연대를 위해 출범한 네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합의문은 발표했지만, 사실은 후보 공천을 위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제 시작이라는 발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각 당이 합의하는 공통정책을 중심으로 가치중심의 연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한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정치적인 단일화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고, 별도로 정책분야에서 공동공약을 만드는 이른바 ‘정책연합’을 추진하게 된다. 5당의 정책위원회는 각각 정책실무책임자들 1인을 선정하고, 4개 시민단체에서도 정책 관련자 4인을 선정하여 ‘5+4 정책연합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시민단체 관련자들이 돌아가면서 회의를 주재하였다. 야5당 관계자들은 자기 소속 정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것이므로, 어느 한 쪽이 사회를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각 당이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를 모두 제출하고, 제출된 모든 과제를 시민단체 측에서 정리하여 안건화 하였다.
사실상 각 당이 가지고 있는 공약들을 동시에 펼쳐놓고 비교 분석하는 자리가 된 것이다. 어느 학자들이 그런 작업을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5개 정당의 정책을 동시에 비교한 경험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작업을 통해 참여자들 대부분이 느낀 점은 한마디로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데 왜 당을 따로 하는 거지?”였다.(물론 그렇지 않으셨던 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참고로 당시 합의 사항 중 정책대안 부분만 따로 인용해 본다.
Ⅱ. 공동정책의 핵심 의제
1. 일자리 분야 2. 교육 분야 3. 복지분야 • 노인복지 4. 주거·주택 분야 5. 보건의료 분야
6.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분야 7. 비정규직 고용개선 8. 4대강 사업 9. 세종시 원안 추진 및 국가균형발전
10. 국가재정 분야 11. 검찰 개혁 및 사법부 독립성 강화 12. 남북관계 및 대외정책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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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의견이 달라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분야는 공무원 노동3권 보장, 환경세 도입, 최저임금 및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한미 FTA 등이었다. 그러나 이들 문제들도 현재 시점에서 다시 재검토하고 협상한다면 충분히 합의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지난해 정책연합은 무엇이 문제였나!
그러나 문제는 정책연합을 해서 합의안을 만든 것 자체가 아니었다. 정책을 합의했다는 것과 그 과정을 통해 야권이 일부나마 후보 단일화를 했다는 것만 관심을 받았을 뿐이다. 정책연합의 내용은 별 관심을 끌지 못했고, 또 선거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점이 정책연합의 한계였다.
바로 그 한계는 현재 민주당의 한계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하게 된 근본적인 한계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정책 ‘연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연합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진정 중산층과 서민, 민주당을 지지하고 야권연대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느냐 이거다. 또, 정책연합을 통해 합의된 내용들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이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가가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생기게 된 것은 정책연합이 후보단일화의 장식품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정책연합은 그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대안이 없는 후보단일화는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다. 지지율이 낮은 정당과 더 낮은 후보들 간의 단순한 단일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고자 하는 후보들과 정당이 유권자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후보 단일화는 그 다음에 해도 된다.
작년과는 달리 내년에는 정책연합을 먼저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4. 내년은 더욱 본격적인 정책연합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정책연합은 야권 후보단일화를 장식하기 위한 꽃단장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그러나 정책연합 과정을 통해 5개 야당은 스스로 학습하고 나름대로의 진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당은 더 ‘진보적’이라고 알려진 정당들에게서 부자증세, 복지확대 등의 가치를 학습하였다. 실제로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정책은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진보 진영의 정책들을 대폭 수용하기도 한 바 있다.
여타 정당들도 민주당과의 협상과정을 통해 한국 정당정치 및 국회의석수라는 현실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정도의 ‘실현 가능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수용해 준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지난 지방선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몇 가지 이유로 더욱 본격적인 진보적 정책을 통한 정책연합이 가능한 것을 보인다.
첫째, 현재의 국회 의석수를 감안한 정책의 ‘실현가능성’이라는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지방선거 당시 제시할 수 있는 정책연합의 이슈들은 당시 국회 의석수라는 현실적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내년 총선국면에서는 유권자들에게 더 절실하고 필요한 진보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더 많은 국회의원을 확보함으로써, 국회 의석수라는 정책적 제약조건 자체를 교체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회 의석수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진보적 야권이 다수당인 상황을 전제하여 더욱 진보적인 정책대안을 자신있게 제시하는 정책연합이 되어야 한다.
둘째, 내년에는 한 해에 두 번의 선거가 있어, 중요하고 본질적이지만 국민적 설득과 이해가 필요한 과제들에 대하여는 단계적 접근이 가능하다. 총선 국면에서 합의가 어려운 과제는 총선 이후 대선 국면에서의 정책연합의 과제로 남겨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재원조달을 위한 세제개혁 부분에서 그러하다. 이는 협상 국면에서 대단히 유용한 합의도구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연합의 핵심은 연합 자체에 있지 않다. 얼마나 유권자들의 신음소리를 듣고,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을 제시하느냐에 있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풍부한 정책적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협상이 끝이 아니고 내년 여름에 진보진영이 국회에서 다수당이 되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정책논의가 가능하다는 유연성을 확신해야 한다. 더욱 진보적이고 바람직한 정책연합의 조건이 크게 열려있다.
5. 2012년 정책연합에서는 어떤 과제들을 합의해 내야 할 것인가
유권자들이 정말 듣고 싶고, 해결해 주어야 하는 과제가 무엇일까.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등은 대단히 중요하고 본질적인 과제였다. 향후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특히 사학법 개정의 실패는 현재 대학생 등록금 사태로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지갑을 채우고, 당장의 어려움과는 너무 멀리 떨어진 문제였다.
역설적으로 지난 3년여 간의 이명박 정권은 우리 진보진영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민주정부 10년간 그토록 알아달라고 외쳤던 문제들을 이제 국민 대다수가 온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고 있다. 먹을 것, 입을 것, 집세, 전세, 공공요금 등등 물가가 엄청나게 오르는 것, 대학생 등록금이 감당할 수 없게 오르는 것, 나 자신이나 아들이나 남편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 동네 가게들 장사가 안 되는 것, 생활비는 늘어나는데 내 월급이 오르지 않는 것,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문제들이다. 물가, 일자리, 월급, 교육비, 병원비 등 생활비. 바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부터 제시하는 것이 정책연합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첫째, 경제정책 분야에서는 무엇보다도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합의해야 한다. 모든 경제정책은 물가안정에 얼마나 기여하거나 악화시키는지 여부로 시행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의 수출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였고, 그 당연한 결과로 야기된 물가 폭등을 방치하였다. 수출 재벌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 서민들과 중소기업의 이익을 희생시킨 정권이다. 정책연합은 물가안정을 위해서라면 재벌대기업의 수출마저도 희생할 수 있다는 정책판단에 합의해야 한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라면 일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상품의 시장에서는 자유방임적 가격에 대하여 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합의하여야 한다. 학원비로 대표되는 사교육비에도 합리적인 지원정책과 함께 강력한 통제정책이 필요하다. 부동산과 주택 부문에서 필요한 가격통제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며, 공공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주거문제를 해결하도록 합의하여야 한다.
둘째, 복지정책 분야에서는 정말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무상보육 정책은 가장 시급하게 도입해야 한다. 국가 예산을 가장 획기적으로 신속하게 증액시켜야 한다. 20-30대 유권자는 물론 노년층을 위해서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합의해야 한다.
무상의료 정책의 신속한 도입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노인들에게 건강보험을 통해 틀니를 제공하는 문제, 노인 연금문제 등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과제들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의 재정문제도 일부 급여율과 보험율을 조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셋째, 한반도 평화 분야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합의해야 한다. 10.4 선언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것을 확인하고 약속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단순한 지리적, 정치적 통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 국가경제 전략임을 명확하게 하여, 통일에 무관심한 것으로 평가되는 젊은 계층에게도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막대한 국방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감축 시켜, 일자리 창출이나 실업대책, 복지정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넷째, 국가재정 분야에 대한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 주거, 일자리, 복지 등 서민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위해 필요한 재원조달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무조건 부자들에게 세금을 크게 올려 한 번에 해결하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 문제는 단계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세분야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조정된 세율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MB의 부자감세는 당장 철회하고 원래 세율로 복귀시켜야 한다. IMF 위기 때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위기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감세조치들도 정상세율로 복원시켜야 한다. 이와 동시에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4대강 사업 등 불요불급한 사업은 전면 중지시켜야 한다. 시대적 과제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 및 지방사업을 조정해야 한다. 이 정도 수준의 재정개혁을 통해서 마련된 재원으로도 현재 제기되고 있는 수준의 복지정책이 가능하다는 점에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서민경제,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국가재정 등 4대 분야에서 기본적인 예상쟁점을 제시하였다. 모두 서민생활에 직결되고, 서민들의 미래에 직결되는 과제들이다. 여기에 정치분야, 민주주의의 과제들을 추가로 논의하면서 합의안을 만들어 가면 될 것이다.
6. 내년의 야권통합은 금년에 정책연합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각 정당들은 정기국회에 전념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도 중요하다. 또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야권단일화나 정책연합을 추진하기에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그러나 각 정당 내부는 물론, 전체 야권에서 야권에 대한 혁신과 통합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강하고 절실하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 내야하는 야권통합의 과제는 단기간에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야권통합에 앞서 각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정책연합을 금년에 먼저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민주당이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첫째, 후보 단일화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명분이 좋고 시대적 필요성이 커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가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다. 물론 지난 지방선거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 과정을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의 경험이 법원의 판례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에는 정치적 프로세스를 거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교적 그 정치적 시간표와 무관할 수 있는 정책연합을 먼저 하자는 것이다.
둘째, 정책연합이 야권통합의 접착제가 될 수 있다.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확실하게 이야기를 먼저 해 주자는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약속을 해 놓고, 그 약속이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는다면, 야권통합의 압력도 그 만큼 증가한다. 정당간 ‘자리다툼’이라는 현실적 이해관계의 차이를 ‘정책’이라는 명분으로 메워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야권이 신속하게 합의 가능한 과제들이 적지 않게 있다. 오히려 유권자들은 급하게 답을 듣고자 하는데, 듣고 싶은 답은 안하고, 단일화 한다고 자기들끼리 자리싸움만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합의 가능하고, 유권자들이 요구하는 정책들을 우선 발표하자. 정책연합을 그렇게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각 정당의 정책위의장과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회의체를 구성하자. 실무자들을 파견하여 주 1-2회 합의안을 만들어 내면된다.
각 당은 이미 정기국회를 대비하여 내년도 예산안을 모두 준비해 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사항들 중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작은 정책들부터 합의하고 발표해 나가자. 또 금년 말부터 각 당은 내년 선거를 대비하여 공약을 재정립하게 된다. 각 당의 공약 작성 작업과 동시에 정책연합을 추진하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정책연합을 한 번에 모두 발표하고 끝내는 식으로 하지 말고, 지금부터 시작해서 내년 총선까지 계속 발표해 가면 된다.
7. 서둘러서 정책연합으로 야권통합을 시작하자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야권의 혁신과 통합은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혁신과 통합은 승리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혁신하고 통합하는 목적은 야권이 승리하는 것이지만, 야권이 승리해서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줄 것 인가를 합의하고,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약속해야 한다. 그 약속이 없는 혁신과 통합은 유권자들에게는 그저 또 다른 ‘그들만의 정치놀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약속을 정책연합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벌써 10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