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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오세훈 시정의 평가와 새 시장의 리더십 조건

 


* 이 글은 서울 YMCA 시민정치위원회가 개최한  ‘오세훈 이후 서울시를 다시 디자인 한다’ 토론회(2011. 9.15)에서 발표한 것을 다듬은 것임을 밝혀 둡니다.


 


 


“....서울시장을 해 보니 정치와 관련이 별로 없다, 행정이나 일을 해 본 사람이 좋다....” (2011년 8월 8일 이명박 대통령 방송좌담에서)



“....시장선거는 ‘정권’의 (재)창출이 아니라 복마전 서울시를 개혁해 ‘(시)민권’을 재창출하고 실현하는 데 적합한 도시정치 지도자를 뽑는 것이 돼야 한다....”(2011년 9월 5일, 조명래 트위터에서)


 



 


1. 서울시정에는 시민은 없고 시장만 있다?
 


 시장 직선제가 다시 도입된 지도 벌써 16년이 되었다. 그 동안 서울시민들은 시장의 리더십 여하에 따라 시정의 기본 틀과 내용이 확 달라지는 것을 줄곧 경험했다. 지난 10년 동안은 특히 그러했다. 이는 일견 지방자치제의 취지와 부합하는 듯하다. 문제는, 시장 리더십 변화에 따른 시정의 변화가 시민의 뜻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면서 시정의 단절과 불안정, 나아가 독단과 비민주화를 동반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방자치의 본질 자체를 심각하게 왜곡·훼손시키는 것이 된다.
 정치적 목적의 무상급식반대,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 강행, 투표패배로 시장사퇴와 그로 인한 시정의 중단, 보궐선거 실시 등은 시장의 리더십이 서울 도시정치 지형에 얼마나 심대하게 영향을 주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는 것은 정치인 시장이 시정의 문제를 시민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서 재단하고 규정하려 들기 때문이다. 이는 말하자면 민선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정에 주인인 시민은 없고 시민의 대리자인 시장만 있음을 뜻한다. 서울시 공무원 3만 명(본청 1만 139명, 투자출연기관 1만 9천명)
 이 담당하는 행정도, 이렇게 보면, 시민을 위한 봉사행정이 아니라 시장을 위한 치적행정 혹은 통치행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국의 불완전한 지방자치제와 관련된다. 그러나 시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존중하며 따르는 민주적 시장이 선출된다면, 시정의 이러한 왜곡은 일정정도 완화될 수 있다.


 



2. 선거 정쟁의 두 지형 : 중앙정치 대 서울정치



 오세훈 시장의 중도 하차로 실시되는 보궐선거전은 현재 두 가지 정치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나는, 안철수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기성 정당정치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제3정치 세력의 출현을 기대하면서 새 서울시장 선출도 이의 연장으로 보는 지형이다. 다른 하나는 복마전 서울시를 제대로 개혁해 낼 친시민 성향의 시장선출을 희구하고 지지하는 지형이다. 현재로선 전자가 더 우월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서울은 인구 천만의 대도시이고 대한민국의 권력 중심이다. 대한민국 심장부의 수장(首長), 서울시장은 그래서 늘 대권 도전을 시장직 이후의 정치적 행보로 두면서 시정을 이끌었다. 조순시장, 고건시장, 이명박 시장, 오세훈 시장 모두가 그러했다. 시장직을 중간 정거장으로 여기다 보니 시장들의 눈높이는 시민의 것이 아니라 대권주자(그리고 유권자)의 것에 맞추어져 있다. 그 결과 주요 시정과제들은 시민들의 바람이나 요구와 관계없이 시장의 정치적 선호와 판단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추진과정에서 과도하게 정치화되는 양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났다. 시정의 과잉 정치화는 시민 없는 시정, 즉, ‘시정의 탈시민화’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 때 유독 심했다. 지난 10년간 서울 시정은 이런 식으로 되어 왔던 것이다. 무늬뿐인 청계천 복원, 성과 없는 뉴타운, 돈 먹는 버스준공영제, 돈을 처바른 한강르네상스, 반대를 위한 무상급식반대, 부채의 급증(현재 25.6조원) 등은 ‘시정의 과잉정치화와 탈시민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10년간의 서울의
지방자치는 ‘헛 농사지은 격’이고,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의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가령, 오 시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강행한 무상급식투표비용 180억 원, 그리고 보궐선거비용 300억 원은 시정이 ‘과잉 정치화’되지 않았다면 지출이 불필요한 것이다. 혈세 500억 원이 이렇게 쓰이면 시민을 위해 써야 할 부분이 그만큼 줄면서 시민들은 이중적 피해다. 시정의 과잉 정치화와 탈시민화는 이렇듯 경제적 비용 뿐 아니라 좋은 시정으로 향유할 시민편익마저 갉아 먹는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장선출의 논쟁지형이 ‘시정의 과잉 정치화와 탈시민화’를 종결짓고 대신 ‘시민이 주인 되는 시정’을 복원해내는 것을 둘러싼 것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다. 안철수 신드롬으로 일컬어지는 제3 (비)정치세력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지지는 기실 서울시정을 책임질 후보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이끌어낼 중앙정치에 적합한 스타 정치인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선거정쟁 속에는 서울도 없고 시민도 없다. 있다 해도 무늬로만 있을 뿐이다. 시장선거를 도시정치의 문제로 보기보다 중앙정치의 문제로 치환해 바라본 것의 불가피한 결과다. 과거와 달리 SNS는 이런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가령 SNS를 통해 안철수 교수가 유력후보로 폭발적인 지지를 받을 때도, 기실 그가 복마전 서울시정의 문제를 치유할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사적인 단합을 통한 새 후보(박원순 변호사)가 탄생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책 연대나 통합의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제3 시민후보에 대한 갈망과 지지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군림하고 통치하며 치적 쌓는 리더십이 아니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시민과 함께하는 리더십을 유권자들이 강하게 선호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표출한다. 이는 분명 가능성이자 희망이다. 그 동안 시장은 모두 기성정당 후보였고, 또한 제도정치의 틀에 갇혀 ‘높은 수준의 통치’를 행했던 리더였다. 이에 견준다면, 안철수 신드롬으로 표출된 새 리더에 대한 선호는 제도정치의 틀을 벗어나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시민과 소통하는 ‘낮은 수준의 친시민적인 리더’를 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선거논쟁 지형 속에는 ‘시민이 주인 되는 시장의 선출’을 선호하고 지지하는 대안 정치세력의 기류도 강하게 흐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류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느냐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난 10년의 서울시정이 남긴 후유증을 우선 분명하게 읽어내야 한다.


 


3. 지난 10년의 서울시정 : 이명박·오세훈식 시정의 문제점



 조순시장(1995-1997)은 2년 2개월 만에 대선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그만두었다. 고건 시장(1998-2002)은 시장직을 끝낸 뒤 총리를 거치면서 대선의 유력주자로 부상했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 이명박 시장(2002-2006)은 처음부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시장직에 도전했고 시정을 대권 티켓을 얻기 위한 치적 쌓기와 철저하게 결부시켰다. 오세훈 시장(2006-2011)은 전임 이명박 시장의 판박이라 할 정도로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걷다가 자충수에 빠져 중도 하차하였다. 역대 민선시장 4명은 이렇듯 모두 대권에 뜻을 둔 채 시장직을 수행했고, 그로 인한 시정운영의 왜곡을 초래했다. 4명의 역대 시장 중에서 두 직전 시장(이명박, 오세훈)이 특히 그러했다.
 시장은 선거로 선출된다. 선출직 시장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이고,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시정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옳고 그름은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에 의해 판가름 난다. 따라서 정치적 의지나 입장이 강할수록 시장의 시정운영 스타일은 그 만큼 뚜렷하고 주요 시책추진도 힘을 받는다. 이명박 시장과 오세훈 시장은 역대 다른 시장에 비해 정치적 의지와 입장
이 강했고, 또한 그와 비례하여 재임기간 동안 주요 시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그로 인한 성과도 적지 않다. 이명박 시장이 추진한 ‘청계천복원’, ‘대중교통개편(버스준공영제)’, ‘뉴타운’, ‘서울광장’, ‘가든파이브’, ‘서울 숲’, 등,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예술섬, 세빛둥둥섬 등)’, ‘서해뱃길’, ‘디자인 서울’, ‘세운상가 녹지축화’, ‘동대문 디자인 프라자 센터’, ‘광화문광장조성’ 등은 모두 두 시장의 브랜드 정책들로 사회적 주목을 받으며 적지 않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두 시장의 간판사업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비판을 재임시절 동안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이는 두 시장의 시정운영에 그 만큼 논란이 될 만한 것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크게 네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독단적 시정운영으로 거버넌스의 실종
이명박, 오세훈 시장은 재임시절 청계천복원, 버스중심대중교통개편, 한강르네상스, 디자인서울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시책들을 강도 높게 추진했지만, 하나같이 시민과 함께 하는 민주적 절차는 대부분 생략했다. 가령, 청계천복원의 경우, 청계천시민위원회가 있었지만, 복원의 기본방식과 틀을 시장이 결정하고 선발된 엘리트 토목관료들이 저돌적으로 실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됨에 따라 시민참여기구로 만들어진 시민위원회는 끝내 허수아비로 전락됐다. 버스대중교통개편도 친정부적 성향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의 폐쇄적 운영을 통해 의견을 구한 뒤 시장의 독단적 결정과 진두지휘 하에서 강행되었다.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디자인서울 사업 등도 전문가 자문기구를 꾸리고 시주도의 토론회를 거치는 듯 했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 실제는 시장의 독단적 결정과 지시에 따라 공무원들로 구성된 관료적 전담기구를 등을 동원해 폐쇄적이면서 하향적으로 추진되었다. 이 점에서 오세훈 시장의 리더십은 이명박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시장의 간판시책들이 이렇게 추진된 것은 대권을 향한 정치적 목표관리와 무관치 않았다. 이명박 시장이 성공한 시장으로 인정을 받게 된 청계천복원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재임기간 내 마쳐야 하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강행 추진되다 보니 ‘지속가능한 생태적, 문화적 복원’을 위한 시민사회적 대안 제시나 참여는 무늬로만 용인될 뿐 실제에선 막혀 있었다.


 조순시장 시절 설치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거버넌스(governance) 기구’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두 시장을 거치면서 무력화되거나 유명무실해진 것은 두 시장의 시정에 대한 시민참여가 약화되거나 실종하게 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 시장의 일방적 시정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대의기구인 시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시의회의 다수당이 민주당로 바뀐 오세훈 시장 2기에 접어들면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명박 시장의 대표적인 치적이라 할 수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도 2기 오세훈 시장의 의회와 같은 상황 하에서는 불가능했다.



 이 모든 게 함의하는 바, 두 시장이 주요 시책들을 일사분란하게 추진하면서 외형적 성과를 일정하게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무력화시킨 결과, 즉 시정의 독단적 운영 덕분이었던 것이다.


둘째,  스펙터클한 토건사업에 대한 올인(all-in)
두 시장은 급조된 후보로 시장에 출마했고, 또한 높은 지지를 얻어 당선 된 후, 하나같이 시각적, 상징적 효과가 크고 화려한 ‘스펙터클한 토건사업’ 추진에 몰입했다. 청계천복원과 한강르네상스는 두 시장의 브랜드 시책이 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건설회사 CEO출신인 이명박 시장이 물리적 개발 성향이 더 강한 토건개발사업에 치중했다면, 문화경쟁력을 앞세운 오세훈 시장은 문화로 포장된 토건개발사업에 치중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지만, 파헤치고 개발하며 ‘토목쟁이’식으로 거칠게 일(시정)을 추진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토건사업에 몰입한 이유는 성과가 가장 분명하고 또한 그로부터 치적으로 인정과 지지를 시민들로부터 가장 확실하게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생색을 낼 수 있는 성과 지향적인 시정운영에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토건개발사업이었던 것이다. 현실제도 하에서도 시장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토건개발식 도시계획사업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토건개발사업에 대한 올인은 시의 한정된 자원을 사람과 삶과 관련된 인문적 분야 보다 시설개발 등 토목분야에 더 집중시키는 시정의 편향성 (토건개발식 시정)을 낳았다. 또한 이는, 시민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시민중심의 시정운영’ 대신, 시장의 지시에 따라 주어진 과업 목표 달성을 위해 공무원 조직(본부, 사업단, TF 등)이 폐쇄적이면서 일사분란하게 가동되는 ‘기술관료 중심의 시정운영’이란 시정의 편향성도 불러왔다.


셋째,  부채를 남기는 시정의 운영방식
시민과의 협의 및 합의, 의회의 심의 및 의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임기 동안 화려한 성과를 거두는 데 몰입하는 시정의 독단적, 비민주적 운영은 개별시책들의 사회적, 경제적 타당성 부족과 왜곡이란 문제를 필연적으로 동반했다. 이는 시 재원의 적정배분과 활용의 문제에 더해, 개발 사업들이 마무리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지불해야 할 직간접의 비용, 즉 부채를 남기는 문제마저 낳았다. 여기서 말하는 부채는 단순히 통계상의 것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가령, 이명박 시장 시절(2004년) 도입해 성공을 거둔 것으로 간주되는 버스준공영제를 보자. 준공영제 도입의 명분은 계속 떨어지던 버스통행분담률을 획기적으로 높여(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으로) 버스중심대중교통체계를 확립하고, 운수업체의 적자보전을 점차 없애 시재정 건정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성과를 보면 버스통행분담률은 2004년 26.2%에서 2009년 27.8%로 1% 정도 오른 반면, 민간버스회사 적자보전은 2004년 1,200억 원에서 2011년(예측치) 4,811억 원으로 무려 4배나 올랐다. 도입 당시 서울시가 약속한 것과 비교한다면, 도입한 지 6년이 된 버스준공영제는 사실상 100% 실패라 할 수 있다(조명래, 2011). 시민들은 저렴한 통합 환승 운임을 내기 때문에, 그로부터 높은 만족감을 느끼는 듯하지만, 직접 지불한 낮은 운임이 기실 세금으로 후에 보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도입 당시, 민간회사의 경영구조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혈세가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면, 아예 시가 버스공사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는 완전공영제를 일부 시민단체가 제안했지만, 시장과 시가 준공영제 도입방침을 이미 결정해 놓았기 때문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렇듯 이명박 시장의 준공영제는 단기적으로 ‘높은 시민 만족’이란 성공을 거둔 것 같지만, 기실, 그 성공은 당초 약속한 대중교통개선을 이룩하지 못한 기회비용과 민간업자들의 적자보전을 위한 천문학적 혈세의 지출이란 이중적 비용을 뒤로 숨기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복원도 시민(특히 이용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성공지표로 삼고 있지만, 그 또한 하루 12만 톤의 물을 24시간 365일 내내 한강(그리고 지하철 등)에서 끌어들여 흘러 보내는 데 따른 높은 관리비용 지불의 대가일 뿐이다. 2005년 10월 복원된 이후 지난 5년간 총 370억원의 관리비가 지출됐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06년 67억 6,900만원, 2007년 72억 6,900만원, 2008년 77억 2,600만원, 2009년 74억 2,600만원, 2010년 77억 8,300만원, 2011년 84억 200만원(편성예산기준)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1년 관리비는 2006년 대비 24.1% 상승한 것이다. 2,3년 뒤엔 연간 100억 원에 이르러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아주경제, 2011.9.4). 상류지천을 복원해 연결하거나 주변 도심토지이용의 생태화(예, 도심저류지 조성 등으로 획득한 물을 청계천 유지용수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요구가 있지만, 시장의 정치적 일정에 맞춰 정해진 복원 틀 내에 이를 반영할 공간은 전혀 없었다.


 


 이런 예들은 무수하다(예, 가든 파이브 등). 공식 통계에서 이명박 시장은 재임기간 동안 서울시 부채를 6,203억 원 줄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충분한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채 강행된 버스준공영제와 무늬만 복원한 청계천 등에 사후적으로 투입되는 천문학적 관리 및 유지비용을 다 합치면, 그 액수는 줄인 부채액을 훨씬 넘어선다. 이렇듯 급조해 만든 화려한 치적의 비용은 그의 임기 이후의 시민들이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재임 동안 추진한 일 (시정)처리방식이 대부분 이러했다.


 부채를 남긴 점에서 오세훈 시장은 최악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센터, 한강르네상스, 서해뱃길 사업 등을 무리하게 떠벌리는 바람에, 오세훈 시장은 역대 시장 중 부채를 실제 가장 많이 남겼다. 투자기관을 제외한 서울시 채무액은 2006년 1조 1,462억원, 2007년 3조 8,177억원, 2008년 1조 8,563억 원, 2008년 3조 2,454억원, 2010년 3조 8,177억 원으로 재임 5년 동안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뉴데일리, 2011.0.13).



넷째,  사람(시민)을 통치대상으로만 여기는 시장의 리더십
지난 10여년 간 서울시정이 독단적이고 치적용 토건개발에 치중하면서 부채를 남기는 식이 된 이유는 시장의 비인간적, 반민주적 리더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물론 시장에게 권한과 권력을 몰아준 지방자치제도의 불완전성이나 인구천만 대도시의 익명성과 광역성 등이 시민 친화적 리더십의 가능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도시를 사람이 사는 터전으로 읽을 수 있는 안
목, 사람(시민)을 우선하고 그들의 권리를 대리하는 인본적 의식, 시민사회나 의회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정치적 소양 등을 골고루 갖추지 못한 시장의 퇴행적 리더십이 서울의 시정이 사람중심이 되는 것을 어렵게 한 근본 까닭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이는 오세훈 시장의 의회에 대한 태도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시회의가 결의한 무상급식을 반대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독단적으로 강행하고, 시장 독단으로 추진하던 토건개발사업(예, 한강르네상스)에 대한 예산배정을 거부한 시의회의 출석을 거부하며, 서울광장의 자유로운 집회를 허용하기 위해 의회가 제정한 조례의 적법성 여부를 사법부에 제소하는 등 의회를 무시하고 시민을 무시하는 오세훈 시장의 오만한 리더십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시의회가 시민의 대의기관이란 기본 사실을 망각하는 것을 넘어 견제를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시절(오세훈 시장 1기)로 시의회를 되돌려 놓으려는, 즉 의회를 다스리고 지배하려는 제왕적 시장의 반시민적 권력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시장은 더욱 더 심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다시피, 이명박 시장의 치적들은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정해진 틀과 일정에 맞추어 기술 관료들의 동원에 실행된 것으로 개발독재식 정책결정 방식의 전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대권주자로서의 치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논란이 되었던 정책 사안들을 이해당사자들과 열어 놓고 대화하고 논의하면서 긴 호흡으로 풀어가는 그러한 민주적 절차를 대부분 거부했기 때문이다. 시민은 기껏해야 정책소비자로만 간주했고,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나 반대에 대해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치부했다.



 그가 최근 방송 대담에서 ‘....서울시장을 해 보니 정치와 관련이 별로 없다, 행정이나 일을 해 본 사람이 좋다....’고 언급한 것은 민주적 논의나 타협과 같은 정치적 과정을 회피한 채 성과중심으로 공무원을 동원해 일사분란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시정을 꾸렸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렇듯 그의 리더십에는 시민에 대한 배려가 없다. 있다면, 엘리트주의 정책의 수동적 소비자이거나 정책과정에 동원되고 손을 들어들어는 조력자 일뿐이다.


 


4. 향후 10년의 서울시정 : 개혁적 리더십과 시정의 개혁
그렇다면 앞으로 10년의 서울시정은 어떻게 열려야 할까? 앞으로 10년 동안 서울이 변신해야 할 모습은, 그 동안 시설과 기능 중심의 공급주의 도시에서 사람과 생활 중심의 수요주의 도시로의 전환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새로운 유형의 시장의 리더십이 필요하고, 그와 함께 시정의 중심의제나 시정의 운영방식 등에 시민중심의 요소가 최대한 반영되는 시정전반
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개혁적인 친시민 리더십의 기대
지난 10년간의 시장의 리더십이 독선적이고, 토건개발에 치중하며 시정의 비용(책임)을 이후 시민들에게 떠넘기는(전가하는), 그래서 통치하고 군림하는 유형이었다면, 앞으로 10년간 리더십은 이런 요소를 탈각하는 유형이 되어야 한다. 즉 민주적, 인본적, 지속가능한, 친시민적 유형의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리더십이 현실의 시정 운영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난 10년간의 이명박·오세훈식 시정이 남긴 후유증을 없애고 복마전과 같은 서울시의 운영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내는 개혁적 마인드와 역량이 절대로 필요하다. 말하자면, 앞으로 필요로 하는 서울시장의 롤 모델(role model)은 사람을 존중하고 시민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면서, 동시에 복마전 시정을 혁신시켜 낼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춘 리더십이다.



 굳이 비유를 한다면 1970년대 일본의 ‘혁신자치단체’를 이끌었던 시장 리더십이 향후 10년간 서울시장의 리더십이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개혁적 친시민 시장 리더십’은 달리 말하면 ‘도시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데 적합한 역사적 소명의식과 민주적 역량’을 갖춘 리더십을 뜻한다.



 둘째,  이명박·오세훈 시정의 청산
 개혁적 친시민 시장이 직면하게 될 일차적 시정개혁 과제는 토건개발에 치중했던 전임 시장이 남긴 각종 개발 딜레마를 풀고 정리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유형의 개혁과제가 있다.



 하나는 뉴타운사업, 강북재개발, 강남재건축 등과 같이 주민들의 관심이 높고 또한 서울의 도시발전에 중요하지만, 현행 제도의 미비나 이해 당사자들 간의 갈등으로 추진이 쉽지 않은 개발 프로젝트의 맞춤형 출구를 찾아주는 일이다. 물론 시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맹목적 개발주의 전제를 버리고,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주민들과 열어놓고 대화하고 논의하면서, 중앙정부나 국회의 도움(예, 법제)을 받아 추진한다면, 적지 않는 실질적 진전과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통합적, 조정적 리더십이 더 없이 요구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분야다.



 다른 하나는 전임시장, 특히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과제 중 접어야 할 과제와 선별적으로 보완해서 발전시켜야할 과제를 정리하는 일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한강주운사업, 한강예술섬사업, 한강르네상스,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대심도 고속도로 사업 등을 들 수 있고, 후자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버스준공영제(이명박 시장 과제)의 개편, 청계천 2단계 복원(상류지천, 주변 저류지 조성 등), 광화문 및 서울광장(포장재, 장식물, 구조, 잔디 등의 대대적인 교체), 동대문디자인프라자센터(디자인, 구조, 시설, 관리체계, 주변역사환경 등의 전면 재검토), 산업특정개발진흥지구의 개선, 세빛둥둥섬 등 인공섬 프로젝트, 장기전세주택(시프트)제도의 확충(공급주택규모축소, 공급물량 확대, 공공자가유형으로 전환 등), 창의행정의 보완(시민참여기회와 방법의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사람과 생활의제 중심의 시정 펴기
 시정의 중심의제를 사람관련, 생활관련 의제로 대체하고 이를 자치제도로 규칙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혁적 친시민시장이 실질적으로 이룩해야 할 개혁과제는 토건개발 중심의 시정의제를 육아·건강·돌봄·인권·공동체 등과 관련된 사람중심의 의제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사람 관련 대안적 과제나 프로그램을 시민제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굴한 뒤 민주적 심의절차를 통해 선정하는 프로세스의 조직화, 선정된 과제를 공식적인 시정과제로 채택하여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제도·조직·인력·예산의 확보와 배분을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프로세스의 조직화가 우선 필요하다. 이 모두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서울시의 중심행정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하지만, 임기 이내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추진하는 전임시장의 방식은 최대한 경계해야 한다. 이해당사자인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합의가 된다면, 임기 동안 시장이 해야 할 최대치는 프로세스와 기초제도를 구축하거나, 선호도가 높고 개혁효과가 큰 한정된 수의 핵심의제 중심으로 내실 있게 추진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일본에서 혁신자치단체의 경험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혁신자치를 선도했던 단체장들은 개발의제 대신 환경·복지·인권 의제 중심으로 자치개혁을 시도하면서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관료행정 대신 참여행정을 활성화해 주민들이 혁신자치의 과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중앙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혁신자치에서 도출된 결과들을 일정하게 제도화하기도 했다. 사람관련 의제를 중심으로, 시정을 개혁하고, 나아가 그 성과를 제도화하는 등이 곧 개혁적 친시민 시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내야 할 개혁의 내용이 된다.



 넷째,  경쟁력과 품격의  ‘레벨 업’
도시의 경쟁력과 품격을 동시에 레벨 업(level up)하는 개혁도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사람중심, 생활중심의 도시를 만든다고 해서, 1000만 인구를 가진 대도시로서 서울이 갖추어야 할 국제경쟁력, 산업적 생산력, 고용기반, 도시 인프라 등의 확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즉, 시민사회의 이해관계만 아니라 시장(market)의 건강한 이해관계를 시정으로 반영해내고, 다양
한 시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에도 시장이 동등한 개혁적 관심과 노력이 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대도시 서울의 경제구조는 국제경제와 관련된 차원, 국내경제와 관련된 차원, 도시일상경제와 관련된 차원의 크게 세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의 생산 및 고용역량을 업그레이드(upgrade) 시키기 위해서는 도시경제의 각 부문에서 서울형 산업, 가령, 국제비즈니스, 첨단기술산업, 창조산업, 서비스산업, 생활산업, 골목산업 등이 육성되고 특화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가 안정적이며 지속적으로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산업, 일자리, 생활을 하나로 묶는 권역과 지역이 서울 전역에 골고루 배치되면, 중장기적으로 서울 대도시 공간전체가 재편되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다섯째,  중장기적 재정 건전성 확보
시의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직선제가 재도입된 이래 서울시의 채무는 3배 증가했고, 오세훈 시장에 이르러 특히 급상승했다. 지금까지는 개발사업 자체가 많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 부채가 급증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부터는 개발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소요 보다 재원위축에 따른 재정수입 감소가 부채의 보다 중요한 원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따라서 건전 재정은 시정을 얼마만큼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느냐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된다. 현재로선 25조원을 넘어서는 부채의 절대 규모를 줄이고, 가파른 증가추세를 둔화시키는 게 시급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건전 재정구조를 지속시켜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엄밀한 타당성 검토 없이 배정되어 있는 토건예산 규모를 대폭 줄이고, 이를 시민을 위한 예산으로 전용해야 한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선 개발수요를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 고비용 토건사업을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반면, 비용이 덜 들면서 시민들의 자발성을 이용해 실현할 수 있는 사람중심의 사업(예, 사회적 기업, 생활산업),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사업 과제를 다양하게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그 시행여부를 시민들에게 물어보는 ‘(가칭)공공사업주민투표제’의 도입도 필요하다.


 여섯째,  자치민주주의의 구현
지금까지 역대시장들은 시민들을 도시자치의 주체로 보지 않고 통치의 대상인 객체로만 봐 왔다. 이는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의식이나 태도다. 혁신적 친시민 시장이 이룩해야 할 지속가능한 개혁은 복마전 서울시정을 시민의 참여를 통해 관리 운영되는 투명한 시정으로 바꾸어내는 것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면, 이 모든 가능성은 서울의 도시자치에 시민자치주의 혹은 자치민주주의를 확립시켜내는 것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현행의 지방자치법 내에서 시장이 할 수 있는 권한과 권력을 분산시키고 이양하며 시민들의 몫으로 돌려내야 한다. 가령, 시장의 결정권한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실국장 혹은 25개 구청장에게 위임 내지 이양하고, 참여 거버넌스의 활성화를 위해 시책별 심의의결 및 집행과정에 시민참여를 규칙화하며, 근린단위의 자치를 조례로 범주화해 활성화하고, 시 업무 중 할 수 있는 부분은 시민단체에게 최대한 위임 위탁하는 등이 시민자치주의 혹은 자치민주주의를 활성화하는 현실적인 방안들이다. 전임시장들이 하나 같이 소홀하게 다루었던, 시민 대의기구인 집행부와 시의회와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복원하고 유지하는 것도 새 시장이 해결해야 중요한 일이다.



 일곱째,  통일수도로의 준비
앞으로 10년간 개혁적 친시민 시장이 짊어야 할 수도 서울 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은 서울을 명실상부하게 통일수도로의 역량을 갖추어가는 일이다. 행정수도이전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수도의 법적 지위문제는 아직도 사실상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즉 관습법에만 의존해 서울을 수도로 규정할 순 없는 법이다. 따라서 ‘(가칭)수도지위와 기능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통일 이후에도 서울이 수도로 남을 수 있는 지위와 기능을 법률적으로 소상히 규정하여야 한다. 수도로서의 지위와 기능이 규정되면, 이를 사업과 시책으로 옮기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하고,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장의 권한과 책임 범주, 재정확충방안 등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하는 게 차기 시장의 과제라면, 제정된 법에 의거해 서울을 통일수도로 조성해가는 과제들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차차기 시장의 과제가 된다.


 


 


 


[ 참고문헌 ]



-   조명래, 2011, “서울시 스마트카드 업무의 문제점과 공공성 강화 방안”, 서울시 의회주최


                            〈〈 서울시교통카드업무의 공공성강화 토론회 〉〉 발표논문.
-   안종현, 2011, “서울시 빚 5년 새 3배 증가... 1인당 37만원”, 〈〈 뉴데일리 〉〉, 2011년 9월 13일.
-   이정은, 2011, “청계천, 혈세 먹는 하마....5년간 370억원 지출돼”, 〈〈 아주경제 〉〉, 2011년 9월 14일


 


 


 


* 본문은 하단에 첨부되어있습니다.


   이명박·오세훈 시정의 평가와 새 시장의 리더십 조건.pdf