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정책』의 연중특별기획 ‘2012, 민주진보 승리의 길’은 세 번째 순서로 ‘정책연합의 경로와 방향’을 싣습니다. 그 중 한 꼭지로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국민참여당의 정책연구소장들에게 정책연합에 대해 서면 인터뷰를 실시하였습니다. 본 서면 인터뷰는 2011년 10월에 실시되었습니다. 서면 인터뷰에 응해주신 세 분께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주 |
◎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민주진보진영의 연대/통합에 있어 정책연합의 중요성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요? 민주진보진영의 연합이 정책추동형 연합(policy-drive coalition)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승리 추동형 연합(office-drive coalition)으로서 한나라당에 대한 승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부차적인 것인지 평가해 주신다면?
-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장-이하 박순성) -
정책연합은 없어서는 안 되지만, 핵심적이고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대/통합의 목표를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정치행위자 스스로가 연대/통합에 더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연합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명분과 실질의 일치는 선거 승리의 가장 좋은 밑거름이며 총선 승리 이후 국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악정을 분명하게 밝히고 바로잡기 위해서, 대선 승리 이후 연합정부를 제대로 운영하여 성공한 민주진보정권을 만들기 위해서, 정책연합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향과 목표를 공유할 때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정책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연대/통합이 불가능한가? 정권을 획득하고 공직을 나누는 데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정책연합 없이도 연대/통합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동의 적, 극복해야만 하는 현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념이나 정책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지배하는 사회경제질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평화가 위협받는 정치공동체, 민생고와 불안에 시달리는 대중들의 삶, 이러한 현실을 가져온 정권을 심판하는 데에 이념과 정책의 차이가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책연합은 선거 승리를 위한 연대/통합의 핵심 조건, 절대 조건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정책연합은 연대/통합이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까지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민주진보진영이 추구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의 목표는 단순히 정권심판만이 아닙니다. 향후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의 진보적 변화를 책임지고 담당할 민주진보진영을 정치적·이념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연합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책연합은 민주진보진영 내에서 정당의 재편·확대, 인물의 교체, 정책역량 향상 등을 가져올 것이며,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정당 및 정치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선거 승리 너머를 바라보는 정책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이하 최규엽) -
저는 민주진보진영의 연대에 있어 정책연합은 필수불가결하고 본질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일상적으로 노동자 농민 서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면서 궁극적으로 일하는 서민들을 위한 정권교체와 정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집권하기 힘들더라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을 정당 활동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민주노동당처럼 원내 의석이 적은 정당이 어떻게 서민을 위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실은 민주노동당은 창당 이후 서민을 위한 중요한 정책을 실제로 성사시켰습니다.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 전에 헌법소원을 통해 정당명부투표제를 이끌어 냈으며, 원내 진출 이후에는 다른 정당 의원의 동의를 이끌어내 몇 가지 민생법안을 주도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손으로 직접 입법화한 것이 아니지만 무상급식과 같이 정당으로서 맨 처음 주장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다른 정당들이 이를 정책으로 받도록 하여 최종적으로 성사시킨 것도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처럼 서민정책, 민생정책을 사회적 화두로 제기하여 기존 정치권이 이를 수용하도록 하는 정책지도형 정당(Policy-Leading-Party)으로서 제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 민주개혁 정당과 선거연합에 임하는 것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한편, 민생정책과 서민정책을 기존의 정치권이 수용하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소수정당이 정책지도형 정당(Policy-Leading-Party)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정책연합을 전제로 하는 선거연합이 매우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노항래 (참여정책연구원 부원장-이하 노항래) -
야권연대는 야권 각 정당이 이미 공언한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국민의 준엄한 요구입니다.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탐욕스런 기득권 집단으로부터 권력을 국민의 품으로 되찾아오기 위해서 야권연대는 필수적이고, 이에 소극적인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입니다.
야권연대는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승복하는 행위입니다. 특정한 정당, 또는 정치세력이 자신의 이해관계나 배타적인 정책노선을 강변하는 것은 국민의 요구와 맞서는 행위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연대는 당연히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왜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지, 어떻게 한국정치를 혁신할 수 있는지, 민주진보진영의 재구성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 것인지 각 당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대해서 이루고자 하는 한국사회 변화의 상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각 당이 표방해온 가치, 정책노선의 차이를 살펴야 하지만, 결국은 공유할 수 있는 가치, 공동의 정책으로 수렴하는 것이라 봅니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공동의 정책노선은 연대연합을 강화하고 내실있게 하는 토대이고, 선거승리의 필요조건이 될 것입니다.
◎ 야권연대/통합은 이념적-정책적 입장에서 차이가 있는 정당과 단체들 사이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 차이가 근본적인 것인지 수준에서의 차이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정책연합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차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최규엽-
사실 정치연합은 당을 함께 하기 힘들 정도로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들 사이의 관계라는 점에서 이들 정당 사이의 이념 정책적 차이는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정책연합이란 특정한 정책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복수의 정당들이 공조하고자 하는 특정 정책에 대한 입장만 같다면 다른 요소는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즉 특정한 정책만을 공동 실현하면 되지 다른 분야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인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정책연합은 선거연합 과정에서 제기되는 것이고, 선거란 특정 정책만을 기준으로 치루는 것이 아닙니다. 유권자는 특정 정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당에 투표하기 때문에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선거연합이 성공하려면 전반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정당끼리 선거연합을 해야 합니다.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선거연합은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막으라는 여론에 부응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수정당이 아닌 한 내년의 선거연합에 진보정당이든 개혁정당이든 모두 함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이념 정책적 차이가 근본적이냐의 기준을 하나의 정당을 만들 수 있냐의 문제로 볼 때 양당은 국민들이 보기에 하나의 이념 정책적 정당으로 구성될 수 없을 정도로 그 차이가 크다고 봅니다. 절대 다수의 민주노동당 당원들 역시 민주당은 연대의 대상이지 통합의 대상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 노항래 -
정책의 차이 때문에 현재의 야권연대가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야권연대는 주어진 조건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선거제도의 현실 ‘승자독식 단순 소선거구제’는 분열되어 있는 민주-진보 진영의 정치적 성과를 제약하고 있고, 우리의 경우 여기에 지역주의가 덮어져서 정치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조건, 현재의 제도적 현실을 인정하면서, 그를 새로운 미래로 전진시키기 위해 야권연대를 하는 것입니다.
야권연대가 기대한 만큼 진전되지 않는 것은 무슨 정책노선의 차이가 아니라, 4년 체제를 현실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박순성 -
연대/통합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단체들 사이의 이념적·정책적 차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정당·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미래구상들이 동일한 발전 방향 또는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가? ‘차이가 근본적이다’라는 말은 ‘미래구상이 다르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발전 방향이 같다고 했을 때, 단·중기적 정책목표의 수준이나 정책수단의 내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수준에서의 차이’는 때로는 단기 목표의 차이뿐만 아니라 상당히 먼 미래의 목표 차이도 의미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수준에서의 차이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한미FTA나 한미동맹과 관련한 이견, 북미갈등이나 북한체제 속성과 관련한 이견 등은 한국 사회와 민족공동체의 발전 전망과 관련한 근본적 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노동기본권의 완전 보장이나 핵발전소 완전 폐기 등을 현 단계 한국 사회의 현실적 정책목표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둘러싼 이견은 근본적 차이는 아니지만 먼 미래의 목표와 관련된 꽤 심각한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책의 단기 목표나 수단을 둘러싼 차이는 복지정책이나 조세·재정정책과 관련하여 나타난다 할 수 있습니다.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때로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통해, 때로는 현실적 정책수단에 대한 검토를 통해, 때로는 단계론적 접근을 통해 상당 정도 좁혀 가는 것입니다. 정당·단체들 사이에 신뢰가 있다면, 논의 과정에서 어떤 차이는 실제적 차이가 아닌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고, 어떤 차이는 중장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질 수도 있습니다. 추구하는 가치가 근본적으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현실(문제, 현황, 제약)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통해 현실인식을 최대한 접근시키고 해결책을 중심으로 정책합의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문제해결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나 기구(소위 ‘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데 합의하는 것이 정책연합의 난관을 돌파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정당·단체들 사이에 상호신뢰가 존재한다면 민주진보진영 내부에서 극복할 수 없는 이념적·정책적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치문화 차원의 상호이해와 상호신뢰가 정책연합 실현의 주요한 조건 중 하나일 것입니다.
◎ 야권의 정책연합이 논의된다면 그 기준은 최소주의와 최대주의, 어느 쪽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 기준의 관점에서 볼 때, 연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책 이슈들은 무엇이며 그 우선성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그리고 그 중 최상위 이슈들의 타결은 야권연대/통합의 성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 노항래 -
연대든 통합이든 서로 얼마간의 차이를 전제할 때만 성립됩니다. 야권연대는 그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핵심적인 가치, 정책을 공유해서 연합을 이루는 것입니다. 연합을 이루는 핵심적 정책노선은 역시 한나라당-이명박 정권처럼 권력을 사유화하고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국정운영을 하지 않겠다,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하겠다, 연합한 야권세력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하면서 정치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명박 정권처럼 4대강 파헤치고, 부자감세하고, 노동자 서민 짓밟고, 나라재정 파탄 내는 정치를 하지않겠다는 것입니다. 대북정책 엉터리로 해서 평화를 위협하고 대륙으로 뻗어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스스로 닫는 외교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거짓말하고 위선 떠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인식을 공유한다면 지금 야당들 사이의 차이는 작은 것이라 생각하고 연대연합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들의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이명박 정권의 반대편에 야권연대가 지향해야 할 정책노선이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차적 민주주의의 존중, 생태환경의 보호와 서민생활에 대한 무한한 배려, 한반도 평화와 사회통합, 책임 있는 국가재정 운영과 국민복지의 진전 등의 과제를 공유하면 연대연합에 당연히 참여해야 하고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이념이 아니라 현실이, 나의 생각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가 야권연대를 만드는 토대이고, 진전시키는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상위 이슈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승복하고, 뜻을 받들겠다는 태도와 관점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 박순성 -
그동안 야권에서 몇 차례 이루어진 정책연합의 합의 내용은 의외로 최소주의도 최대주의도 아닌 중간 수준의 합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치의 현실에서 야당이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또는 선거연합의 실현을 위해 정책합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중간이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는 정당들의 정책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측면과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고려가 부족한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는데, 사실 이 때문에 2010년 6월 지방선거나 2011년 4월 재보선 이후 정책연합의 실천 여부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현재 야권이 합의해 낼 수 있는 정책연합의 구체적 내용은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적 문제와 과제로부터 도출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민심 변화와 한나라당의 정책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민생, 복지, 인권, 생태, 평화, 평등, 정의 등이 핵심 가치 또는 지향으로 설정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면 한미FTA를 포함한 통상정책, 노동기본권 완전 보장, 비정규직 철폐, 재벌개혁, 국제금융규제, 원전 폐기 등이 정책 기조 및 목표의 설정에서 어려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최근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사회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어려움도 상당 정도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며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보편적 복지를 위한 증세’와 관련된 논란은 현실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2012년 총선·대선은 미래지향적 국가의제를 전반적으로 결정하는 선거이며, 또한 양 선거에서 야권 연대/통합 세력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정책연합의 내용은 논쟁과 진통을 겪더라도 책임성과 현실성을 바탕으로 상당 정도는 구체적으로 결정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권 심판과 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야권이 정치적 압박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연합의 수준이 연대/통합의 성패 여부나 ‘연대인가 통합인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제도권 정당으로서 실질적 세력 기반을 확보하려고 하는 모든 정치세력은 정책의 지향과 현실적 목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 최규엽 -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의 정책연합을 제기함에 있어 포함되는 정책들은 각각의 논의 수준과 실현가능성, 당면한 급박함이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과 같은 것들은 국민 다수의 동의를 얻으며 진보정당과 민주 개혁정당이 당장 실현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이 민주당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적을지라도 우리사회의 민주화와 진보를 위해 국민 다수를 설득하여 실현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처럼 합리적인 제도이지만 민주당의 입장에선 자신의 기득권을 버려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정책연합을 함에 있어서 진보정당이 무상급식과 같이 민주 개혁정당이 이미 동의하는 정책만을 제기한다면 이런 정책은 어차피 실현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굳이 정책연합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통상 정책연합은 선거연합 과정에서 도출되는데, 선거연합은 다수정당의 후보로 단일화가 되는 경우가 많아 소수정당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서 정책실현을 요구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따라서 소수정당인 진보정당은 후보단일화로 귀결되는 정책연합에 있어 자신과 지지자의 요구를 관철시킬 의도로써 다수정당인 민주 개혁정당이 수용하기에 부담스러운 정책도 연합의 조건으로 제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책연합에 있어 최소주의는 당연한 전제이며 소수정당은 협상을 통해 다수정당에게 최대주의를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사회분야에서는 민주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적 복지의 일반 내용뿐만 아니라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의 단계적 실현, 비정규직의 철폐, 노동기본권의 전면 보장 등을 목표로 구체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무상보육과 건강보험 하나로 국민의료를 책임지는 보건의료체제, 공공임대주택의 20% 확보,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기본권 완전 보장 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역시 매우 중요한 목표입니다.
◎ 야권의 정책연합 논의를 위한 바람직한 방법은 무엇이며 이를 위한 절차적 순서는 어떤 경로를 밟아야 한다고 보십니까?
- 박순성 -
최근 시민사회 민주진보진영의 ‘희망2013·승리2012를 위한 원탁회의’와 야4당은 야권의 정책연합을 실현하기 위한 1단계 사업으로 ‘원탁·정당정책단위’를 발족시켰습니다. 원탁·정당정책단위에는 시민사회와 정당의 정책담당자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현재 가칭 ‘희망2013 비전위원회’가 구성되어 정책연합의 기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정책연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정당의 정책단위가 논의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점입니다. 둘째, 정책연합 논의가 현안이나 기존 정책에서 출발하지 않고, 가치와 비전 등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정책연합의 논의 과정이 개별 정당 내부의 정책토론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이는 정당의 정책적 차원의 혁신으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 정책연합의 내용이 실제로 정책으로 실현되는 데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시민사회의 정책 역량이나 아이디어가 정책연합의 내용에 반영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정책 과제는 삶의 현장에서 나와야 하며, 좋은 정책은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최규엽 -
일단은 평상시에 진보정당과 민주 개혁정당이 공통적으로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한 원내외 공조가 원활해야 합니다. 지난 촛불집회 이후 야5당이 원내에서 ‘야5당 협상회의’ 테이블을 운영하면서 원외에서는 ‘민주민생국민회의’가 주관하는 ‘경제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제정당·시민사회단체 각계인사 연석회의’에 적극 참가한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평상시에 이렇게 공동관심 사항에 대해 원내외 공조를 통해 신뢰를 쌓은 이후 선거 시기에 있어 필요하다면 선거연합과 정책연합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정책연합은 선거 시기에 갑자기 성사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정책연구소들이 평상시에 정기적으로 교류하여 상호 공동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최근 주목할 만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1년 한 해 동안 한겨레경제연구소와 야4당 정책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정책공조형 월례포럼는 중요한 역사적 실험이었습니다. 비록 완성된 진보개혁진영의 정책출정가는 아니지만 초석을 놓았기에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시즌 2’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야4당의 정책연구소 혹은 정책위원회와 시민사회의 싱크탱크, 그리고 진보개혁적 언론이 보다 정형화된 틀로 결집해서 체계적으로 꾸준하게 정책연합을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 낮은 단계의 정책연합 실험을 높은 단계의 정책연합 틀로 가져가야 할 때입니다.
- 노항래 -
지난 6. 2 지방선거 이전부터 몇 차례의 정책연합 논의와 그 결과에 대해 성과는 성과대로, 개선해야 할 과제는 과제대로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핵심은 정책연합 논의에 참여하는 책임있는 태도이고, 성실한 참여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합의한다 하더라도 이행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면 더 큰 불신과 정치후퇴만을 자초하고 말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합의수준이 낮더라도 그를 끝까지 책임지면 야권연대/연합을 대하는 국민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 봅니다.
실현가능한, 책임질 수 있는 정책을 합의하고, 2012년 총선 이후 이를 기필코 집행해 내면, 2012년 연말 대선은 물론, 우리 정치, 정당을 대하는 국민의 태도가 바뀔 것입니다.
이런 여러 문제인식을 **면서 이미 야권의 정책연합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국민참여당은 성실히 이 연합을 성사시키고 진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야권의 정책연합, 나아가 야권의 연대/통합을 위해 각 연합 주체들이 최우선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이며 다른 주체들에 주문하실 것이 있다면?
- 최규엽 -
선거연합과 정책연합에 있어 신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정책연합을 후보단일화를 위한 통과의례로 정도로 생각하고 당선되면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 앞에서 한 약속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정책연합과 선거연합은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되는 다수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므로 소수정당의 입장에선 선거연합을 할 동기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야당들이 지난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러 번 선거연합과 정책연합을 성사시켰지만 지금 그 이행여부를 들여다보면 만족할 만한 평가가 나오기 힘듭니다. 몇 몇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책연합이 힘 있게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경선은 민주노동당, 민주당, 무소속후보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정권교체의 기대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정에서 상호존중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민주노동당은 공식적으로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후보단일화 전에는 정책연합과 선거연합을 요란스럽게 주장하다가 후보단일화 이후에는 불성실한 자세는 보이는 다수정당의 횡포는 시정돼야 합니다.
- 노항래 -
야권연대의 핵심은 역시 제 1야당입니다. 야권연대를 선두에서 이끌 책임이 있고, 역시 국민이 요구하는 것입이다. 그러려면 소수야당, 신생야당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자주 그러한 대승적 태도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의 ‘반 이명박 정서’에 기대어 소수야당, 신생야당을 제압하고, 정치적 성과를 독식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한나라 개혁진보 연대’를 성사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국민의 승리를 위해 제 1야당의 패권적 태도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민주당을 제외한 개혁-진보 야당들의 과제이고, 제 1야당 민주당이 스스로 성찰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야당들 역시 분열에 대한 국민의 염증, 질책을 새겨야 합니다. 국민에 맞서고, 국민을 가르치려 해서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제 1야당의 주도성을 존중하고, 서로가 ‘더 잘할 수 있는 연대/연합’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 박순성 -
무엇보다도 정당은 정책합의 내용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하며, 또한 실천을 보장할 수 있는 정치적 장치를 만드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현재 정당들 사이에 정치적 신뢰가 더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시민사회의 싱크탱크들이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정책연합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창의성이 많이 반영될수록, 정책연합의 성공뿐만 아니라 야권의 선거승리도 보장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